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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랭킹 3위는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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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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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6.11 12:54
최근연재일 :
2021.08.05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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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5
추천수 :
47
글자수 :
32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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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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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2화 - 데자뷰

DUMMY

붉은 옷의 성녀는 며칠 동안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가 허락하는 이만 간혹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그녀가 접속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접속을 하고 있지만 도통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여긴 바티클 길드의 바르슈타인 임시 지부.

임시 거처로 마련했지만, 이곳의 건물 중 가장 거대했다.

그곳의 가장 위층인 3층의 복도 끝에 그녀의 방이 있다.


안경을 쓴 남자가 여성의 안내를 받으며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의 방 앞에 도착하자 여자가 말했다.


“여기 마오님···맥스웰님이 오셨는데요?”


"···"


그녀의 비서로 보이는 여성이 문을 사이에 두고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저기, 마오···“


"괜찮습니다. 여기서부턴 제가 하도록 하죠. 안내 고마워요.“


맥스웰은 그녀를 돌려보내곤 문을 가볍게 노크한 후 들어섰다.

방안은 온통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참입니까? 이제 다시 복귀하시죠?“


"···“


그녀가 계속해서 침묵하자 맥스웰은 설정창을 열어 방의 조명부터 밝혔다.


[설정인보다 상위 관리자의 권한으로 설정을 변경합니다.]


곧 방안의 촛불들이 켜지며 밝아졌다.

그곳은 여느 길드의 집무실과 마찬가지로 사무용 탁자가 놓여있었다.

그녀, 마오는 그곳에서 뒤를 돌아보고 앉아 있었다.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투정 그만 부리고 어서 복귀하십시오. 아니면 정식으로 휴가를 제출하시던가···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그녀는 몸은 돌리지 않았지만, 손으로 팔걸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고작 '그딴 걸' 얘기하려고 왔어?“


그녀의 반응에 말을 멈췄던 맥스웰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딴 게' 아닙니다. 정신 차리시죠? 아무리 저렙 구간용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저희 길드가 가장 먼저 메인 이벤트를 공략해야 합니다. 거기다 공대장으로 자원한 것도 당신이고요. 언제까지 당신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말에 그녀의 뒷모습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맞춰줘? 학긴 '그분'의 최측근인 네가 뭘 알겠어?“


"하···“


맥스웰은 고개를 젓는다.


"어쨌든 이른 시일 내에 복귀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분'께···“


스윽


그녀는 드디어 의자에 일어서 모습을 보였다.

우아했던 붉은 사제복과 머릿결은 그대로였지만 그의 얼굴엔 눈을 제외한 얼굴이 모두 가려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드디어 얘기할 기분이 드셨나요?“


맥스웰은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근처 소파에 앉는다.

그가 자리에 앉자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가 탁자에 나타난다.


"온 진짜 목적이 뭐야?“


"아까 말하지 않았나요?“


그는 마오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여유롭게 음료를 홀짝인다.


"공대장인 당신이 없으니 이곳 상황이 아주 아름답더군요? 다른 길드들이 나타나 메인 던전을 통제하고 있고, 경제권도 장악했던데···이거면 충분히 직무유기···“


쾅!


거대한 빛의 창이 순식간의 맥스웰의 동공 앞까지 다가온다.

하지만 맥스웰은 그녀를 기만하듯 여유롭게 간식 포장을 뜯는다.


"책상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놈이 뭘 안 다는 거야?“


"···마오양, '그분' 곁에서 몇 번 같이 다니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건가요? 예의가 많이 없어졌네요?“


"뭐? 전 당신이 오기 전부터 길드 최전선에서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지부장직도 제가 원해서 있는 게 아니죠. 뭣하면 저랑 위치를 바꾸실까요?“


맥스웰은 포장지를 일순간의 태워버리곤 그녀를 노려본다. 빛의 창은 이미 그의 마법으로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였다.


"···“


그럼에도 그녀는 순응하지 못한 듯 보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겁니까? 당신의 패배 소식은 이미 '그분'께 전달됐습니다. 그분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신 상태이고 당신을 걱정하기까지 하셨죠.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그런 문제가 아니야···고작 50렙도 안되는 놈들에게 당했다고!“


마오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길길이 날뛴다.

