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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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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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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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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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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7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73화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시온의 본사.

이벤트 관리 부서 사무실의 한쪽에 설치된 회의실 내부는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마군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 회의


투명보드에 떡하니 회의의 주제가 적혀 있었지만, 사실 이건 혹시나 임원급 인사의 방문에 대비한 가짜 타이틀이었다. 실제로 이곳에 모인 십여 명의 팀원들은 전혀 다른 주제로 고심 중이었다. 아니, 처음에는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3일째 같은 주제로 머리를 쥐어 짜내려니 이제는 모두가 심한 탈력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번 다섯 번째 회의도 차은혜 부팀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여전히 로그기록 열람은 불가라고 합니다.”

“아놔~그 새끼들은 사람이야, 컴퓨터야?”

여전히 비협조적인 로그기록 관리실을 욕하며 이준혁 팀장은 고성을 질렀고, 구석에서 말단 팀원들이 수근 거렸다.

“진짜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설마 아니겠죠?”

“만나보면 완전 거짓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걸?”

조용해지길 기다린 차 부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비록 로그 기록을 열람할 수 없어 보완 및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영상 자료를 토대로 추가적인 천마의 행적을 확보했습니다.”

이어서 칠판을 겸하던 투명 보드에 영상이 띄워졌다. 그동안 천마의 행적을 모아 편집한 영상이었다. 이미 몇 차례나 본 영상이었지만, 팀원들은 혹시나 이전에 놓쳤던 부분이 있나 하고 뚫어지게 영상을 노려보았다.

먼저 몇 번이나 봤던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천마성에서 갑자기 천마가 사라졌던 영상이 먼저 나왔고, 이어서 드래곤 공격대와 천마의 전투 장면이 나왔다. 수십 명의 공격대원들이 전방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명이 거대한 트럭과 부딪히기라도 한 듯이 허공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리고 또 한 명이 날아가고, 그 옆에 있던 동료는 갑자기 머리가 사라져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고, 이어서 영상이 흑백으로 바뀌어버렸다. 관찰자 역시 죽어버린 것이다.

이때 잠시 영상을 멈춘 차은혜가 말했다.

“이번 영상은 오늘 추가된 영상입니다. 사실 추가된 영상을 뒤에 첨부할까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의 순서대로 편집하는 게 좋겠다 싶어 도중에 삽입했습니다. 본 영상은 천마 일행과 직접 대면한 GM의 영상으로 정말 어렵게 구한 것입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인 GM이 지나치게 시온에 오래 접속해있었던 후유증으로 환각, 환청 등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그동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가 어제야 겨우 퇴원을 했었거든요.”

잠시 말을 멈춘 차은혜가 다시 말했다.

“그는 꼬박 일주일 동안 단 1초도 쉬지 못하고, 시온에 접속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강제 로그아웃도 안 되어서 결국 다이브의 전원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헉, 그거 엄청 위험한 행위 아닙니까? 잘못하면 심각한 정신손상을 입을 수도 있을 텐데요?”

팀원 중 하나가 놀라 차은혜의 말을 자르고 말았다. 접속 상태에서 다이브의 전원을 강제로 차단시켜버리는 것은 유저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줄 수 있어, 다이브는 사고 방지 차원에서 자체 보조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말은 그 배터리까지 떼어 버렸다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걸린 마비 디버프의 지속시간이...3년 이었다고 하더군요.”

‘뭐? 3년??’

다들 잘못 들었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회의실에 조용해지자, 차은혜는 다시 재생버튼을 클릭하며 말했다.

“일단 우리의 안건은 그게 아니니까, 지금은 영상을 보도록 할게요.”

이어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 ‘GM 구모네’라고 쓰여 진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떤 주점 내부였는데, 한 여자와 다섯 남녀의 대치 상황이 보였다. 그리고 홀로 선 여자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 영상을 보고 있던 팀원들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헛, (씨발!) 깜박이 좀 키고 들어오라고.”

