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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425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2.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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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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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DUMMY

적의 화살이 빗발치는 가운데, 왕쌍은 병사들과 함께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위군이 거리를 좁혀오자, 주환은 병사들에게 활을 버리고 접근전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한편 배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조가 외쳤다.

“좋다, 이제 남은 병력도 모두 상륙해라!”


이에 위군이 남아있던 배를 모두 강가에 대는데, 갑자기 뒤편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에 상조가 깜짝 놀라 몸을 돌리는 데, 화살 하나가 그의 어깨에 박혔다.


“우욱!”


상조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는 선계로 향했던 엄규의 부대가 배를 타고 위군을 공격한 것이었다.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지휘관마저 죽어버리자, 상조의 군대는 큰 혼란에 빠져 버렸다. 위군은 1천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고, 제갈건이 겨우 혼란을 수습해 군을 퇴각시켰다. 퇴로가 끊긴 선봉장 왕쌍은 오군의 포로가 되고 말았으니, 참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중주에서 대승을 거둔 주환은 강을 건너 유수로 향했다. 하지만 주환의 목적지는 유수성이 아닌, 적장 조태가 세워놓은 영채였다. 주환은 조태가 유수성 공략에 집중하느라 영채의 수비를 허술히 했을 거라 생각 했는데, 그 예상은 적중했다.

주환은 간단히 위의 수비병력을 물리치고, 병사들을 시켜 영채에 불을 놓았다. 잠시 후, 이 소식이 조태에게 전해졌다.


“장군, 적의 기습입니다! 적이 영채에 불을 질렀습니다!!”

“뭐라고?!”


조태는 건업에서 적의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하고, 황급히 병사들에게 퇴각을 명했다. 하지만 조태를 호락호락 보내 줄 오군이 아니었으니, 주소가 성문을 열고 위군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앞뒤로 오군을 맞은 조태는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싸움에서 패한 조태는 탁고의 본진으로 후퇴하였고, 수많은 병사와 공성기기, 군량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오군에게 대패를 당하자, 조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조인은 조조를 따라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승리를 거둔 백전노장이었고, 용맹 또한 뛰어나 위나라에서 천인(天人: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 불릴 정도였다. 그런 조인이 무명에 가까운 주환에게 철저히 당한 것이었다.

결국 조인은 패배에 대한 수치심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앓아 누웠고, 위군은 장제의 지휘하에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후 조인은 군중에서 죽고 말았으니, 223년 황초4년 3월, 그의 나이 56세였다.




이렇게 위나라의 유수구 공략이 실패로 끝날 무렵, 다른 두 곳의 전장도 승부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강릉성을 둘러싼 전투는 처음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손성과 제갈근의 지원군이 모두 패하여 물러 났지만, 주연은 겨우 5천의 병력으로 꿋꿋하게 강릉성을 지켜냈다. 조진은 땅굴을 파고 성 앞에 토산과 높은 대를 쌓아 비 오듯 화살 공격을 퍼부었지만, 주연은 장졸들을 격려해 이를 막아 냈다. 이처럼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자, 하후상이 조진에게 계책을 올렸다.


“장군, 힘으로 성을 빼앗기 어려우니 적이 성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들은 강 건너편에 있는 제갈근과 반장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인데, 이들을 물리치면 성안 사람들의 마음이 꺾일 겁니다.”


“좋은 방법이 있는가?”


“앞서 적군이 주둔했던 모래섬에 우리 대군을 주둔시키고, 부교를 설치해 강의 북쪽과 남쪽을 연결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신속하게 남북을 오가며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알겠네, 자네 뜻대로 하게!”


조진의 허락을 받아낸 하후상은 곧바로 계책을 실행에 옮겼다. 위군은 배를 이용해 모래섬으로 이동한 다음, 남과 북으로 부교를 설치하는 작업을 개시하였다. 이 모습을 본 제갈근이 부교를 만드는 위군을 공격하려 하는데, 반장이 말리고 나섰다.


“장군, 지금 적과 싸우면 안됩니다. 위군은 잇따른 승전으로 기세가 오른 상태이고, 강물이 얕아 기병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적을 공격하면 우리의 피해가 더 클 겁니다.

차라리 적이 섬 안에 모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그때는 강물이 크게 불어날 것이니, 저들은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네. 허나 강릉성이 그때까지 버티겠는가?!”


“적이 모래섬으로 병력을 옮기는 것은, 강릉성 공략이 여의치 않아 다른 방법을 찾는 겁니다. 앞으로 몇 주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알겠네. 자네 의견대로 하세!”


반장의 말에 따라, 제갈근은 때를 기다리며 참기로 했다.




이때 조비는 완성까지 내려와 조진과 하후상의 군대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후상이 부교를 설치해 모래섬에 군을 주둔시킨다는 계획을 전하자, 조비는 수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을 하는데, 동소가 반박하고 나섰다.


“군대가 모래섬에 주둔하는 것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깊은 곳에 들어가는 것이고, 부교는 부실한 좁은 다리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모두 병법에서 금하는 행동입니다.

적이 부교를 없애버리면, 우리 군사들은 고립되고 맙니다. 결국 병사들은 목숨을 구하려고 오에 투항할 것이니, 폐하께서는 살펴 주십시오!”


“그렇군!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조비는 급히 전령을 보내 ‘모래섬에 주둔한 병력을 모두 철수시켜라’고 명을 전했다.


