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528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2.05.31 10:00
조회
35
추천
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90. 예언대로 단명한 조비(문빙의 공성계)

DUMMY

그 다음, 제갈량은 이번 남정에 큰 공을 세운 이회를 건녕태수, 마충을 장가태수로 임명하였다. 고립된 상황에서 수 년간 영창군을 지켜낸 여개와 왕항에게도 포상을 내리고, 두 사람을 각각 운남태수, 영창태수로 임명하였다. 나머지 흥고와 월수군은 현지인을 태수로 임명하며 남중의 자치권을 보장해 주었다.

이렇게 제갈량은 남중의 평화적 통치기반을 마련한 다음, 그 해 12월에 성도로 돌아왔다. 그러자 황제 유선은 큰 연회와 포상으로 원정에서 지친 병사들을 격려해주었고, 제갈량은 전사한 병사의 가족들에게 은전과 식량을 지급해 위로해 주었다.




한편 제갈량이 남중을 정벌하고 있을 때, 위나라에도 군사적 움직임이 있었다. 작년 동오 정벌에 나섰다가 허둥지둥 후퇴했던 조비는 자신이 서성이 만든 가짜 성벽에 속았다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225년 황초 6년 3월, 조비는 허창에서 군을 이끌고 출발해, 초현에서 수군을 정비한 후 회수를 거쳐 하비로 향했다. 그 해 10월, 조비는 광릉 고성(古城)에서 열병식(閱兵式: 군대를 정렬시키고 지휘관이 군부대의 군기 등을 점검하는 행사)을 실시해 위세를 과시했는데, 집결한 병력이 10만이 넘었고 깃발이 수 백리에 걸쳐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상이변이 조비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해 11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혹독한 추위가 장강 일대에 들이닥친 것이었다. 날이 어찌나 추웠던지 장강의 파도가 그대로 얼어버렸고, 이로 인해 위의 수군은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과 수레가 지날 만큼 얼음이 두껍게 얼지는 않았기 때문에, 위군은 장강을 건널 방법이 없었다. 혹한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동상을 입는 병사들이 속출하자, 조비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 하늘이 이렇게 남쪽과 북쪽을 단절시키는 구나! 하늘은 내 편이 아닌 것인가?!”


결국 조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도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때 오군의 장강 이남 전선은 손권의 사촌동생인 손소가 지키고 있었다. 위군이 퇴각하자, 손소는 수하장수 고수(高壽)를 불러 말했다.


“조비가 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퇴각하고 있네. 내 대군을 움직여 공격하고 싶지만, 강물이 얕게 얼어 그럴 수가 없네.

자네에게 정예보병 500명을 줄 테니, 몰래 강을 건너 적의 배후를 공격하게. 많은 적을 죽일 필요는 없고 그저 적을 놀래켜주면 되네. 이 작전이 성공하면, 자네는 감녕 장군처럼 큰 공을 세우는 것일세!”


“네, 조비를 겁주고 오겠습니다!”


이후 고수는 잽싸게 강을 건너 퇴각하는 위군의 배후를 습격하였다. 그러자 당황한 위군은 허둥지둥 달아났고, 고수는 조비의 수레 등 위 황제를 상징하는 물품을 거두어 유유히 돌아올 수 있었다. 뒤늦게 적이 수백 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챈 조비가 추격을 명했지만, 이미 고수의 부대는 장강을 건넌 후였다. 결국 조비는 대군을 동원하고도 망신만 당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226년 황초 7년 1월, 조비가 군을 이끌고 허창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조비가 허창성 안으로 들어가기 전, 느닷없이 성의 남문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생겼다. 조비는 이것을 불길한 징조라고 두려워했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거 태자시절, 조비는 고원려(高元呂)라는 용한 점쟁이에게 점을 본적이 있었다. 당시 조비는 입지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고원려는 조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거라고 예언했다. 그러자 조비는 크게 기뻐하며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겠소?”

