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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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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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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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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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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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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9. 독 안에 든 쥐 2

DUMMY

4.


산내파출소.


김 경장은 막내 순경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야, 이 머저리 같은··· 신분증에 붙은 사진도 제대로 확인 안 한 거였어?”


아무리 봐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데, 뭐가 그리 억울한지 얼굴을 붉히는 막내 순경.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이거 엄연히 위계에 의한 폭력입니다. 감사 대상입니다.”


어이가 없는 김 경장은 하늘로 고개를 젖혔다.


“야! 감사 들어가면 넌 무사할 거 같아? 근무 태만은 기본이고··· 까딱 잘못하면 불명예로 강제 면직당할 수도 있어. 그럼 넌 사회 나가서 아무것도 못 해.”


엄포를 놓으니 좀 고분고분해지는 것 같았지만, 억울한 표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긴···.


놈들을 내보내기 전에 소장이 제대로 확인만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실 다니기 바쁜 소장은 그 시간에 자리에 없었으니···.


그 시간에 술이나 마시고 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일단 경위서 쓰고, 빨리 소장 한테 연락해 봐!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거짓말을 해주든지 덮어주든지 할 거 아니야?”


입을 삐죽 내민 막내 순경이 고개를 살짝 까닥하더니 파출소 안으로 들어간다.


김 경장은 타는 속을 달래며 담배를 하나 빼 물었다.


하지만 불을 붙인 후 필터를 두어 모금 겨우 빨았을 때였다.


조 팀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파출소 안은 난장판이었다.


예스패치의 국장이라는 자는 술이 아직 덜 깬 건지 계속 횡설수설이었고.


그의 아내는 책상 위에 핸드백 내용물을 전부 쏟아 놓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누가 내 명품 화장품만 집요하게 쓴 거 봐요, 이거··· 응?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요?”


좀 이상하고도 특이한 케이스이긴 했다.


보통, 화장품이나 핸드백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나?


그런데 써보고 달아나다니···.


훔치는 건 마음이 약해서 못 하겠어서 그냥 한번 발라보고 도망친 건가?


김 경장이 화장품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조 팀장은 그에게 진술서 하나를 내민다.


“가든 주인인데요. 자기 아들 정장하고 구두, 그리고 우비와 오토바이가 사라졌다네요.”

“그럼 신 기자, 그놈이 그렇게 하고 도망간 거군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아요.”

“아닌 거 같다니요?”

“여기 이거 보세요.”


조 팀장은 막내 순경이 진술한 변호사의 인상착의 기록을 내밀었다.


차분히 한자씩 읽어 내려가는 김 경장.


“이게 왜요?”


그러자 조 팀장의 손가락이 예스패치 국장의 사모를 가리킨다.


잠시 멍한 표정의 김 경장.


그러다 퍼뜩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고개를 흔든다.


“신 기자가 저 사모의 변호사 신분증을 훔쳤다는 건가요?”


조 팀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 경장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진다.


“그러니까 훔쳐서··· 신분증 사진이랑 같게 보이게 만들려고 저 화장품을 썼다?”

“네, 바로 그게 예요.”

“그럼··· 신 기자가 그렇게 변장을 하고 와서 유치장에 있던 놈들을 빼내 간 거네요.”

“네, 신분증은 위조하지 않았어요. 변장을 해서 신분을 속인 거죠.”


김 경장은 또 머리가 아파오는지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저, 사모님! 핸드백 안에 변호사 신분증 있나 좀 보세요.”

“신분증?”


사모의 손이 다시 핸드백 안으로 들어갔다.


구석구석 뒤적이는 움직임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러다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모는 욕설을 내뱉는다.


“비도 많이 오고 길도 안 좋으니 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겠죠. 조그만 오토바이에 성인 셋이 타고 가도 눈에 띌 일은 없었을 겁니다.”


김 경장은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천장으로 꺾었다.


“추적팀이 오토바이 바퀴 자국을 따라가고 있어요. 많이 지워지긴 했지만, 세 명이 탔으니 자국이 깊게 남았을 겁니다.”