마치 정신이 나가버린 것만 같았다.


"후···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저희 길드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원형 직업군인 당신이 당했더라도 문제 될 건 없습니다. 그러니···“


"X발! 그 X끼 문제가 아니야! 갑자기 나타나서 방해한 그 X년! '그 남자'랑 똑같은 움직임을 하던 그년이 문제라고!!!“


"···“


그 말에 맥스웰도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고 인상을 쓴다.


"그 부분은 저희가 따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맡은 역할에 충실 하십시오. 다시금 말하지만, 당신의 임무는 그 작자들의 추적이 아닌, 이 지역의 첫 번째 클리어입니다. 아시겠나요?“


맥스웰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년도 똑같이 할거지? '그 남자'처럼“


"!!“


맥스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차갑게 바라봤다.

가면을 쓰고 있어 표정은 보였지만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똑똑히 보였다.

그녀는 맥스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가면을 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럼 이것만 알아둬, 그년은 내가 처리할 거야. 알겠어?“


인간이 아닌 악귀와 같은 눈빛이 맥스웰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문으로 다시 걸어간다.


"맡은 임무나 잘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떠났다.


"으아악!!!“


홀로 남은 그녀는 빛의 창을 방출하여 집무실의 집기들을 박살 냈다.

그리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던져버리고 울부짖었다.


"얼굴 가죽을 뜯어버리겠어!!!“


성녀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곳엔 악녀만이 남았다.





샤일록은 오랜만에 실로트 마을에 도착했다.

저번에 부러진 검을 대체할 새로운 무기를 구할 겸 다인으로 왔지만, 웬일인지 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오! 형씨! 오랜만이군?“


베커 상단의 한스가 그에게 아는 체한다.

튜토리얼을 완료하고 약 2달 만의 일이었다.

다부진 체격의 한스는 영락없는 푸근한 인상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네요. 한스씨. 혹시 앤 있나요?“


"또 앤을 찾는구만? 상단 건물 2층에 있을 걸세.“


샤일록은 한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곧바로 그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한땐 정말 크다고 생각한 그 건물은 이제 그에게 초라하게만 보였다.


"아! 모험가님!“


2층에 올라오자 앤이 먼저 그를 발견하고 달려온다.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도드라진 시골 소녀. 그녀 또한 한스처럼 마지막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모험가님이야말로 잘 지내셨어요? 모험은 어떠신가요?“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모험담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 그게···“


그들은 2층에 놓인 낡은 탁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고블린 주거지에 쳐들어간 내용부터 라솔과 아솔을 쓰러트린 이야기 그리고 최근 발견한 비밀의 방까지,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와 정말 신기한 것투성이네요.“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녀는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아, 맞다. 이번에도 선물을 주려고···“


그 말과 함께 아이템창에서 푸른 꽃 한 송이를 꺼냈다.

바르슈타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지만 마법으로 가공하여 시들지 않았고 바르슈타인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예쁘다···고맙습니다. 모험가님!“


그녀는 그것을 금세 꽃병에 꽂고 좋아했다.

바르슈타인과 다르게 더운 날씨였던 그곳은 그 꽃을 꽂자마자 시원해졌다.


[베커 상단의 앤(과)와 더욱 친밀해졌습니다.]


그녀가 꽃을 보고 좋아하고 있을 때 안내 메시지가 출력된다.


'이런 식으로 NPC마다 친밀감을 쌓는 거구나···무슨 미연시 같기도 한데···’


앤의 웃는 모습에 지켜보던 샤일록까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요 며칠 사이 계속되는 경쟁과 전투로 피곤한 일상이었던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일사이었다.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그렇게 그는 앤이 내온 차와 쿠키를 먹으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냈다.


띠링


하지만 그것도 잠시, 쪽지 알림이 뜨면서 그의 평화를 깨트린다.


[작성자: 사샤


언제 올 거야? 무기만 사고 금방 온다면서

오늘 안 돌 거냐?]


쪽지에서마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조금만 쉬자 진짜···’


샤일록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만 가볼게, 차 잘 마셨어.“


"벌써 가시는 건가요···“


그가 돌아간다고 하자 앤은 서운한 기색이 영역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샤일록도 아쉬운 듯 말했다.


