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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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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15 21:10
연재수 :
1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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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8,369

작성
24.05.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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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DUMMY

1.


“봉합 식신!”


운천은 괴이한 몸뚱이 안에 뭉쳐 깃든 사기 덩어리를 느끼고는 인상을 썼다.


과거 운천이 수련 법사였을 때 그의 스승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크고 정의로운 힘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악의 기운!


그 악의 기운이 보잘것없는 사기(邪氣)들을 모아 세운 식신.


그때 스승은 그것을, 부정한 기운들을 누더기처럼 기워서 붙였다고 하여 ‘하찮은 봉합 식신’이라 불렀었다.


“모습이 흉하고 괴상해도 겁먹지 마라! 그래봤자 별 볼 일 없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일으킨 놈이다.”


운천은 그의 스승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영일과 건우를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재차 달려드는 봉합 식신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펑-!

퍼엉-!


묵직한 장풍이 봉합 식신의 가슴팍 한가운데를 때렸다.


하지만 놈의 반응은 무덤덤이었다.


고통도, 충격도, 심지어는 약간의 움찔거림도 없는, 그저 무덤덤···.


운천은 근육질로 다져진 들쥐의 몸체 부분을 노려보다가 다시 시선을 조금 들어 올렸다.


거대한 귀뚜라미의 머리 부분이 까닥까닥 대며 운천과 눈을 마주쳤다.


장풍을 쏘았던 운천의 두 손이 가볍게 떨렸다.


운천은 스승이 ‘하찮은’이라고 표현했던 걸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봐도 상대는 ‘하찮은’ 누더기들의 조합이 아니었다.


목덜미가 서늘해진 운천이 영일과 건우에게 손짓을 했다.


자기 뒤로 숨으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영일과 건우가 움찔하며 바닥에서 발을 떼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눈치챈 봉합 식신이 몸을 꿈틀댔다.


쉬이익!

휙!


상체 부위에 붙어있던 구렁이 같은 양팔이 뻗쳐 나와 달아나려던 영일과 건우의 발을 휘감았다.


“아아아앜···.”

“어엇···.”


발목이 붙들린 영일과 건우가 뒤로 질질 끌려갔다.


놀란 운천이 양손을 끌어올리며 막 화공을 맺는 순간이었다.


“스승님, 안 됩니다. 놈들 몸에 불이 붙으면 건우와 영일도 위험합니다.”


정철과 철산이 소리치며 운천의 팔을 붙들었다.


두 사람의 말이 맞았다.


몸통인 들쥐 부분만 빼고 나머지 머리, 팔, 다리는 전부 불에 잘 타는 것들이었다.


귀뚜라미.

흰개미.

황금빈대.


이미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둘의 발을 붙들고 있는 저 양팔에까지 화공이 번진다면 당연히 위험할 수 있다.


법사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였다.


갑자기 영일과 건우의 몸이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그저 흐물흐물한 유동체인 줄 알았건만, 엄청난 힘이었다.


“아아앜!”

“흐아아···.”


몸이 거꾸로 뒤집힌 두 사람을 보면서 법사들은 최적의 공격을 생각했다.


화공을 걷어내니, 붙들린 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공격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내가 가운데서 놈을 쓰러뜨릴 테니 너희는 양쪽에서 저 흐물대는 양팔을 끌어당겨라. 어떻게든 저놈이 건우와 영일을 놓치게 해야 한다.”


운천의 생각이 전해지자 정철과 철산이 바로 움직였다.


정철과 철산이 양옆으로 벌어져 자리를 잡고 서는 사이, 운천이 남은 식신들을 끌어왔다.


개미핥기, 여우, 너구리, 수리부엉이까지.


박박 긁어모으니 다해서 스무 마리는 되어 보였다.


처음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꺼내올 때 이 소란이 끝나면 저절로 돌아갈 수 있게 사역을 걸어두었건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다 희생되어 버려서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막아내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운천은 동물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다.


수리부엉이가 먼저 봉합 식신의 머리 쪽에 달려들었다.


퍼덕대며 발톱으로 눈과 더듬이를 할퀴자 놈이 중심을 잃으며 뒤뚱댔다.


하체가 들썩이는 걸 보자, 이번에는 여우와 너구리가 하반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초반에 일방적인 공격으로 재미를 봤던 봉합 식신은 상대의 조직적인 반격에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한쪽 다리가 들리면 다른 쪽 다리로 몰려가 물어뜯었고.


또 그 다리가 내려오면 반대편으로 가 밀어댔다.


놈은 꼬리까지 동원해 너구리와 여우를 떨쳐내려 했지만, 결국···.


쿵-!


무릎 관절이 꺾이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2.


운천은 땅을 닫고 일어서려는 놈을 향해 장풍을 날렸다.


