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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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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21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9 07:00
조회
475
추천
5
글자
12쪽

56화

DUMMY

(56편)


회색 빛으로 빛나던 괴마의 눈동자가 돌연 보라색으로 바뀌며, 공기중에 떠 있던 검녹색 아지랑이들이 세찬 바람처럼 공격대 쪽으로 퍼져 나갔다. 갑작스런 검녹색 연기의 침투에 공격대원들이 깜짝 놀라 무기나 손을 휘두르며 막아 보려 했지만, 연기는 그런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공격대의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 들었다.

“뭐, 뭐냐?”

공격대원들 사이에서 당황하는 목소리들이 튀어나왔지만, 곧 연기가 사라지고 아무 피해나 이상한 점이 없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염병할 놈이, 배트맨 대 아이언맨 찍냐?”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는데 아무 일이 없는 것에 실망한 한 공격대원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배트맨 대 아이언맨, 일명 뱉대연이라 불리웠던 그 고전 영화는 익히 알려진 억만장자 히어로 둘이 나와서 둘 중 누가 더 부자인지를 겨루는 척 하다가 결국은 지나가던 슈퍼맨이 짱 세다라는 어이없는 결말로 많은 영화팬들의 공분을 샀던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영화였다.

“이대로만 가면 우리는 승리 한다!”

“자, 침착하게 가자. 저 놈의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야!”

공격대원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듣고 있던 에릭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다른 공격대원들이 또 소리쳤다.

“자, 천마군을 죽이자!!”

“죽여버리자, 천마군 새끼들!!”

공격대원 몇몇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에릭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천마군을 죽이자고? 적의 대장도 천마군이긴 하다만...?’

그리고 갑작스런 비명이 공격대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푹, 푹, 컥!!


“으악, 미쳤냐? 왜 이래 갑자기!”

“죽어라!! 천마군 새끼야!!”

“야, 인마!! 나라고!! 니 룸메이트라고~ 으악!”

그것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대 곳곳에서 일어났다. 십여 명의 공격대원이 갑자기 옆에 있는 동료를 천마군이라며 공격해 버린 것이었다. 그 갑작스런 공격은 너무나도 뜻밖인 것이어서 순식간에 10여명이 죽거나 쓰러졌다.

“현혹이다!! 마법에 걸린 거야, 제압하라!!”

부공격대장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고, 곧 검녹색 눈빛을 한 공격대원 열 명은 동료 공격대원에 의해 묶이거나 기절 하는 등의 제압을 당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제압 당하는 와중에도 격렬한 저항을 보여 열 명의 공격대원들이 더 죽거나 쓰러졌다.

순식간에 마흔 여덟 명 가운데 반수에 가까운 공격대원들이 전투불능의 상황에 빠진 것을 보며 에릭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개를 돌려 괴마를 바라보니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여유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같이 공격대가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달려들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수 있을테지만, 그는 그저 비웃음을 날리며 그들의 위기를 즐겁게 구경하고만 있었다. 괴마의 번들거리는 회백색 눈동자는 마치 니들은 궁지에 몰린 쥐새끼에 불과해. 나는 얼마든지 너희들을 죽여버릴 수 있지만, 당분간은 더 가지고 놀겠어, 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 했다.

“네 놈이...!!”

에릭은 매우 분노하였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백전 노장인 그는 형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모색했다.

그 때, 복도 쪽에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복도를 울려대는 그 소리에 복도 입구 근처에 한가로이 앉아 있던 천마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릭은 희망을 담아 중얼거렸다.

“도깨비와 드래곤이 오는건가?”

잔뜩 궁금한 눈빛을 한 슬기와 광개토를 바라보며 천마가 냉담하게 대꾸했다.

“사람들이 오는군.”

둘은 실망했다. 천마가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건 NPC를 가리키는 거니까.

곧 소리의 정체가 드러났다. 복도 저편으로 새까만 흑의를 입은 천마군 무리들이 무수히 나타나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평지에서 대회전을 벌이다 돌아온 천마군 무리였다.

