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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랭킹 3위는 해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반역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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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6.11 12:54
최근연재일 :
2021.08.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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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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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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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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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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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6화 - 불공정거래

DUMMY

긴급 패치는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끝이 났다.

성현은 패치가 끝남과 동시에 망설임 없이 게임에 접속한다.

순심이 만들어 준 반찬들이 모두 바닥나자 여지없이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때우곤 게임에 들어간 것이다.


"자, 얼마나 바뀌었나 한번 맛 좀 보자.“


언제나 들어도 로그인창에서의 파도 소리는 그를 설레게 했다.

갈매기 소리도 이를 한층 북돋아 줬는데 정말인지 당장이라도 바르슈타인을 뛰쳐나와 출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파도 소리가 사라지고 곰팡이 냄새와 피부에 들러붙는 습기의 감촉이 그의 온몸을 뒤덮자 그것은 한낱 꿈이었을 뿐이란 걸 말해줬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곳을 끝내야지. 원···“


그는 한숨을 쉬며 광장으로 향한다.




패치가 있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성은 둘러싼 길드 간의 크고 작은 전투들은 모두 필드쟁으로 바뀌었고 성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세력의 핵심인 바티클과 더 패스의 길드원들이 감시라도 하듯 서성거리는 것이 목격됐다.


"오늘도 힘내서 가봅시다! 패치를 하고 나니 적어도 성 쪽은 한산하네요.“


웬일인지 사샤보다 하쿠가 들뜬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말을 하지 않았을 뿐 그들 중 전투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하쿠가 가장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돼야지! 싸울 놈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하든 소꿉놀이하든 하라고! 괜히 다른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사샤도 패치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깐 긴장감은 늦추지 말자고.“


샤일록은 혹시나 모를 두 세력의 등장에 주의하며 파티를 성으로 이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밟자 그들은 추억(?)에 젖는다.

며칠 만에 밟아보는 성의 복도인가.

그간 다른 파티에 의해 썰려 나가던 몬스터 웨이브는 이제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다.

무수한 구울 무리의 등장에 그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반가운 듯 무기를 휘둘렀다.

확실히 여러 사건으로 레벨이 많이 높아지자 구울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었다.


"오늘은 문을 꼭 찾자고.“


중앙 홀의 여덟 갈림길에 도착한 그들은 우측 대각선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섰다.

왔던 길과 똑같이 몇 번의 몬스터 웨이브가 작동하고 세이브 지역이 나타난다.

그들은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경험상 조금만 더 가면 마지막 방이 나오겠네요. 이 정도 속도라면 오늘 안에 3곳은 돌겠는데요?“


하쿠는 포션을 홀짝이며 신나 보였다.

사샤도 그에 맞춰 속사포 터지듯 말했다.


"맞습니다. 자, 조금만 힘내보죠.“


샤일록은 파티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차가운 복도를 지나자 곧 거미줄이 잔뜩 있는 석문이 눈에 들어왔다.

더 나아갈 길은 없었고 몬스터도 없었다.


"이게 그 문인가?“


사샤가 먼저 문으로 다가가려 하자 샤일록은 급하게 보석을 꺼낸다.

그가 보석을 들고 문으로 걸어가는 순간 석문이 먼지를 일으키며 열렸다.


"응? 이거 그냥 열리는데?“


사샤가 석문을 민 것이다.


"음, 여기도 아닌 거 같은데요?“


"야! 어쩌자고 그걸 민 거야? 함정 같은 게 작동되면 어쩌려고!“


비밀의 방이 떠오른 샤일록은 불같이 화를 낸다.

그때에도 사샤의 섣부른 행동으로 큰일이 일어날 뻔했기 때문에 샤일록의 신경은 날카로웠다.


"문이 있으니깐 일단 밀어본 거지! 왜 화를 내?!“


사샤는 지지 않고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그때 하쿠가 먼저 문으로 들어간다.


