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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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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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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8. 독 안에 든 쥐 1

DUMMY

1.


지리산 은신처.


마지막 통조림을 다 비운 신 기자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어쩔 거예요? 먹을 거도 다 떨어졌어요.”


며칠째 이 좁은 곳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던 셋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처음에 여길 들어섰을 때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몸을 숨길 수 있다고 좋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서 가만히 몸만 숨기고 있는 게 반드시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여기서 이대로 굶어 죽을 건가요?”


동요하기 시작한다.


“먹을 걸 구해보자고! 그렇게 짜증 내지 마. 짜증 낸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스나이퍼 박이 차분히 타일렀지만, 신 기자는 이젠 그의 말이 더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했던 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게다가 거짓말을 해가며 자신을 속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신 기자는 그간 스나이퍼 박이 귓가에서 속삭이던 그 허황된 달콤한 말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비트코인 관련 그 거짓말까지···.


“먹을 걸 구한다고요? 어디서요? 무슨 돈으로요? 돈이 어디 있어서요?”


가지고 있던 현금은 다 잃어버리고, 네놈이 사기 친 그 비트코인 계좌는 열리지도 않아!


이런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 스나이퍼 박은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참다못한 신 기자가 결국 그걸 직접 언급하고 만다.


“내가 다른 건 다 참으려고 했는데, 비트코인은 못 참겠어. 당신 처음부터 나한테 사기 치려고 그런 거였지? 그래서 나 그렇게 떼어놓고 몰래 패스워드 바꾼 거 아니야?”


그러자 스나이퍼 박은 의외의 말을 한다.


“내가 당신 부르려고 패스워드 두 개라고 거짓말한 건 맞는데, 패스워드까지 바꾼 건 아니야.”

“뭐라고?”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저렇게 태연하게 변명하는 것도 짜증이 나는데, 그 큰돈을 한순간에 잃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건 더 기가 막혔다.


“차만 제대로 주차했어도 이 모양은 아니잖아! 비트코인 날렸어도 그 이십억만 있었으면 이 꼴은 아니잖아! 이십억이 애들 장난이야?”


언제는 그깟 이십억··· 비트코인이 있으니 껌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신 기자였다.


“아니··· 당신 설마, 그 구 씨 핸드폰··· 당신이 몰래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나한테 준 건 대포폰 아니야? 비트코인 혼자 다 먹을라고? 응?”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허황된 비트코인보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찰에 더 미련을 두던 신 기자였다.


이렇게 비트코인에서 현금으로, 또 현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왔다 갔다···.


마치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처럼 횡설수설하자 스나이퍼 박이 그를 진정시킨다.


“이봐, 신 기자! 이렇게 된 마당에 그렇게 화만 낸다고 그 돈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지 말고 일단 안 들키고 여기서 살아 나갈 방법이나 생각하자고, 응?”


스나이퍼 박은 신 기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다독였다.


“이래 봬도 말이야, 내가 깡촌 출신이라 서리도 잘해. 또 군대에 있을 때 수색대 근무해서 뱀도 잘 잡아. 먹을 건 내가 나가서 금방 구해올 수 있다고, 응?”


화딱지가 나서 죽겠는데, 이런 어이없고 황당한 소리라니.


뭐? 스님 옷을 입고서 서리를 한다고··· 뱀을 잡아···?


썩은 웃음을 웃던 신 기자가 마침내 폭발하더니 그의 멱살을 쥔다.


“너나 많이 처먹어라!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꼬였어, 이 새끼야!”


신 기자를 안 이후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설이었다.


게다가 몸에 손까지 대다니···.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스나이퍼 박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신 기자의 목덜미를 움켜쥔 그가 민머리로 신 기자의 콧잔등을 들이받을 기세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특종의 대가들··· 그들의 볼썽사나운 마지막 모습!


만약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보고 기사를 쓴다면 반드시 이런 문장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이봐요! 잠깐만요···.”


옆에서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던 김 지배인이 마침내 다가와서 두 사람을 떼어 놓는다.


“머리를 서로 맞대도 살아날까 말까 한 위기의 상황인데··· 이게 지금 뭣들 하는 짓입니까?”


식식대던 두 사람이 겨우 떨어졌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지 얼굴은 여전히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신 기자가 김 지배인과 눈이 맞더니 버럭 고함을 내지른다.


“그래··· 가만 보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놈이 수거장에서 사과박스만 가지고 달아나지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거야!”


화살이 자기에게서 다른 쪽으로 돌자 스나이퍼 박도 반기는 낌새였다.


슬쩍 눈치를 보더니 냉큼 몸을 돌려 김 지배인을 공격하는 데 힘을 보탠다.


“그래··· 너 이노무 시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아! 그때 유치장에 있을 때 이놈은 데리고 나오지 않는 거였는데···.”


갑자기 별의별 험담이 다 자신에게 쏟아지자 김 지배인은 당황한다.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내젓는데도 두 사람의 일방적인 협공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았다.



2.


경기도 외곽의 한 고시원.


황 사장은 타깃들의 정보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신종호 기자.

박종팔 사진사.

김화식 지배인.


정 의원의 말에 의하면 놈들은 광수대의 수사선상에 벌써 올라가 있다고 한다.


이런 의뢰는 정말이지 특이한 경우였다.


경찰이 쫓는 놈들을 먼저 찾아내서 제거하라니···.


그런데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또 이 사건에 자신의 목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른 움직여야겠군!”


보통 의뢰인의 부탁이라면 평소 일상의 루틴을 즐기며 좀 느긋하게 움직일 텐데.


