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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533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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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DUMMY

“달아나는 적을 찌르고 적진까지 진격한다!”


유괴가 의기양양하게 외치자, 그의 수하들도 칼춤을 추며 적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숨어있던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방통의 지시를 받고 숨어있던 위연의 병사들이었다.


위연의 복병으로 인해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앞뒤로 공격을 받은 유괴의 군대는 크게 어지러워졌고, 유괴는 서둘러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이에 유괴의 병사들이 싸우다가 달아나기를 반복하는데, 위연과 탁응이 악착같이 추격해 왔다.


유괴가 간신히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본영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영채에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유괴가 당황해 소리치는 데, 전령 하나가 뛰어와 말했다.


“장군, 유비 군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본영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장임 장군도 적에게 패해 영채를 빼앗겼다고 합니다!”

“뭐라고?! 양쪽 영채가 모두 함락되었단 말이냐!!”


이는 유괴가 탁응의 부대를 추격하는 동안, 유비가 샛길로 군대를 움직여 냉큼 유괴의 영채를 점령해버린 것이었다. 결국 유괴는 병사들을 이끌고 허둥지둥 달아났고, 퇴로가 끊어진 오일은 유비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첫 전투에서 대패한 유괴는 면죽으로 물러나 성을 굳게 지켰고, 유비는 부현의 현성으로 향했다. 이미 유괴가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부성의 수비대는 별다른 저항 없이 성문을 열고 유비를 맞이하였다.


순식간에 부성을 점령한 유비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동안 유비는 형주에서 북쪽의 조조, 동쪽의 손권의 압박을 받으며 늘 불안한 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서촉 정벌을 단행하긴 했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수관에 이어 부성까지 손쉽게 손에 넣자, 유비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에 유비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장졸들을 위로했는데, 술에 취한 유비가 방통에게 말했다.


“오늘 술자리가 참으로 즐겁구려!”


하지만 방통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비록 자신의 계책에 따라 유비 군이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방통은 순진한 유장에게 속임수를 써서 그 땅을 빼앗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의 나라를 빼앗으며 즐거워하는 것은 어진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닙니다.”


방통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유비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유비에게 방통의 말은 아프게 와 닿았다. 신의를 어긴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유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과거 주 나라의 무왕도 은나라의 주왕을 공격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는데, 무왕도 어진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딴 소리를 할 거면 썩 나가거라!!!”


유비의 호통에, 방통은 허허 웃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방통이 사라지자, 유비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 방통을 데려오게 하였다. 잠시 후 방통이 술자리로 돌아왔는데, 그는 별 말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태연하게 술을 마셨다. 이에 유비가 방통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방금 전 논의에서 누가 잘못한 것이오?”

“군신(君臣)이 함께 잘못을 하였습니다.”


방통의 말에 유비는 크게 웃으며 마음 편히 술자리를 마칠 수 있었다.




한편 면죽으로 물러난 유괴는 유장에게 사람을 보내 구원을 청했고, 유장은 성도현령 이엄(李嚴)과 비관에게 병사를 주어 면죽을 구하도록 하였다. 이엄은 자가 정방(正方)으로, 형주 남양군 사람으로 원래 유표 밑에서 벼슬을 하였다. 이후 조조가 형주를 점령하자, 이엄은 항복을 거부하고 서쪽의 유장에게 온 것이었다. 이엄은 젊어서부터 뛰어난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고 성도 현령으로서 많은 치적(治績: 잘 다스린 공적)을 쌓았기 때문에, 유장은 그를 면죽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비관(費觀)의 자는 빈백(賓伯)으로, 형주 강하군 출신으로 유장의 사위였다.


하지만 유장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엄은 익주의 주인으로서 유장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엄은 형주에 있을 때부터 유비의 명성에 대해 들어왔고, 익주의 주인으로 유비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비관은 유장의 사위임에도 불구하고, 유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뜻이 통한 이엄과 비관은 면죽관에 들어가자마자 관문을 열고 유비 군을 맞이하였다. 이에 유괴, 장임 등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남쪽으로 달아났고, 냉포, 등현은 혼전 중에 죽고 말았다.


이렇게 면죽관까지 점령한 유비는 황충, 탁응, 위연 등을 파견해 인근 군현을 평정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유장의 근거지인 성도까지 남은 관문은 광한군의 낙성뿐이었다.


한편 이엄과 비관의 배신으로 면죽관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에, 유장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처남마저 날 버렸단 말이냐?! 내가 덕을 쌓지 못했구나!!”


유장이 이렇게 탄식하고 있는 데, 누군가 호기롭게 나서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장이 낙성에서 적을 막겠습니다!”


유장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자신의 장남인 유순(劉循)이었다.


“그래, 이제 믿을 건 아들밖에 없구나··· 부탁한다, 순아..”


