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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503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2.07.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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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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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97. 보급에 발목을 잡힌 제갈량(2인자의 반란)(下)

DUMMY

하지만 사마의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상황에서 제갈량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굳이 군대를 움직여 병사들을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겠소?! 편안하게 있다가 적이 허점을 보일 때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오!”

“알겠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위군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한군은 또 다시 영채를 빼어 후퇴하기 시작했다. 한군은 20리 정도 남하 하였고, 사마의는 슬금슬금 그 뒤를 따라가 산에 의지해 영채를 세웠다.

그러자 제갈량은 군대를 둘로 나누어, 일군은 왕평에게 주어 산의 남쪽에 진을 치게 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거느리고 산의 북쪽에 진을 쳤다. 이렇게 산의 앞뒤에 진을 친 한의 병사들은 위군에게 또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는 싸우러 왔냐? 아니면 군량을 축내려 온 거냐? 어차피 싸울 생각이 없다면 여자로 군대를 구성해 오너라! 그러면 우리가 잘 보살펴 주겠다! 하하하”


이러한 한군의 조롱에, 위의 장수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분노한 장수들은 한 목소리로 사마의에게 싸울 것을 요구했는데, 가허(賈栩), 위평(魏平) 등은 사마의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대장군, 왜 출진명령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대장군께서 적을 호랑이처럼 두려워하시니,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


일개 장수가 대장군에게 항명을 한 셈이니, 군법에 따라 처형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사마의를 원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처벌하면 군심만 나빠질 것이 뻔했다. 난감해 하던 사마의는 결국 출전 명령을 내렸다.


“좋다, 내 촉의 오랑캐들에게 대국을 위엄을 보여줄 것이다! 반드시 승전보를 가져오거라!”

“네, 알겠습니다!”


사마의는 장합에게 산 남쪽에 위치한 왕평의 군영을 공격하게 하고, 자신은 북쪽 제갈량의 본영으로 향했다.




231년 건흥9년 5월, 마침내 한과 위의 군대가 교전을 벌였다. 위의 선봉부대는 가허와 위평이 이끌었고, 한의 선봉장은 위연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위의 장졸들은 그 동안 받은 치욕을 씻겠다는 듯 맹렬하게 돌진하였다. 이러한 적의 기세에, 한의 병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퇴하라! 후퇴하여 군을 재정비한다!”


위연의 지시에 따라 한군은 후퇴를 시작했고, 가허와 위평은 신이 나서 병사들에게 외쳤다.


“적을 모조리 죽여라! 적의 수급(首級: 적군의 머리)을 가져오는 대로 상금을 내린다!”


하지만 후방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마의는 아무래도 찜찜했다.

‘촉의 병사들은 매우 강한데, 저렇게 쉽게 물러 나는 것이 수상하다.. 공명이 유인책을 쓰는 것 아닐까?!’


적의 계략에 빠질 것이 걱정된 사마의는 ‘추격을 멈추라’고 전령을 보냈지만, 가허는 이를 무시하고 추격을 계속 하였다. 그러자 사마의는 선봉대가 고립될 것을 우려해, 본대를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허와 위평이 열심히 한군을 추격하는데, 느닷없이 징소리가 크게 울렸다.


“우와아아!!”


함성 소리와 함께 숲 속에서 복병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앞장 선 장수는 고상(高翔)과 오반(吳班)이었다. 그러자 달아나던 위연의 군대도 말머리를 돌려 반격에 나섰다.

이렇게 삼면에서 공격을 받은 위의 선봉대는 큰 혼란에 빠졌고, 위연, 고상, 오반은 용맹을 뽐내며 닥치는 대로 적군의 목을 베었다. 결국 위의 선봉대는 대패했고, 가허와 위평은 난전 중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사마의의 본대가 구원에 나선 덕분에, 위군은 전멸은 피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군이 거둔 성과는 눈부셨는데, 적군 3천명의 목을 베고, 갑옷, 활 등의 군수물자를 산더미처럼 빼앗았다.




이때 산 남쪽을 공격하던 장합도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전노장 장합의 지휘하에 위군이 일사 분란하게 공격을 해 보았지만, 왕평이 이끄는 한군의 수비도 만만치가 않았다. 한의 병사들은 참호, 녹각 등을 활용해 화살을 쏘아댔고, 장합은 별다른 소득 없이 말머리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군이 대승을 거두자, 전황은 크게 요동쳤다. 그 동안 한군을 얕잡아봤던 위의 장졸들은 한군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세 번의 북벌 끝에 승리를 거둔 한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하늘은 한군의 편이 아니었다. 여름이 되자, 한중 일대에 장마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에 한중의 산길이 끊어지고 막히면서, 군량 운반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제갈량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한중에 군량 수송을 독촉했지만, 이엄은 제때 군량을 운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렸다. 이러한 이엄의 보고에 제갈량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위의 주력군을 궤멸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시간문제인데, 군량 때문에 대업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전군에 퇴각을 명했다.


한편 한군이 승기를 잡고도 퇴각하자, 사마의가 장합을 불러 말했다.


“적이 우세한 상황에서 퇴각을 하니, 군량이 떨어진 것이 분명하오. 내 공에게 군대를 빌려 줄 테니, 적을 추격해 주시오.”