동소의 우려대로, 반장은 부교를 파괴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반장은 장강의 상류지점에서 갈대를 베어 뗏목을 만들고 있었는데, 강물이 불어나면 뗏목에 불을 붙여 떠내려 보내 부교를 불태울 심산이었다.

다행히 강물이 불어나기 전에 조비가 보낸 전령이 도착했고, 하후상은 허둥지둥 병사들을 강북으로 철수시켰다. 하지만 부교의 폭이 매우 좁았기 때문에, 강을 급하게 건너다가 빠져 죽는 병사들이 속출하였다.


이렇게 위군의 모래섬 주둔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는데, 또 다른 악재가 군대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앞서 강릉성 안에 유행했던 전염병이 성 밖 위군 군영으로 퍼진 것이었다. 오랜 공성으로 병사들이 지친 상태에서 전염병까지 돌자, 조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 해 3월, 결국 조진은 전군에 회군을 명했다.




한편 동포의 조휴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범이 오의 수군을 재정비하는 바람에, 조휴는 함부로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릉과 유수구에서 승전보가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릉과 유수구에서 위군이 승리를 거두면, 동포의 오군이 그쪽으로 움직일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강릉과 유수구의 위군이 모두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오군은 동포에 전력을 집중할 겁니다. 아쉽지만 철군하셔야 합니다.”


“알겠소, 우리 대군이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가게 되다니···”


장패의 진언에 조휴는 어쩔 수 없이 철군을 명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이들의 회군 길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으니, 병을 앓던 장료가 진중에서 죽고 만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비는 매우 슬퍼하며 죽은 장료에게 강후(剛侯)라 시호를 내리고, 아들 장호(張虎)에게 후사를 잇게 하였다.

223년 황초 4년 3월, 야심차게 시작했던 조비의 오나라 정벌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 한의 유비는 백제성에 머물고 있었다. 이릉 전투가 끝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참패를 당한 유비는 성도로 돌아갈 면목이 없었다. 이에 백제성의 이름을 영안궁이라 바꾸고,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유비는 그 동안 수많은 패배를 겪었지만, 대부분 전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친 것이었다. 그래서 유비가 패해도 병사들이 많이 죽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릉 전투는 달랐다. 유비는 무려 8만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나갔지만, 살아 돌아온 병사는 1만이 채 안되었다. 자신 때문에 죽은 수많은 병사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유비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의 더욱 슬프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표기장군 마초가 병으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마초는 한때 조조도 두려워했던 맹장이었지만, 그의 유언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신의 가문 200여 명이 모두 조조에게 몰살당하고 사촌동생 마대만 살아 남았습니다. 마대를 통해 가문의 제사가 끊기지 않게 해주시길 폐하께 부탁 드립니다.’


유비는 47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마초에게 위후(威侯)라 시호를 내리고, 아들 마승(馬承)이 후사를 잇도록 해 주었다.




이후로도 유비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유비는 자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깨닫고 승상 제갈량, 상서령 이엄을 영안궁으로 불러 들였다. 그러자 제갈량은 황태자 유선에게 성도를 지키게 하고, 여러 신하들과 함께 유비의 둘째 아들 노왕 유영, 셋째 아들 양왕 유리를 모시고 영안궁으로 달려갔다.

다음날 제갈량, 이엄 등이 영안궁에 도착해 유비를 만났는데, 유비의 얼굴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에 제갈량 일행이 눈물을 참으며 인사를 올리는데, 유비가 이엄에게 말을 걸었다.


“정방(正方), 촉의 선비 중 그대와 법정 덕분에 짐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소. 하지만 법정이 무심하게 먼저 가버리고 그대만 남았구려.

내 앞서 그대를 상서령에 임명한 것도, 법정의 몫까지 나라를 위해 일해달라는 뜻이었소. 내가 없더라도 부디 내 아들 유선을 보필해 한을 잘 이끌어 주시오. 내 그대에게 추가로 중도호 벼슬을 내릴 테니, 그대의 군사적 재능을 살려 나라를 지켜주시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나이다!”


이엄이 눈물을 흘리며 물러나자, 유비는 주변을 힘겹게 둘러본 후 말했다.


“내 승상에게 따로 할말이 있소. 다른 사람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겠소?”


잠시 후 신하들이 물러가자, 유비가 입을 열었다.


“승상이 보기에 마속의 재주가 어떠하오?”


“잘 키우면 우리 한의 큰 인재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소. 마속은 말이 실제보다 앞서니, 너무 크게 쓰면 나라에 해를 끼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85. 조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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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악지유
    작성일
    22.04.19 13:26
    No. 1

    유비가 그래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제갈량이 이 유비의 유언을 깜빡해서 읍참마속 이라는
    명언을 만들어 내게 함. 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2.04.24 18:49
    No. 2

    모 삼국지 관련서적 저자는 제갈량이 선택한 인재는 거의 다 최악이라고 욕하기도 했죠. 마속을 쓸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전투에 생초짜를 넣은건 정말 잘못이었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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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1 1 10쪽
50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2 1 11쪽
»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2 1 11쪽
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6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7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59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38 1 11쪽
43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3 1 10쪽
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5 1 10쪽
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2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4 1 11쪽
39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1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0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2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0 2 9쪽
35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1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3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0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7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3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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