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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호빵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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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민트호빵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6
최근연재일 :
2019.09.03 16:05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44,933
추천수 :
4,846
글자수 :
607,892

작성
19.07.22 16:05
조회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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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89

DUMMY

-89-




유이한이 기억하고 있던 부지부장은 모험가 길드의 원조 태양이라는 별명처럼 머리가 시원시원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부지부장은 풍성한 모발을 넘기며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설마 쌍둥이라거나 이런 건 아니겠지?’


새벽반 모험가가 의뢰를 받으려고 오는 시간보다 먼저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하는 길드 직원은 대부분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하지만, 부지부장 같은 경우는 실무 책임자로서 언제나 이른 새벽에 출근한다.

은근히 힘든 직책이다.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둘 다 같은 지부에서 같이 일하는 길드 직원일 리가 없다고 애써 가능성을 무시했다.


생각을 정리한 유이한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재차 확인하고 부지부장을 낚아채 골목으로 들어갔다.




@ @ @




유이한은 부지부장의 사무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사람이 말이야. 다짜고짜 그렇게 힘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

“네.”

“쯧쯧. 진짜로 알아들었다는 건지···”


골목에서 부지부장에게 신분을 밝혔다가 조용한 주변에 피해가 안 갈 정도로 혼났다.

부지부장은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로 오라며 창문을 열어둬 유이한이 몰래 들어 올 수 있도록 해줬는데, 들어오는 건 들어오는 거고, 잘못은 잘못이라서 훈계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계속 부탁만 하는 처지라 유이한은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잔소리는 이쯤하고.”


유이한은 주먹을 움켜줬다.

저 잔소리를 그만한다는 소리가 오늘 새벽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두 번의 경우 전부 주도권을 저쪽에 뺏겨서 계속 잔소리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없었기에 유이한은 빠르게 용건을 이야기했다.


“그 머리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차! 이게 아닌데.’


혼나는 도중에도 계속 신경 쓰이던 문제라 유이한은 본능적으로 딴 길로 새고 말았다.


“그렇지. 몇 년 만이니 신기하겠군. 자네도 이 비밀을 알고 싶은 건가?”

“네. 아니. 알고는 싶지만, 그것보다.”

“사실은 이게 말이지. 우리 스페신웨이의 광산에서 몬스터를 공격하는 지구 모험가 연합의 후방 지원팀에서 개발한 마법이야. 이른바 ‘자라나라 대대리’라고 정말 대단한 마법이거든.”


유이한은 너무 즐겁게 이야기하는 부지부장을 말리려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거 내가 맨 처음에 이름을 말 안 하고 예전에 주점 마스터의 소개로 라이드림 왕국을 물어봤던 모험가라고 한 게 신의 한 수였나?’


지금 계속 지구 모험가 연합을 치켜세우는 동시에 광산이 몬스터의 손에서 다시 스페신웨이로 돌아올 거라며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부지부장의 모습을 보면, 바로 앞에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이 그 광산의 실소유자인 유이한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게 확실했다.


‘아마 마스터를 통한 흔한 의뢰인1 정도로 알고 있는 거겠지.’


유이한은 이 ‘자라나라 대대리’ 마법에 관해 사용자와 제약 등 몇 가지 물어보고 자리를 떴다.

그 와중에 유이한은 지금 모험가 길드 지부장이나, 영주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지구 모험가 연합과 엮여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창문을 닫으며 부지부장은 골목으로 사라지는 유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스페신웨이를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준 영웅에게 이것밖에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이세계(異世界)의 용사여.’


한차례 눈을 감고 용서를 구한 부지부장은 자리에 앉아 평소보다 조금 늦은 업무를 시작했다.




@ @ @




숙소로 돌아온 유이한은 이미 일어나서 준비를 마친 한우연과 골렘에게 부지부장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교환했다.


“우와! 대박! 처ㄴ, 아니. 이한아! 그 머머리 마법 사용자는 꼭 사로잡아서 마법의 원리를 캐내자. 꼭!”


머머리가 아니라 대대리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유이한은 지금 지구 모험가 연합 문제도 문제지만, 이 불쌍한 중생을 갱생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한우연.”

