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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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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84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8 17:00
조회
491
추천
4
글자
12쪽

55화

DUMMY

(55편)


모든 레이드 보스와 동일하게 후공몹(플레이어가 먼저 공격해야만 전투에 돌입하는 몹)인 괴마는 알 수 없는 제약 탓에 감히 스스로를 마신이라 칭하는 천마의 망언을 그저 듣고만 있어야만 했다.

“네 놈들은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보아라!!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도래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분노한 괴마는 시스템이 알려 주는대로 대사를 내뱉으며 얼른 천마 일행이 선공을 해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내심 마신 드립에 만족한 천마와 생각에 잠긴 슬기를 비롯한 일행들은 공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뭐하느냐 이것들아!!’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며, 괴마는 이 놈들이 공격해 들어오기만 하면 이 몸께서 친히 저놈들의 뼈와 근육을 하나하나 해체해서 골수 깊은 곳까지 깃든 더러운 신성모독의 죄악을 뽑아내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상과 계획은 저들이 공격해 와야만 비로소 이룰수 있는 것들이었다.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후공몹인 그가 먼저 공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네 놈들은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보아라!!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도래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괴마는 부끄럽게도 똑같은 대사를 다시 한번 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괴마가 똑같은 말을 세 번쯤 했을 무렵에야, 천마가 손가락 마디를 풀며 앞으로 나섰다. 충분히 주변을 둘러보고 함정 같은게 없다는 걸 확인한 슬기가 전투를 허락한 것이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구슬들을 줄줄이 꾀어다가 목에 걸고 있는 그 꼬락서니나, 손가락마다 싸구려 짝퉁 반지를 쳐 끼고 있는 그 허세로도 네 놈의 본질적인 빈약함은 전혀 가려지지 않는구나.”

천마가 냉소를 띠며, 괴마의 겉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제 얼굴에 침 뱉는줄도 모르고, 자신과 유사한 복장을 갖춘 괴마의 복장을 그렇게 까내린 천마가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제자리에 우뚝 선 채 괴마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하필이면 후공 몹인 괴마가 유일하게 선공을 할 수 있는 방어 인지 범위에서 딱 한걸음 밖이었다.

“덤비거라.”

하지만 후공몹인 괴마는 먼저 공격할 수 없었다.

“네가 덤벼라.”

괴마의 말에 기가 찬 천마가 허허하고 웃으며 말했다.

“본좌는 합당한 사유없이 먼저 때린 적이 없다.”

괴마도 지지 않고 말했다.

“이 몸은 합당한 사유가 있어도 먼저 때린 적이 없었다.”

먼저 움직이기 귀찮았던 천마(때리러 저기까지 가기가 귀찮았다)와 먼저 공격할 수 없는 괴마(시스템의 제약은 절대적이었다)의 말다툼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 관계와 같았다.

“아저씨가 언제 합당한 사유로 싸운 적이나 있어?”

슬기가 웅얼거렸지만, 천마는 그 말을 깔끔이 무시하고 가만히 괴마를 노려보았다.

사실 이건 별거 아닌 말장난에 불과했고, 한 대 먼저 때린다고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길어짐에 따라 별것 아니던 이 문제가 점점 천마에게 있어서 자존심 대결로 변하기 시작했다.

“본좌에게 선공을 날릴 수 있는 기회는 네놈의 삼대 조상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100년을 쉬지않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치성을 올려야 간신히 얻을까 말까 하는 기회이거늘, 네깟 놈이 모처럼 찾아온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이 기회를 저버리겠다는말이냐?”

천마가 이렇듯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하자,

“그딴 뒷간에나 갖다버릴 소원을 비는 자가 내 조상이라면 이 몸이 먼저 죽여버리겠다.”

라며 괴마가 응수했다.

둘의 말다툼이 이어지자 홀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로서는, 천마의 목소리는 만년 빙굴처럼 차가웠고 괴마의 목소리는 풀한포기 자라지 못할 광야처럼 거칠어서 듣고 있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모두들 대체 왜 이런걸로 말다툼을 하나 싶었지만, 슬기는 둘의 말다툼이 그저 말다툼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으로 넘어갔다는 걸 깨달았다.

슬기가 조용히 탄식하자, 그 소리를 들은 광개토가 그녀에게 물었다.

