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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랭킹 3위는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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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그림/삽화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6.11 12:54
최근연재일 :
2021.08.05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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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2
추천수 :
47
글자수 :
32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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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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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DUMMY

그 검은 마치 검은 십자가 같았다.

묘비 없는 그 무덤을 지키는 것 같이 홀로 쓸쓸히 서 있었다.


“뭐야? 이게 끝이야?”


무형은 사샤를 제치고 검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사샤는 그의 손을 잽싸게 후려치곤 자신이 먼저 검에 손을 올렸다.

검의 묵직한 질감이 손잡이에서부터 피부를 타고 머리까지 전해진다. 단순히 검에 손을 올린 것뿐이지만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처럼 중압감이 느껴졌다.


[누가, 불멸에 대항하는가···!!]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무덤에서 손이 쑥하고 튀어나왔다. 다 떨어진 갑주을 입고 있는 그 손은 서서히 팔, 어깨를 시작으로 땅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에선 진짜 클래식하단 말이야···’


흔한 연출에 샤일록은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사샤는 긴장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그 존재가 완전히 무덤 밖으로 기어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너덜너덜한 상태였고 그 갑옷 사이로 보이는 것 역시 뼈였다. 빛바랜 투구 사이로 보이는 눈은 썩지도 않고 이리저리 움직여 그 기괴함을 한층 더 했다.


"그렇지! 이렇게 나와야지!“


"잠시만···!!“


샤일록이 말리기도 전에 이번엔 무형이 튀어 나갔다. 그는 망설이는 사샤를 뒤로 하고 곧바로 그 해골의 머리통을 돌려찼다.


"오~ 뼈다귀 주제 좀 센데?“


자신의 발차기에도 해골은 꿈쩍도 안 하자 무형은 오히려 신이나 공중에 떠 무수한 발길질을 이어나갔다.


쾅쾅쾅쾅

쾅쾅쾅쾅

쾅쾅쾅쾅

쾅쾅쾅쾅

쾅쾅쾅쾅


폭발음과 견줄 정도로 엄청난 타격음이 들려왔다.


[너희도 불멸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검은 검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정해진 말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 무형의 공격도 멈출 줄 몰랐다. 보다 못한 샤일록은 그에게 소리쳤다.


"이 X새야! 보면 모르냐? 너 딜 하나도 안 박히잖아! 그냥 빼!“


그러자 옆에 있던 하쿠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지금 녀석에겐 전혀 먹히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만 돌아오세요!“


하지만 그들의 만류에도 무형은 알아듣지 못할 괴성을 고래고래 지르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끼야아아아아아아!!!!“


쾅쾅쾅


기합인지 모를 괴성이 울려 퍼지고 연신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광경이 한참이 계속되었지만 무엇 하나 바뀌는 게 없었다.


스윽




은빛 섬광이 검사의 다리를 갈랐다.

그 검격에 검사는 처음으로 반응하듯 그 정체로 시선을 돌렸다.

사샤였다.

그녀는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들고 그를 노려봤고 검사 또한 무형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사···인가]




검사는 날벌레처럼 날아드는 무형을 일격에 저 멀리 날려버리곤 사샤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래, 검은 검으로 맞붙어야지!!“


사샤도 녀석의 호의(?)에 감사하며 날아들었다. 허공에서 세 자루의 검이 맞부딪쳤다.

거대한 검이 그녀의 머리로 날아들었지만, 그녀는 검을 교차해 막았고 그대로 검사의 검을 타고 몰아붙였다.




교차한 두 자루의 검이 검사의 갑주를 뚫고 들어간다.

검사도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두 검사는 몸은 멈추었지만, 눈빛만으로 수 차례의 검이 오고 갔다.


"크윽, X나 아프네···야! 뭐 하는 거야?! 왜 쳐다보고만 있어!“


멀리 날아갔던 무형이 몸 여기저기를 털며 돌아왔다. 그는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사샤에게 핀잔을 주며 다시 몸을 날렸다.


