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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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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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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2 12:53
조회
449
추천
6
글자
12쪽

65화

DUMMY

(65편)


먼지의 안개가 물러나자, 모두의 눈에 중앙 공터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폭발의 파동에 불길까지 날아가 버렸는지 천막의 불은 완전히 소화되어 버렸고, 한가운데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온몸에 상처를 가득 입고서 겨우 몸을 가누고 있는 언데드 소녀와 키 크고 멀쩡하게 생긴 사내, 그리고 그 둘의 가운데 흑의에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한 남자였다. 방금까지 실리엔과 싸우던 공격대원 네 명은 어디로 갔는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리엔아!!”

실리엔의 참혹한 모습에 광개토가 소리지르며 달려들었고, 천마가 막 욕을 내뱉으려는 순간, 그의 망토가 먼저 실리엔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실리엔의 가슴 가득 막혀있던 봉인이 해제 되었다.

“야, 너. 변태새끼야!! 그래, 너 인마. 촌스러운 분홍빛 닭털 같은 새끼야! 팬티는 똥 닦고 더러워서 버렸냐? 왜 보는 사람 눈알 썩게 알몸에 갑옷만 달랑 걸치고 있어?”

처음에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갑자기 이런 욕다구니가 들려오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변태라는 소리와 알몸에 갑옷만 입었다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그들의 공대장을 쳐다봤다가 살벌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대장의 눈빛에 황급히 고개를 깔기 바빴다.

니긴마 역시,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욕의 출처를 당장 찾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하니 실리엔이 욕을 했을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여자 목소리인데, 저기 앞에 있는 못생긴 년의 목소리는 아니고, 대체 언 년이냐?!!’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생각하던 니긴마의 눈에 실리엔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실리엔이 입을 열었다.

“본녀를 찾고 있냐, 닭대가리 자식아? 대가리 돌리는 꼬라지하고는, 대가리가 뻣뻣하니 잘 안돌아가지? 본녀가 확 540도로 돌려줄까?”

실리엔의 당찬 욕설에 니긴마는 그만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고 말았다.

“이년이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오냐오냐 했더니 막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렇게 어른한테 욕하는 버릇은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냐?!”

그가 보기에 실리엔은 기껏해봐야 중고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핏덩이였다. 니긴마는, 자신은 윗사람한테 다소 친근하게 굴어도 상관없지만 아랫것들이 기어오르는 건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상하관계에 있어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전형적인 내로남불형 인간이었다.

욕 처듣고 씩씩거리는 니긴마를 본 슬기가 갑자기 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잠깐!!! 봐봐, 들었지? 지금 꼬맹이가 욕하는 거 다들 들었지?”

드디어 실리엔이 욕을 했다고, 마치 돌도 안된 우리 아기가 ‘엄마’라고 말했어요 라며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초보 엄마같은 모습으로 슬기가 호들갑을 떨어대자,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아니, 저 몹이 욕을 했어?”

“그게 가능해? 몹은 욕을 안하잖아!!”

“그럼 쟤는 몹이 아닌거네?”

도깨비 공격대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껏 몹이라고 생각하면서 저 소녀를 몰아붙이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그들이 했던 행위들은 정당치 못한 것이었다.

이참에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야겠다고 생각한 슬기가 실리엔에게 다시 외쳤다.

“꼬맹아, 한번 더 욕 해봐, 욕 더 해보라고.”

그러자 실리엔이 신이 난 슬기를 쳐다보고 시원하게 한마디 했다.

“옥상에서 떨어뜨린 메주같이 생긴 게 말만 졸라 시끄러워요.”

“...뭐..!”

슬기는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욕을 하라고는 했지만, 그녀에게 하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마지막 욕설로 실리엔은 완벽하게 몹이라는 오해를 벗어 버렸다.

자신의 피를 빨아 먹길래 당연히 몹이라고 생각했던 니긴마는 크게 당황했다.

“이.. 이 년. 그럼 아까 내 피는 왜 빨아 먹은 것이냐!!”