“왜? 갑자기 분위기는 잡고 왜 그래?”


턱.


눈치 빠른 골렘은 한우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엄지를 치켜세워주곤 방을 나갔다.

골렘 나름의 살아남길 기원하는 제스처였다.


“저건 왜 저러는데?”


한우연이 골렘에게 투덜거리는 걸 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봤다.


“아! 정말! 이건 주인이나 골렘이나 둘 다 오늘 왜 이러는데?”


묵묵히 분위기를 잡은 유이한이 발광하는 한우연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시작했다.


“골렘은 냅두고. 야. 너 정말 잘 생각해라. 내가 너 정말 동료로 생각하니까 하는 말이야. 우리 누나 TV에서 보이는 모습은 다 꾸며진 거야. 실체는 악랄하기 그지없다고.”

“당연히 TV나 대중에 나서는 모습은 꾸민 모습이지.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리고 연예인이라면 그게 정상아냐?”

“응?”

‘이 미친놈이 콩깍지 제대로 썼네.’


유이한 사전에 따르면 미친놈에겐 국자가 약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야! 갑자기 그건 왜 꺼내는데? 야!”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문 앞에서 바람을 조종하고 있던 골렘은 방안에서 들린 소리에 잠시 묵념하며 한우연의 명복을 빌어줬다.




유이한이 아공간 창고에서 꺼낸 국자를 휘두르기 전에 한우연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질러냈다.


“나 정말로 하나씨를 사랑한다고!”

“응.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자신을 언젠가 후회할 거야. 난 동료가 그런 후회를 해도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이 없거든. 그래서 후회하기 전에 미리 방지해주고 싶은 거야.”

“야! 하지 마! 하나씨도 나한테 관심 있다니까!”

“그거 혹시 내 현황을 알려고 전서구나 비둘기로 여기는 거 아냐?”

“그게 그거 아니냐?”


한우연의 지적에 유이한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볼을 부풀렸다.

생각해보니 비둘기를 훈련한 게 전서구였다.


‘젠장. 평소에 책 좀 많이 읽어야지. 어휘가 부족한 게 여기서 드러나네.’

“어쨌든! 너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난···”

“후회해도 내가 하니까!”


유이한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한테 이렇게 말릴 권리가 있나? 누나 동생이라서? 아냐. 이 녀석 동료라서? 그건 좀··· 예전엔 그런 감각이 있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용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서 데리고 다닌다는 느낌이지.’


아공간 창고에 국자를 다시 집어넣은 유이한은 털썩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왜 더 강하게 안 말렸냐고 하기만 해봐. 요단강을 건너려고 뱃삯을 내다가 머리채 잡혀서 끌려오는 더러운 기분을 체험시켜 줄 테니까.”

“그래. 고맙다.”


한시름 놓은 한우연은 가장 걸림돌로 생각했던 유이한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여겼지만, 아니다.

단지 자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릴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손을 놓은 것뿐이다.

실제로 이후에 이 인간이 누나와 결혼한다면 친인척이 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 @




유이한은 자신과 맺은 계약 때문에 스페신웨이의 영주가 겉으로만 지구 모험가 연합에 협력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집어치웠다.

그간 유이한이 겪었던 영주 디커스 페신이라는 사람은 언제나 스페신웨이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주민들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려···


“아! 그래서였어.”


갑자기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뭘 깨달았는지 골렘과 한우연은 짐작도 하지 못 한 채 유이한을 바라만 봤다.


“광산을 내가. 아니. 정확히는 오우거와 고블린들에게 넘겼기 때문에 그만큼 광산에서 일하려던 주민들이 남아돌았겠지. 그런 상태에서 광산을 다시 뺏어 준다고 하면?”


자신이 같은 입장이라도 그렇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계약을 맺은 유이한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남은 건 무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몬스터뿐이다.

이런 몬스터를 토벌하고 광산을 다시 돌려준다고 하는데 누가 거부하겠는가.

그 디커스 페신이라는 영주라면 더욱 환영할 제안일 것이다.


“뭘 알아내서 혼자 심각해졌다가 웃다가 난리야?”