“대장군, 병법에서 말하길 성을 포위할 때는 적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퇴각하는 적은 쫓지 말라 하였습니다. 지금 적은 패해서 달아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물러가는 것이니, 우리의 추격에 대비를 할 겁니다. 적의 복병을 만다면 득보다 실이 많으니, 추격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적군은 여름 장맛비 때문에 군량이 떨어져 급히 퇴각하느라 복병을 준비할 여유가 없을 것이오. 또한 비 때문에 한중의 산길이 더욱 좁아졌으니, 적의 퇴각 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을 공격해야 하오!”




이렇게 사마의가 강경하게 나오자, 장합은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거느리고 추격에 나섰다. 잠시 후 장합은 추격대를 이끌고 천수군 서현 인근의 목문(木門)에 이르렀는데, 좁은 산길을 통과하려니 마음이 불안했다. 이에 장합이 병사 500명을 먼저 보내 산길을 통과하게 하였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제갈량이 이곳은 그냥 지나갔나 보구나..’


안심한 장합은 본대를 이끌고 다시 추격에 나섰다. 잠시 후, 장합의 부대가 산길 중간쯤 이르렀을 때였다.


“징~징~징!”


갑자기 징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하늘에서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퇴각하라! 서둘러 골짜기를 벗어나라!!”


당황한 장합이 소리치는데, 화살 한발이 날아와 장합의 무릎에 꽂히고 말았다.


“우욱!...”


화살을 맞은 장합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에 수하 장수들이 장합을 구해 황급히 본진으로 돌아갔지만, 화살을 맞은 부위에서 피가 멈추질 않았다. 장합은 지략이 뛰어나고 군대를 잘 이끌어 유비, 제갈량 등에게 두려움을 주는 명장이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이 소식을 들은 위 황제 조예는 몹시 슬퍼하며 죽은 장합에게 장후(壯侯)라 시호를 내리고 아들 장웅(張雄)이 후사를 잇게 하는 한편, 장합의 아들 4명을 모두 열후에 봉해주었다).




이렇게 복병으로 장합의 추격부대를 물리친 한의 군대는 무사히 한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군의 무사복귀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엄이었다. 이엄은 자신이 군량수송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문책을 받을 까봐 내심 두려웠던 것이었다. 고민하던 이엄은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내고, 황제 유선에게 다음과 같이 표를 올렸다.


‘군량이 충분한데 우리 군대가 퇴각한 것은, 승상이 적을 유인하는 계책을 쓰는 것 입니다. 조금 기다리시면 승전보가 날아올 겁니다.’


이엄은 이러한 표문으로 군대의 퇴각 책임을 제갈량에게 덮어씌우려 하였지만, 제갈량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제갈량은 그 동안 군량수송과 관련해 주고받은 서신을 모두 공개해 이엄의 죄를 명백히 밝히고, 조정 대신들과 상의해 이엄을 탄핵해 버렸다.


결국 유선은 이엄의 관직을 삭탈해 재동군으로 귀양을 보냈고, 이엄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이후 제갈량은 이엄의 아들 이풍을 참군으로 임명해 중히 쓰면서, 나라에 공을 세워 집안을 일으켜 세우라고 다독여 주었다.




3차 북벌 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이엄을 숙청한 후, 제갈량은 한동안 나라 안을 살피는데 전념하기로 했다. 국력이 다섯 배가 넘는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제갈량은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하였다. 남중 4군의 반란을 평정해 남쪽으로 해외무역을 활성화 하고, 익주의 비단과 쌀 생산량 증대에 힘을 쏟아 나라의 재물을 비축하였다. 하지만 세 차례 원정으로 물자 소모가 심했고 병사들도 지쳐 있었기 때문에, 제갈량은 한동안 군사행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처럼 한이 국력을 회복하는 데 힘쓰자, 위와 한의 국경지대에도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위나라 역시 앞서 오와 촉을 공격하다가 연달아 실패했기 때문에, 당장 군사행동을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이렇게 위와 한의 움직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오의 손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권은 여러 차례 중원을 넘보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답답해 하고 있었다.


‘그 동안 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제갈량이 관중 지방을 공격해도 동쪽의 병력을 서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촉 외에 다른 세력이 위를 공격해줘야, 위의 장강 이북 수비가 허술해 질 것인데···’


이처럼 손권은 새로운 동맹세력을 필요로 했는데, 때마침 그에게 손을 내미는 자가 나타났다. 요동의 공손연(公孫淵)이 오에 사신을 보내, 손권의 신하가 되겠다고 자청한 것이었다.

97. 장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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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2.07.12 10:11
    No. 1

    제갈량의 책임도 크군요
    은인자중하며 부국강병에 매진했어야 했는데
    괜시리 원정을 주장하여 막대한 국력을 낭비한 죄.

    판 전체의 상황을 보는 시각과 전략이 부족했던게
    아님가 하는 느낌이 ...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2.07.12 17:11
    No. 2

    그래도 제갈량 생전에는 촉이 부유했던것 같습니다. 백성들이 그의 죽음에 대성통곡을 했으니까요~ 결과론적으론 1차 북벌이 실패한 후 위나라가 흔들릴때를 기다렸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2.07.16 12:18
    No. 3

    한나라와 촉나라 이름이 교대로 등장하니
    잘 모르는 독자가 보면 사국지 인줄 착각헐
    우려가....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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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의 정석_97. 보급에 발목을 잡힌 제갈량(2인자의 반란)(下) +3 22.07.12 3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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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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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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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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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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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2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8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6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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