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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538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9.13 14:55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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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DUMMY

이러한 배경 때문에, 유비가 잔뜩 주위를 경계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술이 두어 순 돌자, 유표의 수하인 이적(伊籍)이 다가와 술을 따르다가 유비의 옷에 술을 흘리고 말았다.


“어이쿠, 제가 술에 취해 결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오십시오!”

이적이 남들 모르게 유비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적이 나에게 자리를 피하라고 말하고 있구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비가 조용히 밖으로 나갔는데, 마구간 깊숙한 곳에 무사들이 숨어 있는 것이 보였다.


‘잘못 하다간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되겠구나!’


유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자신의 말인 적로의 말고삐를 쥐고 살금살금 마구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동안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유비는 마구간이 멀어지자 말에 뛰어올라 부지런히 채찍질을 하였다.



잠시 후, 유비가 양양성 서쪽의 단계천(檀溪川)에 이르렀는데, 수심이 제법 깊어 말이 건널 수가 없었다. 이에 유비가 말머리를 돌리는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다. 말발자국이 이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외치는 소리를 들은 유비는 한층 마음이 다급해졌고, 애절한 목소리로 적로에게 속삭였다.


“적로야, 오늘 재앙이 닥쳤으니 나를 위해 힘내주지 않겠느냐!”


원래 적로라는 말은 이마에 흰 무늬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 무늬가 불길하다고 여겨 적로가 주인을 해치는 말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유비는 개의치 않고 적로를 타고 다녔는데, 위급한 상황이 되자 적로에게 주인을 해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적로는 유비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로는 뒷걸음질을 쳐서 한참을 움직이더니,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여 단계천 앞에서 뛰어 올랐다. 적로는 하늘을 나는 듯이 무려 3장(丈, 약10m)이나 뛰었고, 덕분에 유비는 단숨에 단계천를 건널 수 있었다. 이렇게 무사히 신야로 돌아온 유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채모와 괴월이 날 싫어하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내 목을 노릴 줄이야! 밖으로는 조조가 버티고 있고, 안으로는 채모와 괴월이 있으니 이 난국을 어찌 헤쳐나간단 말인가?!’


유비는 자신을 위해 계책을 내어줄 책략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유비 휘하에 관우, 장비, 조운, 진도 등 훌륭한 장수들이 있었지만, 지략이 뛰어난 참모는 딱히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조조는 본인이 뛰어난 지략가이면서 순욱, 순유, 곽가, 정욱 등 훌륭한 참모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유비는 자신이 왜 조조에게 상대가 안 되는지를 다시금 느끼면서, 훌륭한 선비를 찾겠다고 다짐하였다.



다음날부터 유비는 은밀히 주변을 수소문해 형주 인근의 뛰어난 인재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마침 유비를 만나러 왔던 이적이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유공, 양양의 현산에 수경선생이라 불리는 분께서 계십니다. 이름은 사마휘(司馬徽), 자는 덕조(德操)인데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인물을 평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을 찾아가셔서 인재를 추천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백(機伯)공, 참으로 고맙소!”


이적의 말에 유비는 크게 기뻐하며 사마휘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사마휘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유비를 맞이하는데, 그 신선 같은 모습에 유비의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한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고, 마침내 유비가 본론을 꺼냈다.


“제가 한 황실을 일으켜 세우는데 부족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하는데, 지혜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경선생께서 세상 이치에 통달하셨다고 들었으니,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자 사마휘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재능이 없어 시골에 묻혀 사는 저 같은 늙은이가 어찌 천하 대사를 알겠습니까? 천하 대사를 아는 사람을 준걸(俊傑)이라 하는데, 복룡(伏龍 : 누워있는 용)이나 봉추(鳳雛 : 새끼 봉황)라면 준걸이라 할 수 있겠지요”


“복룡과 봉추는 누구입니까?”


“용과 봉황은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도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유비가 재차 그들의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 간청했지만, 사마휘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더 이상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비는 공손히 작별 인사를 하고 사마휘의 집을 나섰다.



별 소득 없이 신야로 돌아온 유비가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데, 어느날 관청의 입구를 지키는 병졸이 와서 말했다.


“한 젊은이가 장군을 뵙기를 청합니다.”


“들어오라 하게.”


잠시 후, 방안에 들어온 젊은이가 절을 하고 말했다.

“소인은 서서(徐庶)라고 합니다. 좌장군께서 인재를 찾으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뵈었습니다.”


서서는 자를 원직(元直)이라 하며, 예주 영천(潁川)출신이었다(조조의 책사인 순욱, 순유, 곽가도 영천 출신임). 서서의 원래 이름은 서복으로 어려서 유협 생활을 즐겼는데, 하루는 친구의 원수를 갚아주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서복은 살인죄로 체포되었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옥에 성공하였다.

이때부터 서복은 유협 생활을 청산하고 이름을 서서로 바꾼 뒤 학문에 힘쓰기 시작 하였다. 이후 서서는 북방의 전란을 피해 형주로 피난을 왔다가 사마휘 휘하에서 학문을 익혔는데, 사마휘에게 유비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온 것이었다.


