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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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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91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30 17:00
조회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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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61화

DUMMY

(61편)


대부분의 팀원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12시 20분경, 한적한 이벤트 관리실의 적막을 깨뜨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띠로리롱~


바야흐로 천마군들이 하나 둘 성좌들을 공략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겨우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려던 차은혜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씨, 또 뭐야?”

다들 사무실의 자리를 비운 덕에 차은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성질을 부리며 경고음이 울린 컴퓨터의 의자를 걷어찼다. 그 호쾌한 발차기에 정장 스커트가 가볍게 펄럭였지만, 어짜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소의 도도하고 지적인 그녀 이미지를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방금 울린 알림음이 좀처럼 울리지 않는 크리티컬 이벤트 경고음이라는걸 알기에 그녀의 눈빛 만큼은 진지했다.

“안 울려야 정상인 소리인데 말이지~?”

그녀는 애써 콧노래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경고음은 대략 열흘 쯤 전에 한 번 울렸었고, 이번이 두 번째 울리는 것이었다. 그때는 천마오군이 전멸하고, 천마의 다섯 번째 제자, 권마가 죽었었다. 물론 다시 살렸지만.

모니터를 들여다본 차은혜는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

그녀는 급히 책상 끝에 설치된 전화기를 들고, 팀장을 호출했다.


5분 후, 말쑥한 차림의 이벤트 관리팀 팀장 이준혁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봐, 차 부팀장.”

그리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사무실에 차은혜가 홀로 있다는 걸 알았다.

“부팀장이 날 불렀어? 나 낮에 바쁜거 몰라? 큰일 아니면 차 부팀장이 큰일 날 줄 알아?!”

차은혜는 오늘도 겨우 NPC 생산부 팀장 조하나랑 밥 먹는 일 하고 있었을 거면서 바쁜 척 해대는 이, 팀장이라는 작자가 꽤나 아니꼽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대의를 위해 마지못해 밥을 먹어준다는 분위기로 가더니, 요즘은 조하나씨가 맛있는걸 많이 먹이는지 아주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으로 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팀장이 바뀔 날도 머지 않아 보였다.

이 팀장에게서 풍기는 해물 냄새에 차은혜는 결국 가볍게 한마디 비꼬고야 말았다.

“네, 큰일 하셨겠죠. 랍스터 집게 부수느라 힘 많이 쓰셨겠죠.”

“어허, 차 부팀장!”

마침 차은혜가 먹던 볼품없는 샌드위치가 눈에 들어온 이준혁은 한차례 헛기침만 할 뿐 그녀의 비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이나마 속이 풀린 차은혜가 이어서 본론을 말했다.

“팀장님 말씀대로 크리티컬 이벤트 경고음이 울려서 연락드렸고요. 사안은 천마 삼군의 전멸과 괴마의 사망입니다.”

“뭐, 뭣?”

이준혁은 깜짝 놀라며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했다.

성슈드의 성좌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영상이 모니터 한가득 나타났다. 중요한 전투가 예정된 장소에는 이렇듯 촬영을 목적으로한 카메라들이 투명마법이 걸린 채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일찍이 천마성에서 천마가 해킹당하던 모습도 이런 카메라로 봤던 것이었다.

치열한 전투로 파괴될 지도 모를 일이라 1~4번 카메라는 모두 홀의 각 구석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홀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괴마의 모습이 앵글의 한계로 다소 작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준혁이 중얼거렸다.

“씨발, 이건 말이 안되는거야. 졸라 세심하고 섬세하게, 엉? 예술적으로다가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계산해서 난이도를 조정해 놓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아직은 천마의 제자들이 죽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계산에 따르면 아직은 그 어떤 레이드 팀도 천마의 제자를 죽일 수 없단 말이야.”

