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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7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7.27 12:00
조회
5,302
추천
82
글자
12쪽

42화: 뜻밖의 손님 (2) -수정-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42화: 뜻밖의 손님 (2)


[밖으로 나와라! 그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대화를 하자고?’


대성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슨 말을 꺼내는지 일단 들어나 보자,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는 사실 총사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미려한 문장으로 포장되었다 한들, 뻔한 결론으로 끝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지 간에, 결국 쓸데없는 미사여구만 곁들여진 공갈과 협박으로 점철될 터였다.


그런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는 대응책을 하나라도 마련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생산적인 일이었다.


적어도 ‘대화’라는 키워드가 중국어로 들리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었다.


대성은 자기가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통역병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통역병의 입에서 흘러나온 조선말에도 그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구절은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전쟁을 원치 않으신다. 그대들과 대화하길 원하신다. 장군님의 결정에 따라 이 자리를 빌려 정식으로 회담을 요청하는바, 무기를 소지한 동포들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조선인 통역병의 전언 역시 총사령의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는 곧 결전을 코앞에 두고 전의를 다지고 있던 마을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저 빌어먹을 앞잡이 녀석이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것이여? 회담?”


“회···담···? 그게 뭔 말인디요?”


“뭐긴 뭐야, 대충 말로 해보자는 뜻이것지. 저쪽 되놈 대가리가 우리랑 대화하고 싶다잖여.”


“그럼··· 좋은 거 아니오···?”


“이 사람이 지금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예끼 이 사람아! 좋긴 개뿔, 아우는 지금 저놈들 말을 믿는가? 보나 마나 개수작일게 뻔한디.”


“허허··· 내가 언제 믿는다고 했나··· 근데 뭐 이길 건덕지가 보여야지요. 대포까지 끌고 온 마당에···”


이윽고 주민들은 총사령의 제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무작정 싸우는 것보다는··· 일단 이야기부터 나눠보는 게 더 낫지 않겠소?”


“말도 안 되는 소리!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말 몰러? 저 뱀 혓바닥 같은 것들한테 놀아나는 순간, 그대로 망하는 겨.”


“방아쇠 열심히 당겨봐야 포탄 한두 방 날아오는 순간 다 끝장납니다. 필사즉생은 고사하고, 필사즉사요, 필사즉사!”


“맞아유··· 우리 큰 아버지는 옛날에 양놈들 화포에 맞아서 돌아가셨는데, 시신도 못 찾았다 들었슈. 섣불리 싸우면 안 될 것 같아유···”


“마! 죽을 때 죽더라도 사내대장부로 태어났으면 싸우다 죽어야 하는 거 아이가? 그라고, 우리가 여태까지 진 적이나 있었나? 막상 붙어보면 모른대이.”


실로 많은 의견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의 목소리를 따라 전장을 훑고 지나갔다.


몇몇은 천리군 전력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을 근거로 회담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했고, 다른 이들은 그동안 거둔 승전 기록을 내세우며 결사항전을 부르짖었다.


일부는 야포를 앞세운 천리군의 군세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압도당한 나머지, 일단 항복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평행선만 달리는 토론을 펼치느라 총기도 놓아버리고 적진을 보는 것도 잊어버릴 즈음···


“지금 뭐하는 짓들인가? 모두 입 다물게!”


상기가 보다 못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신나게 떠들다가 발각될 셈인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못 들었어?”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논쟁에 정신이 팔린 주민들에게 일일이 총기를 쥐여주었다. 그다음, 각진지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모두 전투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다만 천리군과의 전력 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 대성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태준아,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대로 있다간 혼란만 더 가중될 테다.”


“지금으로썬 딱히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공격하는 순간, 포탄 세례부터 받게 될 테니까요.”


“그 말은 곧···”


“일단 저 사람이 바라는 대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밖에요. 당장 맞설 방법이 없으니.”


대성이 말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임전무퇴, 사생결단의 자세로 맞서 싸운다 한들, 새끼손가락만 한 총알로는 불덩이 같은 포탄을 막아낼 수 없었다.


상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 현재 전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지···”


“촌장님, 각진지에 대기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휴··· 정말 괜찮겠느냐? 만약 저들이 정말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허튼짓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 촌장님은 주민들을 데리고 즉각 대피해주십시오.”


“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포탄을 자기 두목 머리에 박아 넣는 부하들은 없을 겁니다. 마을 하나 차지해보겠답시고 자기 목숨 내놓는 놈도 없을 것이고요. 다녀오겠습니다.”


대성은 무장을 챙겨 들고 홀로 진지를 나섰다. 그는 주민들의 걱정 가득한 시선을 뒤로 한 채, 마을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군 총사령을 칭하는 자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성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조선인 통역병을 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은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통역은 필요치 않으니까요.”


“뭐, 뭐요? 그게 무슨 소리요?”


“애써 뜻 전달해주겠다고 나설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쪽 상관이 뭐라고 하는지 다 알아들으니까.”


“중국말을 할 줄 아시오?”