"안 들어가시나요?“


"···“


"봐, 내가 이상한 거야?“


사샤는 하쿠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샤일록은 벙찐 표정으로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은 부서진 석상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문이 그들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대로 찾은 거 같은데?“


사샤가 우쭐한 표정으로 문을 가리킨다.

그러자 하쿠도 문을 여기저기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혹시나 했는데, 저희가 얻은 게 열쇠가 확실하군요.“


그는 문에 있는 홈을 가리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샤일록도 그 홈과 보석의 모양이 일치하자 침을 삼켰다.


"어떡하죠? 지금 열까요?“


샤일록은 보석을 들고 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이번만큼은 사샤도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때 고함이 들려온다.


"바티클 놈들이다! 모두 전투 준비!“


"!!“


더 패스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샤일록 일행의 주위를 감싼다.


"이 자식들 열쇠를 들고 있는 것 같아.“


"젠장, 누가 여길 통과 시킨 거야!“


성난 기사들의 외침은 거대한 문을 타고 사방으로 울린다.


"진정하세요!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저희는 바티클이···“


샤일록이 무기를 집어넣고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즉시 그에게 칼을 겨누며 경계했다.


"중립 유저가 여기까지, 그것도 열쇠를 들고 왔다는 걸 우리더러 믿으라고?“


"이건···“


"바티클에서 열쇠 탐사를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단 건 알았지만 정말 영악하군, 이렇게 일반 유저로 위장까지 해서 보내다니!!“


그들은 샤일록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그들 속에서 걸어온다.


"역시, 그 여자한테서 살아남았다는 게 말도 안 되지···뭔가 수상했어!"


그는 다름 아닌 말섭이었다.

말섭은 투구를 깊게 눌러쓰곤 샤일록에게 검을 겨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그의 동료들이 말했다.


"아는 새X야?“


"전에 말했던 그놈이야. 그 왜 있잖아. 그 망할 년이랑···“


"아···“


말섭이 대충 설명하자 동료들은 이해했단 듯 더욱 샤일록을 경계한다.


"아까부터 자기들끼리 계속 뭐라는 거야?“


"움직이지 마! 너흰 지금 부로 죽고 싶지 않으면 지시에 따라!!“


사샤가 따지자 그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미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길드 본부까지 후송해.“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에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샤일록 일행을 그대로 둘러싸곤 밖으로 나간다. 문밖으로 나가자 더 많은 더 패스 길드원들과 동맹 길드들이 그들은 보며 수군거린다.

그들의 본부에 도착할 때까지 사샤의 입에서 욕이 멈추지 않았고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하쿠의 연주 또한 계속됐다.


더 패스의 본부는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은 벽돌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이었는데, 근처엔 많은 병사가 경호를 서고 있었다.

한눈엔 바티클 못지않은 거대한 공략 길드처럼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상업 길드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었다.

거의 끌려오다시피 한 샤일록 일행은 본부의 후미진 방에서 담당관들이 올 때까지 구금되었다.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고 건물 내부라 전쟁 중이 아니라면 스킬도 사용할 수 없었다.

처음엔 소리도 지르고 온갖 짓을 해보았지만,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고 포기한 듯 갖춰둔 의자에 걸터앉는다.


사샤가 욕을 내뱉으면 중얼거리자 하쿠는 비파의 현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띠리링


비파 소리에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는지 그녀의 욕설도 사그라든다.


"이번에 새로 만든 곡이에요. 어떤가요?“


"흠, 나쁘지 않은데?“


사샤도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지 곧잘 하쿠의 얘기에 맞장구치며 음악 토크쇼가 벌어진다. 그런 사이 샤일록의 걱정은 커지기만 했다.


'어쩌려는 거지? 이걸 뺐겠지? 다음은? 혹시 계속 이곳에 가둬둘 작정인가? 차라리 자결하고 부활하는 게···’


덜컹


온갖 부정적인 걱정들이 쏟아지고 있던 찰나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열리고 담당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사들을 대동해 안으로 들어온다.

