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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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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99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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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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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74화





일행들이 천마의 계획표대로 수련을 시작한지 칠 일이 흘렀다.

그동안 광개토는 원치 않게 하루 두 끼를 실천했다.

천마는 세 번 연속으로 피하지 못하면 점심을 굶기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했고, 그렇다고 봐주면서 살살 연습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천마의 잔인하고 집요한 세 번째 공격은 어찌나 시전자의 품성을 똑 빼닮았는지 반드시 광개토의 몸뚱아리에 꽂혀 들어갔고, 결국 광개토는 오늘도 점심을 포기했다. 다들 맛있게 점심을 먹는 가운데 홀로 구석진 곳에서 손가락을 빨던 광개토는 속으로 불만을 토해냈다.

‘이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먹을 게 없나, 왜 하루를 두 끼만 먹어야 하냐고!!’

물론 안 먹어도 안 죽는다. 먹어도 똥을 안 싸듯이, 안 먹어도 굶어죽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제 2의 삶’이라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시온은 먹지 않으면 허기를 느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나가서 먹고 올까?’

광개토는 또다시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이미 해본 짓이지만, 밖에서 아무리 배 터지게 먹고 접속해도, 캐릭터가 먹은 게 없으면 게임 속에서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그럼에도 결국 광개토는 유혹에 지고 말았다.

“사부님, 오늘도 제가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부는 독심술이라도 있는지, 기가 막히게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어, 거짓말을 여간 잘하지 않고서는 속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광개토 역시 거짓말을 여간 잘하는 게 아니었다. 괜히 눈칫밥 세월만 십수 년이 아니었다.

천마가 천마안을 발동시키며 지그시 광개토를 노려보았다. 광개토 역시 담담한 낯빛과 진실 된 표정으로 응수했다. 광개토는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거짓말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사실 어제도 거짓말을 성공시켰었다. 그렇게 어느덧 둘의 대결은 평정심 싸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광개토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으니, 이 싸움은 일대일 매치가 아니었다.

“야, 너 인마! 어제 오후에 너 땡땡이치면서 뭐라 그랬어? 오늘은 절대 다른 약속 없다며!? 수업도 없고 모임도 없다고 니가 니 입으로 말했잖아. 어디서 구라를 치고 있어? 확 대가리를 깨버릴까 보다!!”

갑작스런 슬기의 난입에 광개토의 평정심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 직후 깨진 평정심 사이에서 거짓말을 간파한 천마가 입을 열었다.

“불가하다! 본좌의 제자라는 녀석이 이토록 의지가 박약해서야! 양 어깨에 대못이라도 박아놓고 훈련을 해야 의지가 강해지겠느냐?”

‘네? 대못요? 어깨에다가?’

상상만 해도 살벌한 사부의 말에 광개토의 평정심이 완전히 박살났다. 광개토는 급히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며 용서를 구했다.

“사부님!! 죄송합니다. 제자가 순간 실수를 했습니다. 한 번만..”

“어허!! 이놈아!!”

용서를 구하는 광개토에게 천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천마가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항상 파천무를 운용하래도!!”

거짓말을 한 것 때문에 불호령이 떨어진 줄 안 광개토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파천무를 운용해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움직이려는 파천무의 정(正)과 그것을 제어하려는 파천무의 반(反)이 만나 정반합(正反合)이 이루어졌다. 광개토의 손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한 모습으로 비벼지는 것을 보며 천마의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것이다, 이놈아.”

사부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줄어든 걸 느낀 광개토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사부님.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대못은 없던 걸로?”

“네 놈이 30분간 파천무를 잘 운용해서 손을 비벼대면 용서해주마.”

결국 광개토는 팔이 빠져라 30분 동안 손을 비벼댔다. 손바닥의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았지만, 양 어깨에 대못을 박아놓고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았다.


본격적인 오후 수련에 들어서면 광개토는 한 구석에서 홀로 파천무의 무리를 운용하며 파천무 동작을 천천히 펼쳐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슬기와 실리엔의 대련이 펼쳐진다.

