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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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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87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9 17:00
조회
467
추천
4
글자
12쪽

58화

DUMMY

(58편)


엄마를 불렀다며 빈정되는 놈의 얼굴이 그렇게 밉상스러울 수 없었던 괴마는 온 몸에 충만하게 넘쳐흐르는 스승의 힘을 느끼자마자 폭발하듯이 박차고 뛰쳐나가 천마(스승)의 기운이 응집된 주먹으로 천마(적)의 면상을 강력하게 후려갈겼다.


쿠앙---!!


마치 폭탄이 터진듯한 소리와 함께 얼굴을 맞은 천마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천마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벽까지 날아갔고, 그 벽 마저 부수며 그 안으로 파묻혀 버렸다.

“으아앗!! 사부님!!”

실리엔의 다리를 붙잡고서 간신히 허공에 매달려 있던 광개토가 경악하고 말았다. 일찍이 천마가 저렇게 날아간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과거에 그 강력해 보이던 권마가 회심의 일격을 날렸음에도 고작 한걸음 물러 서는게 다일 정도로 어마무시한 맷집과 방어력을 가진 사부였기에, 그가 처맞고 날아가 벽에 박혀버리는 장면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심지어 슬기는 그런 광개토보다도 더욱 크게 놀란 나머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적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괴마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천마 강신술’은 그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로써 실전에서 써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속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30초라는 시간은 어떤 적, 어떤 상황이라도 타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것이 스승님의 힘이란 말이지?’

온 몸 구석구석을 충만하게 채우는 천마의 기운을 느끼며 괴마는 이루말 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아직까지 주먹 끝을 맴도는 찰진 타격감으로 보아 아마도 적은 그 얄미운 미소를 채 거두지도 못하고서 절명하였을 것이다.

“크크크, 네 놈이 비록 강하기는 하다만, 우리 스승님에 비하면 결국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하였구나. 보아라,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신력 앞에서는 강자든 약자든 모두가 평등하다.”

그의 발언은 마치 이미 죽은 적의 시체 앞에서 읊조리는 추모사와 같았다.

하지만 추모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일렀다.

“본좌 같으면 그딴 허접쓰레기 같은 소리 할 동안에 한 대라도 더 때리겠다. 이 모자란 것아.”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부서졌던 벽을 한 차례 더 부수며 천마가 튀어나왔다.

옷을 툭툭 털어대는 천마의 모습에 슬기와 광개토는 안도했고, 괴마는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긴, 한방에 죽을 인사로는 안보였..지!”

‘지!’ 라는 말과 동시에 괴마가 다시 쏜살같이 천마를 향해 튀어나갔다. 그는 상대가 일격에 죽었을 거라는 괜한 지레짐작으로 10여 초 이상을 손해 본 것이 다소 후회가 되어 마음이 바빴다.

순식간에 지근거리로 다가선 괴마가 가속력이 붙은 주먹을 내뻗자, 천마는 급히 왼 손바닥으로 괴마의 주먹을 밀었다. 하지만 괴마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하고, 오른쪽 어깨에 주먹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오른쪽 어깨가 거세게 뒤로 튕긴 천마는 그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왼발 앞차기를 시도했고, 왼 주먹을 들어 연속 공격을 시도하려던 괴마는 공격 대신 천마의 왼발을 내려찍었다.

왼발을 향해 찍어 오는 괴마의 주먹을 보고서 천마는 앞차기를 슬그머니 옆으로 움직여 돌려차기로 바꾸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동작이었지만, 천마는 가능했다. 천마의 발차기가 괴마의 주먹을 스치듯 피하며 올라가서는 괴마의 오른쪽 어깨를 걷어찼다.

하지만 변칙적으로 움직인 공격이다보니 그리 큰 힘은 실리지 않아서 고작 괴마의 몸을 슬쩍 흔드는데 그쳤다. 천마보다 머리통 반개는 더 큰 괴마가 이번에는 오른 발로 공격을 해왔다. 명치를 향해 날아오는 괴마의 발차기에 천마는 함께 오른 다리를 들어 방어했다. 그리고 오른 손을 뻗어 괴마의 가슴에 장을 날리려고 했는데, 좀전에 허용했던 공격의 여파가 아직 남았는지 오른 팔을 원하는 만큼 들어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의 주먹 공격을 가슴에 허용하고 말았다.