니긴마를 잠시 쳐다보던 실리엔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몸에 좋은 거 좀 먹고 다녀, 피 맛이 그게 뭐냐, 체할 뻔 했잖아. 응? 채소도 많이 먹고, 특히 해조류를 많이 먹으란 말이야. 이 으그그경의 오줌 같은 놈아(으그그경: 실리엔의 충복 중 하나로 시체를 뭉쳐 만든 어보미네이션)!!”

실리엔의 마무리 일격이 니긴마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마지막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줌같은 놈이라는 말에 이미 니긴마는 기분이 상할 대로 상했다.


“어찌 된 일이냐?”천마의 물음에 슬기가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것들이 단체로 몰려와서는 실리엔을 몹으로 오해하고서는 우리를 공격했어. 몹이랑 파티 먹고 다니는 우리가 나쁘다면서.”

옆에서 듣던 광개토는 능청스런 슬기의 말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건...다 맞는 말인데?’

광개토는 분명히 실리엔이 이런 몰골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지만, 그와 별개로 실리엔이 몹인 건 사실이었고, 그들이 몹과 파티를 맺은 것도 사실이었으며, 그런 일행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것 역시 충분히 그럴 법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광개토의 생각과 천마는 다른 듯 했다.

“크크크.. 콩 같은 것들이 완전히 잘못했군. 그렇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본좌의 천금같은 말을 지키면 되겠구나.”

“응, 무슨 말을 했었지?”

조금 전에 천마의 농담 같은 말에 혼자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슬기는 천마의 발언을 까먹었다.

천마는 대답하지 않고, 스윽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자, 실리엔을 노려보고 있던 니긴마가 움찔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저쪽 지휘부가 있는 쪽에서는 아라곤이 벌써 뒷걸음질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니긴마는 막판에 낚아채다시피 하며 간신히 획득할 수 있었던 그의 애병, 대양의 바늘을 뽑아 들었다. 남대륙과 동대륙 사이에 위치한 남동 대양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심해 신전, 아쿠아리움. 그곳에서 수많은 고난과 시험 끝에 획득했던 ‘대양의 바늘’은 낭창낭창한 겉모습과 달리 수만 년 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수심 일만 미터에서 어마어마한 수압을 견뎌 오다 보니, 그 결과로 절대 부러지지 않는 검이 되었다(는 설정이었다). 2미터에 이르는 좁고 긴 검신을 쳐다보자 니긴마의 마음 속에 사라졌던 자신감이 조금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오전에는 엉겁결에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아직 천마의 진체를 본 적이 없는 니긴마는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비록 알수 없는 이유로 네 명이 사라졌지만, 도깨비들은 건재했고, 그도 애병을 손에 쥐었다. 최근 완벽하게 소화해낸 용중인 포메이션이라면 그를 능히 상대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니긴마의 머릿속에 혼자 일대일로 그를 상대하겠다와 같은 만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 니긴마는 크게 소리쳤다.

“도깨비들아!! 준비 됐나!!”

“뚝딱~!!”

도깨비들의 힘찬 화답 소리가 삽시간에 사방을 가득 에워쌌다.


상급 공격대장으로서 에릭은 이 다툼을 막아야 하나, 묵인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저 천마라는 작자가 정말로 괴마를 단신에 처지할 정도로의 강자인지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후자를 선택했다. 막말로, 도깨비들이 다 사망한다고 해도 다시 부활하면 그뿐이었다. 부활 지점도 바로 여기였다.

‘당연히 다들 더미 반지는 끼고 있겠지.’

에릭은 한차례 전투가 펼쳐지고, 정확한 천마의 전력이 밝혀진 다음에 싸움을 중재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팔짱을 끼고서 옆에 있는 아라곤에게 물었다.

“결과가 어찌될지 자못 궁금하군.”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다르게 아라곤에게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자네의 공격대가 10분 만에 전멸했다는 게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아서 말일세.”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에릭은 그제야 아라곤이 제 자리에서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아니, 어디 갔지?’

에릭의 눈에 저 멀리 다급하게 성좌를 향해 달려가는 아라곤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을 향해 대양의 바늘을 곧추 세운 니긴마가 크게 외쳤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뚝딱~!!”

도깨비들의 화답 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다시 니긴마가 외쳤다.