“사부님이 왜 갑자기 좋은 주먹 두시고, 말로 싸우시는거죠?”

“미쳐서 그래.”

슬기가 간단하게 진단했다.


그때, 홀로 진입하는 복도쪽에서 부산스런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십명은 되어 보이는 발소리였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다리시게!!”

퍼스트 클래스의 공대장, 에릭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홀 내부로 거의 50명에 이르는 공격대원들이 줄지어 들어오더니 한쪽 편에 열과 오를 맞춰 섰다.

앞으로 나온 에릭이 천마와 괴마가 마주선 모습을 보더니 서둘러 말했다.

“미안한 말이네만,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이 말을 하기 위해 이렇게나 열심히 달려왔건만 에릭은 민망한 마음 탓에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침을 한차례 꿀꺽 삼키고서야 겨우 말을 이었다.

“...괴마는 우리가 맡을까 하네.”

“...이봐요, 노인장. 말 참 쉽게 하시네?”

어이가 없었던 슬기는 곧 말문이 막힐 정도로 흥분했다.

에릭은 ‘노인장’이라는 듣기 거북한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을 위해 꾹 참았다. 에릭은 뛰어오면서 생각했던 제안을 꺼냈다.

“그래 준다면, 자네들이 군사와 약속했던 삼 일에서 하루를 빼주겠네.”

본디 더 원의 제1 공격대가 오기까지 삼일간을 성좌에 머무르며 지켜주기로 군사와 약속했던 슬기였기에 에릭의 제안은 꽤 괜찮게 들렸다.

막 욕을 퍼부으려던 슬기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호오, 하루를 빼준다고?’

슬기는 살짝 구미가 당기는 걸 느꼈다.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이틀.”

가볍게 인상을 찡그린 에릭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하루하고 한나절.”

“좋....같은 소리 하네.”

에릭의 끄덕임에 하마터면 좋다라고 말할뻔 한 슬기는 겨우 말을 바꾸었다.

‘이 노인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딴 소릴 하네! 사기꾼 같으니라고!!’

“그건 안되겠고, 내일 저녁까지만 있어주는걸로. 안받아주면 협상은 결렬이에요!”

슬기가 최후 통첩을 하자, 결국 에릭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슬기는 그 시일이 아무리 줄어들지라도 결국 제1 공격대가 와서 군사를 만날 때까지는 이 곳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릭은 그런 내막을 모르고 있었기에 당당히 기한 단축을 거래 조건으로 내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협상이 통과되자 슬기가 천마를 불렀다.

마침 괴마와의 자존심 싸움에 지루해하던(그렇다고 먼저 때릴 수도 없던) 천마는 못이기는 척하며 슬기에게로 돌아왔다.

“네년이 불러서 온 것이 아니라, 저 놈이 전의를 상실한 듯 해서 온 것일 뿐이다. 전의가 떨어진 적만큼 재미없는 것은 없지.”

천마는 그 와중에도 할 말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천마가 합류한 천마 일행이 복도 입구 쪽으로 물러났고, 퍼스트 클래스의 남은 48인이 인중룡 포메이션을 갖추고 괴마를 향해 섰다. 반수도 남지 않은 공격대 인원이었지만, 에릭은 내심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퍼스트 클래스’ 공격대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던 불굴의 공격대였다.

비록 소천마에게 한번 패배했었다곤 하지만, 그것은 기습적이었고, 그때 같이 있던 드래곤 공격대는 손발이 맞지 않아 오히려 짐이었다(고 생각했다).

‘설마 소천마 급은 아니겠지?’

에릭의 머릿 속에 소천마의 강렬하고 패도적이었던 이미지가 스쳐지나갔다. 그는 자신을 천마의 대제자라고 했었다. 당연히 대제자는 천마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할 것이었다.

“그 정도만 아니면 비벼볼만 해.”

에릭은 애써 가슴 가득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멀찌기 떨어져 있는 슬기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짜피 우리 아저씨랑 싸우다가 힘빼고 나면 넘겨주려고 했는데. 굳이 먼저 싸우겠다고 그러네.”