“응. 사람은 진짜 갑자기 변하면 안 되겠다고 반성했어. 뭔 최적화고 나발이고. 아무리 스펙 상으로는 머리가 좋아졌다고 해서 머리 쓸려니까 상당히 짜증만 난다. 하던 대로 해야지.”


유이한이 무슨 깨달음을 얻어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누가 됐든 한우연은 미리 명복을 빌어줬다.


‘부디 편하게 죽고 싶다면 지금 당장 자살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마 말하던 흐름으로 보면 목표는 영주겠지만.’




@ @ @




유이한은 일행과 함께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물론 문 앞에서 병사들에게 제지를 당했지만, 이름 석 자를 댔다.

원래 이 정도면 알아서 비켜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기하고 있던 병력까지 나와서 단체로 덤벼들기에 그대로 얼음 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내 명성이 거의 사라졌구나.’


자기 이름을 들었는데도 오히려 그게 뭐냐는 식으로 나오는 병사들 덕분에 유이한은 다시 명성을 쌓을 준비를 했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유이한의 입장에선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 게 가장 쉬웠다.


‘아마 이렇게 했지?’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에서 한 여왕이 얼음으로 성을 만들던 장면을 떠올렸다.

한쪽 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그 발치를 중심으로 얼음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대로 성이 올라갔다.

그 모습이 멋있었던 유이한은 나름 폼을 잡는다고 최대한 따라 했다.


쿵.

쩌저적.


“어··· 이런.”


너무 힘을 줬는지 발에 찍힌 바닥이 파이면서 사방으로 균열이 퍼져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아이스 마법을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그 균열에선 가스인지 정체 모를 연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물이 하늘 높이 뿜어져 나왔다.


“야.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


쫄딱 젖은 한우연이 유이한에게 불만을 터트렸다.


“미안.”




앞마당에 갑자기 물난리가 나자 영주의 저택에 있던 모든 사람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유이한이 찾으려던 사람도 같이 있었다.


“이게 무슨··· 아니! 자넨.”

“이것 봐. 좀 젖었지만, 알아서 기어 나왔잖아.”


디커스 영주는 손가락질하며 옆에 있는 동료와 떠드는 유이한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 존재가 지금에 와서는 어떠한 문제가 될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사라질 땐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더니, 이젠 아무 말도 없이 나타나서 이게 무슨 행팬가!”


아무리 상대가 용사라고 해도. 아니. 용사이기에 더욱 지금은 화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한 도시의 영주 저택에 들이닥쳐서 이런 무력시위에 가까운 짓을 벌이는 걸 힘없는 일반 주민들이 본다면?

용사라는 입장 상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행패. 흐흠. 행패라. 이게 행패 범위에 들어가는 일인가?”


“당연하지!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넌 현장 체포야!”라고 한우연은 말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너무 천진난만하게 웃는 유이한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한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우연 대신 골렘이 나섰다.


“주인님. 제가 뒤통수 치는 저 쓰레기에게 진정한 행패를 보여줘도 될까요?”


절레.


“아냐. 이건 내가 해야지. 안 그래? 영주 아저씨?”


디커스 영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유이한이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 고인 물이 갑자기 대포처럼 쏘아졌다.

물은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영주에게 닿자 급속 냉동이 되며 그 자리엔 하나의 얼음 상이 세워졌다.


“이 정도는 돼야 행패지. 안 그래?”


씨익 웃는 유이한의 모습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 와중에 물에는 닿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한우연은 조금 침울해졌다.


‘이거 그냥 물인데. 지금 이한이가 한 것도 단순히 보여주려고 물을 뿌린 것뿐인데. 하나도 안 위험한데.’


그 증거로 자신은 물에 쫄딱 젖은 것도 모자라 발목이 그 물에 잠겨 있었다.




“으하하하하. 도망쳐라. 도망쳐! 감히 이 유이한과의 계약을 어긴 것도 모자라 뒤통수 치는 영주의 비호에 있던 자들아!”


골렘의 보조 덕분에 유이한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아주 넓게 퍼져나갔다.


“이거 글렌 지부장 말대로 완전히 마왕인데?”


둘의 잘 맞는 콤비네이션 덕분에 한우연은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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