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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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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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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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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8 12:00
조회
522
추천
4
글자
12쪽

54화

DUMMY

(54편)


퍼스트 클래스 공격대의 대장, 에릭은 마음이 급해졌다. 천마라는 자(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가 강한 줄은 몸소 체험한 까닭에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나 빨리 네 개의 성탑을 공략해버릴 줄은 몰랐다. 천마 일행이 내성으로 먼저 들어가는 걸 보고 부랴부랴 남은 성탑 공략의 속도를 끌어 올렸건만, 서두른 탓인지 생각보다 피해가 컸다.

게다가 줄어든 공대원의 충원이 불가능했다.

“공장님, 결계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성좌 일대가 결계로 잠겼습니다.”

좀 전에 죽었던 버퍼 파티장의 귓말이었다. 그들의 캠프에서 부활했던 그가 귓말벌레를 보내온 것이었다.

“젠장, 금역이군!”

에릭의 입에서 불만 섞인 탄식이 튀어나왔다.

금역, 특별한 이벤트나 레이드에서 종종 발현되는 특수한 지역으로, 플레이어의 출입을 통제하는 결계에 의해 갇힌 지역을 말했다. 일단 금역이 되어버리면 이벤트나 레이드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플레이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출입할 수가 없었다. 오직 승리와 패배, 두 가지 경우에만 금역이 풀렸다.

버퍼 파티장에게 정비나 잘하고 있으라고 귓말을 날린 에릭은 공격대의 현황을 점검했다.

모든 성탑을 공략한 현재, 퍼스트클래스는 52명이 죽고, 48명이 남았다. 성탑마다 천마군이 50명씩 있었는데, 비록 개개인이 막강한 천마군이었지만, 천천히 공략했더라면 이보다 훨씬 피해가 적었을 거라 생각하며 에릭은 쓴맛을 다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마음이 급했다. 천마 일행이 내성으로 진입한지도 벌써 30여분. 당연히 내성에도 천마군이 수비하고 있을테지만, 왠지 그 강력한 천마라면 벌써 다 뚫고 중심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은 현황을 파악하자마자 빠른 진격을 명령했다. 굴러온 개뼈다귀들이 황금알을 차지해선 곤란했다. 괴마는 반드시 퍼스트 클래스가 잡아야 했다.




“어디서 10년 묶은 화장실 바닥 닦은 걸레 같은걸 걸치고 들이대냐!! 어이쿠, 그게 면상이었냐? 난 또 화장실 바닥이라고!!”

큰 목소리로 내지르는 드래곤 공격대의 메인 탱커, 거암의 도발에 다른 공격대원을 공격하려던 천마군 세 마리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미 붙어 있던 세 마리까지 합치면 무려 천마군 여섯 명의 공세를 버텨내야하는 순간이었다.

“멘탱을 살려라!”

힐러 파티장, 우선이 날카롭게 소리치자, 거암에게 힐러들의 회복 마법이 일제히 쏟아졌다. 넘쳐나는 회복력에 거암은 기고만장하여 더욱 큰 목소리로 적들을 도발했다.

그리고 상대하던 눈앞의 천마군이 거암 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드래곤 공격대의 대표 딜러 중 한명인 아이언피스트가 손에 들린 단검을 적의 오금에 힘껏 찔러넣었다.

푹, 푹, 소리와 함께 단검이 꽂혀들고, 아이언피스트는 그 단검들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겨드랑이 쪽에 달린 검집에서 새로운 단검들을 꺼내 이번에는 적의 양쪽 허벅지에 꽂아 넣었다.

