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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랭킹 3위는 해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반역기사
그림/삽화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6.11 12:54
최근연재일 :
2021.08.05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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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1
추천수 :
47
글자수 :
325,946

작성
21.07.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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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8화 - 소주 한 잔

DUMMY

성현은 몇 년 만에 카페란 곳에 나와 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듣던 노래는 당연하게도 들리지 않았고 다른 최신 가요들이 흘러나왔다.


‘아, 언제 오는 거야, 눈치 보이네···’


카페는 한산했기에 주문 없이 자리에만 앉아 있는 그에게 점원들의 눈길을 쏠렸다.


"저기···“


결국 직원 한 명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성현도 대충 눈치챈 듯했다.


"죄송합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늦네요···이, 일단 아메리카노 한 잔···“


"네, 알겠습니다.“


성현은 직원이 떠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좀 오라고’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최신 가요와 한적한 카페에 앉아 있으니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딸랑


"어서 오세요.“


카페 문이 열리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성현은 황급히 그곳을 돌아봤다.

기다렸던 사람, 재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 여기.“


"어, 그래.“


재호는 카운터에서 간단히 주문하고 그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이미 성현의 잔은 반쯤 비어있는 상태였고 테이블에 올려진 과자는 동이 나버렸다.


"왜 이렇게 늦어? 얼마나 눈치 보인 줄 알아?“


"눈치 보일 게 뭐 있냐? 그냥 커피 마시고 있으면 되지.“


"하···난 캔 커피 아니면 안 마셔. 이런 걸 6천 원 주고 어떻게 마시냐?


"이거 이거, 완전 자린고비네···“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주문한 커피와 함께 테이블의 과자들이 새로 채워진다.


"순심이는?“


"몰라, 난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세트로 X랄 이다···“


성현은 과자 봉지를 뜯으며 중얼거렸다.


"휴학하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 불러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혼자서도 잘 지내니깐 그건 걱정마슈“


재호의 핀잔에 성현은 과자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그의 말도 함께 씹어버린다.

재호는 말없이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서 왜 부른 거야?“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부르냐?“


"아니 일도 없는데 바쁜 사람 오라 가라···“


"바쁘긴 X미···어차피 게임이나 하고 있으면서.“


"너보다 돈 많이 버니깐 조용하지?“


"그렇게 돈 많이 버는 놈이 커피값이 아깝냐? 오늘 커피값은 네가 계산해“


"아니 그런 게···“


"아니면 센박 비용 지금 내던가···“


재호의 단호한 말에 성현은 뭐라 변명도 못 하며 중고품이라며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성현은 풀이 죽어 쓰디쓴 커피를 비웠고 그 모습에 재호는 코웃음 쳤다.


"그건 그렇고, 순심이 걔가 도와주니깐 할 만하냐?“


"뭐,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거 같긴 해.“


확실히 순심이 편집자로 들어온 이후로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확연히 증가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썸네일과 제목, 그리고 적절한 소스와 영상 편집으로 구독자들의 댓글을 끊이지 않았다.


"그래? 그럼 월급도 많이 주겠네?“


"그게···“


순심의 월급 얘기가 나오자 성현은 의기소침해져 목소리가 줄어든다.

그때 다시 카페 문이 열리고 순심이 들어왔다.


"카라멜마끼아또, 엄청 달게요."


능숙하게 주문을 마친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곧 재호와 성현을 발견하자마자 손을 흔들며 그곳으로 달려왔다.

이상한 티셔츠에 짧은 청바지, 잘 탄 구리색 피부까지, 역시나 촌스러웠다.


"오! 재호 선배도 와계셨슴까? 늦는다고 하지 않으셨나?“


"어,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서. 일단 앉아.“


재호는 그녀에게 의자를 밀어줬고 그녀는 감사하며 그곳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이 조합은? 뭘 하자는 건데? 진짜 별일 아니면 간다?“


순심이 자리에 앉자 성현은 더욱 재호를 추궁했다.