이준혁의 열변을 증명이라도 하듯, 반수 가량 남은 퍼스트 클래스가 등장하고, 괴마와 전투를 벌이더니 이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 이거지. 일단은 천마군이 성좌 3개는 먹고, 4개째 쯤 되어서야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저항하기 시작하는 이런 스토리로 가야하는거지. 그렇게 해야 유저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더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될거니까.”

이준혁은 영상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스포성 발언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는 게 듣는 이라곤 차은혜 뿐이었고, 그녀 역시 모두 아는 내용들이었다.

이제 괴마 앞에는 어리버리해 보이는 세 남녀만 남았다. 퍼스트 클래스는 버티지 못하고서 결국 단체로 귀환을 해버리고 말았다.

“세계 1위라는 것들이 개쓰레기 짓을 하고 있군. 같은 공격대 아니라고 죽든 말든 신경 안쓰고 자기들만 내뺐어.”

이준혁은 거침없이 더 원을 깠다. 사실 더 원은 종종 이벤트 관리팀이 예상한 이벤트 소비시간을 종종 앞서나가 뜻밖의 야근을 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제공자였었다. 좋게 봐줄래야 봐줄수가 없는 놈들인 것이다.

괴마가 주술을 외우자, 괴마에게서 다소 떨어져 있던 일남 이녀가 갑자기 괴이한 행동을 보였다. 여자 하나는 천장을 향해 빨려갈 듯 올라가버렸고, 남은 한 여자와 남자도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사력을 다해 버티는 모습이었다.

천마군 담당 팀장 답게 괴마의 모든 능력과 기술을 알고 있는 차은혜가 말했다.

“역전의 술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괴마가 넘어졌다. 그냥 넘어진 게 아니라 뭔가에 얻어맞았는지, 머리가 먼저 거칠게 돌아가고 몸이 따라갔다.

“어, 지금 뭔가에 맞았지? 그치?”

이준혁의 말에 차은혜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에 맞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괴마가 다시 뭔가를 막 외워대더니 갑자기 온몸이 연기로 뒤덮이며, 놀라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움직임으로 하는 짓이라곤, 적을 향해 달려 가는게 아니라 그저 한쪽 벽 근처에서 손발을 휘두르며 저 혼자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기괴한 영상을 지켜보던 이준혁이 문득 눈에 들어온 의문점 한 가지를 말했다.

“저기 물구나무 서 있는 여자랑 남자 중에서, 저 남자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어, 정말 그런데요?”

권마가 죽던 영상을 수십 차례 돌려봤던 이준혁과 차은혜는 금세 광개토를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천장에 붙은 여자도 저 남자랑 같이 있던 여자예요.”

“그렇네. 저렇게 못생긴 여자는 절대 두 명일 리가 없지!”

이준혁이 자신의 무릎을 강하게 쳤다. 외면하고 싶을만큼 강렬한 슬기의 외모는 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애써 지울래야 지울수가 없었다.

“호오, 이것들 봐라.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닐거야, 그렇겠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몇 건의 영상들에 동일인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준혁과 차은혜는 영상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열심히 주먹을 휘두르던 괴마가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곧 강하게 저편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리고 몇차례 충격을 받는가 싶더니, 이내 죽어버렸다. 불과 몇 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씨발, 정체를 드러내라!”

마치 귀신의 장난질 같은 그 장면에 이준혁은 욕설을 내뱉었다.

차은혜가 말했다.

“어쩌죠, 이번에도 다시 살려야 할까요?”

이준혁이 차은혜를 빤히 쳐다보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살려야지. 아직 얘네들은 죽을 때가 아니야. 어짜피 시마가 살아있으니, 설정상 오류는 없을거야. 다시 살려.”

차은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컴퓨터로 가 간단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계속 영상을 살펴보고 있는 이준혁에게 돌아와 짤막하게 보고했다.

“괴마와 천마 삼군을 다시 살렸습니다.”




홀연히 다시 등장한 괴마는 자신의 몸을 한차례 살펴 보고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분명 이 몸은 죽었었는데...”

