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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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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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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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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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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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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75화




천마군에게 남끝별의 성좌를 빼앗긴지 여덟째 날 아침,

즉 만으로 칠일이 거의 채워지는 그 순간에도 ‘더 원’ 길드는 천마군과 대치 중이었다.

“헉, 이걸 좋다고 해야 돼, 싫다고 해야 돼?”

눈앞에 보이는 천여 명의 천마군을 보며 어제와 다름없는 적군의 위용에 더 원의 네 개 공격대 대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현실과 달리 게임 속에서는 적이라는 존재가 마냥 싫은 존재는 아니었다. 게임에서 적이란, 처치하면 일정한 경험치와 각종 아이템을 주는, 어찌보면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눈앞의 천마군들처럼, 숭고한 대의를 가로막고, 장애물에 지나지 않고, 그렇게나 죽여댔는데도 자꾸 리젠해서 나타나는 적들이라면 이건 더 이상 보물이 아니라 원수에 가깝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높은 고지에서 아군과 적군의 군세를 살피던 군사 ‘미스란디르’는 변함없는 군세를 자랑하는 천마군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흐뭇해하면서도 곤혹스러웠다.

‘이 놈들은 정말로 이벤트형 몹들이구나. 며칠 동안 적어도 수천은 베었을 텐데, 새롭게 만날 때마다 이렇듯 군세가 동일하다니. 단 한 번의 기회에 완전히 클리어하지 않는 이상, 소모전으로 가서는 우리에게 승산이 없겠구나.’

이벤트형 몹이란, 이벤트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리젠되는 몹을 가리켰다.

“군사, 이번에는 어찌하면 좋겠나?”

말을 건네오는 길드 마스터이자 제1 공격대의 대장인 크로우의 목소리에는 지난 일곱 차례의 탈환 실패에 대한 책망이 담겨져 있었다. 일곱 번이나 실패했으면 이제는 좀 성공할 만한 전략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흠, 이번에는 새로운 전술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네. 이른바 레지스탕스 전술이지. 네 개 공격대의 모든 인원을 열 명씩 각개조로 편성해서..”

미스란디르가 밤새 고심했던 새 전술을 설명하려던 그 때, 갑자기 기이한 진동이 그들이 선 공간을 덮쳤다.

구우우우우웅-

그 기이한 진동과 굉음의 진원지를 찾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남끝별의 성좌를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 광경을 보았다.

일주일간 꺼져 있던 여섯 개의 성탑 봉화에서 검녹색의 불길이 치솟고, 역시나 꺼져 있던 내성의 봉화대에서 뿜어져 나온 검녹색의 빛기둥이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치솟아 오르는 광경이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그 불길한 광경에 공격대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그것은 길드의 지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 검녹색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성좌의 봉인이 깨졌구나.”

그 광경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미스란디르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갑자기 천마의 목에 걸려 있던 일곱 개의 구슬 중 하나가 깨진 것은 오전 수련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촹-

산산이 부서지는 구슬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모두의 시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갑자기 잘 있던 구슬이 부서졌다? 저 혼자 부서졌을리는 없고, 대체 어떤 개념 상실한 녀석이 천마에게 공격을 가했단 말인가?

다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천마만이 홀로 구슬을 내려다봤다. 그는 구슬이 저절로 깨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호들갑들 떨지 마라. 저 혼자 깨졌을 뿐이다.”

천마의 담담한 말에 일행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아저씨가 부순거야?”“저 혼자 깨졌다.”

“기공으로 하신 겁니까?”

“저 혼자 깨졌다고 했다.”

천마가 손 하나 까딱 않고서도 얼마든지 물건을 부수고, 머리를 날리고, 다리를 뽑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일행의 의심은 쉽사리 거둬지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농을 걸었다간 구슬 대신 머리가 깨질 거 같아 일행들은 입을 다물었다.

천마의 가벼운 눈짓에 산산이 흩어졌던 구슬조각들이 가볍게 떠올라 한 뭉치로 모였다. 한데 모여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이룬 녹색 조각 뭉치를 본 슬기가 물었다.

