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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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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19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3 17:00
조회
437
추천
5
글자
11쪽

70화

DUMMY

(70편)


광개토는 발등을 잡고 한참을 끙끙대다가 자신의 직업이 사제라는 걸 깨달았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천마 힘이 솟아나요.”

광개토의 입에서 시동어가 흘러나오고 곧 그의 몸에 자연 치유력 강화 능력이 깃들었다.

시원한 기운이 몸 안으로 퍼져나감에 따라 상처의 아픔이 점점 가시는걸 느끼며 광개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초만 더 구르고 있었어도 실망할 뻔했구나.”

온정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천마의 쌀쌀맞은 목소리에 광개토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천마가 슬쩍 손을 들었다.

“대련을 재개하자꾸나. 부족한 제자를 위해 공격이 들어가는 신호 정도는 해주마.”

그리고 천마가 내민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흐압!!”

분명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의 기운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옆구리를 향해 파고드는 그 강렬한 기운에 광개토는 감히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히 허리를 비틀었다.


쑤앙-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옆구리를 스쳐지나가는 쎄한 기운에 광개토는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또 다른 기운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반대쪽 옆구리였다.

“아, 이건 사기..!”

옆구리로 들이닥친 첫 번째 공격을 피하느라 한껏 몸을 비튼 자세에서 반대쪽 옆구리로 두 번째 공격이 들어오다니!! 이걸 대체 어떻게 피하라는 건지!!

광개토는 속으로 천마를 원망하며, 두 번째 공격을 고스란히 허용했다.

“컥!!”

옆구리를 부둥켜 앉고 앞으로 거꾸러진 광개토는 엎드려진 상태에서 세 번째 공격을 느꼈다.

그의 정수리로 쏟아지는 그 강렬한 기세에 광개토는 잘 쉬어지지도 않는 숨을 겨우 모으며 오른쪽으로 옆구르기를 시도했다.


푸캉-


방금 광개토가 있었던 흙바닥이 천마의 공격으로 주먹만한 홈이 패였다.

급히 구르는 탓에 입안에 흙먼지가 한가득 들어갔지만, 광개토의 뜨거운 불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으헉, 사부님께서 절 죽이시려고..!”

“연속해서 3번을 피해내면 오전 수련을 마쳐주마. 하지만 피하지 못한다면 오늘 점심은 없다.”

천마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3번’이라고 말하는 순간, 광개토의 왼쪽 어깨를 향해 기공을 날렸고, ‘마쳐주마’라고 말하며 오른쪽 무릎을 향해 기공을 날렸다. 그리고 ‘못한다면’을 말하며 오른쪽 무릎을 향해 기공을 날렸고, ‘없다’에서 다시 오른쪽 무릎을 향해 기공을 날렸다.

왼쪽 어깨로 날아든 기공에 적중당한 광개토는 그 고통의 순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오른쪽 무릎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감지하여 급히 발을 뺐다. 그런데 그 다음 공격도 동일한 부위를 노리고 날아오길래 광개토는 부득이하게 옆으로 몸을 날리며 피해야 했다. 그리고 온몸을 날린터라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또 동일한 부위를 향해 날아다는 공격에 끝내 무릎을 내주고야 말았다.

“으악!!! 사부님, 같은 곳만 때리는 게 어딨습니까?”

광개토의 불만에 천마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이것은 공격자의 중요한 마음가짐 중에 하나니라.”

“네?”

“집요함.”

“그러다가 제자의 무릎을 아주 아작 내시겠습니다.”

“적이라면 아작을 내야지.”

“적이 아니라 제자이지 않습니까?”

“수련은 실전처럼.”

바락바락대드는 제자와 한마디도지지 않는 스승의 모습에 왠지 잠시 후의 자신이 저리 될 것 같아 슬기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쨌든 바락바락 대드며 광개토는 살짝 체력을 회복했고, 천마는 다시 공격에 들어갔다.

광개토는 어쨌던 이 거지같은 수련을 빨리 통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만 피하면 된다고 했지?’

