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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426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12.24 10:00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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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DUMMY

유장은 척후병의 보고를 받고, 북문 성벽으로 올라가 밖을 바라보았다. 많은 기병들이 질서 정연하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선두에 선 병사가 커다란 대장기를 들고 있었다.


“도정후(都亭侯) 마초(馬超)···.”


대장기의 글씨를 읽은 유장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당시 관중과 익주 지방에서 마초의 위명이 엄청났기 때문에, 마초의 등장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앞서 무도의 저족 부락에 머물던 마초는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로와의 관계는 끝나 버렸고, 강족과 저족에게 추가로 병력을 지원 받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에 유비가 승승장구하여 낙성까지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초는 유비에게 귀의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마초는 유비에게 서신을 보내 뜻을 전했고, 유비는 이를 흔쾌히 허락하였다. 그 후 유비는 마초에게 은밀히 병사 3천을 보내, 마초가 성도 북문으로 달려오도록 한 것이었다.


간신히 마음을 잡으며 성을 지키던 유장은 마초의 등장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유비에 이어서 마초까지··· 하늘이 날 버리신 것인가!···.’




며칠 뒤, 유장은 회의를 소집해 성 안의 주요 참모와 장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어리석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겠소. 성문을 열고 유비에게 항복해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하오.”


그러자 유파(劉巴)가 나서서 말했다.

“장군, 성안에 아직 3만에 달하는 병사가 있고, 식량도 1년은 버틸 만큼 비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리 쉽게 항복을 논하십니까? 우리가 굳게 성을 지키고 있으면, 식량이 떨어진 유비는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조공이나 손권이 형주를 공격한다면, 유비는 스스로 무너질 겁니다!”


이렇게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유파는 원래 유비와 악연이 있었다. 유파는 원래 형주에 있다가 조조에게 투항했는데, 조조는 유파에게 장사, 영릉, 계양 등 남형주 지역을 안정시키는 임무를 맡겼다. 그런데 유비가 남형주를 점령하자, 유파는 유비를 따르지 않고, 교지를 거쳐 익주까지 달아났던 것이었다.

유파의 말에, 유장은 한동안 회의실을 걷다가 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부자(父子)가 20여년간 익주에 있으면서 딱히 백성들에게 베푼 것이 없소. 지금 햇수로 3년째 전쟁을 치르며 백성들의 시체가 들판에 널렸으니, 내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소?!

유비에게 항복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내 마지막 배려가 될거요.”


유장의 서글픈 말에 회의실 안은 울음바다가 되었는데, 병사 하나가 들어와 말했다.


“촉군태수 허정이 성벽을 넘어 적에게 투항하려다가 체포됐습니다!”

“당장 허정의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높이 거십시오!”


유파 등의 관리들이 허정의 목을 베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유장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대세가 기운 마당에 사람을 죽여 무엇 한단 말이오. 그저 옥에 가둡시다.”




다음날 유장은 사자를 보내 유비에게 항복할 뜻을 전했고, 유비는 간옹을 성 안으로 들여보내 항복조건을 논의하게 하였다. 유비가 중요한 임무를 맡는 사자로 간옹을 뽑은 것은, 유장이 간옹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간옹은 성격은 오만했지만 늘 재치 있는 풍자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는데, 부성에서 100일간 연회가 열렸을 때도 유장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훗날 익주에 가뭄이 들어 유비가 금주령을 내렸는데, 담당 관리들은 민가를 수색해 술 빚는 도구만 보여도 처벌하려 들었다. 하루는 간옹이 유비와 길을 걷다가 한 쌍의 남녀가 길을 걷는 것을 보고 말했다.

“저들을 빨리 포박하십시오.”

“어째서 그러는가?”

“저들은 음란한 짓을 하는 도구를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자 유비가 크게 웃으며 술 빚는 도구 때문에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평소와는 달리, 유장을 만난 간옹은 공손하게 말했다.


“좌장군도 유익주께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유익주의 개인 재산을 보장하고 신변을 확실히 보호해 드린다고 맹세하셨습니다.”


그러자 유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와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소. 다만, 항복을 반대한 내 수하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길 바라오.”


“좌장군은 익주의 땅보다도 인재들을 필요로 하고 계십니다. 항복을 반대한 장수들은 오히려 그 절개를 높이 평가해 후히 대접하실 겁니다.”


“좋소···”




다음날 아침, 유장은 익주목의 인수를 가지고 간옹과 같은 수레에 올라 성문을 나섰다. 잠시 후 유장의 수레가 도착하자, 유비가 황급히 달려나가 유장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내 본심이 이랬던 것은 아닌데, 형세가 이리 되고 말았네. 계옥(季玉), 정말 미안하네!”


“익주의 백성들을 잘 부탁 드립니다..”


“물론이네, 내 아무도 해치지 않고 백성들을 잘 보살피겠네. 고맙네!”


유비는 유장과 함께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성으로 향했고, 성안의 백성들은 집집마다 향을 피우고 등불은 걸어놓은 채 절을 하며 유비를 맞이했다. 214년 건안 19년 가을, 2년여의 전쟁 끝에 유비가 마침내 익주를 손에 넣었다.


유비가 휘하 장수들과 함께 익주목의 관청에 들어가자, 유장을 섬기던 관리들이 모여 있다가 절을 올렸다. 그러자 유비가 고개를 돌려 법정에게 물었다.