기사들은 처음엔 긴장한 듯 검에서 손을 떼지 않았지만, 담당관의 손짓에 이내 밖으로 나간다.

이제 방 안엔 그들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담당관은 서류뭉치를 탁자에 내려놓곤 밝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걸 이해해 주십시오.“


그는 다른 길드원들과 다르게 매우 정중했으며 말투와 행동거지 모두 고풍스러웠다.

짧게 정돈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가져온 서류를 몇 개 훑어보더니 말했다.


"중립 유저···라고 주장하셨네요?“


"아니 이 양반아, 아까부터 얘가 계속 말했잖아! 우린 그딴 놈들이랑 관련 없다니까!“


사샤가 먼저 발끈하며 말했다.

그녀의 무뢰한 태도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도 지금 상당히 날카로운 상태입니다. 식별되지 않은 유저들은 경계하는 건 부득이한 사정이죠.“


"이런 X 같은···“


"하시고 싶은 얘기가 뭐죠? 우리가 뭘 증명하면 되는 겁니까?“


사샤를 막아서며 샤일록이 그와 담판을 지으려는 듯했다.


"저희 측의 조사에 따르면 여러분 중, 특히 샤일록님에 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일전에 저희 길드와 함께 바티클과 싸우셨다던데 모든 인원이 전멸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으셨다던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시죠.“


그는 웃는 얼굴로 또박또박 정확히, 그리고 살갑게 말했지만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샤일록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후···그쪽이랑은 전부터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리 좋지 않은 일이라 절 달갑지 않게 여기지 않아 사태가 심각해진 거 같아요. 하지만 왜 그들이 절 살려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샤일록의 답변에 담당관은 한숨을 쉬었다.


"흠, 상당히 모호하군요. 그 말로는 아직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그건···“


샤일록은 그의 말에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바티클 입장에서 당장 그를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그를 죽이지 않았다.


"에이 X, 그년은 날 노리고 있었어!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니야? 너흰 연극 하는데 실제로 사람을 찌르냐?“


사샤는 탁자를 강하게 치며 항변했다.

하지만 담당관의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근데 담당관님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가만히 듣고 있던 하쿠가 조용히 거든다.

담당관은 하쿠를 지긋이 바라본다.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더 패스 정보조사 담당관 미로라고 합니다.“


그제야 그는 샤일록과 그의 일행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사샤만은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는 개의치 않고 심문을 계속한다.


"바티클과 대립하고 계신단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문의 열쇠를 가지고 계신 데 어째서 저희 쪽에 합류하지 않으신 거죠? 바티클과 대립하고 계신다면 필시 저희는 큰 힘이 될 것인데 말이죠. 혹시 세 분만으로 그곳을 공략할 작정이었나요?“


그의 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로웠다.

평온한 목소리로 그런 질문들이 날아오자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만 같았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희는 중립입니다. 어느 쪽에도 가담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공략은···“


샤일록이 머뭇거리자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더미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솔직히 당신들이 바티클 소속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명에서 그 던전을 공략하려고 했단 것도 중요하지 않죠.“


미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샤일록을 노려본다.


"다만 저희에게 그 열쇠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어떻게 구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걸 저희에게 넘기십시오. 그렇다면 당장 여기서 내보내 드리죠.“


"뭐? 그런 양아치 같은 법이 어딨어?!!“


사샤는 탁자 위로 발을 올리며 미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당신들은 저희에게 잡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현장에서 즉시 PK 당하시고 아이템을 잃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지금 이건 상당히 신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X끼, 말하는 싸가지가···“


사샤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미로 또한 지지 않고 그녀를 노려본다.


"이건 저희가 정당하게 던전을 돌면서 얻은 것입니다. 근데 이걸 아무런 대가도 없이 넘기라고요? 그러고도 당신들이 월드 최대의 상업 길드가 맞습니까?“

그의 말에 미로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웃음을 터트린다.