쿵--!


“큭”

다급히 서너 걸음을 물러서며 신음을 내뱉은 천마는 숨돌릴 겨를도 없이 옆으로 이동했고, 따라왔던 괴마의 수도가 그 빈공간을 거칠게 갈랐다.

천마는 괴마의 연속 공격들을 막고, 피하기만 겨우 할 뿐, 전혀 반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왠지 그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까 괴마가 천마 강신인지 강림인지를 할때부터 그랬다.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싶더니 그 뒤로 회복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중요한 체력 테스트를 앞두고, 전날 장염으로 밤새 설사를 하고서 기진맥진한 그런 느낌이었다.

‘체력 테스트? 장염? 그게 뭔가?’

하지만 천마는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의문 등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적의 공격은 그보다 강했고, 적의 움직임도 그보다 빨랐다. 천마는 맹세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네 놈의 사술이 꽤나 쓸만하구나.”

천마는 기분이 상해 도저히 이 말 한마디를 안할 수가 없었다. 피하고 막는 틈틈이 겨우겨우 한 호흡씩 모아가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의 힘을 강화시키고, 이 본좌의 힘을 약화시키다니 좋은 수법이다.”

이른바 내가 힘이 줄지만 않았어도, 니가 제아무리 좋은 수를 쓴다 한들 소용 없었을거라는 의미였다.

괴마 역시 공격을 하면서도 천마의 말에 대꾸했다.

“무슨 소리냐, 잡소리는 그만하고 그냥 죽어라!”

괴마는 천마가 한 말 중에서, 천마의 힘을 약화시켰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에 걸린 술법, 천마 강신술은 말 그대로 천마의 힘을 빌려오는 것일뿐, 눈 앞의 적을 약화시키는 등의 부가적인 효과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힘을 빼앗긴 천마는 반도 안 남은 힘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괴마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후 이십 초의 시간동안 무려 이백여 차례의 공방이 펼쳐졌는데, 그 중에 천마가 피한 것이 쉰 네 번, 막아낸 것이 일흔 두 번, 맞은 것이 서른 한 번, 반격한 것이 서른 여섯 번 이었다. 반격 중에 상대에게 명중시킨 유효타는 다섯 번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호각지세를 보였지만, 이내 무너지기 시작한 천마는 간간히 저항을 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누가 보더라도 열세인 상황에 놓였다. 그 낯선 모습에 슬기는 살짝 감정이 복받쳐서 소리쳤다.

“아저씨, 왜 그래? 아저씨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다 박살내는 캐릭터잖아!”

하지만 그녀의 응원(?)에도 천마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그녀의 눈에는 맞는 거만 보였다) 천마의 모습에 슬기는 저도 모르게 살짝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광개토 역시, 어느샌가부터 세계 최강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부가 형편없이 밀리는 모습을 보며 분노하는 한편, 그런 사부를 형편없게 몰아세우고 있는 괴마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광개토는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발악하듯 소리쳤다.

“사부님 힘내시지 말입니다!!”

슬기와 광개토는 천마가 다시 일어서길 간곡히 바라고 바랐다.


벽에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한창 신나게 두들겨 맞던 천마가 힘겹게 말했다.

“으으음... 이제 끝났느냐?”

이십 초 동안 공격에 열을 올리던 괴마가 그 말에 주춤했다. 그의 몸에서 스승의 기운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천마 강신술의 짧은 사용 시간이 마침내 끝이 나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힘이 빠진 마지막 공격이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게 천마의 턱을 치고 말았다.그 바람에 천마는 괴마의 힘이 갑작스레 줄어든 것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게다가 지독한 가뭄 끝에 비 소식을 들은 것처럼 온 몸 구석구석으로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천마는 본래의 힘을 거의 되찾았다.