“영화 같은 거 보면 다시 원래 구슬모양으로 매끄럽게 모으던데 그렇게는 못해?”

슬기가 마치 천마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마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먹였지만, 천마는 전지전능하지 않았고, 이미 부서진 걸 완벽하게 원상 복구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몇 번 구슬 조각들을 꼼지락 거리던 천마가 결국 인상을 쓰며 그것을 바닥에 던져서 부숴 버리자, 슬기는 움찔했다. 그 모습이 그가 마치 자신의 말 때문에 성질부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6개 남았습니다.”

광개토가 어느새 천마의 목걸이에 달린 남은 구슬의 개수를 세었다. 일곱 가지 색이 모여 무지갯빛을 이루던 구슬들이 이제 녹색이 빠져 살짝 허전해 보였다.

“뭔가가 갑자기 떨어지고 깨지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는데, 설마 아저씨한테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습니까? 사부님은 이미 길흉을 초월하신 분이신데, 안 좋은 일은 벌어져도 저희한테...벌어지지...않겠습니...?”

광개토는 말을 하다말고 입을 막았다. 말하다 보니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은, 마치 미래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일행들은 곧 이런 불길한 감정들을 애써 털어버리고 수련에 돌입했다.

광개토와 슬기는 모두 처음에는 전혀 안되었던 것들이 일주일 내내 시도하다보니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파천무를 이용한 일상 행동들이 그랬고, ‘직목의 수법’을 이용한 대련이 그랬다.

가만히 서 있던 광개토가 갑자기 몸을 비틀었다. 마치 아무런 예비 동작없이 이루어진 듯한 그 격렬한 움직임은 파천무의 무리가 깃들어 있어 천마의 기공 공격을 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

광개토는 사부의 첫 번째 공격을 흘리며 속으로 카운트를 세었다. 그리고 곧바로 느껴지는 사부의 두 번째 공격. 표적은 그의 왼쪽 종아리였다. 광개토는 파천무의 힘을 실어 가볍게 오른발목을 회전시켰다. 순식간에 발목을 따라 돌아가는 온몸. 그와 동시에 반대되는 파천무의 힘으로 허리를 움켜쥐어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쓰우웅-

종아리를 갈라버릴 듯한 사부의 날카로운 기공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목덜미가 따끔해져왔다. 광개토는 머릿속으로 ‘둘’을 외칠 겨를도 없이 황급히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역시나 파천무로 허리를 꺾었기에 그 속도는 쾌속하기 그지없었다.

뒷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사부의 칼날 같은 기공을 느끼고서, 광개토가 고개를 들며 크게 소리쳤다.

“셋!! 사부님 셋입니다!! 셋!!”

드디어 천마가 날린 세 번의 연속 공격을 모두 피해낸 광개토가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며 뒤에 서 있던 슬기도 감격했는지 연신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막으며 소리쳤다.

“개토야, 넌 좋겠다. 뒤통수가 시원해져서. 크크크큭!!”

그 말을 듣고 광개토는 황급히 뒤통수를 만져보았다. 그러자 당연히 만져져야할 머리카락은 간곳없고 뒤통수의 맨 살결이 그대로 만져졌다.

“헉!!”

결국 슬기가 배를 잡고 구르기 시작했다.

“크크크!! 중국 영화에서 앞머리 미는 건 봤지만, 뒷머리 민 건 또 처음이야. 멋져 개토야! 크크크~.”

“아니, 사부님. 이게 뭡니까?! 컥!”

광개토는 항의하다말고 이마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천마가 꿀밤을 날렸기 때문이다. 방금의 꿀밤 공격은 좀 전의 대련 중에 있었던 세 번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빠름이었다.

광개토는 이마를 열나게 문지르며, 사부의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감격으로 애써 뒷머리의 허전함을 잊으려 했다.

그리고 천마가 말했다.

“이제부터는 눈을 가리고 생활하도록 해라.”

“네?”

이제 겨우 하나를 통과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앞으로는 보지 말고 생활하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얹는 사부의 만행에 광개토는 충격을 받았다.

“아직 파천무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데, 눈까지 가리라 굽쇼?”