"다시 또 올게···그때도 선물을 들고 올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와! 알겠습니다!“


그녀는 인상을 펴고 밝은 얼굴로 그를 배웅했다.

그도 그녀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팔을 흔들었다.



다인의 무기점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모든 능력치가 평균적이란 것이다.

특정 레벨 구간까지 사용되는 장비들만 취급했고 그 레벨 대에서 제일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나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그 장비들은 초보자들에게 애용되었지만, 조금만 레벨이 오르면 다른 도시의 무기나 몬스터에게서 얻은 전리품 또는 유저가 직접 제작한 유저 제작 아이템을 사용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주로 고가에 거래됐기에 샤일록은 늘 공산품처럼 나오는 무기점의 아이템을 애용했다.


"나도 제작 아이템이나 쓸까···“


그는 시장에서 유저들이 판매하는 무기들을 둘러보며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지금 멤버 중에서 그가 유일하게 저렴한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자나 망토는 이유가 있다지만 무기인 검과 총은 아직도 초심자용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타입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메리트에 취해 고급 무기를 염두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돈을 아끼려는 그의 자린고비 정신이었다.


그렇게 시장을 배회하던 그는 어느새 항구의 선술집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낮이지만 어두운 골목과 선원들의 고함으로 가득한 그곳은 그에겐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쩝···오랜만이네.‘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해적'의 길로 들어서게 한 노인을 만났고 그 악연으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뭐야? 이 노인네가 죽고 싶어?!!“


향수에 젖어 있을 때 주점에서 큰 소리가 들렸고 곧 문이 부서지듯 열리더니 누군가 굴러떨어졌다.


"다시 한번 지껄여봐!“


덩치가 크고 여기저기 흉터가 난 전형적인 건달들이 쓰러진 노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다. 그 노인은 금방이라도 그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뭐라는 건지 하나도 안 들려, 이 애송이들아! 낄낄낄“


하지만 노인은 여유롭게 술병을 홀짝이며 그들을 도발했다.

그러자 그들 중 몇 명은 차고 있던 검과 총을 뽑아 들었다.


"저 노인은···“


샤일록은 그 노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바로 자신을 비트만에게 보낸 그 노인이었다.

그들이 다시 노인에게 손찌검할 때 총성이 들렸다.


탕!


그 소리에 건달들의 행동은 멈추었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소리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샤일록이었다.

그는 허공으로 향했던 총을 다시 집어넣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뭐야? 노인공경도 모르냐?“


샤일록은 그들의 손에서 노인을 때어놓고 가로막듯 섰다.


"응? 넌 또 뭐야? 이봐 영감, 당신 손주야?“


"뭐? 난 모르는 놈이야~ 낄낄 봐봐, 착하게 살면 하늘이 다 돕잖아?“


노인은 샤일록의 뒤에서 여전히 그들을 비아냥거렸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그 노인의 숨통을 끊고 싶었지만, 자신들을 노려보는 샤일록 때문에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했다.


"어이, 상관없는 사람이며 갈 길가지? 여기서 이러면 별 좋은 꼴 못 봐 형씨“


무리 중 한 사람이 샤일록을 보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샤일록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보아하니 다 NPC인 거 같은데···저 정도면 해치울 수···’


샤일록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손을 가져댔지만, 검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아차, 검을 못 샀지···이건 낭팬데···’


샤일록이 당황하고 있자 뒤에 있던 노인이 다시 거든다.


"니들이 정말 해적이면 해적답게 승부를 봐!“


"뭐? 해적답게? 웃기고 있네. 해적답게는 무슨 해적답게야! 그리고 이놈은 해적도···“


노인의 말에 더욱 화가 난 그들은 샤일록의 위아래를 훑어본다.

남루한 망토에 어설픈 모자, 빈 검집에 낡아 빠진 머스킷까지, 누가 보아도 해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나도 해적이거든“


샤일록은 비트만의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며 머스킷을 꺼냈다.


"웃기는군, 해적 흉내 내는 광대로밖에 안 보이는데?“


"으하하“


"그게 딱이군“


저들은 샤일록을 비웃으며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하지만 샤일록의 표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두려운 건가? 해적이 승부를 거절하다니···그것도 이런 애송이를 상대로 말이야?“


"뭐라고? 이 노인네가!!“


노인의 도발이 이어지자 참다못한 그들은 다시 노인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샤일록은 그 손을 막아서곤 귀신 같은 눈으로 그들을 노려본다.


