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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543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12.14 10: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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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DUMMY

하지만 엄안의 예상과 달리 북문 쪽에 적의 움직임은 없었고, 남문을 공격하던 장비의 군대도 오래지 않아 물러가 버렸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엄안이 척후병을 보내 적진을 염탐하게 했는데, 저녁이 되자 척후병이 돌아왔다.


“장군, 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놈들이 부지런히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엄안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장비는 한밤중에 샛길을 통해 북문을 기습할 것이다.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구나!”




그날 밤 엄안은 병사들을 이끌고 북문 앞 숲에 매복을 하였는데, 새벽이 되자 과연 장비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엄안이 낮은 목소리로 주변에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본대가 지나가고 군량 수송대가 나타나면 공격한다!”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수백 대의 수레를 끄는 수송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이다!”


엄안의 신호에 따라, 궁수들은 불화살을 하늘 높이 쏘아 성안의 병사들에게 출격 신호를 보냈다. 이와 동시에, 엄안은 정예병을 이끌고 숲길로 짓쳐 내려갔다.


“적의 수송부대를 전멸시킨 후, 적의 본대를 협공한다!”


엄안의 병사들이 수레로 달려들자, 군량을 운반하던 병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모두 달아나 버렸다. 이에 엄안의 병사들이 의기 양양하게 수레 앞으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나며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이게 무슨 일이냐?!”


당황한 엄안이 소리쳤지만, 그의 병사들은 무기력하게 계속 쓰러져만 갔다. 장비 군의 수레에 실려 있던 것은 군량이나 무기가 아닌, 장비를 비롯한 그의 병사들이었다. 느닷없이 군량수레에서 적이 튀어나오자, 엄안의 부대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적장 엄안은 어서 항복하라!”


장비가 앞장서서 엄안의 병사들을 몰아붙였고, 수세에 몰린 엄안은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적의 계책에 빠진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적의 대장을 쓰러뜨리는 것뿐이다. 좋은 갑옷을 입고 풍채가 남다른 저 사나이가 장비겠지. 내 저 자를 사로잡으리라!!’


엄안은 수하들을 이끌고 기세 좋게 장비에게 달려들었지만, 장판파의 영웅인 장비를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기세 좋게 창을 휘두르던 엄안은 점차 손발이 어지러운 것을 느끼다가, 10합을 버티지 못하고 생포되고 말았다. 이후 장비는 강주성에서 지원 나온 적의 부대마저 격파하고, 강주성 북문으로 향했다. 성문 앞에 도착한 장비는 성벽 위의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의 수장인 엄안은 이미 생포 되었다. 승부는 결정이 났으니, 죽기 싫으면 어서 성문을 열어라!”


성안에 남아있던 병력은 소수에 불과한데다, 다들 밧줄에 묶여있는 엄안을 보고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잠시 후 성문이 열렸고, 장비는 파군태수의 관청으로 들어가 엄안을 심문하기 시작하였다.


“너는 형주의 대군을 맞이해 어찌 항복하지 않고 맞섰느냐?!”


장비가 엄안에게 호통을 쳤지만, 엄안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너희는 의를 저버리고 익주를 침범하였다. 이곳에 싸우다 목이 잘리는 장수는 있을지언정, 항복하는 장수는 없을 것이다!”


엄안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장비가 소리를 질렀다.

“당장 저 놈을 끌고 가서 목을 쳐라!”


하지만 엄안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목을 베려면 벨 것이지 어찌하여 화를 내는가?!”


‘죽음 앞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으니, 엄안은 진정한 사내 대장부구나! 이런 사내를 만나는 것이 얼마만인가?!’


장비는 칼을 뽑아 섬돌 아래로 성큼성큼 내려갔고, 엄안은 눈을 감고 목을 쭉 뺐다. 하지만 장비의 칼이 내리친 것은 엄안의 목이 아닌 포승줄이었다. 장비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엄안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제가 장군이 호걸임을 몰라보고 실수를 했습니다. 부디 제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장비는 주변에 명해 술을 가져오게 하여, 엄안에게 공손히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러자 단숨에 술잔을 비운 엄안이 입을 열었다.


“대세는 거스를 수 없겠지요. 장군이야말로 영웅호걸이시니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강주성에서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장비는 엄안과 함께 서쪽으로 향했는데, 강주성이 함락된 것을 들은 대부분의 군현이 순순히 항복을 하였다. 간혹 항복을 주저하는 곳은 엄안이 나서서 설득 해주는 덕분에, 장비의 군대는 빠른 속도로 낙성으로 진군할 수 있었다.


또한 제갈량과 조운도 강양, 한안, 자중현 등을 빠르게 평정하고 낙성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았다.

한편 낙성 앞에 주둔하고 있던 유비 군도 가만히 앉아 형주의 지원군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방통의 지휘 아래, 유비 군은 낙성에 수시로 기습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유비 군의 기습공격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고, 성안의 병사들은 언제 공격을 받을 지 몰라 몹시 예민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제갈량, 장비가 파군을 점령하고 순조롭게 낙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정이 나서서 말했다.