아쉽게도 두 번까지는 피했었는데, 세 번째를 실패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곧 오전 대련을 끝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 광개토는 기필코 세 번을 피해내리라 다짐하며 외쳤다.

“절대로 피하고야 만다!! 아자!!!”

그러나 안타깝게도 크게 소리치며 잔뜩 기합을 준 광개토는, 요란하게 기합을 주다가 그만 얼굴로 날아드는 첫 번째 기공을 제대로 감지 못하고서 정통으로 허용하고 말았고, 이어서 깐데 또 까는 천마의 집요함 넘치는 후속타에 같은 곳을 두 방 더 허용하며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원래의 잘생김은 어디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진 광개토의 면상을 바라보던 천마가 실리엔에게 지시했다.

“이 놈을 천막에 데려가서 눕혀 놓아라.”

“네, 천마님.”

실리엔은 자신의 체격보다 거의 두배는 됨 직한 광개토를 번쩍 들어 옮기지 않고, 한쪽 다리를 붙잡고 질질 바닥에 끌고 갔다.

슬기는 그 모습을 보며 유혈 표현 설정을 꺼놓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참혹해서 볼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리엔의 손에 질질 끌려가는 광개토의 모습을 바라보던 슬기가 문득 온몸을 엄습하는 한기에 천마를 돌아보았다.

가차없이 제자를 골로 보내던 천마가 이제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아, 이걸 정말 해야 해?’

슬기의 가슴 속에서 하기 싫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났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자라나는 무시못할 기대감, 그러니까 절대강자인 천마에게 수련을 받는다면 틀림없이 강해질 거라는 기대감, 희망 같은 것을 물리칠 수 없어 결국 슬기는 천마의 앞에 서고 말았다.

그래도 두려움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는지 슬기가 살짝 몸을 떨며 말했다.

“저기, 아저씨...내 얼굴도 막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럴건 아니지? 보다시피 이미 좀 망가진 얼굴이라... 게다가 눈에도 안보이는 공격을 막는 것 같은 불가능한 짓거리는 안했으면 하는데.”

“파천무를 익히지 않은 너에게는 무리다.”

“아, 다행이다. 난 또, 나도 눈에 안보이는 공격으로..”

“기공이다. 기를 움직여 상대를 밀거나 당기거나 걸거나 흔드는 수법이니라.”

천마의 친절하고 딱딱한 설명에 슬기가 손뼉을 쳤다.

“그래, 그 기공으로 안한다니 참 다행이야.”

기뻐하는 슬기의 모습에 천마는 주먹을 들어 보였다.

“직접 공격할 것이다.”

언제 기뻐했냐는 듯, 슬기의 안색이 전보다 더 창백해졌다. 공히 수백명 아니 어쩌면 이미 수천명 이상일지도 모를 피해자들의 피로 물든 저 주먹으로 그녀를 때리겠다는 천마의 선언은 역시나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이었다.

슬기는 가급적 애교띤 얼굴로 최대한 애교스럽게 말했다.

“처..처음인데 살살할거지?”

다른 사람이 들었더라면 흉악한 슬기의 얼굴과 그녀의 대사가 전혀 조화롭지 못해 괴로워했겠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천마는 일단 사람이 아니었다.

“게임은 원래 초보자 모드부터 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천마가 또 자신도 모르는 소리를 해대었지만 슬기는 알아들었다.

“하긴 초보 모드는 너무 쉬워서... 게이머라면 마땅히 헬 모드지.”

슬기는 자기도 모르게 신나하며 그녀의 무덤을 팠다.

천마가 가볍게 좌우 주먹을 털며 슬기에게 다가왔다.

“수련을 시작하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슬기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아니겠어!!’

하지만 슬기의 오른 주먹이 스트레이트로 천마의 얼굴 쪽을 향해 뻗아가는 순간, 어느새 올라온 천마의 왼손이 슬기의 오른 팔목을 가볍게 튕겨내는가 싶더니 그 동작에서 매끄럽게 연결된 자세로 슬기의 면상을 찔러 왔다.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천마의 주먹에 슬기는 경악했다.