“40살에 작은 고비가 올 것이나, 이를 넘기면 장수하실 겁니다.”


그래서 조비는 자신이 단명할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그의 나이 40세인 226년에 허창성 남문이 무너진 것이었다.


조비는 허창성의 기운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머리를 돌려 낙양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후 조비는 병에 걸렸고, 아들 조예를 황태자에 임명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조예는 조비가 업성에서 맞이한 견씨의 아들로, 총명할 뿐 아니라 외모도 뛰어나 조조가 총애하던 손자였다. 하지만 견씨가 조비의 후궁인 곽씨를 질투하다가 조비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조비 역시 조예를 총애했지만, 자신이 죽인 견씨의 아들이라서 태자로 삼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비가 조예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두 마리를 마주쳤다. 조비가 활을 쏘아 단번에 어미사슴을 쓰러뜨렸는데, 조예는 새끼사슴이 자기 앞을 지나가는 데도 활을 쏘지 않았다. 그러자 조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들은 어찌 사슴을 쏘지 않느냐?”


조비의 물음에 조예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대답했다.

“폐하께서 이미 어미를 죽이셨는데, 제가 어찌 그 새끼까지 죽이겠습니까?!”


이 말에 조비는 조예가 어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황후 견 씨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다. 이때부터 조비는 조예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을 품었는데, 자신의 병세가 깊어지자 결심을 굳힌 것이었다.




이후에도 조비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어만 갔다. 226년 황초 7년 5월 16일, 조비는 후사를 부탁하기 위해 중신(重臣: 중요한 관직에 있는 신하)들을 황궁으로 불러 들였다. 조비가 소집한 인물들은 중군대장군 조진, 진군대장군 진군(陳群), 정동대장군 조휴, 무군대장군 사마의였다. 이는 조씨 혈족인 조진, 조휴에게 군권을 맡겨 왕권을 강화하고, 인품이 훌륭해 뭇 사람의 존경을 받는 진군이 조정의 중심을 잡게 하고, 지략이 뛰어난 사마의가 조예를 보좌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들이 모두 입궁하자, 조비는 조예를 부른 후 마음 속의 말을 꺼냈다.


“나의 병세가 심해 회복될 가망이 없어 경들을 불렀네... 태자 조예가 총명하지만 아직 어리니, 경들은 부디 나와의 의리를 생각해 이 아이를 보살펴 주게..”


그러자 조진 등이 엎드려 울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어찌 그런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폐하께서는 젊으셔서 곧 회복할 겁니다! 후사를 부탁하시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 주십시오!”


하지만 조비는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 병은 내가 잘 아네. 경들은 모두 이 나라의 기둥과 같으니, 경들이 화합해 조예를 잘 보살펴 준다면 내 편히 눈감을 수 있네..”


말을 마친 조비는 의식을 잃었다가, 다음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226년 황초 7년 5월 17일, 조비의 뒤를 이어 조예가 위나라의 황제로 즉위하였다. 조예는 부친 조비에게 문황제(文皇帝)라 시호를 올리고, 조비의 황후였던 곽 씨를 태황태후(太皇太后)로 높였다. 또한 자신의 친모인 견 씨에게는 문소황후(文昭皇后)라는 시호를 올렸다.

59. 석양, 양양, 심양 전투.png

한편 조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비가 오나라를 침공할 때마다 손권은 마음을 졸였는데, 조비가 죽고 어린 조예가 그 뒤를 이었으니 당분간 걱정이 없겠다 싶었다. 또한 위나라의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을 것이니, 손권은 지금이 위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위나라가 오를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로, 손권은 세 갈래 길로 위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226년 황무5년 7월, 무창에 있던 손권은 군대를 이끌고 위의 강하군 석양현으로 향했다. 당시 강하군은 한수와 장강을 경계로 북쪽은 위나라가, 남쪽은 오나라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손권은 강북 지역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 석양성은 문빙이 지키고 있었는데, 성안의 사정이 매우 좋지 못하였다. 한동안 석양 일대에 폭우가 쏟아져 성벽이 무너졌지만, 농사철이라 제대로 보수를 할 수가 없었다. 성을 지키는 병력도 수천 명에 불과했는데, 손권이 5만 대군을 거느리고 온다는 소식에 다들 겁을 먹었다.

