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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랭킹 3위는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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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그림/삽화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6.11 12:54
최근연재일 :
2021.08.05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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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1
추천수 :
47
글자수 :
325,946

작성
21.07.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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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5화 - 그때 그 사람들

DUMMY

허공에서 몇 합의 불꽃이 일더니 한 명이 쓰러진다. 구경하던 사람들마저 숨죽여 그때 정신을 차린 그가 황급히 일어서보지만 이미 그의 눈앞엔 총구가 겨누어져 있었다.


“GG요~”


그는 두 손을 높게 들더니 아쉬운 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총을 든 샤일록을 바라봤다.


[결투가 종료됩니다.]


[승자에게 상금이 수여됩니다.]


“못 이기겠네요.”


쓰러진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맛을 다시자 샤일록은 그에게 손을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샤일록님도 ‘결투’ 감사합니다.”


남자는 샤일록의 손을 잡고 일어났고 구경하던 일행들이 다가와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넌 안된다니깐···”


"그때 돌진기로 들어가야지. “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해보던가“


한참을 떠들던 무리는 샤일록을 보더니 꾸벅 인사를 했고 샤일록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즐겜 하십쇼.“


"넵! 감사합니다!“


그렇게 만남은 끝이 났다. 순심이 편집을 시작한 이후부터 그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나 그와 비슷한 레벨의 유저들이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일이 늘어났는데, 샤일록은 처음엔 결투 신청을 피하기 바빴지만 무수한 신청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승낙하게 되었고 그 영상들이 맛깔나게 올라오자 일종의 캠페인처럼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더욱 증가했다.


'자금에 조금 보탬이 되고 좋긴 한데 요즘 들어 횟수가 늘어나는 거 같네···’


다인으로 들어가는 길은 벌써 수십 번을 지나갔지만 요즘 들어서는 망토를 이용해 은신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언제 한 번은 아예 줄을 서서 그를 기다리는 무리들도 있어 난감할 따름이었다.


"권총 탄환이랑 검 수리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장장이 NPC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의 무기를 받아서 갔고 기다리는 사이에도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와, 샤일록 맞지?“


"그런 거 같은데?“


"영상으로만 봤는데···“


"그러게, 나도 결투 신청해볼까?“


수군거리는 소리는 의식하지 않아도 너무나 또렷이 들려왔다.


'선배! 사람들이 알아보면 무조건 인사 하십쇼! 그게 조회수를 올리고 구독자를 늘리는 지름길 임다!‘


귀에 피가 나도록 순심이 그에게 강조한 말이었다.


'이렇게 인기인이 될 줄은 몰랐는데···’


진열대에 놓인 검들은 구경하는 차에 그들이 다가왔다.


"저기···혹시“


"아, 네, 반갑습니다. 하하하“


"역시···샤일록님 맞으시죠?“


"네네, 맞습니다.“


"와, 팬이에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남자들은 그의 손을 수차례 흔들며 눈을 반짝였고 샤일록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그들은 스크린샷을 찍고 속사포처럼 질문들을 토해냈고 샤일록은 정신없이 대답하기에 바빴다.


"요즘 영상이 재밌어진 거 같아요!“


"편집자 따로 구하셨나 봐요?“


"네? 아, 네네 하하 바쁘다 보니 편집자분을 따로 구하게 됐습니다. 반응을 보니 잘 구한 거 같네요.“


샤일록은 당황했지만, 본심을 최대한 숨기며 대답했고 그사이 NPC가 그의 무기를 수리하여 가지고 왔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앗! 네네, 사진 감사해요.“


"넵, 영상 재밌게 봐주세요.“


그는 대화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망토를 쓰고 가게를 서둘러 나왔다. 구독자가 늘고 많은 관심을 받는 건 마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수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초월하자 게임을 켜는 거 자체가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스타병은 아니지만 이건 꽤 힘드네···그럼 연예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거야?‘


샤일록은 쓴맛을 다시며 친구창을 들여다봤다. 그의 레벨 41, 신규 업데이트까지 남은 기간 3일. 이 시점에서 접속할 때마다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오늘도 안 들어오는 건가···’


상점가 한 귀퉁이 의자에 앉아 파이프를 피우며 '오프라인'이라고 표시된 아이디를 응시한다. 그 이름은 사샤. 그녀는 라솔 퀘스트 이후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고 있다.