천마가 말대꾸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광개토는 도저히 한소리 내뱉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제자의 반발을 예상한 천마는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눈에 의지하면 이미 늦어버리기 일수니, 이제부터는 눈에 의지하지 말고 감각에 의지하여 생활하도록 하여라.”

“아니, 사부님 그래도 어찌 안보고 생활을 합니까?”

광개토가 다시 항의하자 천마가 먼 산으로 눈을 돌리며 나지막이 대꾸했다.

“어허, 본좌가 친히 네놈의 눈알을 빼주면 그제야 이 수련을 받아들이겠느냐?”

그 말에 광개토의 불만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눈알은 지켜야 했다.


이어서 슬기의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천마가 먼저 달려들었다. 사뿐히 날아드는 천마의 점프 이단 옆차기에 슬기는 비스듬히 서며 왼팔을 들어 막아섰다. 하지만 발과 팔목이 부딪히는 순간, 천마의 발에 실린 강한 힘이 슬기의 팔목을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슬기는 황급히 반탄력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팔목은 뒤로 튕겨 나지 않고, 옆으로 튕겨나가 자연스레 팔목 다음으로 윗 팔뚝으로 천마의 발을 맞이했다. 그리고 역시나 비슷한 과정을 거쳐 다음으로 어깨가 천마의 발을 막아섰다.

마치 천마의 발 공격을 나무가 얽히고설키듯 팔목, 팔뚝, 어깨의 세 부위가 차례대로 감아도는 듯한 형태의 방어였다. 각각의 방어력은 천마의 발에 실린 공격력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세 부분이 그것을 분담하여 감당하니 능히 천마의 공격을 버텨낼 만 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여유는 없었다. 곧장 바닥에 착지한 천마의 왼손 공격이 펼쳐졌다. 날선 독수리의 발톱 형상을 한 천마의 손아귀가 빠르게 몸통으로 날아오자 슬기는 황급히 오른손을 마주쳐 나갔다.

그 순간, 천마의 손가락이 가볍게 튕겨지며 슬기의 팔을 쳐냈고, 이어서 그 뻗어나가는 속도 그대로 천마의 왼 손목의 돌출된 뼈가 슬기의 뺨을 가볍게 쳤다. 그 충격으로 돌아간 슬기의 턱 아래로 목의 인후가 드러난 순간 번개처럼 천마의 팔이 접히며 불쑥 튀어나온 팔꿈치가 그 인후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다시 말해 천마는 찰나간의 순간에 마치 팔 하나로 튕기고, 때리고, 올려친 것처럼 세 번의 연속 공격을 했고, 그 결과 슬기의 오른 손 방어는 순식간에 튕겨 나갔고, 고개가 들렸으며, 숨겨져 있어야할 인후가 드러나며 그대로 당한 것이었다.

슬기는 격한 통증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목을 부여잡고서 괴로워하는 슬기를 내려다보며 천마가 말했다.

“이것이 직목의 수법을 공격에 사용한 것이니라. 한 번의 공격이되, 연속기인 셈이지. 처음 부딪힐 때에 적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세 번째의 연속공격으로 강한 곳을 약하게 만든 다음 급소를 가격해라. 너는 이제 공격할 때에도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제 할 말을 마친 천마가 유유히 뒤로 물러나자, 고통에 괴로워하는 슬기 곁으로 역시나 괴로운 표정을 한 광개토가 다가왔다.

쓰러진 슬기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광개토가 조용히 말했다.

“와, 진짜 천마가 와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진짜 천마라면...이 정도는 할 거 같은데.”

고통 섞인 슬기의 현실적시성 발언에 광개토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그렇죠. 진짜 천마 정도는 되어야 이렇게 자기 사람들한테도 무섭게 하겠지 말입니다.”

그리고 둘은 눈빛으로 마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우리 사부는 진짜 천마도 아니면서 왜 이러는 겁니까?’

‘자기 이름도 천마라는 거겠지.’

둘은 제대로 이름값 하는 천마에게 함께 분노하며 강한 동료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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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3 5 12쪽
71 71화 19.12.04 43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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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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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19.12.01 45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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