그만큼 갑작스레 잡힌 못생긴 여자의 얼굴은 볼 때마다 충격적이었다. 자꾸 봤는데도 그랬다. 3년짜리 디버프라는 충격을 덮어버릴 정도의 비주얼테러를 극복하고 어느새 팀원들은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섯 남녀가 일제히 괴물(?)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단 몇 수만에 형편없이 구석으로 몰린 괴물은 정의의 응징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팀원들이 보기에 상당히 바람직한 장면이었고, 상황이었다. 영상을 지켜보던 팀원 중 누군가가 그만 “죽여 버려!” 하고 외치기도 했는데, 아무도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 누구도 지금 화면이 지엠의 시야이며, 지엠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욱이 시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싸움을 말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때 괴물이 외쳤다.

-아저씨!

“나왔다. 시그니처 대사..”

위기 상황만 되었다 하면 나오는 대사가 튀어나오고, 직원들의 예상대로 곧 화면 안의 모든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움직임이 멎었다. 지엠의 시야 역시 영상 속의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그 방향을 향해 고정되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팀원들을 침을 꿀꺽 삼켰다. 비록 영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저 곳에는 지난 6개월간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시켰던 천마가 서 있을 것이었다.

천마가 화면에 안 잡히는 것에 대해 팀원들 간에 이견이 분분했지만, 3일간의 논의 끝에 가장 그럴듯한 결론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천마가 해킹당하면서 그의 데이터에 영상 송출을 회피하는 프로그램이 입력되었을 거라는 의견이었다. 그렇기에 현장에 있는 플레이어나 NPC들의 눈에는 천마가 보이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확인하려고 하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영상 속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투가 멈춘 가운데, 3남 2녀 중 남자가 앞으로 나와 괴물쪽으로 뭐라고 외치자, 괴물이 천마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향해 한마디 했다.

-그냥 한 대씩만 때렸으면 좋겠어. 죽이지는 말고.

그리고 남자의 왼쪽 다리가 툭하고 날아가 버렸다. 이어서 비명을 지르던 남자의 머리도 날아가 버렸다.

“헉!!”

영상을 보던 대부분의 팀원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곧 화면이 싸움의 현장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툼을 중재하려고 지엠이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곧 지엠은 누군가가 앞에 있는 양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건의 조사를 위해 플레이어 캐릭터의 신원 정보 확인을 하겠습니다.

-제 손을 잡으십시오. 성함이?

-네? 쏘가리..라고요? 아니, 그보다 천마라고요?

지엠의 충격적인 독백을 끝으로 화면이 멈췄다. 차은혜의 시선 속에 화면의 밝은 조명 탓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팀원들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왔다.

“들으셨죠? 물론 우리는 들을 수 없지만, 그는 분명히 그의 이름을 밝힌 것 같습니다.”

여기서 차은혜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기다리는 팀원들에게 뒷말을 이어붙였다.

“그는 자신을 천마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모네라는 지엠이 천마라는 이름을 언급할 리가 없었다.

이미 천마라고 심증적으로 거의 백퍼센트 예상하고 있었고, 팀 내부에서는 이미 천마라고 단정짓다 시피 했었지만, 그래도 천마로 추정되던 자가 직접 입으로 자신이 천마라고 시인하는 장면을 보니 훨씬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차례 충격의 여운이 가시자, 곧 팀원들의 입에서 이런저런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그는 천마였어.”

“우리 애기, 거기 있었구나!”

언제 지쳤었냐는 듯 팀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가 천마인 것이 확실해진 이상,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했다.

지치고 피곤에 찌들었던 대책 회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차은혜는 자신의 예상대로 다시 힘을 내는 팀원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광개토 다음으로 지목한 슬기에 대한 천마의 솔루션은 무공 전수였다. 그렇다고 파천무를 전수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사실 파천무를 전수하여 완전한 남성(?)으로 만들어줄까 생각도 했지만, 그녀가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바람에 그 생각은 포기해야 했다.

“아가씨에게 전수할 무공은 오행마공 중 목공으로 직목(䐈木)의 수법이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천마의 입에서 한자가 나올 거라곤 전혀 상상치 못했던 슬기는 그만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그녀는 오행이 화수목금토를 뜻하는 말인 것 정도는 알았지만, 목공인데 직목의 수법이다 하는 그런 말들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무식한 줄로만 알았던 천마가 뜻밖에도 무술에 관해서는 매우 유식하여 슬기의 궁금증들을 친절하게도 차근차근 풀어 설명했다.