[총각 오늘도 들어와 있네?]


멍하니 있는 사이 주황빛 메시지가 날아왔다. 말투로 봐선 돌쇠가 분명했다.


[곧 업데이트니깐 준비해놔야죠.]


[이미 40레벨 넘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보다 그 아가씨랑은 연락 되는겨?]


[그때 이후로 접속을 안 하네요.]


[그려? 아니면 지금 이리로 올 텐가?]


돌쇠는 자신의 파티로 샤일록을 초대했지만, 샤일록은 거절했다. 솔직히 요즘 들어 게임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신규 업데이트만이 간절했다.


"어, 여깄다!!“


"정말이네?“


파이프의 담뱃잎이 모두 타들어 갈 때쯤 누군가 샤일록을 보고 달려온다. 망토를 쓴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레벨이 낮다면 그의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누구야?‘


후드를 살짝 들어 소리의 존재를 봤을 땐 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거대한 덩치에 방패를 든 남자, 호리호리한 체형에 톱날 창을 든 남자 그리고 노란 레이스가 달린 수녀복을 입은 사제와 푸른 옷과 챙 넓은 모자를 쓴 마법사. 드라스 일행이었다.


"여기 계셨군요. 샤일록님“


"아···오랜만입니다.“


샤일록은 드라스의 손을 잡고 가볍게 인사했다. 그들은 전보다 더욱 성장한 듯 보였다. 착용하는 장비부터, 표정까지 전보다 여유가 넘쳐 보였다. 특히나 자신을 찾은 목소리의 주인이 뮤라는 것을 알고 샤일록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하던 그녀는 어느새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선술집으로 자리를 옮겼고 음식과 음료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꽃피웠다.


"이브인님한테 들었습니다. 길드 창설하셨다면서요?“


"하하, 네. 아직 건물도 없고 길드원도 저희뿐이지만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요.“


드라스가 쑥스러운 듯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샤일록은 그런 그의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고블린 사건 당시에만 하더라도 실력과 경험 없이 오직 자신감만으로 밀고 나가던 그와 달리 최근 몇 번 마주쳤을 땐 제법 리더다운 명모가 드러났다. 우유부단하던 성격은 결단력 있게 바뀌었고 관찰력 또한 늘었다. 샤일록은 39 레벨 언저리에 홀로 사냥하러 평원 지역을 어슬렁거리다 그의 무리와 다른 유저들이 함께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품었던 드라스에 대한 평가에 미안함마저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혹시“


드라스는 우물쭈물하며 망설였고 샤일록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짐작이 갔다.


"이브인님 편으로 이야기했지만···죄송합니다.“


"흠흠, 그런가요? 아쉽군요.“


드라스는 애써 헛기침을 하며 괜찮은 척했지만, 오늘따라 음료가 쓰게만 느껴졌다.


"괜히 또 얘기해서 샤일록님 불편하게 만들지 마!!“


뮤는 큰소리로 드라스를 꾸짖었고 드라스는 시무룩해져 쪼그라들었다. 그 모습에 샤일록은 괜스레 미안해져 뮤를 말렸다.