하지만 재호는 개의치 않고 순심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너 저놈 영상 편집 잘하고 있다면서? 구독자 수 많이 올랐더라? 다 너 작품이지?“


"헤헤, 아님다. 성현 선배가 영상을 잘 찍으신 거지.“


"그래···?“


재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월급은 어느 정도?“


'윽···’


얼버무린 주제가 다시 튀어 올랐고 성현은 가슴 졸이며 순심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순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영상당 3만 원임다.“


"뭐?!!“


조용한 카페에서 재호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놀란 점원들이 그들 쪽을 바라보자 재호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재호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야, 미쳤냐? 사회초년생한테, 그것도 학교 선배라는 놈이 벌써 불공정계약을 해? 이거 아주 정신이 나갔지? 엉?“


"아니···“


"아님다. 제가 그렇게 하자고 했슴다.“


"뭐?“


순심이 그를 말리자 그는 오히려 황당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이제 막 배우는 단계인데 너무 큰 돈을 달라고 하기 염치도 없고 해서···“


"야, 아무리 그래도···“


재호는 말을 하다 말곤 이마를 감싸 쥐고 손을 저었다.


"됐다. 그건 너희 관계니깐 알아서 하고···“


성현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상당히 불편해 보였지만 순심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과자를 까먹으며 떠들어댔다.


"넌 되게 신났구나? 학교에 있을 때보다 더 신난 거 같은데?“


"네?“


한참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던 재호가 말했다.


"너, 처음 학과실이랑 동아리실에 왔을 때보다 더 신난 거 같아서“


"아, 죄송함다···“


"아니야 아니야, 나쁘단 게 아니라 즐거워 보여서 하하“


순심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재호는 손사래 쳤다.


'뭐야, 학교에선 어떻게 지내는 거야 이 녀석···’


성현은 전화로 매일 그녀와 통화했지만, 그때마다 이 정도로 재잘거리는 일은 흔했다. 심할 경우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지 못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자, 그럼 본론으로 가볼까?“


재호는 커피를 추가로 주문했고 본론이란 말에 성현과 순심을 숨죽여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자, 일단 성현이 넌 교수님이 얼굴 좀 보자 시더라. 아무리 휴학이지만 취업계 내놓고 얼굴도 안 비춘다고 교수님 열받으셨어.“


"안 쌤이냐?“


"그럼 박 쌤이겠냐?“


"아, 그 양반 진짜···학기 중에도 그러더니, 딱 봐도 대학원 오라고 그러는 거 같은데···“


성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얼굴을 오만상 찌푸렸다.

그러더니 재호는 이번에 순심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순심이 너, 전에 제출한 휴학계 승인됐다. 근데 교수님들도 그렇고 조교 누나도 왜 휴학 냈는지 궁금해하시더라? 그거 얘기해 드려라.“


"앗! 넵! 알겠슴다!“


휴학이 승인 났다는 말에 순심은 신나서 나지막이 환호했다. 하지만 휴학이란 말에 듣고 있던 성현이 물었다.


"뭐야? 너는 왜 휴학해? 취업이라도 준비하게?“


"네? 이미 취업했잖슴까?“


"엥? 어디?“


그 말에 순심을 성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배 영상 편집해드리고 있지 않슴까?“


"뭐? 야, 그게 무슨 취업이야. 그냥 용돈벌이로···“


"에이, 월 36만 원이면 저한테 큰돈임다. 거기다 작업 시간도 생각보다 적고요.“


순심은 과자를 집어 들더니 앞니로 포장지를 벗기고 맛나게 씹으며 말을 잇는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각 잡고 해보려고 휴학했슴다. 좀 더 퀄리티를 높이면 구독자도 더 늘고, 그러면 일당도 더 오르지 않겠슴까?“


기대에 찬 그녀의 눈빛을 성현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 그래···고맙다.“


성현은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셨지만 쓰기만 했다.


'이 녀석 월급 올려주긴 해야겠네···’


그렇게 그들의 잡담은 이어졌다. 주로 학교와 교수, 수업에 관한 이야기였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시간을 본 재호가 먼저 일어선다.