‘악, 내 머리 터져!!’

슬기는 닥쳐올 자신의 참상을 차마 볼 수 없고, 다만 얇은 눈꺼풀으로라도 조금이나마 논동자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콩-


뜻밖에도 전혀 아프지 않은 천마의 공격에 슬기가 어리둥절할 때쯤 천마가 냉랭하게 말했다.

“눈을 감다니, 전사의 기본이 안 되어 있구나.”

천마의 무시 발언에 방금까지 대가리 깨질 것을 두려워하던 슬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끈했다.

“원래는 눈 안 감거든!”

“다시 해보거라.”

“눈싸움은 안 진다고!!”

슬기의 반박을 개무시하며 천마는 다시 손짓했다.

기분이 상한 슬기는 이번에는 천마의 쌍코피를 터뜨리겠다는 각오로 살기등등하게 달려들었다. 먼저 가볍게 천마의 무릎을 걷어차고, 뜻밖의 하단 공격에 움찔한 천마의 울대를 그대로 후려갈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녀가 인간형 몹이나 플레이어를 상대로 자주 쓰는 스킬이었고, 실제로 성공률도 상당했다.

..다만 상대가 천마였을 뿐이다.

첫 번째 공격은 보기좋게 성공했지만, 그 결과는 슬기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천마의 무릎에서 느겨지는 천년 고목같은 묵직함에 걷어찼던 슬기가 오히려 앞으로 휘청거렸고, 균형을 잃어버리자, 후속타를 휘두를 추진력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오히려 천마가 뒤뚱거리는 슬기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크악!!”

괴성을 지르며 슬기가 바닥에 엎어졌다. 마치 머리가 날아가 버린듯한 화끈 시원한 쾌감(?)이었다. 마치 한꺼번에 소주 열 병을 드링킹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에 슬기는 한참을 바닥과 씨름해야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슬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이런, 씨발! 처음이니까 살살해달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살살 때리지 않았느냐.”

영문을 모르겠다며 변명하는 천마의 모습에 슬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곧 뭔가를 깨달은 슬기.

“설마 아까 콩 하고 때린 거, 그게 처음이라고 살살해준거였어?”

“그렇다만.”

슬기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이 작자는 처음이라는 말을 그저 첫 공격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공격부터는 얄짤 없이 대가리 터질정도로 때린 것이고.

“아저씨는 진짜 말귀가 어두운거 같아. 아니 없는거 같아.”

슬기는 다시 한번 천마를 다루려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고 세세하게 전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백여 미터 되는 거리를 광개토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고서 이동한 실리엔은 광개토의 간이 침대 위에 그를 번쩍 들어다 던지다시피 눕혀 놓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광개토는 그저 으음 신음 소리만 낼 뿐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주인님께 뭔가 따뜻한 걸 덮어드려야겠는데..”

실리엔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먼저 돌아본 곳을 일행들의 잠자리였다. 정상적인 잠자리라면 마땅히 포근한 매트, 따뜻한 모포 같은 것이 있어야겠지만, 시온에서의 잠은 곧 로그아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덮고 잘 일이 없으므로 모포는 필요가 없었고, 실리엔이나 천마 역시 누워서 자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마찬가지였다.

모포를 찾지 못한 실리엔의 눈에 적당한 덮을 거리가 포착되었다. 슬기 자리에 있는 천마의 잿빛 망토였는데, 살짝 찢어진 부분이 있어서 수선을 하려고 벗어놓은 것이었다.

실리엔은 슬기의 잠자리 앞으로 걸어가 망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광개토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녀가 말했다.

“이 병신같은 새끼를 죽여버리고, 그냥 성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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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3 5 12쪽
71 71화 19.12.04 434 7 12쪽
» 70화 19.12.03 438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3 6 12쪽
66 66화 19.12.02 465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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