그때였다.


술이 좀 깬 것일까?


횡설수설하던 국장이 갑자기 신 기자를 찾았다.


“신 기자! 어딨어? 야, 신 기자!”



5.


지리산바비큐 식당 지붕.


움직임이 포착된 건 새벽이 밝아올 무렵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일렁이는 형체가 산짐승 같아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웅크렸던 형체는 몸을 펴면서 금세 두 발로 선 자세가 되었다.


분명, 사람이었다.


그것도 셋!


“니들이··· 거기에 있었구나!”


황 사장은 6번 드론이 떠 있는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했다.


“그래, 입산금지구역 근처!”


새벽이슬을 맞으며 꼼짝도 안 하고 있던 구부정한 허리가 드디어 바로 섰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황 사장 자신의 추론이 제대로 들어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남은 일은 얼른 장비를 챙겨서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해가 뜨고 있다.


어두울 때는 부담 없이 움직일 수 있지만, 밝은 곳에서는 아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움직임도 빨라야 한다.


황 사장은 6번 드론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전부 불러들였다.


배터리 잔량이 약 두 시간 정도인 것을 확인한 그는 얼른 배낭을 챙겨 지붕에서 내려왔다.


황 사장은 핸드폰에서 드론 6번의 위치를 고정한 후 걷기 시작했다.


오래 쪼그린 자세로 있어서 무릎이 아팠지만, 걷다 보니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다.


황 사장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잭나이프.

독침 주사기.

목조르기용 가죽끈.


가장 먼저 본 놈을 이 중에 어떤 걸로 죽여야 할까.


세 놈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악의 경우, 38구경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어디로 어떻게 달아나야 할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계속 복잡했다.


그런 상태로 걷기를 두 시간여.


삐빅!


핸드폰 화면에서 6번 드론의 배터리가 거의 다 됐다는 신호를 확인한 황 사장은 얼른 회수 아이콘을 터치한다.


황 사장의 걸음이 더 빨라졌다.


드론이 없는 사이 놈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혹시라도 놈들이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에 마주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원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면 사전에 준비가 확실해야 하는 법.


그렇지 않고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항상 흔적을 남기게 된다.


황 사장은 그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았다.


「입산통제구역」


흐릿한 표지판이 보이자 황 사장의 발걸음이 잠시 느려졌다.


“이제 거의 다 왔구나!”


그는 배낭 안에서 가죽끈을 꺼내 손에 감아쥐었다.


잭나이프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 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주사기는 배낭 옆 물병을 넣는 주머니 안에 옮겨 두었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켠 황 사장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표지판을 지나자 바로 비탈길이었다.


어떻게 이런 길을 사람이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6번 드론이 가리키던 방향은 분명 이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사가 심한 산길에 드러난 나무뿌리 곳곳이 심하게 꺾인 흔적이 보였다.


자연적인 훼손이 아니라 누군가가 붙들다가 부러진 흔적이었다.


황 사장은 그 주위를 물끄러미 둘러보다 희미하게 웃었다.





급경사가 끝나는 지점 앞으로 평지가 드러났다.


숲은 우거졌지만, 길이 평평했기에 걷기에는 편했다.


장마 기간에 젖었던 바닥은 그새 다 말라 있었다.


사박.

사박.


바닥을 디딜 때마다 낙엽이 뭉개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황 사장은 뒤꿈치를 들고서 천천히 걸었다.


그때였다.


“셋이 같이 움직이면 어떡해요?”

“그런데, 그쪽 확실히 맞아요? 괜히 또 엉뚱한 데로 나가는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올 때 이쪽으로 왔는 걸···.”


목소리가 들렸다.


풀숲 안쪽이었다.


황 사장이 걸음을 멈추고 손에 감긴 가죽끈을 살짝 풀었다.



6.


산내파출소.


“추적팀이 위치 파악한 것 같아요. 같이 나가시죠.”


조 팀장은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김 경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직도 비어있는 소장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한숨도 말라서 나오지 않았다.