하지만 문빙은 태연하게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나섰다.


“오나라는 수전에는 강하지만 육전에는 약하다. 오군이 공성전에서 승리한 것은 주유가 적벽의 승세를 타고 남군을 빼앗은 것뿐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적을 막을 계책이 있는 것처럼 꾸미면, 손권은 의심을 품고 함부로 성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문빙은 병사와 백성들에게 성안에 몸을 숨겨 적의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자신 역시 관사에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편 손권의 대군이 강하를 공격한다는 소식은 낙양에도 전해졌는데, 여러 신하들이 일제히 조예에게 말했다.


“폐하, 강하는 원래 수비병력이 많지 않은데, 지금은 농사철이라 쓸 수 있는 병사 수가 더욱 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권이 5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왔으니, 대규모 지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조예의 생각은 달랐다.

“손권은 단지 수전에 익숙할 뿐인데, 우리의 빈틈을 노리고 감히 육지로 왔소. 문빙이 빈틈없이 강하를 지킬 것이니, 손권은 소득 없이 물러날 것이오!”


이렇게 신하들의 의견을 물리친 조예는 별도로 지원군을 보내는 대신, 장강 일대를 순찰하던 어사 순우에게 현지 병력을 조달해 문빙을 돕도록 하였다.

며칠 뒤 손권이 군대를 이끌고 석양성에 당도했는데, 척후병이 돌아와서 말했다.


“전하, 석양성 안팎으로 병사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성 안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그러자 손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조비가 문빙을 충신이라 여겨 요충지인 강하를 맡겼는데, 우리 대군이 도착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 반드시 꿍꿍이가 있을 것이네. 유인책을 쓰는 것이거나 원군을 기다리는 것 일 테니, 조심해야 하네!”


이렇게 문빙의 계책에 속아 넘어간 손권은 성에서 20리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우고, 뒤쪽으로 녹각과 보루를 설치하는 등 적의 지원군에 대비하였다. 덕분에 시간을 벌은 문빙은 병사와 백성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성벽의 보수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2.05.31 13:45
    No. 1

    손권의 조심성, 달리 표현하자면 담대하지못한
    성격이 대사를 그르친듯 합니다. ^^

    조조였다면 때를 놓치지않고 맹공을 퍼부었을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2.06.20 19:49
    No. 2

    손권은 싸움에는 소질이 없지요. 직접 군대를 이끌어 승리한 기록이 딱히 없습니다. 손권의 장점은 정치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의 정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삼국지의 정석' e-book 발행 안내 22.07.11 58 0 -
57 삼국지의 정석_98. 공손연에게 농락당한 손권(캐스트 어웨이)(上) +1 22.07.15 46 1 10쪽
56 삼국지의 정석_97. 보급에 발목을 잡힌 제갈량(2인자의 반란)(下) +3 22.07.12 36 1 10쪽
» 삼국지의 정석_90. 예언대로 단명한 조비(문빙의 공성계) +2 22.05.31 36 1 10쪽
54 삼국지의 정석_89. 맹획을 놓아주는 제갈량(평화 협정) +2 22.05.13 37 1 10쪽
53 삼국지의 정석_88. 반란 토벌에 나서는 제갈량(예비군 대 특전사) +2 22.05.10 36 1 11쪽
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4 1 10쪽
50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6 1 11쪽
49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7 1 11쪽
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8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9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63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41 1 11쪽
43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5 1 10쪽
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9 1 10쪽
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4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5 1 11쪽
39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3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2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6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1 2 9쪽
35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5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4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2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8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6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