"히익“


샤일록이 뿜어내는 살기에 놀라 그들은 주춤한다.

그러더니 자신들끼리 무슨 작당 모의를 하는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 몸께서 그 승부를 받아주지. 진짜 해적이 받아주는 거니 고맙게 여기도록 해“


"진짜 해적은 무슨···“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그를 끝까지 무시한다.


'제발, 입 좀 그만 열어라. 이 영감탱이야’


샤일록은 일을 계속 크게 만드는 그 노인이 너무나 미웠다.

하지만 그 노인을 위해 사건에 뛰어든 조금 전 자신이 더 미웠다.


결투가 결정되자 노인이 말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등을 맞대고 내 지시에 맞춰서 다섯 발자국을 간다. 그리고 마지막 발자국을 떼는 것과 동시에 등을 돌리고 상대를 쏘면 돼. 어때 쉽지?“


"좋아. 죽지나 말라고. 히히“


남자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열하게 웃었다.


[퀘스트 발생, <해적의 승부>, 결투에서 승리하십시오.]


퀘스트 시작을 알리는 알림음이 떴고 샤일록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젠장, 이럴 줄 알았어···무슨 고전 서부극 찍냐···’


샤일록이 등을 돌려 준비를 하려 할 때 남자가 말했다.


"명색에 해적인데 그냥 할 순 없지. 이긴 놈이 지는 놈 물건 다 들고 가도록 하지, 돈이나 무기, 옷까지 말이야. 물론 형씨한테선 뺐을 게 없어 보인다만“


"크하하하하“


"어이, 저 모자는 꽤 좋아 보이는데?“


그 말에 패거리들은 뭐가 웃긴 지 시시덕거렸다.

샤일록은 모자를 눌러쓰며 중얼거렸다.


'X발 NPC 주제 감히 유저를 도발해?‘


그 남자와 샤일록은 준비를 마치고 등을 맞댄다.

남자의 길고 화려한 권총에 비해 샤일록의 권총은 초라해 보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노인이 술병을 홀짝이며 숫자를 센다.


"하나···“


쩌벅


쩌벅


남자와 샤일록이 동시에 앞으로 걸어간다.

방금까지 시시덕거리던 패거리들도 숨죽이고 결투에 집중한다.


"···둘“


쩌벅


탕!!


털썩


두 번째 걸음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자 샤일록은 등을 돌려 그 남자의 뒤통수를 정확히 달려버린다.

남자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즉사했고 지켜보던 패거리는 경악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규칙 위반이잖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샤일록은 쓰러진 남자의 시체에서 보란 듯이 아이템을 회수했다.


"X신들···애초에 해적인데 정정당당? 웃기고 있네.“


샤일록의 그 한 마디에 노인은 슬며시 웃었다.

패거리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샤일록은 회수를 마치고 그들에게 총을 겨눈다.


"한 번 더 할까? 이번엔 정정당당하게. 어때?“


그러자 패거리는 혼비백산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퀘스트 완료, <해적의 승부>]


"X도 아닌 X끼들이 어디서 해적 흉내야.“


샤일록은 새로 얻은 그 남자의 총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자신의 낡은 총보다 훨씬 깨끗하고 화려했다.


[크림슨]

이름 있는 총기 제작자가 만든 머스킷 권총입니다.

긴 총신 때문에 사정거리가 길고 멋들어지지만, 애송이가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격력 +30

치명타률 +15%

사정거리 200m


평소 그가 쓰던 권총보다 확연히 좋은 총이었다.

특히나 사정거리가 100m나 차이가 났다.


'이거면 조금 더 후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겠는데?‘


샤일록은 기쁜 마음으로 무기를 교체하곤 다른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때 노인이 다가왔다.


"비트만을 확실히 만났구먼?“


"응? 뭐에요. 저 기억해요?“


"아무렴. 목소리가 그때 그 애송이가 맞는데···“


노인은 미소를 지었지만, 샤일록은 그 미소가 달갑지 않았다.