"요즘 들어 선양이가 저러네, 미지한테 옮아서 그런가···“


젤로까지 거들자 뮤는 그에게 달려들며 성을 냈다. 오히려 예전 같으면 먼저 달려들었을 이브인은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하하하, 오랜만에 만나니 여러분도 많이 바뀌셨네요. 아 젤로님은 늘 여전하십니다.“


샤일록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고. 그 말에 젤로에게 달려들던 뮤도 행동을 멈추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신규 업데이트 때 최전선 공략을 목표로 하신다고요?“


"아, 영상 보셨군요? 뭐···그렇게 됐네요. “


조용히 지켜보던 이브인이 묻자 샤일록은 순심이 편집한 영상 썸네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최전선까진 아니지만, 길드 홍보차 최초 공략 하나 정도는 하려는데···“


이브인은 시무룩해 있던 드라스에게 눈치를 주며 말을 이었고 그걸 듣고 있던 드라스는 다시 표정을 피며 대신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영입 제의를···“


"야···!“


이브인은 드라스를 가로막으며 노려본다.


"흠흠···죄송합니다.“


드라스는 헛기침하더니 흥분을 가라앉혔고 이브인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샤일록님이 저희와 함께하지 못한 건 유감입니다만.“


'다만?‘


"하지만 어찌 됐든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니 당일 정도는 함께 하시는 게 어떨까요?“


"오! 그 정도라면!“


"찬성!“


"샤일록님 정도면 믿을 만하지!“


듣고 있던 젤로와 뮤도 강하게 찬성했다. 샤일록도 그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축하의 의미로 건배!!“


드라스와 젤로가 잔을 높이 들었고 뮤와 이브인도 합세하자 눈치를 살피던 샤일록도 하는 수 없이 잔을 들었다. 5개의 잔이 힘차게 부딪쳤고 깨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 벌어진 일들은 불 보듯 뻔했다. 음식은 쉴 틈 없이 나왔고 나오는 족족 접시는 동이 났다.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시간을 확인한 샤일록이 슬그머니 일어선다.


"전 이후 약속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아, 넵“


"들어가세요.“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사실 저 자리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보다 자신을 알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편했기도 했고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자리에 어울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정말 약속이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다인에 처음 도착했던 검은 숲과 연결된 입구에 도착한다. 그곳엔 대검을 차고 있는 남자 다른 이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샤일록보다 레벨이 높아 보였기에 그곳에 서성일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나르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샤일록이 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본 그 남자는 그가 발로란스에서 처음으로 친구 신청을 받은 사람, 아나르였다. 전과 달리 검과 방패가 아닌 호리호리한 체격에 거대한 대검을 메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샤일록님. 요즘 영상 좋던데요?“


"아, 감사합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메시지로 대화도 하고 직접 만난 적도 있었지만, 샤일록은 그를 볼 때마다 늘 떨렸다. 어쩌면 샤일록의 시작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다른 분들은···“


"아, 딴 애들은 저녁에 접속한다더라고요. 전 휴가를 냈지만, 걔들은 아직 연차를 못 내서···“


"아···“


아나르는 아까까지 대화를 하고 있던 사람들과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샤일록 쪽으로 돌아왔다.


"그럼 가시죠. 식사는 하셨나요? 아, 게임이라서 의미는 없으려나···“


"간단히 뭐라도 마실까요. 그럼?“


샤일록은 아나르의 안내에 따라 한적한 카페로 들어섰다. 늘 선술집과 바를 이용하던 그에겐 커피와 차향이 물씬 풍기는 카페는 신선했다.


'평범한 찻집도 있구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샤일록은 아나르에 안내에 따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에 앉았다.


"자, 그래서? 제게 묻고 싶다는 게 뭐죠?“


아나르는 능숙하게 커피를 주문하곤 앞에 놓인 쿠키를 집어 들며 물었다. 샤일록도 급하게 아나르와 같은 커피로 주문했다.


"바티클 길드 관련해서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바티클 길드라···흠···“


아나르의 왼쪽 가슴에는 길드의 문장이 그려진 뱃지가 달려있었지만 바티클 길드의 문양을 아니었다.


"그렇담 바티클 길드에 직접 가시는 게 더 좋았을텐데요? 거긴 지금 바르슈타인 성 공략을 위해 30 후반에서 40초, 지금 딱 샤일록님의 레벨 대의 유저를 구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유명 스트리머인 샤일록님이라면 이미 실력은 보증···“


아나르의 말에 샤일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아나르는 그 표정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눈을 감았다.