“이제..!!”

그 순간 천마가 니긴마의 코 앞에 나타났다. 보통은 본인이 가기보다 상대를 오게 만드는 걸 선호하는 천마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왠지 달려가서 패야 속이 더 시원할거 같았다. 그만큼 이 핑크빛 펑키머리 변태 자식은 팔을 걷어붙이고 패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이 녀석을 한번 잡았을 때 일부러 가위바위보에서 질 걸 그랬다.

아무튼 그 미련의 대상이 이제 천마의 코앞에 있었다.

한창 명대사를 날리려던 니긴마는 저만치 떨어져있던 천마가 갑자기 코앞에 나타나자 깜짝 놀라 다급히 치켜들었던 대양의 바늘로 천마를 내리쳤다. 찌르기를 할 때 최고의 효율을 내는 무기였지만, 지금은 찌르기 위해 팔을 당길 여유가 없었다.

턱! 천마가 니긴마의 멱살을 잡고, 캉--!! 니긴마의 검이 그런 천마의 팔을 후려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천마의 손은 여전히 니긴마의 멱살을 잡고 있었고, 대양의 바늘은 부딪히기 무섭게 도로 튕겨 나갔다. 그 엄청난 반탄력에 니긴마는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으윽!!”

니긴마가 다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는 순간, 그의 몸이 쑥 들리는가 싶더니, 온 세상이 헤까닥 뒤집어 졌다.

그리고 콱!!!


허어어억~~~~!!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공격대원들과 심지어 슬기 일행까지도 그 황당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격대원 중 누군가가 그 광경을 겨우 말로 옮겨 내었다.

“시...심었어!! 밭에 싹 날 때까지 심...겠다더니, 정말 심어버렸다고!!!”

어디선가 불어온 산들 바람에 천마의 회색망토가 가볍게 나부끼는 가운데, 마치 식목일에 땅에 심겨진 묘목처럼 니긴마의 상반신은 땅속에 박혔고, 하반신만이 하늘을 향해 발을 들고 있었다. 그 상태로 다리만 간신히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천마가 바닥에 떨어진 대양의 바늘을 집어들며 말했다.

“태풍이 불고 있나, 왜 이렇게 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냐?”

그러고는 바늘로 허우적대는 다리를 몇 차례 푹푹 찔렀다.


허어억~~!!


그 잔인한 처사에 다시금 집단 함성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천마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자, 이제 나무 한 그루 심었고.”

천마의 말에 니긴마는 졸지에 나무가 되어버렸다. 몸통 하나에 가지가 두 개인 나무. 그리고 두 가지가 좌우로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건 좀...”

천마는 왠지 모를 불쾌함에 니긴마 나무의 두 가지를 가지런히 한데 모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 좀 볼만해졌다.

첫번째 정원수를 예쁘게 관리한 천마가 나머지 공격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하나, 둘, 셋, 넷...아흔 다섯 그루 남았구나.”

천마가 숫자를 세며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지목된 공격대원은 까닭모를 한기로 온 몸을 떨었다.


천마는 정말로 이곳에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할 생각이었다. 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처음 등장할 때 이미, 이들을 싹이 날 때까지 밭에 심어버리겠다고 말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마의 말 한마디는 만금과 같은 무게를 지녔고, 그 어느 누구든 목숨을 걸고 지켜 행해야 하는 지상 명령이었다.


작가의말

갑작스런 일이 있어서 오전에 못올렸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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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2 5 12쪽
71 71화 19.12.04 433 7 12쪽
70 70화 19.12.03 437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2 6 12쪽
66 66화 19.12.02 464 4 13쪽
» 65화 19.12.02 450 6 12쪽
64 64화 19.12.01 436 5 11쪽
63 63화 19.12.01 459 4 12쪽
62 62화 19.12.01 454 4 11쪽
61 61화 19.11.30 47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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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19.11.30 485 5 13쪽
58 58화 19.11.29 46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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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19.11.29 475 5 12쪽
55 55화 19.11.28 491 4 12쪽
54 54화 19.11.28 522 4 12쪽
53 53화 19.11.28 48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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