하지만 혼세창을 집어드는 그 짧은 시간에 괴마의 의구심은 눈녹듯 사라졌다. 괴마는 더 이상 자신의 부활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무구를 정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남끝별의 성좌가 멀지 않은 곳에 설치한 천마 삼군의 본영 건물이었다.

그의 집무실에 나와 건물 밖으로 향하니 연무장에는 위용 늠름한 천마군들이 천명이라는 많은 수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오를 갖추고 서 있었다. 검은 흑의를 맞춰입은 그들의 표정에서는 숨길수 없는 자신감이 어려있었고 어떤 적이라도 깨부수겠다는, 패배를 경험해보지 못한 상승의 기세가 있었다.

한 구석에는 이미 부활하여 옹기종기 모여있던 용군들도 엉거주춤해 하며 열을 맞추는 중이었다. 그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천마군의 모습에 꽤나 놀란 상태였다.

괴마가 걸음을 옮겨 천마군의 앞쪽에 설치된 단상 위로 올라섰다. 한차례 천마군과 용군을 바라본 괴마가 입을 열었다.

“천마군은 들으라, 우리는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뜻 아래, 남끝별의 성좌의 불꽃을 꺼뜨리고, 이 세상을 진정한 주인이신 마신님의 발 아래 바칠 것이다. 이제 일어나라,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라!”

천마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투기가 호응이라도 하듯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용군들은 마치 삼일 전의 모습이 다시 되풀이 되는 듯한 데자뷰 현상을 느꼈다.

그 것은 로키 일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와, 얘네들도 불사인가본데? 플레이어도 아니면서?”

쟈넷의 호들갑에 레인이 대답했다.

“이벤트 몹들은 리젠도 되고 그래요, 몰랐어요?”

“아, 그렇구나.”

쟈넷은 수긍하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난 또, 이제 퀘스트를 못받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 뭐야.”

천마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천마군의 퀘스트가 필요했다.

쟈넷의 고혹적인 미소에 마음이 흔들린 레인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로키가 주먹을 불끈쥐며 말했다.

“어짜피 게임인데, 한번 더 즐겨보는거지, 크크”

로키 역시 천마기를 키울 기회가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짜피 천마군 편에 선 거, 이왕이면 직접 천마를 볼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길 원했다. 천마의 존안을 직접 뵙고, 그에게 직접 명령을 받아 봤으면 했다.




방송용으로 설치된 카메라는 킬캠과 달리 영상 길이의 제한이 없었다. 팀장과 부팀장이 계속 해서 영상을 돌려보는 동안, 점심을 먹고 난 팀원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복귀해왔다.

“이거다!!”

그리고 갑자기 팀장과 부팀장이 동시에 소리를 질러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둘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화면에서는 모두들 익히 아는 인물, 세계적인 레이드 길드의 제2 공격대 대장 ‘에릭’이 허공을 향해 검을 찔러가다가 무언가에 부딪힌 듯 검이 부러지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검이 부러짐과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한 사람이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찢어진 만겁돌파의 망토가 숨겨왔던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전파의 간섭이라도 있는 양, 제 홀로 깜박깜박 거리며 천천히 나타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준혁은 나지막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이 녀석이였어!!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은 다 이 놈이 있었던거야!!”

점점 그 사람의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옷차림이 드러났다. 잿빛 망토를 걸친 그 남자는 까만 흑발이었고, 새까만 흑의에 여러 개의 구슬이 꿰어진 목걸이를 차고, 십여개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어, 이 사람은?”

모니터를 응시하던 팀장과 부팀장의 눈이 동시에 500원짜리 동전 마냥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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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19.12.04 422 5 12쪽
71 71화 19.12.04 433 7 12쪽
70 70화 19.12.03 437 5 11쪽
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2 6 12쪽
66 66화 19.12.02 464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64 64화 19.12.01 436 5 11쪽
63 63화 19.12.01 459 4 12쪽
62 62화 19.12.01 45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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