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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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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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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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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1 12:00
조회
459
추천
4
글자
12쪽

63화

DUMMY

(63편)


“역시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라면 벌써 이렇게 자랄 수가 없지.”

니긴마가 실리엔의 성장한 가슴과 엉덩이를 힐끔거리며 히죽거렸다. 확실히 오전에 봤던 꼬맹이 소녀는 그새 홀로 4, 5년의 시간이 흐른 듯 변모해 있었다.

“대체 어디서 얼마나 많은 정혈을 갈취한 것이냐?”

니긴마는 뱀처럼 차가운 미소를 유지한 채 생각했다. 뱀파이어임에 분명한 이 소녀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성장한 것은 밝힐 수 없는 간악한 이유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누군가의 피를 대량으로 빨아 먹었겠지. 그리고 그 누군가는..?

“설마 천마군의 피를 빨아 먹은 것이냐?”

니긴마는 헛다리를 짚었지만, 상당히 진실에 근접한 추측이었다. 엄밀히 말해 천마군의 피가 아닌 천마군의 기운을 받은 것이지만, 그 날카로운 추론에 슬기는 잠시나마 아무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런 슬기의 안색을 살핀 니긴마는 역시 자신의 추리가 들어맞았다고 확신했다. 이제 이 년놈들의 정체를 모든 이들에게 까발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하면 이 간악한 것들에게 정의의 응징, 단죄의 철퇴를 내릴 수 있을 것이며, 그의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분노와 수치도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일단, 그전에 스트레스를 좀 풀어볼까?

그렇게 마음먹은 니긴마는 살짝 뒷걸음질을 치며 실리엔과 공간을 벌리는가 싶더니 곧장 좁고 길다란 장검을 실리엔에게 찔러갔다. 원래 그의 애병이던 대양의 바늘은 마치 바늘을 확대한 것 같은 형태의 좁고 가늘고 긴 형태의 기형검이라 찌르기에 적합했다. 이 참에 이들에게 뺏겼던 애병도 회수해야 했다.

애병과 유사하게 생긴 검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서너 차례 찌르며 니긴마는 실리엔의 반응을 살폈다.

니긴마의 연속 공격이 무척 빨랐지만, 실리엔도 질세라 빠르게 양손을 휘저으며 길게 자란 손톱으로 니긴마의 공격들을 쳐냈다.


팅, 팅팅팅 팅-


둘의 무기가 서로를 튕겨낼때마다 트라이앵글과도 같은 맑은 쇳소리가 울려펴졌다. 둘의 손놀림 속도는 호각지세라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서 계속해서 찌르고 막는 공방이 이어졌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슬기는 솔직하게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니긴마의 공격은 슬기가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들어갔다가 나가기 일쑤였고, 실리엔은 그런 공격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일일이 튕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꼬맹이가 불리해.’

니긴마의 무공 ‘서리바람 검술’은 북대륙의 북부지역에서 일년 내내 불어닥치는 차가운 서리바람에서 기인한 것으로 살갗을 찌르는 듯한 추위처럼 연속적인 찌르기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 처치하는 무공이었다. 어깨와 손목의 스냅만으로 공격을 연결하기 때문에, 서리바람처럼 빠르고, 오래토록 공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러다보니 꾸준히 공격을 이어가면서도 체력을 별로 소진하지 않는 니긴마에 반해, 실리엔은 일일이 양팔을 번갈아 가며 큰 동작으로 공격을 막다보니, 아무래도 체력적인 손실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슬기는 뭔가 실리엔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길다란 봉의 형태로 세워진 나무 옷걸이를 들어다가 한창 공격중인 니긴마를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하지만 이미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던 니긴마는 그저 가벼운 횡스텝 한번으로 슬기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어이, 이쁜이. 기다리리라고, 설마하니 내 손길을 못 기다려 자살하지는 않겠지?”