"난 그만 가볼게, 이후에 약속이 있어서.“


"어, 그래 들어가라.“


"고생하셨슴다.“


"그래, 넌 얘 월급 좀 올려주고 이 악덕 사장아. 가볼게. “


재호는 끝까지 성현에게 핀잔을 주곤 그대로 카페를 나섰다. 물론 농담처럼 말 한 커피값은 정말 계산하지 않고 나갔다.


"우리도 슬슬···“


성현도 자리를 뜨려고 할 때 순심이 그를 멈춰 세운다.


"선배, 저녁 먹고 가요.“


"뭐? 야, 저녁은 집에 가서 먹어.“


성현이 거절하자 순심은 그의 팔을 더욱 잡아당겼다.


"그때 선배네 동네에 고깃집 본 적 있는데 맛있어 보였슴다. 거기로 가죠! 제가 쏘겠슴다!“


"아니 무슨 고기를···“


성현은 귀찮았지만, 그녀 덕에 성장한 채널을 생각하니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 먹자 먹어. 근데 너, 갈 때는 어떻게 하게?“


"에이, 괜찮슴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카페를 나섰고 성현도 그 뒤를 따랐지만, 점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를 붙잡았다.


"저기 계산···“


"아, 죄송합니다. 얼마죠?“


"4만 3천 원이요.“


"···“


성현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카드를 내밀었다.



불판 위에 고기가 맛있게 익어간다. 목살과 생삼겹살이 익어가는 향기는 인간을 미치게 하기 충분했다.

처음엔 달갑지 않던 성현도 오랜만에 고기를 보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고 순심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


"흠~ 흠~ 회식~ 회식~“


"야, 다 익은 거 같은데? 이제 먹자···“


성현의 젓가락이 고기를 향하자 집게가 정확히 그의 젓가락을 응수하든 튕겨낸다.

마치 사샤의 검 같았다.


"어허!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 먹어야지, 안 그럼 탈 남다!“


"그, 그래···“


성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소곳한 자세로 다시 고리를 쳐다본다.

순심은 고리를 이리저리 뒤집더니 말했다.


"선배, 아예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회식 자리를 마련하게는 게 어떻겠슴까? 회사 친목 도모할 겸?“


"야, 미쳤냐? 돈은 누가 내고? 그리고 우리가 무슨 회사야. 그냥 내가 너 용돈 주면서 일 부탁하는 거지.“


성현은 시답지 않단 듯 거절했지만, 순심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라 생각하심까?“


"뭘? 얘 갑자기 또 왜 이래?“


순간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의 말이 떠오른 성현은 순심을 쳐다본다.

그녀는 여전히 촌티 나는 행세에 집게까지 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눈은 아까와 같은 순수한 모습이 아닌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모습이었다.


"선배가 채널을 운영하시면서 언제까지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냔 말임다.“


"···나보고 그만하라는 거냐?“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성현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니요.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보잔 말임다.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슴다. 머스마가 태어나서 뭔가 하려면 크게, 제대로 한 번 해봐야 한다고.“


"머스마?“


"남자 남자, 사내!“

순심은 흥분해 사투리가 섞여 나왔고 성현이 재차 묻자 얼굴을 붉혔다.


"어, 어쨌든, 이왕 할거하면 제대로 좀 하자는 검다. 지금 구독자에서 조금만 더 수가 늘면 법인도 만들고! 직원도 더 뽑고!“


"쪼그만 놈이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야, 너 법인 어떻게 만드는 건지는 아냐?“


"배우면 되죠? 요즘 스트리머들 다 만들더만···“


"야야, 그런 건 대형 스트리머들이나 하는 거지 나 같은 하꼬는 안 돼···오, 다 익었다.“


성현은 진지하다가도 다 익은 고기를 보곤 신이나 집어먹었다.


"아니, 선배 이제 하꼬 아님다. 구독자 수를 보십쇼. 이게 어디 봐서 하꼬임까?“


"···그런가.“


성현은 홧김에 시킨 소주를 한 잔 비우곤 휴대폰으로 자신의 채널을 확인한다.