"이런 병신이!! 하쿠님 저한테 이속 버프 좀···“


"넵!“


저돌맹진하는 무형을 보곤 샤일록이 뛰어든다. 그는 연막탄 두 개를 꺼내 각각 검사의 발밑과 얼굴에 던졌다.


펑펑


연막탄은 메케한 연기와 함께 찬란한 달빛마저 가렸다.


"켁켁, 야! 고등어! 뭐 하는 짓이야!“


연기 속에서 무형이 기침하며 튀어나왔다. 그는 푸른 옷을 입은 샤일록에게 고등어라 부르며 달려와 그의 멱살을 움켜쥔다.


"너까지 날 방해하는 거냐?“


"X랄 말고 잘 봐!“


샤일록은 담담히 사샤를 가리켰다. 연막이 걷히고 그곳엔 처음처럼 사샤와 검은 검사가 한치의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저년? 눈싸움이라도 하냐? 몹이랑 교감해?“


멱살을 놓은 무형은 못마땅한 듯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안 읽어봤지?“


"그딴 거 안 읽어도 뻔···“


"[그 검으로 그를 영겁의 저주에서 해방시키십시오]···라“


하쿠는 샤일록 대신 퀘스트를 읽어내려갔다.


"그래, 저 뼈다귀 녀석 X치고 검을 뺐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여전히 무형은 인상을 쓰고 있었다.


"X신···눈치가 그렇게 없냐?“


"뭐? 이 X끼가 근데···“


"퀘스트 내용을 잘 봐. '그 검으로'라고 적혀 있잖아.“


"···?“


무형은 여전히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샤일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깐 저 몬스터는 저 검, 즉 자기의 검이 아니면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는 거야. 사샤는 그걸 눈치챈 거고.“


"뭐? 무슨 그딴 게···“


모든 걸 이해한 무형은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달라질 건 없었다.


"결국 모든 건 쟤한테 달렸다는 거지.“


"맞습니다. 우린 지금 그녀를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죠.“


"칫“


무형은 혀를 차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알겠냐? 알겠으면 가서 팝콘이나 사 와라. “


"···닥쳐“


샤일록은 뾰로통한 무형을 놀려 먹었다. 오히려 자신이 신난 듯했다.


한참을 눈빛이 교차했다. 이윽고 검사의 거대한 검이 달빛을 가린다.

그리곤 정직하게 그녀의 오른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녀의 검과 함께 그의 검이 흐트러졌다.


”오른쪽으로 3번, 그리고 위.“


사샤는 튕겨 나가며 만들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그의 칼날이 닿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그 동시에 검을 쥐고 있던 검사의 손가락이 여러 조각으로 나눠진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엔 십자가 형태의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검이 떨어진 것이다.

검사는 유일하게 썩지 않은 그 기괴한 눈을 굴리며 사샤를 응시했다. 그녀 또한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 검을 땅에서 뽑아낸다.


[불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검사는 저항은커녕 조금의 몸부림도 치지 않고 자신의 검을 뽑아 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코웃음 치며 달려든다.


”다 죽은 양반이 쓰는 것보단 백배 낫겠지!“


그러더니 그때와 같이 푸른 섬광이 검을 감싼다.


""···!!""


샤일록, 하쿠, 무형은 숨을 죽이며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서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해골이 지면을 굴렀다.


[그대는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검사의 남은 몸뚱이는 먼지로 사라졌고 그녀의 손엔 아직 푸른 빛을 띤 검이 들려있었다.


'이거라면···’


사샤는 사라지지 않은 검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 완료]


[사샤(이)가 저주받은 검 카드나를 획득했습니다.]


[다른 파티원들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안내 메시지가 출력되자 일행들이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축하드립니다. 사샤님!“


하쿠는 마친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축하했다.

샤일록도 드러내진 않았지만 축하하는 표정이었고 무형 또한 떨떠름했지만, 보수를 받아 만족한 듯했다.