그는 입을 놀리면서도 쉬지 않고, 실리엔을 공격했다. 실리엔은 달려들어 니긴마의 몸통에 바람구멍 다섯 개를 예쁘게 뚫어주고 싶었지만, 무기의 길이 탓에 수세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비록 손톱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두 뼘 남짓 늘어난 것에 불과했고, 니긴마의 기형장검은 거의 2미터에 가까웠다. 니긴마의 가벼운 손짓에도 실리엔은 훨씬 큰 동작으로 응수해야 했다. 계속되는 일방적인 공세에 여유가 생긴 니긴마는 평소처럼 전투중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위 ‘서리바람 송’이라는 것으로 그의 대표검법 ‘서리바람 검술’과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노래지만, 이제는 세계인이 다 아는 대표적인 겨울 시즌송 ‘겨울바람’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서리바람 때문에~”

니긴마는 간교하게도 노래를 부르며 가사에서 손을 언급할 때는 무릎과 옆구리를 공격하고, 발이 나올 때는 머리와 목, 가슴을 노리는 언행불일치의 전술을 펼쳤다. 보통 이 노래를 아는 적들이라면 저도 모르게 노래 가사에 맞춰 방어를 펼치다가 비명횡사하기 일쑤였는데, 다행히도 실리엔은 전혀 모르는 노래였다.

“이 니긴마의 노랫실력이 어떠냐, 가사에 집중을 좀 하란 말이다.. 이크!”

니긴마는 가사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실리엔에게 가볍게 역정을 부리다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실리엔의 공격에 황급히 고개를 젖혔다.

실리엔은 니긴마의 자세게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고, 연속으로 손톱을 휘두르며 니긴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니긴마는 찔러대는 공격 패턴을 포기하고, 기형장검을 채찍처럼 옆으로 휘둘렀다. 한차례 찌르기를 피하며 접근하던 실리엔은 갑자기 휘둘러져 오는 장검을 보고 급히 손톱을 교차하여 방어했다.


쩡--


공중에 가볍게 떠있었던 실리엔의 몸은 그대로 옆으로 훌쩍 날아가 천으로 된 벽에 부딪혔고, 천은 펄럭이며 순식간에 실리엔의 몸을 감싸고 들었다.

“어엇!”

실리엔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한 슬기는 괴성을 지르며 니긴마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뱀파이어가 천막 천에 휘감겨 거동이 불편해진 이 때가 절호의 공격 기회라고 생각하며 달려들려던 니긴마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슬기의 기합성에 가볍게 물리치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라 기겁을 했다.

“아, 씨발. 진짜 무섭게 생겼네, 이 년!”

니긴마는 슬기의 발 공격이 아닌 외모 공격에 깜짝 놀라 한차례 공격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잠깐 예쁜 뱀파이어를 상대했을 뿐인데도, 그새 추녀의 외모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북--


그 틈에, 천 찢는 소리가 들리고 실리엔이 천막 천에서 빠져나왔다. 이미 천마 일행의 천막은 한쪽면이 떨어져 나간데다 지지하는 나무 기둥까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곧 쓰러질 모양새였다.

니긴마와 슬기가 천막을 벗어나자 이내 천막은 완전히 넘어졌다. 천막 천 아래로 일행의 잠자리며, 모닥불이 다 깔려버렸고, 곧 타닥타닥, 불붙는 소리와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며 천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미 해는 넘어가기 직전이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가는 가운데, 천막을 타들어가는 불빛이 주변을 비추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놀랍게도 백여명의 사람들이 빼곡이 둘러 서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도깨비 소굴의 공격대원 백 명이었다. 더불어 한쪽에는 에릭과 아라곤을 포함한 다른 공격대의 지도부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슬기와 실리엔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숨막힐 듯한 기세에 슬기는 도리어 크게 고함을 질렀다.

“하, 이것들 봐라. 언제 또 이렇게 다 모였냐? 더원, 더원 하더니 정말 하나되어 더티플레이 할 생각인가봐? 니들 이러다가 하나되어 다 뒤진다? 그건 그렇고, 니들 그건 아니? 더원은 틀린 발음이야, 디원이라고 해야지. 이 하나되어 멍청한 영알못들아!”

주변에 둘러선 사람들을 보며 무척이나 불쾌해진 슬기는 악다구니를 내지르며 모든 ‘더 원’의 구성원들을 영알못으로 매도하는 위용을 뽐내었다.

공격대원 중 누군가가 ‘이건 고유 명사..’라고 대답하다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

니긴마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뱀과 같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자, 우리 여자인지 괴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여배우의 독설을 어여쁘게 봐주시길 바라며 지금부터 이 니긴마의 도깨비 극장을 시작하는 바이오.”