30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채널 구독 수를 보며 미소가 번졌다.


"하긴···진짜 많이 늘긴 했네.“


"그러니깐 말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잔 말임다. 제가 도와드리겠슴다!“


"그, 그럴까?“


순심은 자연스럽게 성현의 잔에 소주를 채웠고 그도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 마셨다.

술이 한두 잔 오고 갔고 그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울고 웃으며 속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장차 24번의 면접에서 떨어지고 가족들에게서 무시 받은 얘기, 방송을 처음 시작 했을 때의 얘기 등 술이 들어가니 그의 일대기는 술술 쏟아져 나왔다.


"훌쩍···그래서···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다···“


자신의 얘기를 모두 쏟아낸 성현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근데 넌 왜 내 영상 편집해준다고 한 거냐? 너 학교에서 나 본 적 있어?“


성현은 술에 취해 자신의 얘기를 모두 토해내자 순심에게도 호기심이 생겼다.


"저 말임까?“


"어, 사실 완전 초면인데 집에 찾아오는 것도 그렇고···“


"그건···“


순심은 취기에도 무언가 망설이듯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


"저기, 학생들? 우리 이제 영업 끝났는데···“


가게 주인이었다.

그들은 결국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셨다.

낮에 이야기한 것과 달리 기분이 좋아진 성현이 계산을 해버렸고 그들은 추운 밤거리에 비틀거리며 나오게 됐다.


"아, 차 끊겼겠다.“


순심은 코를 훌쩍거리며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중얼거렸고 그걸 들은 성현이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이불 많아.“


"아, 괜찮슴까?“


"어, 근데 너 집에 전화 안 해도 되냐?“


그의 물음에 순심은 휴대폰은 집어넣으며 말했다.


"저 원래 자취해서 괜찮슴다.“


"그래? 그럼 가자.“


두 취객 남녀는 알딸딸한 기분으로 비틀거리며 골목을 걸었다. 그러다 편의점 앞에 이르자 그들은 서로 짜기라고 한 듯 동시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디스 한 보루요···“


"선배, 마실 것 좀 사도 됨까?“


"어? 그래 사, 나도 해장하게 아이스크림이나 사 가야지···“


"제가 골라드리겠슴다.“


"오냐“


그들은 몇 년은 만난 사이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들은 성현의 집에 겨우 도착했고 바닥에 녹듯 흐드러졌다.

그러더니 순심이 먼저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선배 저 먼저 씻겠슴다. 혹시 갈아입을 옷 있슴까?“


"응? 아, 내가 입던 옷은 있는데 괜찮냐? 좀 클 텐데.“


"충분함다, 어차피 고향에서 오빠들 옷 자주 입었슴다.“


"그래, 난 이불 깔아놓을게.“


그녀는 화장실 문을 닫았고 곧 샤워기 소리가 들려왔다.


"아 차워!“


"아, 미안. 보일러 틀어야지···“


성현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기어가 보일러를 작동시켰고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자 화장실에서 그녀가 외쳤다.


"감사함다! 칫솔 새로 꺼내도 됨까?“


"어, 그래.“


성현은 성의 없이 대답하곤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침대 옆 바닥에 깔았다.

그러더니 서랍에서 자신의 옷 몇 갤 꺼내 화장실 앞에 놓아두곤 컴퓨터를 켰다.


우웅


낡은 고물 컴퓨터가 부팅되는 소리가 들렸고 곧 로그인 창이 떴지만, 그는 의자와 하나가 되어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컴퓨터를 켜놓은 채 쏟아지는 피로감에 눈을 감는다.













"···배“





"배···“





"···선배“





"선배!!“


뿌옇게 들리던 목소리가 올곧게 들려왔다.

눈을 떴을 땐 젖은 머리의 순심이 그가 꺼내놓은 티셔츠를 입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어, 그···으앗!!“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의자에서 굴러떨어진다.