“주공, 유익주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사자를 보내는 것이 어떠십니까? 설사 유장이 항복을 거부해도, 유장 군의 불리한 상황을 알려 성 안 사람들을 동요시킬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그럼 효직이 글을 써보게!”


법정은 단숨에 항복을 권하는 서신을 작성하여, 사자를 통해 성도의 유장에게 전했다. 이에 유장이 법정의 서신을 읽어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저 법정의 재주가 부족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 송구스러우나, 마지막 남은 충정으로 장군께 충언을 드립니다. 지금 성안의 장수들은 좌장군의 군대에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자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좌장군의 군대는 이르는 곳마다 승전을 거듭하고 현지의 식량을 거두어, 많은 곡식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또한 장익덕 등이 이끄는 군대가 이미 파동(巴東), 자중(資中), 덕양(德陽) 등을 평정하고 곧 낙성에 도착할 것이니, 장군의 영지가 성도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항전을 주장하는 장수들도 이미 대세가 기운 것을 알지만, 장군의 뜻을 거스르는 충언을 할 용기가 없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세가 급박해지면 다들 자신의 살길만 찾을 것이니, 그때는 장군께서 재앙을 피하실 수 없습니다. 지금 항복하시면 좌장군이 장군을 후히 대할 것이니, 부디 항복하시어 가문을 보존하십시오!’


유장은 화가 나서 법정의 서신을 갈갈이 찢어버리며 말했다.


“법정은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염치없이 나에게 이런 글을 보냈구나!”


유장은 법정이 보낸 사자를 성 밖으로 내쫓게 한 후, 성의 방비를 더욱 강화하게 하였다.




이처럼 항복을 권했던 사자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유비 군은 다시 공세에 나섰다. 그러자 낙성 안에 있던 냉포가 유순에게 말했다.


“그 동안 우리가 성안에 틀어박혀 수비만 했기 때문에, 적은 방심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정예병을 뽑아 적진을 기습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겁니다.”

“좋습니다. 장군께서 오늘밤 적진을 공격해 주십시오!”


유순은 순순히 냉포에게 병사 3천을 내주었고, 그날 밤 냉포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유비 군의 진영을 급습하였다. 하지만 방통은 적의 야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비의 병사들은 질서정연하게 반격에 나섰고, 냉포는 말머리를 돌려 성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군, 적을 추격하라! 성문을 여는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황충이 앞장서서 적을 추격했고, 방통도 병사들을 독려하며 그 뒤를 따랐다. 오래지 않아 유비 군은 달아나는 적을 따라 잡았고, 양 군이 뒤엉켜서 낙성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러자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장임이 명을 내렸다.


“일제히 활을 쏴라!”


“지금은 날이 어두워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화살 공격을 하면 아군의 피해도 클 것입니다.”


“적이 성안에 들어오면 낙성은 함락되고 만다. 우리 병사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적을 막아야 한다!”


이에 성벽 위에 병사들이 일제히 강노와 활을 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뒤엉켜 있던 양쪽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는데, 화살 한발이 그만 방통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난 방통이라고 해도 날아드는 화살은 피할 재주는 없었으니, 화살을 맞은 방통은 말에서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군사!!!”


황충이 다급히 달려와 방통을 자신의 말에 태우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후퇴하라! 본진으로 돌아가 군을 정비한다!!”


황급히 본진으로 돌아온 황충이 군의(軍醫: 군대내 의사)를 부르려 했지만, 이미 방통의 숨은 끊어진 뒤였다. 214년 건안19년 여름, 봉추(鳳雛: 봉황의 새끼)라 불리던 방통은 재주를 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비는 방통의 시신을 부여잡고 슬피 울었다.

“사원의 계책에 따라 익주를 손에 넣기 직전인데, 이렇게 떠나가 버리면 난 어쩌란 말이오!!”


유비는 군중에 명을 내려 방통의 죽음을 함구(緘口: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음)하게 하고, 형주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몇 주 뒤, 그토록 기다리던 형주의 지원군이 낙성 앞에 도착하였다. 제갈량은 환하게 웃으며 말에서 내려 인사를 올렸다.


“주공,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그런데 슬픈 소식이 있소.”


“무엇입니까?”


제갈량이 불안함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


“공격을 지휘하던 방통이 빗나간 화살에 맞아 전사하고 말았소..”


뜻밖의 비보에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당시 상황을 물었고, 황충이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제갈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늘이 방통에게 천부적 재능을 준 대신, 수명은 주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


유비의 물음에 제갈량이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방통은 떠나갔지만, 그의 익주 공략 계책은 훌륭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저 방통이 짜놓은 대로 따라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65. 방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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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1.12.14 17:39
    No. 1

    군사는 후방의 안전지대에 주장, 유비와 같이 있어야
    하는데 어찌 공격하는 군졸들 속에 같이 있었는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죽음을 자초한건지 원...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12.15 23:06
    No. 2

    빗나간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것은 님 말씀대로 거의 최전방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찌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1.12.17 14:31
    No. 3

    밴댕이, 유비가 방통을 홀대한 느낌이 팍팍 드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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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4 1 11쪽
»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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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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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2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8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6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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