그 모습을 본 에릭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에릭의 시선이 천마 일행을 지나서 자신의 공격대에 이르렀다.

‘비록 저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는 천마 일행까지 들리지 않도록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그의 공격대원들에게 명령했다.

“모여라, 공격대 귀환을 하겠다!”

에릭은 계열에 관계없이 공격대장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공격대 스킬 ‘공격대 귀환’을 언급했다. 시온의 몇 안되는 비상식적인 스킬 중 하나였지만, 공격대의 패배가 무조건 전멸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개발진이 심사숙고하여 만든 스킬이었다.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순간이동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릭의 명령이 떨어지자 퍼스트 클래스의 남은 공격대원들이 기절하거나 제압당한 동료들을 붙잡고 에릭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에릭은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괴마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공격해 온다면 꼼짝없이 당하겠지만, 다행히도 괴마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사실 괴마는 공격대가 도망칠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처음 겪어보는 공격대와의 전투가 생각보다 재미있었기에 그저 좀 더 끌 생각뿐이었다.

‘이제 어떤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옹기종기 모이는것이냐?’

괴마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공격대의 다음 행보를 기대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복도 끝에 보였다 싶은 순간, 천마군들은 어느새 천마 일행의 코 앞까지 들이닥쳤다.

그 모습을 보며 슬기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 고민을 했다.

‘이 놈들을 막아 서? 아님 그냥 통과 시켜? 아냐, 그냥 통과시켜버리면 공격대는 감당 못할 거야. 그래, 도와주자. 어짜피 내가 힘을 쓰는 것도 아니고.’

결정을 내린 슬기가 천마에게 부탁했다.

“아저씨, 저 놈들을 막아줘. 공격대가 천마의 제자 놈을 공략하는 동안만.”

‘그런데 공략이 가능하긴 할까?’

마지막에 본 공격대의 모습은 괴마의 주술에 걸려 허물어지고 있었기에 슬기는 확신 없이 말을 내뱉으며 광개토, 실리엔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천마는 살짝 마지못한 모양새를 하며 입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이제 천마군들은 정말 근처까지 다가와 서로에게 손이 닿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어디 좋은 나무 몽둥이 같은 거 없나?”

천마는 면적 넓은 무기가 없는 게 아쉬웠다. 그런 거 하나만 있으면 그냥 붕붕 휘둘러대면 끝일텐데. 천마는 일일이 목숨을 취할 생각을 하니 살짝 귀찮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천마군의 입장에서는 웬 놈 하나가 멍청한 표정으로 길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들의 무위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기에, 몇몇은 벽을 타거나 점프하여 천마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아저씨!!!”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슬기가 천마를 훌쩍 넘어 그녀에게 오는 천마군을 쳐다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광개토와 실리엔 역시 서로의 등을 맞대고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별 표정이 없는 실리엔과 달리 광개토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했다.

“일로 와, 까마귀 새끼들아.”

짜증섞인 천마의 목소리가 천마군들의 함성을 뚫고 슬기 일행의 귀에까지 전달된 순간, 거짓말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아니, 천마와 함께 다니는 중인 슬기와 광개토는 익히 보던 풍경이라 감흥이 좀 덜하긴 했다.

누가 강제로 목덜미를 잡아 당긴 것처럼 허우적대며 수십의 천마군이 천마 쪽으로 빨려 갔다.

“이 까마귀 새끼들 봐라, 어른 머리 위로 넘어 다니는 건 어느 집구석에서 배워먹은 예의 범절이냐?”

천마는 이들이 자기 집 구석 애새끼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천마는 정말 귀찮다는 표정으로 끌려온 예의없는 까마귀 새끼들의 머리를 하나씩 친히 두들겨 박살을 내주었다.

퍼퍼퍼퍼퍼퍼퍽

눈깜짝할 사이에 까마귀 일곱 마리의 대가리가 사라졌다.