유장은 유순에게 병사 1만을 주고 유괴, 장임과 함께 낙성을 지키게 하였다. 잠시 후 낙성에 도착한 유순은 성의 적재적소에 병사들을 배치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며칠 뒤 유비가 군대를 이끌고 낙성 앞으로 와서 싸움을 걸었지만, 유순은 이에 응하지 않고 굳게 성을 지켰다. 그러자 방통이 유비에게 말했다.


“적이 성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 병력으로 성을 함락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형주에서 병력을 충원해 낙성을 포위하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조조와 손권이 유수구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한동안 형주도 별일 없을 겁니다.”


“알겠소, 그리 하리라.”


이에 유비는 남군의 제갈량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전령을 보냈다. 며칠 뒤, 제갈량이 유비가 보낸 서신을 받아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군사중랑장, 우리 군은 연승을 거듭해 낙성까지 진격했지만, 성을 함락시키기엔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오. 그러니 정로장군 장비 등과 함께 신속히 지원을 와 주시오.

내 탕구장군 관우를 동독형주사(董督荊州事)로 임명하니, 탕구장군에게 형주의 수비를 맡기도록 하시오.’


유비의 서신을 읽은 제갈량은 왠지 꺼림직했다.

'관우 장군은 만인지적으로 위명이 높으니, 적은 병력으로도 많은 적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너무 교만하여 외교에는 약할 텐데, 차라리 내가 조운과 함께 형주를 지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제갈량은 형주의 수비를 자청하고 싶었지만, 전령이 오가는 사이에 서촉 정벌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되었다. 결국 제갈량은 유비의 명에 따라 장비, 조운과 함께 병사 2만을 거느리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후 장비와 제갈량은 협구, 자귀, 무, 임강을 거쳐 강주의 초입까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당도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제갈량이 장비에게 말했다.


“장군, 이곳 강주부터는 적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군대를 둘로 나누어 한쪽이라도 먼저 낙성에 도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소, 그럼 어떤 경로로 낙성에 갈지 상의해 봅시다!”


제갈량의 제안에 따라, 장비와 제갈량은 병력을 나누어 움직였다. 장비는 강주성을 점령한 후 부수를 타고 북진하여 덕양, 광양현을 거쳐 낙성으로 가기로 하였고, 제갈량은 조운과 함께 강주 서쪽의 강양현을 거쳐 낙수를 타고 북진해 한안, 자중현을 지나 낙성으로 가기로 하였다. 이것은 주변지역을 평정해, 성도와 낙성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때 강주성은 파군태수 엄안이 지키고 있었는데, 엄안은 유장이 유비를 초청하자 다음과 같이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것은 산 위에서 호랑이를 불러다가 자신을 지켜달라고 하는 격이구나! 앞으로 큰일이 생길 것이다!”


그 후 엄안은 강주성의 방비를 엄히 하며 유비 군의 침략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장비가 쳐들어온 것이었다. 장비는 지나온 군현들처럼 강주성도 별다른 저항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항복을 권유하는 사자를 보냈다. 하지만 엄안은 장비가 보낸 사자를 호되게 꾸짖어 내쫓았다.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장비에게 내 머리를 얻기 전에는 이 성을 얻을 수 없다고 전해라! 단칼에 네 목을 베려다가, 장비에게 말을 전할 사람이 없어서 살려주는 것이다.”


사자가 허둥지둥 돌아가서 장비에게 말을 전하자, 장비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익주에도 사내다운 녀석이 있었나 보군. 그럼 소원대로 목을 베어주마!”


성을 공격하기에 앞서, 장비는 주변 지형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강주성은 험한 산을 끼고 만든 산성으로 빈틈이 딱히 보이지 않았고, 장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단기간에 이 성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다. 설사 성을 함락시킨다 해도, 병력 손실이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고 강주성을 버리고 가자니, 배후를 공격 당할 것이 염려되고..’


며칠 동안 장비가 성을 얻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장교 하나가 들어와서 말했다.


“장군, 강주성을 우회하는 샛길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샛길을 따라가면 성의 뒤편으로 나오는데, 그곳은 지형이 그리 험하지 않습니다.”


“좋다! 성을 정면에서 공격해 적의 눈을 속인 다음, 내일 새벽에 샛길로 나아갈 것이다. 장수들을 소집하거라!”


장비는 장수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설명한 다음, 곧바로 성을 공격하게 하였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던 장비가 강주성의 남문 쪽으로 공격해 오자, 엄안은 수하 장교에게 말했다.


“아마도 적은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공격하는 척 상대를 속이고 서쪽을 공격함)를 생각했을 것이다. 샛길과 연결되는 북문의 수비를 강화하도록 하거라.”


“예, 장군. 예비 병력을 북쪽에 배치시키겠습니다!”

65. 장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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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4 1 10쪽
50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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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8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9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63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41 1 11쪽
43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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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4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5 1 11쪽
»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4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2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6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1 2 9쪽
35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5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4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2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8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6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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