“끄아아~”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천마군은 여전히 거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확실하게 어그로를 끌어당기는 거암의 솜씨에 역시나 든든한 탱커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언피스트는 빠르게 손을 아래위로 움직였다. 적에게 박혀 있던 네 개의 단검 중에서, 먼저 적의 오금에 꽂았던 두 개의 단검을 뽑아 적의 허리에 꽂고, 그것들을 꽂은 채로 두고 이번에는 허벅지에 꽂았던 단검을 뽑아 적의 어깨에 찔러넣는다. 그리고 다시 그 단검들은 그대로 둔 채, 허리에 꽂았던 단검을 뽑아 이번에는 종아리에 찔러 넣었다. 그의 신속한 손놀림에 천마군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네 개의 단검을 번갈아 가며 적의 몸에 꽂아대는 그 만의 스킬, 실롭의 날개짓이었다.(실롭은 거대한 거미형 괴수다)

하지만 강력한 공격기를 퍼부으면서도 아이언피스트는 적의 동태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바로 이렇게!! 갑작스런 천마군의 일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천마군이 휘두른 검격은 불과 몇 센티미터의 차이로 아이언피스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재빨리 고개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아이언 피스트는 그 일격에 이마의 절반이 날아갔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아이언피스트는 숨 돌릴 겨를도 없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천마군의 공격이 하늘에서 날아들었다. 저 녀석들은 어찌 된 일인지 하나같이 사람 키의 서너 배 높이는 됨직한 가공할 점프력을 지니고 있어 이렇게 풀쩍 공격해 올 때가 있었다.

얼른 단검을 회수하고서 황급히 뒷걸음질 치는 아이언피스트의 시야에 그를 향해 매섭게 날아오는 천마군이 보였다. 당황스럽게도 녀석은 허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쫓아 허공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몸놀림을 보였다.

‘공중에서 이동하는게 말이 돼?’

물론 말이 되는 계열군도 있다. 하지만 검을 든 녀석은 틀림없는 전사 계열의 몹이었다. 저런 움직임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건 피할 수 없어!!’

아이언피스트는 어느 부위에 공격을 허용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무조건 머리와 몸은 피해야 했다. 결국 왼팔을 포기하기로 하고, 왼팔을 들어 막으려는 순간!

그 순간, 거암의 손에서 튀어나간 철 도리깨가 촤르륵 소리를 내며 쇠사슬을 달고 날아왔다. 그리고 날아든 도리깨가 막 아이언피스트를 공격하려던 적을 강렬하게 후려 갈겼다. 그리고 거암이 쇠사슬을 회수하니, 촤르륵 소리를 따라 도리깨에 찍힌 적도 함께 끌려가 버렸다. 그렇게 아이언피스트를 위협하던 적이 사라졌다.

“고마워! 역시 내 마음속의 방패는 오직 거암뿐이야.”

아이언피스트의 느끼한 감사표현을 들었는지 이제 일곱 천마군을 상대하게 된 거암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리고 또 한 놈의 천마군이 공중으로 떠오른 순간, 이번에는 사람 팔뚝만한 매직미사일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와 녀석을 꼬치구이마냥 꿰뚫어 버렸다. 마법사 파티장 마그마의 작품이었다.

큰 고비를 넘긴 아이언피스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끝별의 성좌를 지척에 둔 넓은 공터에서 벌어진 적과의 대회전은 시작한지 적어도 한 시간은 지났다. 힐러들과 탱커들의 활약으로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적들 또한 큰 피해가 없긴 매한가지. 애초에 적들이 훨씬 많았던 싸움이었건만, 다행인 점은 적들이 총공세를 펼쳐오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전투를 펼칠 수는 없다. 점점 한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곧 마법사들은 메모라이징 해놓은 마법이 다 떨어지고, 궁사와 총사들은 화살과 탄약들이 다 떨어질 것이다. 사제들은 신성력이 바닥나 더 이상 회복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고, 정령술사들 역시 정신력이 떨어지면 소환해놓은 정령들이 강제 귀환해버릴 것이다. 초능력자들이야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초능력을 쓸 수 있겠지만, 한손으로 열 개의 구멍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전사, 도적과 같은 계열들도 힐러와 서포터 없이는 곧 궤멸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얼른 점령군이 적들의 성탑을 점령해야 이 전투가 끝이 날텐데.’

그의 생각처럼 이 전투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아군이 무너지기 전에 적의 성탑이 무너져야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천마군들은 물러날 것이었다.

“대체, 외성은 언제 무너지지?”

대답할 사람 없는 아이언피스트의 독백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전황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눈에 천마군들이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어? 적들이 퇴각하는거 같은데?”