유비가 서서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 지혜가 뛰어난 것이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이에 유비는 서서를 가까이 두고 여러 가지 일을 의논했는데, 하루는 유비가 서서에게 말했다.


“내 비록 병사수는 부족하지만 서원직 같은 인재가 옆에 있으니, 조조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서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군께서는 아직 인재가 부족합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을 얻으셔야 조조를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형주 일대에 원직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겠소?!”


“제 지인 중에 제갈량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재주가 어찌나 뛰어난지 복룡이라 불리고 있지요.”


이말에 유비가 화들짝 놀라, 지난번 사마휘가 해준 말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서서가 빙그레 웃으며 복룡과 봉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경선생께서 말씀하신 복룡은 제갈량(諸葛亮) 공명(孔明)이고, 봉추는 방통(龐統) 사원(士元)을 말합니다. 봉추는 날갯짓을 하기 위해 강동으로 간 것 같은데, 와룡은 아직 제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이에 유비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공명을 선생의 높으신 재주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 할 수 있소?”


“공명을 밝은 해라 한다면 저는 그저 반딧불에 불과합니다. 이 사람은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교하고 있으니, 가히 천하를 주름잡을 인재입니다.”


이때 서서가 추천한 제갈량이란 인물은 한나라 사례교위 제갈풍(諸葛豐)의 후손으로, 서주 낭야 양도현 출신이었다. 제갈량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고,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자 삼촌 제갈현이 있는 형주로 피난을 왔다. 이후 자신을 돌봐주던 제갈현이 세상을 떠나자, 제갈량은 학문에 힘쓰며 동생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서서가 제갈량을 엄청난 인재라고 극찬하자, 유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께서 그와 친분이 있으시면 그를 데려와 주시구려!”


이에 서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명이 몸을 굽혀 장군을 찾아 뵙게 할 수는 없습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장군께서 몸을 낮추어 직접 찾아가셔야 합니다.”


“알겠소, 선생보다 뛰어난 인재라는데 내 무엇인들 못하겠소?!”



다음날, 유비는 채비를 갖추고 호위무장인 조운과 함께 제갈량의 거처로 향했다. 제갈량의 집은 남양의 등현에 있었는데, 양양성에서 서쪽 20리에 위치한 융중(隆中)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융중에 도착한 유비는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쉽게 제갈량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똑똑..”


잠시후,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나왔다.


“누구신지요?”


“저는 신야에 사는 유비 현덕이라고 합니다.”


“아! 유비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제갈량 선생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저는 제갈량의 동생 제갈균이라고 합니다. 형은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갈균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유비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갈량 선생께 신야의 유비가 다녀갔다고 말씀 전해주십시오.”


인사를 마친 유비는 말에 올라 조운과 함께 다시 신야로 향했다.


며칠 뒤 유비는 사람을 시켜 제갈량이 집에 있는지 확인한 후, 다시 융중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비를 맞이하는 것은 제갈균이었다.


“유비님, 송구합니다. 형은 오늘도 집을 비웠습니다..”


“공명선생이 집에 계시다 듣고 왔는데, 선생께선 어디를 가신 것입니까?”


“형은 강동에 있는 맏형 제갈근을 만나기 위해 한시진 전에 길을 떠났습니다···.”


“어허···”


유비는 탄식을 내뱉고 한참을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붓과 종이를 좀 내어주시겠습니까? 공명선생에게 서신 한 통 남기고 가겠습니다.”


유비는 ‘유비가 공명선생의 높으신 이름을 사모하여 간절히 만나 뵙기를 청한다’ 라고 글을 써서 제갈균에게 주고, 신야로 발길을 돌렸다.

48. 제갈량_R.pn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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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1.09.13 20:52
    No. 1

    삼고초려가 시작되었군요. ^^
    교룡득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9.14 16:36
    No. 2

    교룡이 5년만 물을 일찍 만났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이미 조조가 중원을 평정하고 기반을 다진 후라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1.09.15 11:12
    No. 3

    그러게 말입니다.
    교룡이 득수는 했지만 승천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니 애석한 일입니다. ^^

    제갈균은 손권의 책사로 활약하는데 어찌
    형제가 서로 다른 주군을 모시게 된건지 조금
    의아합니다. 뭐 그런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9.15 19:16
    No. 4

    제갈량이 뒤늦게 손권 휘하로 들어가면 기존의 인재풀을 뚫고 돋보이기 힘들었겠지요. 손권은 전형적인 수성형 군주여서 제갈량에게 안 맞는점도 있었을 것 같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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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4 1 10쪽
50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6 1 11쪽
49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7 1 11쪽
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8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9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63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41 1 11쪽
43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5 1 10쪽
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9 1 10쪽
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4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5 1 11쪽
39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4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2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6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1 2 9쪽
»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6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4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2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8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6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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