“천지간의 기운은 오행으로 설명할 수 있고, 역천 역시 오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근간을 두고 완성된 것이 오행마공인데, 그 중 목공은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나무의 기운과도 같은 무공이다. 특히 목공 중에 직목의 수법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얽히고설킨 것처럼 연속 동작들을 끈끈하게 연결하여 공격하고 방어하는 수법이니라. 여자는 태생적으로 신체가 연약한 대신 유연하기에 한방을 노리기보다 연속기를 사용하여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거나 수비를 무너뜨리는 직목의 수법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천마의 친절한 설명에 광개토도 개인 수련을 하려다 말고 끼어들었다.

“사부님, 저도 주먹질 좀 알려주시지 말입니다.”

그런 광개토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천마가 나직이 말했다.

“네놈이 이제 죽을 때가 되었구나.”

가만히 기공을 쓰려는 천마를 보며 광개토가 황급히 외쳤다.

“아니, 사부님!! 제자가 성장하고 싶다는데 왜 이러십니까?”

하지만 천마의 일언은 일 만금의 무게를 지닌 법.

이미 천마는 광개토에게 한번만 더 대꾸하면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었다. 그렇기에 천마는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켜야만 했고, 광개토는 일단 한번 죽어야만 했다.

한번 내려진 결정은 단호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법!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천마는 눈물을 머금고 광개토를 죽여 버렸다. 물론 그 속내에 광개토가 요괴니까 다시 부활할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그래도 반쯤 농담이겠지라고 생각했던 광개토는 그렇게 한번 끔찍한 죽음을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부님은 언행일치가 완벽하신 분이시구나!! 죽인다고 말씀하신 건 정말 죽인다는 말씀이셨어!!’

사부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가운데, 다시 살아온 광개토를 천마가 불렀다.

“네 녀석의 수준인 일 단공은 파천무의 입문 과정이라 딱히 무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그저 본좌가 시키는 대로 모든 동작을 파천무의 무리(武理)로 행하고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숙달된다면 너는 절로 적들을 능숙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며, 이 단공에 이르게 될 것이다.”

“네, 사부님!”

고개를 크게 조아린 광개토는 사부의 시선이 거두어진 걸 느끼며 개인 수련을 위해 걸어가려 했다. 그 순간 천마가 크게 외쳤다.

“이놈아! 파천무를 사용하래도!!”

“네? 걸어가는데 어떻게? 컥!!”

대꾸하던 광개토는 복부를 강타하는 천마의 기공에 신음을 내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통속에서도 광개토의 마음은 억울함으로 가득찼다.

‘아니, 파천무를 사용하면 한걸음에 몇 미터씩 뛰는데, 대체 걸으면서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지?’

억울함이 가득한 광개토의 귀로 천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놈아, 우매한 너를 위해 한 번만 자세히 설명 할 테니 귓구멍 씼고 잘 듣도록 해라.”

광개토는 복부에 밀려 올라오는 고통 속에서도 간신히 네, 라고 대답했다. 고개만 까딱거렸다간 언행일치하신 사부님께서 목마저 부러뜨릴 것 같았다.

“발을 내뻗을 때 파천무를 사용해라. 또한 발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역시, 파천무를 사용하여 붙들어라. 물건을 집을 때도 파천무를 사용하여 강하게 움켜쥐고, 또한 파천무로 손을 제어하여 물건을 부수지 않도록 해라. 항시 파천무를 운용하되, 마치 파천무를 운용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너는 이단공에 다다른 것이다.”

천마는 이해력 딸리는 제자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광개토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말들이었다.

‘아놔, 대체 뭐라는 거야?’

비록 천마는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광개토에게 그건 그저 좀 더 자세하고 친절한 똥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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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3 5 12쪽
71 71화 19.12.04 43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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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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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19.12.02 46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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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19.12.01 46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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