"그놈이 알려주던가?“


"네? 뭘요?“


"그거 말이야. 방금 그거“


샤일록은 갸우뚱거리다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거요?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배우려고 배운 건 아닌데···“


"흠, 그래. 검은 어떻게 됐나?“


노인은 처음 자신이 부탁했던 비트만에 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거야 당연히 본인이 들고 갔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본인이 들고 가다니?“


"아니, 당연히 비트만, 그 사람 거니깐 그 사람이 들고 가는 게···“


그 얘길 듣더니 노인은 혀를 찬다.


"쯧,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보군···“


"네?“


샤일록은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따지듯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호통뿐이었다.


"알 거 없어. 그건 그 녀석 칼이 아니었으니깐···“


괜히 호통만 들은 샤일록은 구시렁거리며 다급히 골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자 노인이 엄청난 완력으로 그를 붙잡는다.


"우왁!···뭐에요?!“


"애송이, 너 지금 검이 없지? 그렇지?“


"네?“


샤일록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노인이 자신의 검집이 비어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놀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런 샤일록의 표정도 읽고 있다는 듯 노인은 슬며시 웃으며 자신의 배낭을 뒤지더니 검 한 자루를 꺼내 그에게 던져준다.


"이건···“


검날은 40cm 정도의 폭이 넓고 아무런 장식 없이 검 자루에 늑대 문양만 그려진 투박한 검이었다.


"그게 진짜 녀석의 검이다. 이제 주인이 없으니 니 꺼겠지“


"이게···“


샤일록은 검 자루를 잡아본다. 중심이 잘 잡혀 있고 자루는 이미 질이 들어있었다.

샤일록이 검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을 땐 노인은 없었고 죽은 남자의 시체도 없었다.


'전용 퀘스트 같은 거였나···’


샤일록은 머리를 긁적이며 검을 자세히 확인한다.


[검은 이빨]

전설의 해적 선장, 비트만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입니다.

비밀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공격력 +45

<봉인>


분명 그가 사용하던 검보단 좋았다. 하지만 공격력 의외는 부가 효과도 없을뿐더러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봉인···?‘


'봉인'이라는 두 글자가 굳게 적혀 있었고 설명란에도 무언가 숨겨진 것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봉인이란 걸 풀면 그 녀석 정도 급은 되는 건가···’


샤일록은 사샤의 검 카드나를 떠올렸다.


'드디어 나도···’


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알림과 함께 쪽지가 날아온다.


[작성자: 사샤

넌 뒤졌다.]


간결한 한마디지만 그 한 줄만으로 샤일록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허겁지겁 빈 검집에 새로운 검을 넣고 달려가며 변명의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32화 입니다.

처음에는 올린 날 조회수가 저조했지만

점점 올리자마자 늘어나는 조회수가 생기네요.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짓이 저에겐 큰 원동력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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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 검은 성녀 21.07.27 29 0 15쪽
34 33화 - 전쟁의 전조 21.07.26 29 0 17쪽
» 32화 - 데자뷰 21.07.24 36 0 19쪽
32 31화 - 선장의 자질 21.07.23 37 0 15쪽
31 30화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21.07.22 35 1 15쪽
30 29화 - 아침에 있었던 일 21.07.21 36 2 17쪽
29 28화 - 소주 한 잔 21.07.20 44 1 17쪽
28 27화 - 쓸모 없는 보상 21.07.19 44 0 17쪽
27 26화 - 곡예단 21.07.16 41 0 14쪽
26 25화 - 뜻 밖의 재능 21.07.15 48 0 14쪽
25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21.07.14 51 1 17쪽
24 23화 - 마검전설 21.07.13 51 0 15쪽
23 22화 - Street Fighter 21.07.12 61 0 18쪽
22 21화 - Beat +2 21.07.11 67 1 17쪽
21 20화 - 중간점검 +1 21.07.10 69 3 16쪽
20 19화 - 그녀가 온다. 21.07.09 74 3 18쪽
19 18화 - 산 너머 산 21.07.08 67 1 18쪽
18 17화 - 뼈의 전당 21.07.07 84 1 16쪽
17 16화 - 악녀 21.07.04 89 1 17쪽
16 15화 - 그때 그 사람들 21.07.03 98 1 18쪽
15 14화 - 불청객 21.07.01 100 1 16쪽
14 13화 - 최초 클리어 +4 21.06.30 1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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