비록 손톱을 길게 빼진 않았지만, 실리엔의 신체적 능력은 그 자체로도 슬기에게 상당한 위협이었다. 처음 며칠 간 슬기는 제대로 버텨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천마는 직접 동작을 시연해가며 강한 공격을 연속기로 방어하는 법이라던가, 상대의 방어를 파훼하는 법등을 알려주고, 반복 훈련으로 슬기가 그 동작들을 체화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슬기의 배움은 더뎠고, 실리엔의 공격을 제대로 막기란 요원해보였다.

그리고 이제 스물 아홉 번째 대련.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대련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슬기는 오늘만큼은 왠지 다를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천마의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전광석화처럼 실리엔이 팔을 휘둘러 오자, 슬기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실리엔의 팔을 마중 나갔다. 먼저 슬기는 왼쪽 팔목을 치켜들어 실리엔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실리엔의 팔에 실린 힘은 슬기의 것보다 월등히 강해 슬기의 팔목은 부딪힌 즉시 튕겨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슬기는 뒤로 튕겨 나가려는 반탄력을 슬그머니 전방으로 돌리며 이어서 왼쪽 팔꿈치로 실리엔의 공격을 막아섰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튕겨나가려는 힘의 방향을 전환 시키며 팔꿈치의 바로 뒤쪽에 자리한 위쪽 팔뚝으로 다시 막아 내자, 그제야 실리엔의 팔에 실린 힘이 모두 해소가 되었다.

“됐어!!”

지난 며칠간 실리엔의 공격에 폭풍우 속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기 바빴던 슬기였기에 그녀 자신의 균형을 유지하며 공격을 막아낸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일렀다. 대련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단지 첫 번째 공격을 막은 것일 뿐이었다.

이어서 실리엔이 슬기의 품 안으로 불쑥 들어오며 팔꿈치를 쳐 올렸다. 명치를 노린 그 공격은 제대로 맞았다간 강제로 어젯밤에 먹은 것까지 모조리 꺼내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슬기는 차분하게 직목의 수법을 이용해 두 번째 방어를 시도할 수 있었다. 먼저 오른 손바닥으로 실리엔의 팔꿈치를 누르고, 그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실리엔의 힘을 이어서 오른 손목과 오른 팔꿈치를 연결 동작으로 방어에 사용했다. 그렇게 연이은 세 번의 방어에 실리엔의 공격은 이번에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완벽하게 저지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맞부딪히는 순간, 슬기의 방어는 튕겨 나가버려야겠지만, 교묘하게 근육을 움직여 반탄력의 방향을 흔들어버리는 직목의 수법이 이런 연속 방어를 가능하게 했다.

“또 성공!!”

슬기가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지르는 순간, 실리엔이 팔꿈치를 내뻗은 동작에서 손만 빙글 돌려 슬기의 얼굴을 향해 까딱 거렸다. 그리고 손가락이 그렇게 허공을 할퀴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손끝에서 튀어나온 손톱이 슬기의 얼굴을 덮쳤다.

“꺄악!! 내 얼굴!!”

얼굴 가득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슬기는 얼굴을 감싸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야, 이년아!! 손톱은 쓰지 말라고 했잖아!”

피투성이가 된 흉측한 낯짝으로 슬기가 분노를 뿜어내는데, 천마가 그런 그녀를 저지했다.

“아니다. 이번에는 실리엔이 잘했구나.”

“뭐야? 광개토에 이어서 아저씨마저 저 밀가루 덩이 편을 드는 거야?”

슬기는 갑자기 설움에 복받쳤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외모에 상관없이 편이 되어주던 아저씨마저 이딴 식으로 나오니 이제 이 세상에 믿을 놈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슬기의 오해였다.

“쯧쯧, 실리엔이 제대로 공격을 했다면 그렇게 살갗만 긁었겠느냐?”