"무언가 사정이 있으시나 보군요? 혹시 알려주실 순···이것 참, 저희 길드도 정보 길드다 보니 하하“


아나르가 들어간 길드 머큐리안은 발로란스 내부에 사설 정보지를 발행하고 게임 내외로 각종 공략지나 인터뷰를 싣는 등 우체국과 신문사의 역할을 하는 대형 길드였다.


"그냥 그쪽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만 해두죠“


샤일록은 주문한 커피를 조심스레 홀짝였다. 아나르는 그 모습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바르슈타인 공략 때 머큐리안 길드와 바티클 길드의 공동 전선을 실행할 거란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나르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요. 애초에 그 정보도 저희 쪽에서 흘린걸요?“


"역시···“


샤일록의 굳은 표정에서 아나르는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집어 먹으며 여유로웠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정보 길드를 자처하던 머큐리안이 어째서 레벨 업에 도움도 안 되는 저레벨 신규 컨텐츠에, 그것도 최고 길드인 바티클과 손까지 잡으면서 공략을 하려는 건가요?“


"흠, 글쎄요. 그분은 저도 뭐라고 말해드릴 정보가 없네요. 상위 간부진에서 정해진 사안이고 저희 같은 말단 간부나 단원들은 시키는 일에 충실할 뿐이죠.“


쿠키 소리와 파도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바닷바람이 테라스를 뒤덮었다.


"···그놈들 일정을 알고 있다면 좋을 텐데“


샤일록은 엄지를 물어뜯으며 고민에 잠긴다. 그 모습에 아나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건 하나 알고 있습니다.“


"네? 어떤···?“


"이번 공동 전선, 즉 동맹이 저희 측이 아닌 바티클에서 먼저 제안 했다는 걸요.“


"바티클이 왜 굳이 머큐리안에···?“


"이건 제 추측인 것 같습니다만, 현재 바티클에선 바르슈타인 공략에 투입될 30~40대 레벨의 길드원이 턱없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거겠죠.“


"하지만 그 중 하필···"


아나르는 마지막 쿠키를 집어들곤 점원에게 새 쿠키를 부탁했다. 그리곤 집어든 쿠키를 맛깔나게 씹으며 고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샤일록을 쳐다보았다.


"그거야···저희 길드는 길드원 육성이나 길드 랭킹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


"바티클 길드가 이번에 모집한 새로운 길드원들은 게임을 새로 시작한 뉴비들 중 특별히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됐더라고요. 다른 게임을 하다 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의 수가 턱없이 적었습니다.“


"네?“


"바티클은 아무나 받지 않습니다. 말단 단원을 뽑을 때도 늘 최고의 실력을 원하죠. 그들은 늘 1위를 지키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이번 신입 길드원으로 발탁된 유저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더군요.“


"그래서 제일 온건한 머큐리안과···“


"뭐 그런 거죠.“


이후 아나르는 새로 온 쿠키를 먹으며 최근 일어나는 길드 간의 변동과 경쟁 구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발로란스 오픈 이후 오랜 시간 군림하던 알파 길드를 제압하고 현재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바티클], 그리고 그의 뒤를 바싹 추적 하는 랭킹 2위 [솔데론]. 발로란스 경제의 50%를 좌지우지하는 상인 길드 [더 패스], 소수정예의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용병 길드 [베레타].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샤일록은 그때까지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지만 한편 앞으로 너머야 할 산들이 바티클만이 아니라는 것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정보를 맨입으로 받으려고 했다니···오늘 커피값은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샤일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가 있는 1층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러자 아나르가 먼저 그를 앞지른 후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희 길드 신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싸구려 정보입니다···그리고 이번 일은 외상으로 걸어두도록 하죠. 외상은 받을수록 좋다는 게 저희 길드 방침이거든요.“