“익주의 이름난 선비 중에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이 있소?”


이에 법정은 주위를 빙 둘러본 뒤 말했다.

“유파와 황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관청을 지키던 병사가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장군, 황권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어서 들어오게 하라!”


잠시 후, 황권이 들어와 절을 한 후 말했다.

“주인을 지키지도 못하고 광한현에 머물고 있다가, 유익주께서 항복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찾아 뵙습니다.”


그러자 유비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공형(黃公衡)이 끝까지 유익주를 위해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들었소. 앞으로는 나를 위해 충언을 아끼지 말아 주시오.”


황권이 말 없이 고개를 조아리는데, 법정이 입을 열었다.

“유파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 문을 걸어 잠궜다고 합니다.”


그러자 유비의 장수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병사들을 보내 당장 유파를 잡아 들이십시오. 유파의 목을 베어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유비는 손을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유파에게 해를 가하는 이가 있다면, 내가 그 자의 삼족을 멸할 것이오!”


이 소식을 들은 유파가 유비를 찾아와 죄를 빌었고, 기분이 좋아진 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지나간 일은 말해서 무얼 하겠소? 난 자초(子初)와 같이 큰 선비를 얻을 수 있어서 기쁠 뿐이오!”

“송구합니다. 유공..”




이처럼 유비가 자신에게 끝까지 반대했던 인재들을 포용하자, 익주 사람들은 유비의 도량이 넓다며 기뻐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었으니, 제갈량이 사람 하나를 내치자고 주장하였다.


“이제 익주가 평정되었으니, 한 하늘 아래 두 명의 주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장을 형주로 보내시지요.”


“익주를 얻자마자 유장을 멀리 보내면, 사람들이 날 너무 매정하게 볼 것 아니요?! 게다가 유장은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음모를 꾸밀 사람이 아니오.”


하지만 제갈량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유계옥은 착하고 순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유장이 계속 성도에 머물면, 주공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익주 토박이들이 유장을 내세워 반기를 들 수도 있습니다.”


“알겠소···”


다음날 유비는 유장을 위해 잔치를 열어주어 그를 위로한 후, 익주를 떠나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유장은 진위장군의 인수와 재산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형주의 공안으로 떠났다.




이렇게 유장을 떠나 보낸 후, 유비는 항복한 익주의 인재들에게 상과 벼슬을 내렸다. 익주 정벌의 일등공신인 법정에게는 촉군태수(蜀郡太守) 겸 양무장군(揚武將軍)이라는 높은 관직을 내렸고, 동화는 장군중랑장(掌軍中郎將)으로 삼아 제갈량을 돕도록 하였다. 유파를 좌장군으로, 황권을 편장군으로 임명했으며 그 외 항복한 장수 수십 명을 대부분 승진시켜 주었다.

하지만 유비가 구상한 승진 명단에 허정은 빠져 있었다. 허정은 인물평가로 유명한 허소의 사촌형으로, 천하에 이름이 드높은 선비였다. 하지만 성도가 포위되자 몰래 유비에게 항복하려 했기 때문에, 유비는 허정이 실속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자 법정이 나서서 말했다.


“주공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허정은 실속 없이 헛된 이름만 얻었습니다. 하지만 주공께서는 허정을 중용하셔야 합니다!”


이에 유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찌하여 그런가?”

“주공께서 대업을 추구하시면서, 천하 사람들에게 작은 일까지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헛된 이름이 널리 퍼진 허정을 중용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은 주공이 어진 이를 몰라본다고 오해할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유비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속 없는 자를 중용하여 세상의 신뢰를 얻는다··· 알겠소, 내 경의 말에 따르겠소.”


유비는 허정을 좌장군 겸 장사에 임명하고, 형주 출신 장수들의 관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관우는 탕구장군의 직위를 유지하며 계속 형주를 다스리게 했고, 장비는 정로장군직을 유지하며 파서태수를 겸하게 하였다. 또한 마초는 평서장군(平西將軍), 황충은 토로장군(討虜將軍), 조운은 익군장군(翊軍將軍), 위연은 아문장군(牙門將軍)에 임명해 그 공을 치하하였다. 그리고 제갈량은 군사장군(軍師將軍)으로 임명해, 성도를 지키며 병사와 식량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법정, 관우, 장비, 제갈량의 공이 특별히 크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금 5백근, 은 천근, 돈 5천만전, 비단 천 필을 추가로 내렸다. 그 외에 손건 등 형주에 있는 장수들에게도 각기 상을 주었다.

67. 유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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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악지유
    작성일
    21.12.24 14:39
    No. 1

    재정이 그리 여유롭지도 못할텐데 포상금이 좀
    과한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4인, 모두에게 주려면 황금 2천근, 은자 4천근,
    돈은 2억만 전 이나 필요하니...
    황금이나 은은 아주 귀했을텐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12.24 17:11
    No. 2

    그러게요. 오랜 전쟁으로 백성들의 삶이 어려웠을텐데... 그런데 전후 포상이 두둑하지 않으면 장병들이 목숨걸고 싸우지 않겠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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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1 1 10쪽
50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2 1 11쪽
49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2 1 11쪽
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6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7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59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38 1 11쪽
»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4 1 10쪽
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5 1 10쪽
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2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4 1 11쪽
39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1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0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2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0 2 9쪽
35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1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3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0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7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3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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