"샤일록님, 잘 들으십시오. 저희는 상업 길드이기 전에 이 게임의 유저입니다.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에서 그런 게 통용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의 말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마치 상처 입은 사슴이 죽길 기다리는 독수리처럼.


"집어치워! 이딴 양아치 X끼들이랑은 거래 안 해!“


사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샤일록은 그녀를 막아서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저희도 그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이고 당신들도 바티클보다 먼저 그곳을 공략하는 게 목표이니 함께 들어가는 거예요. 둘 다 같은 목표와 적을 상대하고 있으니 이게 상호에 도움이 되지 않나요?“


"글쎄요. 저희가 굳이 당신들을 영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레벨이 50도 되어 보이지 않는 중립 유저 3명. 한 명은 검술사, 다른 한 명은 전투 능력도 없는 바드, 나머지 한 명은 직업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사람···전혀 메리트가 없네요.“


샤일록은 그간 무수히 겪어온 입사 면접이 떠올랐다.

매서운 질문과 무시하는 발언들은 그들과 일맥상통했다.


"더 패스는 현재 바티클과의 싸움을 위해 많은 소규모 길드들과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그렇단 건 인력 하나하나가 소중하단 뜻이죠. 거기에 저희 검술가는 현재 바티클 공대장에게도 큰 타격을 준 경험이 있습니다. 바드 또한 수준급의 케어 실력을 갖췄고요.“


그 말에 미로는 흥미로운 듯 사샤와 하쿠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저 또한 한 때 바티클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온 적 있는 히든 직업이고요. 이런데도 저희가 전력이 되지 못한다는 뜻인가요?“


"흠···“


미로는 한참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투 경험은 있으신가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가 몇 명이나 썰어 재낀 줄 알아?“


"호오? 바드 분은?“


미로는 하쿠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는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다른 파티에 있을 때 몇 번 정도···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샤일록의 대답까지 들은 그는 누군가에게 쪽지를 보낸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일었다.

그 사이 사샤의 부추김에 하쿠는 비파를 연주했고 듣고 있던 미로도 만족한 듯 작게 박수를 쳤다.


띠링


연주를 듣고 있던 미로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답장이 온 것이다.

답장을 읽던 미로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쿠의 연주 소리가 멈췄고 사샤의 시선도 그에게 돌아갔다.

일어선 미로는 샤일록에게 손을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상부에서 당신과의 동맹을 수락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샤일록은 경계하듯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저희야 좋지만···갑자기요?“


그는 태도가 달라진 더 패스에 의심을 풀 수가 없었다.

길드도 길드지만 앞에 있는 미로라는 이 사람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아나르와 하쿠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여러분 개개인의 능력에 대해 상부에선 그리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허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이가 협력한다고 하니 굳이 악명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겠죠. 뭐, 저로서는 이해가 되진 않지만 상명하복이니···“


그는 끝까지 두루뭉술이 말했다.


덜컹


악수를 마친 미로는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시는 길에 홀에서 서류 몇 가지 작성해 주시고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그렇게 떠났고 샤일록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저걸 믿냐? 아까까지 그렇게 무시하고 의심하던 놈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아무리 위에서 명령이라지만 고위층이 더 하면 더 했지, 저 사람보다 느슨하진 않을 건데···“


샤일록은 더 패스의 행동에 깊은 의심을 품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그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더 패스의 의도도 중요했지만, 이번 동맹이 성사된다면 처음으로 그들의 행동에 그들 의견만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을 끈 거라고 생각하죠. 원래대로라면 보석도 뺏기고 죽을 뻔했잖아요?“


"야, 하쿠. 넌 그게 할 소리냐? 우리가 구할 걸 강제로 뺏으려고 한 거잖아!“


"하하, 긍정적으로 보자는 거죠.“


사샤는 능청스러운 하쿠을 쏘아붙이지만, 그는 낙천적으로 받아친다.