아나르는 계산을 마치고 나섰고 샤일록은 그에게 홀리듯 함께 따라나섰다. 처음 그를 볼 때 느꼈지만, 그는 친화력은 그때까지 샤일록이 만난 사람 중 가장 뛰어났다. 붙임성은 물론 첫인상 또한 친절했고. 특히나 온화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몇 초만 마주하고 있더라도 홀리듯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것은 사람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독심술이었다. 그와 몇 번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처음에 샤일록은 그가 무슨 스킬이라도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럼 원하는 정보는 얻으셨나요?“


"네···이거 참 커피값까지···“


아나르는 자신이 한 '외상'이란 말에 샤일록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깨닫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커피값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그냥 저희 길드 신문, 꾸준히 봐주시면 됩니다.“


"넵! 정기구독하겠습니다.“


"하하, 그거 고마운데요? 아, 혹시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인터뷰라도 한 번···“


"당연하죠!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좋네요.“


그렇게 그들은 카페에 나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더니 각자의 할 일을 위해 헤어졌다.


"그럼 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들어가 보세요.“


아나르는 가볍게 인사하고 곧바로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를 만날 때에는 늘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머큐리안 길드의 특성상 길드 업무가 있는 날이면 사냥이나 퀘스트 같은 일들보다 정보 수집이나 신문 편집의 일이 더욱 많았다. 오프라인 팀 같은 경우 각종 커뮤니티의 사전 조사는 물론 길드 게시물 작성도 빠지지 않았다.


'수가 적다···그렇다면 그 사제 공대장 이외는 다 내 레벨 대라는 거 군···’


샤일록은 빅터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커틀라스의 손을 올렸다. 그의 표정이 드디어 처음으로 영화에 나오는 해적다운 표정이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요 며칠 못 올렸더니 다시 구독자 수가 떨어졌네요 ㅠㅠ

역시 규칙적으로 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구독과 추천은 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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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최종장을 위하여 21.08.05 34 0 14쪽
41 40화 - 마지막 거래 21.08.04 19 0 16쪽
40 39화 - 친구 또는 원수 21.08.03 19 0 17쪽
39 38화 - 임시휴전 21.08.02 24 0 17쪽
38 37화 - 달밤의 화원 21.07.30 23 0 17쪽
37 36화 - 불공정거래 21.07.29 30 0 18쪽
36 35화 - 아수라장 21.07.28 29 0 15쪽
35 34화 - 검은 성녀 21.07.27 29 0 15쪽
34 33화 - 전쟁의 전조 21.07.26 28 0 17쪽
33 32화 - 데자뷰 21.07.24 35 0 19쪽
32 31화 - 선장의 자질 21.07.23 36 0 15쪽
31 30화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21.07.22 34 1 15쪽
30 29화 - 아침에 있었던 일 21.07.21 36 2 17쪽
29 28화 - 소주 한 잔 21.07.20 44 1 17쪽
28 27화 - 쓸모 없는 보상 21.07.19 44 0 17쪽
27 26화 - 곡예단 21.07.16 40 0 14쪽
26 25화 - 뜻 밖의 재능 21.07.15 47 0 14쪽
25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21.07.14 50 1 17쪽
24 23화 - 마검전설 21.07.13 50 0 15쪽
23 22화 - Street Fighter 21.07.12 60 0 18쪽
22 21화 - Beat +2 21.07.11 66 1 17쪽
21 20화 - 중간점검 +1 21.07.10 69 3 16쪽
20 19화 - 그녀가 온다. 21.07.09 73 3 18쪽
19 18화 - 산 너머 산 21.07.08 67 1 18쪽
18 17화 - 뼈의 전당 21.07.07 84 1 16쪽
17 16화 - 악녀 21.07.04 89 1 17쪽
» 15화 - 그때 그 사람들 21.07.03 98 1 18쪽
15 14화 - 불청객 21.07.01 100 1 16쪽
14 13화 - 최초 클리어 +4 21.06.30 1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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