천마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고작 두 번 막았다고 기뻐서 지랄하는 꼴이라니, 그 순간 너의 목숨은 끝난 것이다. 저 애가 진정 적이었더라면 아가씨 네년은 지금쯤 머리 다섯 달린 꼴이 되었을 것이야.”

머리가 다섯 조각으로 쪼개졌을 거라는 충격적인 발언에 슬기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런 슬기를 잠시 쳐다보던 천마가 다소 퉁명스런 어투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배운 것을 그나마 조금 써먹긴 했구나.”

그 말에 슬기의 표정이 환해지려 하자 천마는 다시 정색했다. 안 그래도 흉측한 얼굴인데, 거기에 네 줄기 붉은 손톱자국이라니. 게다가 그 몰골을 하고서 웃어? 슬기의 얼굴을 보며 천마는 차라리 미추(美醜)의 기준이 전혀 없었던 예전이 나았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


*


장병태는 평소와 비슷한 시간대에 로그아웃을 하고 다이브를 벗어났다. 게임 캐릭터 ‘광개토’가 현실 인간 ‘장병태’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휴,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련, 또 수련만 한지 칠 일째! 요즘 들어 그는 시온을 플레이하며 이게 게임인지, 훈련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점점 부담이 되는 중이었다. 모험은 없고 그저 수련만 있는 게임 라이프는 그가 원하던 취미가 아니었다.

곧 상념에서 벗어난 장병태는 다이브 옆의 좁은 공간에서 간단한 맨손 운동을 시작했다. 팔굽혀 펴기 200회, 윗몸일으키기기 200회를 순식간에 해버린 그는 벽거울 앞에 서서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매끈하게 빠진 날씬한 근육질 몸매가 드러났다. 자신의 몸을 보며 병태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진짜, 볼 때마다 납득이 안 되네. 이게 내 몸이라고?”

원래 그는 팔굽혀 펴기나 윗몸일으키기나 모두 2, 30회가 한계였던 평균 이하 체력이었었다. 당연하게도 몸은 적당한 지방과 근육이 조화를 이루어 먹기 좋은...건 아니었고, 그냥저냥 평범한 몸매였다. 그랬었는데, 일주일 전에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부와 수련을 한 첫날, 모든 일과를 마치고 다이브에서 빠져나왔더니, 이미 몸이 이런 식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에 상의를 벗고 벽거울을 지나던 그는 벽에 피트니스 남성 모델의 사진이 붙어 있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연예인들 사진에서나 보던 예쁘게 가꾸어진 근육질 몸, 그게 바로 자신의 몸이었던 것이다.

“이런 홀리 슅!!”

그때 당시 그의 놀란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곧바로 옆방의 여동생이 뛰어올 지경이었다.

아무튼 장병태는 이런 몸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온과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외에는 전혀 그의 신체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떠한 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그저 시온, 아니면 학교가 전부였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몸이 이렇게 좋아졌다? 잘은 몰라도 병태는 직감적으로 이 변화가 시온과, 어쩌면 파천무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 느꼈다.

“게임도 하고, 몸도 좋아지고. 시온 이거 진짜 괜찮은 게임이네. 그럼 다른 유저들도 모두 이렇게 몸이 좋아졌을까?”

병태는 인터넷에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이것이 당연한 변화라면 그가 게시물을 올릴 것도 없이 이미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내용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어디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글들은 이런 내용이었다.

-게임만 쳐 하지 말고, 운동 좀 해라. X돼지들아!

게임을 했더니 몸까지 좋아졌다는 그의 상황은 절대 평범한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현 상태를 게시했다가는 자칫 불필요한 관심을 끌 위험이 있었다.

“어쨌든..좋은 일이겠지?”

그는 벽거울 앞에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듯 단정지었다.

“그래, 좋은 일인거야.”

병태는 얼른 사부님과 수련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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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19.12.04 43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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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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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19.12.01 45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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