괴마의 오른 주먹이 턱에 꽂힌 모양새 그대로 천마가 몸을 벌떡 세우자, 그 반동 탓에 괴마가 뒤로 휘청거렸다. 즉시 순간이동하듯 빠른 속도로 괴마를 따라간 천마는 그대로 괴마의 허리를 걷어찼고, 괴마는 비명도 못지르고 꺾인 모양 그대로 주욱 날아가 벽에 강하게 부딪히고 넘어졌다.

“아저씨!!”

갑자기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천마를 보며 슬기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30여초 만에 보는 천마의 예전 같은 모습은, 언제 비실거린 적이 있기는 했냐고 말하는 듯 했다. 광개토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기분이라 ‘사부님’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천마는 기세를 몰아 단번에 연속 공격을 가했다. 적을 향해 으스스대는건 숨톰을 끊어 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 법이었다. 천마는 멍청한 악당들처럼 다 된 잿밥에 코빠뜨리는 전철을 밟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천마의 잔인하고도 단호한 공격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제대로 힘이 실린 두 번의 발길질과 세 번의 주먹질에 괴마는 변변찮은 반항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죽고 말았다. 천마 강신술이 풀리고서 불과 2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괴마는 생각했다.

‘이상하구나, 저 자와 손을 섞을 때마다 닿은 부위에서 마치 청량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구나, 대체 왜 그런 것이었을까?’

사실 그 기이하고도 기분 좋은 느낌 때문에, 그것을 좀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괴마는 수차례 천마를 죽일 수도 있었음에도 질질 끌었고, 그 잘못된 결정이 끝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야 말았다.


죽은 괴마의 시체가 곧 사라졌다. 하지만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에게 걸린 중력 역전의 주술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원래 주술이라는게 주술사가 죽으면 없어져야 하는거 아닌가?”

천장에 매달린 슬기가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천마는 먼저 바닥에 손을 박아넣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듯한 모습의 실리엔에게 다가갔다. 실리엔의 한쪽 다리에는 광개토가 매달려 있었다. 마치 하늘에 블랙홀이 있고, 그것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 신기한 모양새를 가만히 쳐다보던 천마가 천천히 실리엔의 허리춤을 잡았고, 그 즉시 실리엔이 뾰족한 목소리로 광개토를 내려다 보며(실제로는 올려다본 거지만) 소리를 질렀다.

“야이~ 변태 반푼이 주인 놈아!! 손가락 오도독 씹어버리기 전에 내 종아리에서 손 때라!! 그리고 고개 쳐들지 마라! 고개 쳐드는 순간 너는 영원히 본녀에게 변태로 기억되는 거야!! 아~ 씨발, 허벅지로 손 올라오지 마라고!! 미친 변태 개새끼야!!”

그간 쌓인 게 많았는지 실리엔은 봉인 풀린 지니 마냥 쉬지않고 광개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리엔, 그럼 어떡해. 네 다리를 놓으면 나는...”

“고작 죽기밖에 더하겠어? 착한 변태는 죽은 변태밖에 없는 법이야! 얼른 떨어져 죽어버렷!!”

본래 실리엔이 광개토에게 가지고 있던 반발심과 불만의 대부분은 이번 성좌 탈환을 하며 상당 부분 줄어든 상태였었다. 상처 전이를 통해 천마기를 흡수하며 소녀였던 그녀의 육체가 청소년 수준으로 성장하자 일차적으로 만족했고, 더불어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육체가 성장함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가 느끼는 수치심의 정도도 강해진 것이었다. 비록 NPC지만, 수차례 천마와 접촉하며 어느 정도 인지를 갖추게 된 실리엔은 그동안 광개토에게 가지고 있던 반발심이 줄어든 이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수치심을 강하게 느꼈고, 결국 사춘기(?)에 이른 실리엔은 광개토에게 폭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리..엔. 이걸 놓으면 난 떨어져 죽..”

“죽.으.라.고.그.냥!.”

사춘기 소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광개토에게 죽을 것을 요구했다.

광개토의 얼굴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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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19.12.04 433 7 12쪽
70 70화 19.12.03 437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2 6 12쪽
66 66화 19.12.02 464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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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19.12.01 459 4 12쪽
62 62화 19.12.01 45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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