그 말을 들은 에릭은 아뿔싸 했지만, 이미 떠나간 협상이었다. 내심 쓴맛을 다신 그는 공격대원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곧 첫 번째 열의 십 인이 무기를 뽑아들고, 괴마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


퍼스트 클래스의 인중룡 포메이션, 그 중에서 첫 번째 열이 괴마의 방어 인지 범위에 들어서자마자, 후공의 제약에서 풀려난 괴마가 회색빛 눈동자를 번뜩이더니 그간 모아놓았던 열불을 터뜨릴 기세로 성큼 뛰어나오며 허공에 그의 애병, 혼세창을 휘둘렀다.


끼리리링 끼리링~


창이 공기를 가르자 기묘하고도 음침한 소리가 창으로부터 울려 나왔다. 그와 함께 창날에서 연기처럼 일어난 검녹색의 아지랑이가 마치 잔상처럼 창날이 지나간 곳에 남았다. 괴마가 창을 휘두름에 따라 허공에 실처럼 늘어진 잔상이 기분 나쁘게 늘어갔다. 그렇게 몇바퀴 허공을 가르던 괴마의 혼세창이 돌연 공격대를 향해 세차게 휘둘러 졌다.

하지만 첫 번째 열의 열두명은 그런 시각을 속이는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고, 자신들의 맡은 바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했다.

각기 여섯명으로 이루어진 일 열의 두 진은 다섯 명이 한 몸처럼 괴마의 창격을 막아내고, 그동안 용의 역할을 맡은 한명이 혼신의 힘을 실은 일격을 가했다.


끼리링 까릉 쾅- 펑-!!


괴마의 손에 들린 혼세창의 섬뜩한 울음소리와 창과 방어가 맞부딪힌 거대한 파열음이 거칠게 공간을 울리고, 동시에 공격대 1, 2팀의 공격이 괴마에 몸에 꽂히며 큰 충격음을 발생시켰다.

대인 화염마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헬파이어와 무엇이든 뚫어버린다는 제로나인 라이플의 관통탄 공격이었다.

그렇게 강력한 일격을 성공시켰으면 결과를 기다려 봄직도 하지만, 1, 2팀은 훈련받은 대로 즉시 후열로 이동했다.

곧 2열인 3, 4팀이 튀어나왔고, 생각보다 강력한 공격에 움찔했던 괴마는 자신을 공격했던 놈들을 쫓지 못하고, 눈앞의 새로운 적을 맞이해야 했다.

이번에도 방어 담당 다섯 명이 전력으로 버티니, 괴마의 창 공격은 시원한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도리어 두 차례 공격을 허용하기만 했다.

도적의 최상급 신경 마비 독검술과 갑자기 불어닥친 블리자드 공격을 허용하자 괴마의 몸이 살짝 둔해졌다.

‘그래, 이거야!! 잡을 수 있어!’

4열 8팀에 위치해 있던 에릭이 두주먹을 불끈 쥐며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이대로만 포메이션을 잘 유지해 낸다면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적의 창에서 내뿜는 연기는 그저 성가실 뿐이었고, 기이한 소리는 군중 디버프 효과가 있긴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에릭의 생각대로, 퍼스트 클래스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모든 팀이 두 번씩 차례가 돌고, 총 16번의 공격을 성공시켰을 무렵이었다. 괴마의 공격은 여전히 퍼스트 클래스에게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한 반면에, 퍼스트 클래스의 공격은 괴마에게 어느정도 유효한 데미지를 준 듯한 모습이었다. 살짝 휘청대는 상체하며, 여기 저기 찢어진 흑의에서 괴마가 입은 피해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창을 휘두른 탓에 괴마의 주변은 온통 창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와도 같은 것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제는 괴마의 모습도 잘 안보일 지경이었다.

막 세 번째로 다시 1열이 괴마를 맞닥뜨리려 하는 그 순간, 그간 조용하던 괴마가 괴소를 퍼뜨리며 창을 우뚝 세웠다.

“크크크, 이제부터 제대로 한번 놀아볼까?”

그리고 괴마의 입에서 이상한 주문이 흘러나왔다.

“우르트루 메훔 바라바라~”


작가의말

주문 시동어를 정하는게 제일 어려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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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19.12.04 433 7 12쪽
70 70화 19.12.03 437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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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19.12.02 44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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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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