정말로 그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천마군의 검은 물결이 서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외쳤다.

“천마군이 퇴각한다!!”

“점령군이 성공했다!!”

그 말에 아이언피스트가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로 저 멀리 보이는 성좌의 여덟 성탑의 모습에서 하나같이 천마기가 사라져 있었다.

“와.. 성공했구나!”

어려운 전투가 끝났다는 기쁨을 느끼자마자, 그의 온몸으로 고단함이 밀려왔다.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은 아이언피스트는 이대로 딱 10분만 앉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저쪽 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추격하라!! 저 놈들이 성좌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모조리 추살하라!!”

옆 공대의 공대장, 니긴마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옆 공대가 와~ 하고 함성을 지르며 다들 벌떡 일어섰다.

“..실화냐?”

아이언피스트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주섬주섬 일어서며 곧 이어질 명령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공격대 대장 아라곤의 외침이 들려왔다.

“추격하자!! 다 죽이자!!”

역시 예상대로 니긴마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아라곤에게서도 동일한 명령이 내려왔다.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아이언피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놈의 호승심! 우리 대장은 다른 건 다 좋은데, 3 공대장이 하는 건 왜 다 따라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그의 몸은 명령을 따르기 시작했다.

간절히 쉬고 싶었지만 쉬지 못한 그는 크게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제엔자아앙!!”


*


난생 처음 듣는 괴언에 괴마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스승님을...사칭하다니,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을 능멸하는 놈은 이 몸이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구나.”

분노로 가득찬 괴마의 눈빛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때 실리엔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사칭이 아니라 이분이 천마님이 맞으세요.”

실리엔은 괴마의 살기등등한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선포했다.

하지만 NPC인 괴마는 프로그래밍된 이상의 사고를 할 수 없었기에, 천마와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유사점이라든지, 천마에게서 풍겨나오는 기이한 동질감 등을 파악하여 사고하는 능력이 없었고, 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천마는 괴마에 비해 프로그램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지만, 벗어난다는게 꼭 더 이성적이거나 분별력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았다.

괴마가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헛소리는 하덜 말거라!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는 그분의 보좌에서 교활하고 간악한 멜라니의 봉인이 깨어지길 기다리고 계시느니라.”

괴마의 발언에서 이번에도 멜라니라는 이름이 나오자, 아까부터 그 이름에서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던 천마는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슬기에게 물었다.

“멜라니가 누구냐?”

시온 경력이 짧은 광개토는 대답하지 못했고, 슬기가 짧게 설명했다.

“그런 신이 있어.”

“신? 신은 또 무엇이냐?”

뜻밖의 질문에 슬기는 당황했다.

‘아니, 신이 뭔지 몰라? 이 아저씨 완전 성골 무신론자인가보네?’

하지만 정작 신이 뭔지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니 평소 신에 대한 고찰을 해보지 않은 슬기도 한계를 느낀 끝에 겨우 이렇게 말했다.

“졸라 짱 세고, 고집도 더럽게 세고, 지 꼴리는 대로 하는 것들이야.”

슬기의 대답에 천마가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자기 나름대로 해답을 얻었는지 입을 열었다.

“본좌처럼 말이냐?”

천마의 대답에 슬기는 어이가 없어 손을 내저었다.

“비록 아저씨가 졸라 짱 세고, 고집도.. 더럽게 세고, 지 꼴리는 대로 하는 건... 맞지만... 그러네?”

슬기는 말하다 말고 깜짝 놀라 생각했다.

‘내 말대로라면 이 아저씨 어쩌면, 정말로 신이겠는데?’

“그럼 본좌는 신 중에서도 마신인가, 마신?”

‘..병신이겠지.’

도저히 같이 웃어줄 수 없는 천마의 낯뜨거운 농담에 슬기는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대꾸했다.


작가의말

신 중에 제일은 병신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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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19.12.02 442 6 12쪽
66 66화 19.12.02 464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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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19.12.01 460 4 12쪽
62 62화 19.12.01 454 4 11쪽
61 61화 19.11.30 4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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