"이제 '그 스킬'을 써도 검이 사라지지 않는 거네?“


"···알고 있었냐?“


샤일록의 말에 사샤는 화들짝 놀랬다. 그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


그때 무형이 입을 열었다.


"그 무기 돈 좀 될 거 같은데? 팔아서 반띵해야지? 나도 도왔는데.“


"뭐? 넌 양심이란 게···“



무형은 히죽거리며 검을 가리켰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참다못한 샤일록이 입을 열려 했다 그 순간 사샤는 오히려 검을 그에게 들이밀었다.


"가져가 봐“


검은 장검은 손잡이부터 칼 받침까지 온통 검은 빛이었다. 하지만 칼날만은 아직 푸른 섬광을 띄고 있었다.


"가져갈 땐 힘으로, 알지?“


"칫···“


성에서 자신만만해하던 무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도 눈이 있다면 알 것이다. 그 검을 손에 넣은 사샤는 현재 자신으로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됐다. 난 보수도 받았으니 그만 간다.“


[무형(이)가 파티를 이탈합니다.]


그는 누구의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왔던 길을 되돌아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에 사샤는 만족한 듯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희도 그만 내려가죠. 축하주라도 마셔야지 않겠습니까?“


"좋아 좋아~ 오늘은 내가 쏜다!“


사샤는 기쁜 듯 앞장서 걸어갔다.


"완전 기분파구만···“


샤일록은 무형과의 싸움에서 졌을 때와 180도 다른 그녀의 모습에 황당했지만 반대로 다행이라 안도하기도 했다.



뜨거운 코코아가 샤일록의 목을 타고 넘어간다. 달콤함이 어느 선을 넘어가면 혀의 감각이 사라진다. 지금 그의 혀가 그렇다. 앞에선 사샤가 신나게 고기를 뜯고 있었고 하쿠도 스튜와 빵을 맛깔나게 먹고 있다.


"정말 그 정도면 괜찮냐? 내가 사는 건데 좀 들지“


"많이 드십시오. 전 이거면 됩니다~“


샤일록은 사샤의 권유를 거절하며 큰 잔에 담긴 코코아 같은 따뜻하고 달콤한 음료와 파이프 즐긴다.


"그건 그렇고 그 검 저도 구경할 수 있을까요?“


하쿠는 사샤의 새로운 검 '카드나'가 궁금한 듯 관심을 보였다.

사샤는 고기를 게걸스럽게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보여줄 순 있는데···아마 들질 못할걸?“


사샤는 검집 통째로 그의 손에 들려줬다.


콰직


검집에서 사샤가 손을 떼는 순간 검은 스파크와 함께 검이 튕겨 올랐다.


[경고, 강한 저주로 인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완전 귀속템인데요 이거?“


하쿠는 스파크의 전율이 아직 느껴지는지 손을 매만진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사샤가 들고 있는 틈에 관찰 스킬을 사용했다.

샤일록 또한 함께 카드나의 정보를 확인했다.


[저주받은 마검 '카드나']

한때 이름 없는 검사가 사용하던 검이었습니다. 어둠과 싸우던 이 검은 사용자가 불멸에 굴복하여 그것을 받아드렸을 때 함께 마검이 되었습니다.


공격력 +50

방어력 60% 무시

저주가 해제되기 전까지 파괴되지 않음. (6단계)

사용자가 받는 버프 효과 30% 상승.

사용자가 결투에서 패배하기 전까지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공격력은 여느 스쳐 지나가는 다른 검들과 다를 건 없었지만, 그 외의 옵션이 상당했다.


"이 정도 스팩이면 당장이라도 최전선 유저들과 대적할 수 있겠는데요? 방어력 무시가 60%라니···“


방어력 60% 무시란 건 사실상 탱커 유저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특히나 상위 구간으로 갈수록 탱커와 힐러, 버퍼 등 지원과 보조 계열 직업군들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데 이런 옵션은 늘 랭커들의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 전용이네?“


"히히히히“


샤일록이 덧붙여 말하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좋은 일 생겼다고 우쭐하지 마라. 전처럼 또 큰코다친다?“


샤일록은 사샤에게 자신과 그녀가 처음 만날 날을 각인시켰다.