막내 순경은 자리에서 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스나이퍼 박 일당을 그렇게 보내준 게 미치는 파장!


그게 만만치 않다는 걸 이제야 좀 실감하는 모양이었다.


“운전은 제가 하지요!”


조 팀장은 순찰차의 키를 받아 들더니 운전석에 앉았다.


이곳 지리도 익숙하지 않을 텐데···.


말리고 싶었지만, 얼굴을 보니 워낙 다급해 보였다.


김 경장은 별 말 않고 그냥 조수석에 올라탔다.


“입산금지구역 안에서 위치정보가 찍혔어요. 거기 보니까 버려진 산장 같은 게 있던데··· 아마 거기에 있는 거 같아요.”


조 팀장은 운전 중에도 무전기 수신을 계속 확인했다.


수시로 삐빅대는 조 팀장의 무전기를 보면서 김 경장은 생각했다.


입산통제구역 안이라···.


대충 위치가 짐작되었다.


예전에 수렵꾼들이 무허가 사냥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 소장이 그 지역에 지뢰가 제법 묻혀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했던 것 같았다.


김 경장은 지뢰 얘기는 하지 않고 계속 조 팀장의 말을 들었다.


“재미있는 게··· 그 죽은 구천회있잖아요?”

“아, 네··· 그 산장모텔에서 땡초의 칼에 죽은 놈! 왜요? 뭐가 더 나왔어요?”

“그 구천회 핸드폰을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핸드폰···! 거기에 중요한 통화기록이나 메모 같은 게 있나 보죠?”


조 팀장은 핸들에서 잠시 손을 떼더니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것보다도··· 구천회의 가상화폐자산 계좌있잖아요? 제가 동결시킨 후에도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죠?”

“네!”

“그거··· 놈들이 그 핸드폰으로 한 거더라고요. 여기서 가까운 곳이었어요.”


김 경장의 시선이 잠시 운전석으로 흘렀다가 돌아왔다.


“그 세 놈들 핸드폰이 다 꺼져있어서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우리 광수대 신입 순경 하나가 자꾸 이상하다면서 그 로그인 시도한 핸드폰 번호를 계속 추적하더라고요. 그런데···.”


전방에 「입산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서서히 순찰차의 속력이 줄고 있었다.


“오늘 보니까 그 핸드폰 위치가 저 안이었어요. 놈들이 가지고 이동했다는 증거죠.”


조 팀장은 손가락을 뻗어 표지판 쪽을 가리켰다.


“그때 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경장도 아!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맑아졌다.


사과박스에 든 현금.


가상화폐자산계좌에 든 금액.


땡초와 구천회의 죽음.


거래장부와 다이어리.


정일도 의원···.


그렇다면···.


김 경장은 차에서 내리더니 잠시 우뚝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현금을 다 잃어버리고 가상자산을 못 찾아도··· 여전히 저놈들은 알고 있는 게 너무 많네요.”

“바로 그거예요!”


가방에서 등산화를 꺼내 갈아신은 조 팀장이 하나를 더 꺼내 김 경장에게 내밀었다.


김 경장은 뜻밖의 배려에 얼굴이 밝아진다.


“나도 처음에는 양측이 또 딜을 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놈들이 아직은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김 경장이 신발을 갈아신는 걸 지켜보고 있던 조 팀장이 앞장서서 걸었다.


“놈들은 정 의원을 협박하고, 정 의원은 또 돈을 주고··· 장소는 여기서! 뭐 그렇게요. 그런데···.”


조 팀장이 입산통제구역을 넘으면서 무전기 수신을 확인했다.


“그게 말이 딜이지, 그러면 정 의원은 평생 코가 꿰어서 놈들에게 끌려다니게 될 거라고요. 정 의원, 그 깡패 출신 양아치가 과연 그렇게 할까요?”


추적팀으로부터 산장 근처에 거의 도착했다는 무전이 왔다.


“분명히 다 지워버리려고 할 겁니다. 증거도, 사람도, 아주 깨끗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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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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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5 0 11쪽
»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7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6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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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6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7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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