변태스러운 복장의 핑크빛 펑키머리를 한 남자가 저렇듯 신사인척 격식을 갖추며 인사하자 매우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별 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슬기는 난생 처음 겪는 희안한 상황에 대체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사실 니긴마는 어떤 의견이나 내용을 전달하고자 할 때 이런 연극 같은 상황을 종종 연출하곤 했었다. 관종의 끝에 다다른 자의 악취미라 할 수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금씩 압도되기 시작한 슬기는 슬그머니 실리엔의 옆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실리엔 역시 주변에서 느껴지는 무형의 압박에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참이었다. 아무래도 연약한(?) 여인들에게 근 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압박은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니긴마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장검을 등뒤로 다시 메더니 손을 뻗어 실리엔을 가리켰다.

“자, 우리 연극의 주연 배우를 소개하겠소. 오늘 소개할 공포 영화의, 아, 오늘 작품의 장르가 공포물이라고 말했던가? 아무튼 우리의 여주인공.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상관없지. 흠흠”

니긴마는 일부러 과장된 어조에 과장된 헛기침을 연출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를 다 하더니, 양손을 쫙 펼치며 소개했다.

“자 여기, 겉보기에는 그저 어여쁜 미소녀로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녀의 정체는 무려, 무려!! 잔인하게 사람을 살해하고, 그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 바로 흡혈귀라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삽시간에 주변이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해졌다.

“뭐, 저 못생긴 년이 흡혈귀란 말이야? 근데, 흡혈귀가 얼굴이 왜 저래? 아무나 혈액형도 안따지고 잡탕으로 마시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모양인데?”

“역시 생긴대로 악한 괴물이었군!!”

졸지에 슬기는 흡혈귀로 매도당했다. 분명히 니긴마의 손끝은 실리엔을 가리켰건만, 대중의 눈에는 못난 것이 악한 것이었다.

“아니, 이봐...이게.”

슬기는 항변을 하려했지만, 다수의 폭언 앞에서 그녀의 말은 어떠한 설득력도 없었다. 그런 그녀를 구해준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니긴마였다.

니긴마가 쩌렁쩌렁하게 사자후를 내뱉었다.

“못생긴 거 말고!!!!”

그 말 한마디에 슬기는 오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구해진 것과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건 별개였다.

군중들이 조용해지자, 니긴마는 다시금 정확하게 실리엔을 가리켰다. 그의 손짓에 군중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럼 저 예쁜 애가..??”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신반의해하자 니긴마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저 괴물은 오전에만 해도 분명 십여 세에 불과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소. 옷차림을 제외하고선 어떤 여성의 특징도 없었던 유아의 모습이었단 말이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소?”

그제야 사람들은 실리엔의 성장해버린 모습을 보고서 놀라워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실리엔은 아무리 낮춰잡아도, 14, 5세는 되어 보였다.

“불과 3시간만에 저 괴물은 다섯 살이나 성장해버렸소, 그것도...”

니긴마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본다음 그의 말을 기다리는 대중들의 기대에 호응했다.

“..천마군의 피를 빨아먹고서!”

다시 주변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


“잡념을 버리라고 누차 말했거늘.”

천마의 호통에 광개토는 찔끔했지만, 자세를 흩트리진 않았다. 사부는 파천무 수련을 할때면 아무리 막말을 내뱉더라도 결코 몸을 건드리진 않았다. 사부가 광개토를 줘 패는 때는 오직 광개토가 자세를 흩트리는 순간뿐이었다.

“사부님, 리엔이가...”

“이 놈이, 입을 열지 말라고 수천번은 말한 것 같은데, 똥구멍에 귀를 처박았나!”

천마의 분노 앞에서도 광개토는 좀 전부터 자꾸 가슴이 두근거려 도무지 수련을 집중하기 어려웠다. 실리엔을 생각하며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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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2 5 12쪽
71 71화 19.12.04 433 7 12쪽
70 70화 19.12.03 437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2 6 12쪽
66 66화 19.12.02 464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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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19.12.01 460 4 12쪽
62 62화 19.12.01 45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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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19.11.29 470 4 13쪽
56 56화 19.11.29 47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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