그들의 동료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자, 천마군들도 천마에게로 공격을 집중했다. 수십에 이르는 각종 병장기들이 일제히 천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출입구가 수십에 이르는 천마군으로 바닥부터 벽, 천장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채워졌고, 그 들이 일제히 가운데 선 천마에게 몸을 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미새에게서 먹이 하나라도 얻어 먹으려고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 새끼들처럼 보여, 기묘한 장관을 연출했다.

그 때, 돌연 그 장관을 쳐다보고 있던 슬기 일행의 뒤쪽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격대와 괴마가 싸우는 쪽이었다.

“필살긴가!?”

보통 이렇게 홀을 가득 채울 정도의 빛을 발하는 스킬 들은 매우 강력하기 마련이다. 대체 어떤 필살기이길래 이렇게 눈부신 빛을 내뿜는지, 그리고 괴마는 어떤 피해를 입었을지, 기대감에 부풀어 돌아보는 슬기의 두 눈에 막 사라지는 퍼스트 클래스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개새끼가!”

휘황찬란한 공격대의 귀환 모습을 본 슬기는 도저히 욕을 안 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어.”

성좌 근처에 차려놓은 캠프로 단체 귀환한 대원들을 돌아보며 에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새까맣게 몰려오는 천마군의 모습에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긴 에릭의 판단은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정확했다.

일주일에 한번 밖에 쓰지 못하는 공격대 귀환 스킬이지만, 이럴 때 안쓰면 언제 쓰겠는가!

“그들에게 미안하군.”

에릭은 천마 일행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비록 천마라는 작자가 강하긴 했지만, 그렇게 많은 천마군들에게 에워싸여서는 답이 없었다.

“곧 여기서 부활 할테지. 그럼 사과의 의미로 아이템이라도 하나씩 챙겨줘야겠어.”

그래도 나름 생각이 바른 에릭은 직접 아이템을 건낼 생각으로 꽤 고가의 소비아이템을 챙겨들고서 슬기 일행이 머물렀던 천막으로 향했다.

‘이제 곧 이들이 나타나면.’

에릭은 웃는 표정과 슬픈 표정 중에 어떤 표정을 짓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하며 슬기 일행을 기다렸다.

“이제 곧 나타나겠지.”

에릭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 적당한 표정을 연구했다.

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고, 에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안 나타나지? 설마 부활 지점으로 설정 안한건가?”

에릭은 그렇게 계속 기다렸다.


*


개개인도 충분히 강한 천마군인데, 수십 명이 동시에 달려드니 천마로서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한 대의 공격도 허용하고 싶지 않건만, 왠일인지 공격도 자꾸 허용했다. 천마가 아무리 강자라도 두 손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또 다시 눈먼 철퇴에 싸대기를 맞은 천마는 열이 받았다. 비록 전혀 아프지는 않지만, 맞으면 기분 나쁘고 욕하고 싶고 줘패고 싶고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리고 싶고, 대가리를 뽑아 버리고 싶고... 그런 것이다. 동네 애새끼들이 떼거지로 집에 쳐들어와서는, 아저씨, 같이 놀아주세요. 하는 기분이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천마군의 행렬에 천마는 살짝 질리기 시작했다. 결국 천마는 불만을 쏟아내었다.

“이 빌어먹을 까마귀 잡놈들이!! 본좌 손에 다 뒤지기 전에 네 놈들끼리 놀아라!!”

천마는 그저 홧김에 한말이었는데 정말로 그.일.이.실.제.로.일.어.났.다!!

본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마군들 사이로 한차례 녹색기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니 이내 그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천마군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검녹색 눈깔을 하고선 서로를 향해 서슴없이 병장기를 휘둘렀다.

‘아니, 이것들이 미쳤나?’

천마는 의도치 않은 상황에 크게 당황했지만, 이내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의심과 궁금증을 던져버렸다. 그는 최근에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원래 생각이 없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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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19.12.04 43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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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19.12.03 439 5 12쪽
68 68화 19.12.03 456 5 11쪽
67 67화 19.12.02 443 6 12쪽
66 66화 19.12.02 465 4 13쪽
65 65화 19.12.02 45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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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19.12.01 460 4 12쪽
62 62화 19.12.01 45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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