'내 말을 믿었을 리가 없어···그렇담 다른 요인인데···’


샤일록은 사샤에게 잔소리에 시달리는 하쿠를 흘긴다.


'하쿠···저 사람도 의심돼.‘




더 패스 본부 최상층에 있는 방문이 열리더니 미로가 들어선다.

그곳엔 이미 4명의 사람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명령하신 데로 처리하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4명의 사람 중 한 남자가 대꾸한다.


"그건 그렇고. 걔들 정말 쓸만한 거야?“


"내가 볼 땐 그냥 이빨 까는 거 같은데···“


그들은 제각각 여자 1명 남자 3명이었다.


"나도 그렇긴 한데, 보스가 허락한 거니깐 어쩔 수 없지···“


여자가 가늘고 긴 곰방대 같은 파이프를 피우며 남자들의 말에 답했다.


"보스도 참, 무슨 생각인지.“


남자가 고개를 젓자 하쿠에게 대꾸한 남자가 말했다.


"한 명이 바티클 공대장에게 한 방 먹였다면서? 여차하면 고기 방패라도 되겠지.“


"나 참, 요즘 워낙 구라 치는 애들이 없어야 말이지···“


"됐으니깐 일어나자고. 우리가 왔다는 거 알면 난리 날 거야.“


그들 4명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중 한 명이 미로에게 말했다.


"우린 갈 거니깐 관리 잘 부탁해.“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아래에 은신용 망토 준비해뒀습니다.“


"크~ 역시 미로가 센스 만점이라니까?“


작가의말

기다리시던(?) 36화 입니다.

요즘 날씨가 덥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짓이 저에겐 큰 원동력됩니다.

읽어주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아레나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대체 역사물인 [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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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최종장을 위하여 21.08.05 36 0 14쪽
41 40화 - 마지막 거래 21.08.04 20 0 16쪽
40 39화 - 친구 또는 원수 21.08.03 20 0 17쪽
39 38화 - 임시휴전 21.08.02 25 0 17쪽
38 37화 - 달밤의 화원 21.07.30 24 0 17쪽
» 36화 - 불공정거래 21.07.29 31 0 18쪽
36 35화 - 아수라장 21.07.28 30 0 15쪽
35 34화 - 검은 성녀 21.07.27 29 0 15쪽
34 33화 - 전쟁의 전조 21.07.26 29 0 17쪽
33 32화 - 데자뷰 21.07.24 37 0 19쪽
32 31화 - 선장의 자질 21.07.23 38 0 15쪽
31 30화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21.07.22 36 1 15쪽
30 29화 - 아침에 있었던 일 21.07.21 36 2 17쪽
29 28화 - 소주 한 잔 21.07.20 46 1 17쪽
28 27화 - 쓸모 없는 보상 21.07.19 45 0 17쪽
27 26화 - 곡예단 21.07.16 41 0 14쪽
26 25화 - 뜻 밖의 재능 21.07.15 48 0 14쪽
25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21.07.14 51 1 17쪽
24 23화 - 마검전설 21.07.13 51 0 15쪽
23 22화 - Street Fighter 21.07.12 62 0 18쪽
22 21화 - Beat +2 21.07.11 68 1 17쪽
21 20화 - 중간점검 +1 21.07.10 70 3 16쪽
20 19화 - 그녀가 온다. 21.07.09 75 3 18쪽
19 18화 - 산 너머 산 21.07.08 68 1 18쪽
18 17화 - 뼈의 전당 21.07.07 84 1 16쪽
17 16화 - 악녀 21.07.04 90 1 17쪽
16 15화 - 그때 그 사람들 21.07.03 98 1 18쪽
15 14화 - 불청객 21.07.01 100 1 16쪽
14 13화 - 최초 클리어 +4 21.06.30 1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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