"X발···그 얘기를 왜 해!“


"잊어버리지 말라고~“


사샤는 짜증이 났지만 카드나를 보더니 이내 싱글벙글 웃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 그녀는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이걸로 저희 전력은 한층 강화된 건가요?“


"그런 거 같네요. 저것만 있으면 쟤도 '그 스킬'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거 같으니“


대화를 듣던 사샤는 고기를 내려놓았다.


"아니, 그건 아니야. 이게 있더라도 함부로 쓸 수 있는 스킬은 아니거든“


"뭐? 이렇게 딱 맞는 무기가 있는데 안 쓴다고? 아예 이참에 지금 검 두 자루도 팔아버리고 완전히···“


샤일록은 사샤의 다른 검 두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그녀는 일갈했다.


"어허,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니 총처럼 막 쓰는 게 아니야“


"아니···나 참.“


샤일록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스킬을 쓸 때마다 보았던 그녀의 표정을 생각하면 더는 강요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저흰 공략에 한 걸음 다가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죠. 자, 건배할까요?“


"오오, 좋지! 건배!“


사샤와 하쿠는 각자 잔을 높게 들었다. 샤일록도 그 모습에 덩달아 미소 지으며 코코아가 담긴 잔을 높게 들어 올렸다.


"건배.“


그렇게 축하연은 이어졌다. 그녀는 기쁨에 취해 흥청망청 음식을 주문했고 드라스가 계산할 때보다 더욱 푸짐한 메뉴들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그들의 배가 가득 찼을 때쯤 밖에선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가게에 있던 이들도 한둘씩 밖으로 나가기까지 하였다.


"무슨 일이야?“


"밖에 뭔가 구경거리라도 생긴 거 같은데요?“


하쿠와 샤일록도 그곳으로 관심이 쏠렸다.

반면 사샤는 입가심으로 과일을 집어 먹으며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됐어 놔둬. 또 쪼렙들끼리 시비 붙었나 보지.“


하지만 격동의 찬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그건 시큰둥하던 사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놈이야? 얼굴이나 보자“


계산을 하고 나오자 수많은 인파가 가게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야야, 돈 걸어!“


"난 저기 도끼 아재한테 1만!“


"나도!“


"무투가한테 걸 놈 없냐?“


정말 싸움 구경이라도 났는지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걸고 있었다. 말리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싸움이 꽤 크게 난 모양인데요?“


"그러게요···던전 돌기도 바쁜데 누가···가만 무투?“


셋의 머릿속에 순간 스쳐 가는 이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싸울만한 '무투가'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오늘 장사 다 했는데 잘 됐군. 덤벼 아저씨!“


호전적인 말투와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 무형이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곧장 마을로 달려온 그는 퀘스트를 끝내고 받은 보수에 조금 아쉬움이 들었는지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다닌 게 분명했다.


"꼬맹아, 게임도 매너를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 내가 사람 좋아 보여? 엉?!!!“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살집 두둑한 남자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형을 쏘아보았다.

그의 뒤편엔 패거리로 보이는 남자들도 하나 같이 무형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말 무지하게 많네. X같으면 한 판 붙던가!!!“


이에 질세라 무형은 더욱 큰 소리로 도발했다.

그러자 남자는 둘러맨 도끼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오냐, 오늘 내가 어린놈 송장 하나 치운다. 다들 비키쇼, 뒤지기 싫으며.“


남자의 말투와 행동만 보아도 어디 동네에서 양아치 짓은 한 것만 같았다.

그가 도끼를 휘두르자 주위의 관중들은 놀라 거리를 벌렸다.


"X발, 가오는···“


무형은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결투를 신청했다.

방식은 역시나 [살육].

남자도 흔쾌히 수락했고 일대는 환호와 응원의 열기로 가득한 투기장이 돼버렸다.