황 사장 자신의 운명까지 걸려있다 보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장비가 든 배낭을 짊어 들더니 바로 몸을 일으킨다.


차를 한 대 빌릴까 하다가 괜히 꼬리가 잡힐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광수대까지 떴다니 전국적으로 그물망이 촘촘하게 쳐졌을 것이다.


황 사장은 모자를 눌러쓰고서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정 의원이 준 다른 정보에 의하면 놈들은 지금 지리산에 숨어있다고 한다.


광수대 체포조도 이를 파악하고 급히 지리산으로 출발한 모양이었다.


“지리산이라···!”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황 사장은 생각했다.


재미있는 놈들이군!


상당량의 현금에 비트코인 계좌까지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 의원의 약점을 쥐고 있는 장부까지···.


“나라면 벌써 해외로 떴을 것 같은데···. 정 의원을 추가로 협박하는 건 여기보다는 바깥이 더 유리하지 않나?”


이것만 보면 단순하고 멍청한 놈들이라고 단정하기 쉬운데, 글쎄···.


이놈들이 저질러 놓은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황 사장은 주변 좌석의 승객들이 잠에 빠져드는 걸 보고는 배낭 안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정 의원이 경찰 끄나풀을 통해 빼낸 놈들의 행적이 정리된 기록이었다.


“자식들··· 치밀하기도 하고 대범하기도 하고!”


선수라 자부하는 황 사장의 평가였다.


꽤 오랜 시간 기록을 훑어본 그는 놈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든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봤다.


“거기에 이 큰 그림을 그린 자가 숨어있는 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놈? ···대가리?”


시선이 잠시 창밖으로 흘렀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니면 뭔가 마무리 짓지 못 한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서류철을 다시 배낭 안에 구겨 넣은 황 사장은 팔짱을 끼고서 바로 앉았다.


앞자리에 앉은 승객이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분이 생겼을 수도 있지. 지리산에서 지들끼지 정리 좀 한답시고 만나서 서로 칼질하고··· 살아남은 놈이 다 챙겨서 뜬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일이었다.


황 사장의 상상은 버스가 증산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숙소는 터미널에서 좀 떨어진 한 관광호텔에 잡았다.


해가 지자 방안에서 간단히 컵라면을 먹은 황 사장은 얼른 등산복으로 갈아입었다.


배낭을 열어 가져온 장비들을 하나하나 다시 점검했다.


경찰들이 사용하는 주파수에 접속할 수 있는 무전기.


적외선 탐지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미니 드론 여섯 대.


산악용 등반 장비들과 지도.


가벼운 먹거리와 생수.


목을 조르는 가죽끈.


독극물이 든 주사기.


잭나이프.


그리고 38구경 권총.


권총은 십여 년 전, 부산에서 작업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이 지니고 있던 거였다.


점검이 끝나자 창문을 열고 야경을 내다보면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방 안으로 시원한 산바람이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황 사장은 정 의원이 제시한 조건을 되짚어보았다.


···두 당 십억씩 주지··· 제대로 죽여서 흔적까지 다 지웠을 때 말이야··· 그리고 만약 사과박스까지 찾으면 그건 보너스로 주지··· 어떤가?···



3.


야간 산행은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도 몇 번 산에서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닌 숨겨둔 물건을 찾아오는 일이었다.


수락산, 오대산, 계룡산, 관악산···.


산 타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산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건 비교적 단순한 일.


그래서 대부분 다 일을 수락했었다.


황 사장은 그때를 생각하며 오늘 이 일도 단순하게 잘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비록, 사람을 죽이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드문드문 야간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쳐 보내면서 문제의 그 <지리산바비큐> 식당 앞까지 갔다.


식당은 놈들과 관련 있는 여러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대충 가운데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 의원이 준 정보에 의하면 놈들은 이 근처 도로에서 땡초의 부하를 죽이고 사라졌다가···.


그중 기자와 사진사 두 놈이 불쑥 수원에 나타나서 장부를 챙겨 달아났고.


또다시 사진사와 지배인이 사고 현장에 나타났다가 경찰에 잡혔는데.


경찰에서 신원을 파악 못 하는 사이에 기자가 변호사로 위장하고 찾아와서는 둘을 빼내 갔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만화 같은 이야기인가?


황 사장은 서류에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상기하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 참··· 공권력이 허술한 건지 아니면 놈들이 실력이 출중한 건지···.”


식당 영업이 끝나고 불이 꺼지자 가게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낡은 엔진소리가 요란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황 사장은 천천히 식당의 벽을 타고 지붕까지 올라갔다.


저만치 앞 도로에서 밝은 달빛에 반짝이는 폴리스라인이 보였다.


황 사장은 주변에 인기척이 나는지 귀를 기울이다가 조용히 배낭을 열었다.


미니 드론 여섯 대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서 차례로 전원을 넣었다.


작고 빨간 꼬리등이 들어오자 주변이 살짝 밝아졌다.


잠시 후.


위잉-!

윙!

윙-!


하는 가벼운 소음과 함께 드론들이 떠올랐다.


드론은 황 사장이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은 지점까지 스스로 날아갔다.


황 사장은 장비 점검을 할 때 지도를 보고 찍었던 유력한 핫스폿 여러 곳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입산통제구역, 산사태 다발지역, 맹수 출몰지역, 생태 보존구역 등.


모두 놈들이 숨을 만한 곳들이고, 그 핫스폿들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곳이 바로 이 식당이다.


“이거 무슨 강태공이 낚시하는 것 같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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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5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4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5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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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4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4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6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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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6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7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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