“못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 자리에서 당신이 할 일은 없습니다. 그만 물러나 주시지요.”


“내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통역이 아니라 장군님을 보필하는 것이오. 방금 당신이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하겠소이다.”


“보시다시피 난 혼자 왔습니다. 서로 동등한 조건을 갖춰야 말이 통하지 않겠습니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하오.”


조선인 통역병은 중국인 주군 곁을 떠나길 한사코 거부했다.


그렇게 두 조선인 간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점점 싸늘해졌다.


하지만 대성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애당초 예상했던 반응이었던 까닭이었다.


근거리 제압 사격에 도가 큰 그에게 방해꾼 한 명은 사실상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대성은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부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


[엇···! 장군님.]


대성과 소리 없는 총성을 주고받던 통역병은 총사령이 가까이 다가오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총사령은 대성을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둘이 한참 대화를 나눈 것 같던데? 왜 아무 소식이 없는 거지? 잘 안 풀리는 거라도 있나?]


[예··· 그, 그게 이 자가 말도 안 되는-]


부관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며 뭔가 설명하려 했다.


그 순간, 대성이 통역병의 말을 가로채며 총사령 앞으로 나섰다.


[어이 총사령 양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기왕 대화 나눌 거, 일대일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뭐야. 우리말을 할 줄 알고 있었나?]


[맞아. 굳이 통역이 필요한가? 당사자끼리 이야기 나누는 게 더 빠를 듯한데.]


대성이 말했다.


소말리아 파병 시절, 첫 실전 상황에 들어갔을 때 맛보았던 긴장감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와 총사령 사이의 간격은 기껏해야 성인 두어 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총사령은 물론이거니와 그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조선인 부관까지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성은 마음을 가다듬고 온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일이 틀어진다면, ‘젊은 장군’이 종래의 마적단 대장들처럼 또다시 허튼짓을 벌이려 한다면, 지체 없이 결단을 내릴 참이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찰나의 순간, 대성은 총사령을 얼굴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마을의 대표로서 일대일 회담을 원해. 받아들일 텐가?]


[흠··· 미안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군.]


[그렇다면-]


[대신 다른 제안을 하지.]


[뭐?]


[보아하니 우릴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하자고. 내가 자네 마을로 들어가지.]


[뭐라고?]


대성은 자신의 눈가 주변 근육들이 크게 요동쳤음을 느꼈다.


눈은 분명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커졌을 터, 식은땀이 맺힌 이마에도 얇은 주름이 드리웠을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파도를 맞은 자신의 마음이 낱낱이 읽혔을 것이라 거진 확신했다.


하지만 천리군 총사령은 정반대였다.


총사령은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대성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리슬쩍 미소를 띄워 보이며 운을 띄웠다.


[여전히 믿지 못하는 모양이군. 젊은 친구가 나이에 맞지 않게 꽤 신중하네.]


[아, 아니··· 그게···]


[그래도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좋아. 포병도 사정권 바깥으로 이동시키도록 하지. 이 정도면 충분한가?]


[야포를 뒤로 물리겠다고?]


[그래. 단, 내 참모들이 회담 자리에 동석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야.]


[···..]


[왜? 맞잖아. 중요한 자리가 될 텐데 참모진도 있어야지. 자네도 마찬가지고. 무작정 내 맘대로 밀어붙일 순 없는 노릇 아니겠나?]


총사령이 말했다.


[이봐, 젊은 친구. 이제 자네가 결정할 사안은 하나뿐이야. 회담을 할 텐가 말 텐가?]


[이유가 뭐지?]


[이유?]


[그렇게 목을 내밀면서까지 회담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가, 아니, 이 마을이 그만큼 중요해?]


대성의 물음에 총사령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썬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지. 나와 참모들이 세운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말이야.]


[어마어마한 계획인가 보네. 잃을 것조차 없는 사람들의 마을까지 전략적 요충지로 취급할 정도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되었어. 그런데 애당초 자네가 요충지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뭐···?]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자고.]


[아니,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 뭐, 뭐하는 거야···]


대성은 순간 할 말을 잃고 파격적인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표정으로 총사령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곧 총사령에게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소총과 리볼버 권총으로 옮겨갔다.


[부관.]


[예, 장군님.]


[가서 부사령관, 작전부장, 군수부장, 정보부장 모두 불러오게. 그리고 전 병력 교전 거리 바깥에서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반드시 무장 해제한 상태로 오라고 해. 알겠나?]


[네.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조선인 부관’은 총사령의 무기를 조심스럽게 챙긴 뒤, 천리군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어느 세력의 사정권에도 들어가지 않는 지점에는 단 두 명, 완전 무장을 갖춘 대성과 무기를 스스로 내다 버린 천리군 총사령만이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가?]


[휴··· 진짜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세상이다··· 우리한테 정확히 원하는 게 뭐야?]


대성이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평소 마적한테서 듣기 힘든 아리송한 대답뿐이었다.


[왜 갑자기 급해지셨나? 여기서 말하긴 좀 곤란해. 누가 누구 편일 줄 알고. 안 그런가?]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문장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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