"저 X끼는 지치지도 않나···“


샤일록은 진절머리가 난 듯 그 자리를 뜨려 했지만, 오히려 그를 혐오하듯 싫어한 사샤가 그를 멈춰 세웠다.








3번의 신호음과 함께 결투가 시작된다.

남자가 먼저 큰 도끼로 무형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야야앗!!!!!!!!“


기합과 동시에 도끼가 지축을 갈랐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관중들의 얼굴까지 날아들었다. 하지만 정작 무형은 티끌 하나 다치지 않고 도끼와 종이 한 장 차이의 거리에 서 있었다.


"끝이야?“


"이 X끼가 근데, 아까부터 계속!!“


남자는 무형의 도발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다시 한번 도끼를 휘두른다.


"끝났네“


지켜보던 사샤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그녀는 녀석이 싫었지만,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쾅!


도끼가 다시 땅에 떨어지기 전 특유의 폭발음 같은 타격음이 들리더니 도끼날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 모습에 남자는 몹시 당황하여 부서진 도끼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아니 어떻게···앗!“


순간 아차 싶던지 남자는 무형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엔 관중들 뿐이었다.

그것이 그 남자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남자는 무형의 위치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뒤에서 날아든 무형의 발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사망했다. 일격에 모든 체력이 바닥나 버렸고 쓰고 있던 투구까지 으스러져 버렸다.


무형의 승리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고 투기장은 곧 탄식과 환호의 도가니가 된다.

많은 이가 무형이 아닌 그 남자에게 돈을 건 듯했다.

반대로 무형에게 건 소수의 사람은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길길이 날뛰었다.


"에혀, 뭐 별 건 질 것도 없네.“


탄식하는 관중들 사이로 무형은 쓰러진 남자의 아이템을 완전히 수거한다. 그러면서도 부서진 투구와 도끼는 그의 시체 위로 노잣돈인 양 던져주며 비웃었다.


"이건 그냥 너 가져라.“


그리곤 그는 그 남자의 패거리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고 그가 지나가는 곳은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확실히 실력은 좋단 말이야···'


샤일록은 마냥 짜증이 나기만 했던 그가 조금은 탐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와 파괴력을 동시에 지닌 그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사자나 곰과 같았다.


'내 배에도 저런 놈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샤일록은 벌써부터 사지도 않은 배의 선원을 상상하며 김칫국을 마셨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장마인데 다들 건강 챙기십쇼


재밌게 읽으셨다면 구독과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짓이 저에겐 큰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추천 게시판에 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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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데자뷰 21.07.24 35 0 19쪽
32 31화 - 선장의 자질 21.07.23 36 0 15쪽
31 30화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21.07.22 34 1 15쪽
30 29화 - 아침에 있었던 일 21.07.21 36 2 17쪽
29 28화 - 소주 한 잔 21.07.20 44 1 17쪽
28 27화 - 쓸모 없는 보상 21.07.19 44 0 17쪽
27 26화 - 곡예단 21.07.16 40 0 14쪽
26 25화 - 뜻 밖의 재능 21.07.15 47 0 14쪽
»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21.07.14 51 1 17쪽
24 23화 - 마검전설 21.07.13 50 0 15쪽
23 22화 - Street Fighter 21.07.12 60 0 18쪽
22 21화 - Beat +2 21.07.11 66 1 17쪽
21 20화 - 중간점검 +1 21.07.10 69 3 16쪽
20 19화 - 그녀가 온다. 21.07.09 73 3 18쪽
19 18화 - 산 너머 산 21.07.08 67 1 18쪽
18 17화 - 뼈의 전당 21.07.07 84 1 16쪽
17 16화 - 악녀 21.07.04 89 1 17쪽
16 15화 - 그때 그 사람들 21.07.03 98 1 18쪽
15 14화 - 불청객 21.07.01 100 1 16쪽
14 13화 - 최초 클리어 +4 21.06.30 1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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