그러자 순심이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괜찮으심까?“


"오랜만에 마셨더니 몸이 말을 안 듣네···다 씻었냐?“


"네, 선배도 어서 씻으십쇼.“


"어, 그래. 너 침대에서 자. 내가 아래에서 잘게.“


성현은 수건을 챙겨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러자 켜져 있는 컴퓨터를 본 순심이 그에게 물었다.


"컴퓨터 좀 해도 됨까?“


"응?“


성현은 졸린 눈으로 컴퓨터와 그녀를 번갈아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한 짓 하지 마라···“


"에이, 저도 오빠들이랑 살아서 이해합니다.“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무슨 오해(?)인지 성현은 화를 버럭 내더니 다시 발길을 옮겼다.


"아, 맞다 비밀번호 1108“


"선배 생일이네요?“


"응···“


성현은 그렇게 샤워기의 물을 정수리부터 맞으며 발끝까지 내려가는 물줄기를 느꼈다.

따뜻한 물과 증기가 그의 몸을 감싸자 정신이 어느 정도 맑게 돌아오는 것 같았고 사리 분별이 되었다.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쟤를 데리고 왔다고? 그리고 쟤는 내 생일을 어떻게 아는 거야?‘


성현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는 컴퓨터로 성현의 채널과 다른 채널들을 비교하며 발로란스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야, 빨리 자. 그래야 내일 일찍 일어나지.“


"걱정 마십쇼. 어차피 내일 영상은 미리 예약 걸어놨슴다.“


"아니, 그게 아니라···됐다.“


성현은 모든 걸 포기하곤 바닥에 깔린 이불에 누웠다.


"근데 내 생일은 어떻게 안 거냐? 내가 말해줬던가?“


"네.“


"그래?"


성현은 눈을 감자 순심도 컴퓨터를 종료함과 동시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안녕히 주무십쇼 선배.“


"오냐. 잘 자라“


그들은 그렇게 곯아떨어지듯 잠이 들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즐거운 밤 보냅십쇼.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짓 하나가 저에겐 큰 원동력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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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 마지막 거래 21.08.04 20 0 16쪽
40 39화 - 친구 또는 원수 21.08.03 20 0 17쪽
39 38화 - 임시휴전 21.08.02 25 0 17쪽
38 37화 - 달밤의 화원 21.07.30 24 0 17쪽
37 36화 - 불공정거래 21.07.29 30 0 18쪽
36 35화 - 아수라장 21.07.28 30 0 15쪽
35 34화 - 검은 성녀 21.07.27 29 0 15쪽
34 33화 - 전쟁의 전조 21.07.26 29 0 17쪽
33 32화 - 데자뷰 21.07.24 36 0 19쪽
32 31화 - 선장의 자질 21.07.23 37 0 15쪽
31 30화 -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21.07.22 35 1 15쪽
30 29화 - 아침에 있었던 일 21.07.21 36 2 17쪽
» 28화 - 소주 한 잔 21.07.20 45 1 17쪽
28 27화 - 쓸모 없는 보상 21.07.19 45 0 17쪽
27 26화 - 곡예단 21.07.16 41 0 14쪽
26 25화 - 뜻 밖의 재능 21.07.15 48 0 14쪽
25 24화 - 새로운 검의 주인 21.07.14 51 1 17쪽
24 23화 - 마검전설 21.07.13 51 0 15쪽
23 22화 - Street Fighter 21.07.12 61 0 18쪽
22 21화 - Beat +2 21.07.11 67 1 17쪽
21 20화 - 중간점검 +1 21.07.10 70 3 16쪽
20 19화 - 그녀가 온다. 21.07.09 74 3 18쪽
19 18화 - 산 너머 산 21.07.08 67 1 18쪽
18 17화 - 뼈의 전당 21.07.07 84 1 16쪽
17 16화 - 악녀 21.07.04 89 1 17쪽
16 15화 - 그때 그 사람들 21.07.03 98 1 18쪽
15 14화 - 불청객 21.07.01 100 1 16쪽
14 13화 - 최초 클리어 +4 21.06.30 1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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