타겟은 정확히 관절 부위.


범위를 좁히고 파워는 배가시킨 운천의 장풍은 놈이 일어서려 할 때마다 매번 다시 주저앉혔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정철과 철산이 드디어 움직였다.


“지금이오! 갑시다!”


달려든 정철과 철산은 각각 영일과 건우의 몸을 잡고 당겼다.


하지만 놈은 영일과 건우의 발목을 단단히 붙든 채 절대 놔주지 않을 기세였다.


하는 수 없이 정철과 철산은 놈의 몸을 돌기 시작했다.


정철과 철산의 움직임에 따라 구렁이 같은 양팔이 늘어났다.


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두께 역시 점점 가늘어졌고, 놈의 몸은 그것으로 칭칭 감겨갔다.


하지만 그런데도, 놈은 건우와 영일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소! 이쯤에서 끊어버립시다.”


구렁이 같던 양팔이 마침내 칼국수 굵기 정도로 가늘어졌을 때였다.


정철과 철산이 동시에 한 손을 불쑥 들어 올렸다.


짧은 장풍을 내리꽂을 자세가 취해지자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기합이 터졌다.


“하압!”

“합”


팡!


하는 타격음과 함께 영일의 발복을 조르고 있던 구렁이가 잘려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철산의 손이 내리꽂히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뒤에서 구름 사이를 뚫고서 굵고 강렬한 섬광 여러 줄기가 날아들었다.


철산의 뒤로 시선을 두고 있던 건우의 외침이 들렸다.


“아··· 위험해···.”


하지만 철산이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이었다.


쾅-!

쾅-!

쾅-!

콰앙-!


철산의 옆으로 벼락이 연속해서 떨어지면서 보도블록 파편이 튀어 올랐다.


거기에 맞은 봉합 식신이 그 충격에 건우를 떨구었지만,


“크흐흡···.”


그 파편에 맞은 건 봉합 식신만이 아니었다.


철산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았다.


풀려난 건우가 철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정철과 영일도 뛰어왔다.


“철산 법사님! 괜찮으세요?”


땅에 댄 머리 주위로 새빨간 피가 번져가는 걸 보고 건우는 공포에 질린다.


정철이 철산을 일으키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몸에 힘이 없다.


“이··· 이보게··· 정신··· 차리게! 철산··· 이 사람아··· 철산!”


영일도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목석처럼 서 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벼락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였다.


왠지 떨어진 벼락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빚은 벼락이 아닌···.


열등감, 욕심, 분노, 살의가 가득 찬 벼락!


본 적이 있었다.


청운당에서 도망치던 날.


장작더미 위로,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그 벼락···.


그렇다.


이건··· 전정술!


일성의 전정술이었다.


“스승님!”


영일이 운천을 불렀다.


모두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다행히 운천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는 영일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왜 불렀는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운천이 바라보고 있던 하늘의 끝에서 다시 벼락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을 법사들이 아니었다.


“일성이다!”


운천은 외침과 동시에 한 팔을 높이 들어 하늘을 휘젓다 뻗쳤다.


날아오는 것과 같은 벼락이 하늘로 솟구쳤다.


운천의 벼락은 마주 날아오고 있는 벼락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대로 충돌한다.


콰앙!


거대한 섬광이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을 날던 새들이 놀라 퍼덕이며 급히 방향을 틀었다.


섬광의 파편 중 일부가 흘러 봉합 식신의 위에 떨어지더니 불이 붙었다.


아직도 양팔로 몸을 둘둘 감은 채 뒤뚱대고 있던 봉합 식신.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더니 그대로 불길에 휩쓸려 버린다.


“건우와 영일은 얼른 철산을 빌딩 안으로 옮겨라!”


정철은 다급하게 외치더니 운천의 곁으로 달려왔다.



3.


일성이 구름 사이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제법이야! 합체한 식신까지 막아내다니···.”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 일성이었다.


식신이 영일과 건우를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대신, 법사 하나를 잡았으니까, 흐흐흐.”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일성은 다시 구름 안에 몸을 숨겼다.


머리가 깨진 철산의 옆에서 망연자실한 운천과 정철의 모습이 보였다.


“법사 하나를 잡았으니, 이제 제대로 한번 붙어볼 때가 온 것 같다.”


간간이 손을 내밀어 추가로 전정술을 날리는데, 운천이 바로 맞받아치고 있었다.


중간에서 전정술끼리 부딪치자 거대한 섬광이 일었다.


일성은 그 섬광을 보면서 어젯밤을 생각했다.


법사들이 건물 전체를 집열준망으로 싸고서 식신으로 보냈던 황금빈대를 잡던 바로 그때.


그때의 불빛이 휘황찬란했던 것처럼, 지금의 저 섬광도 아름답구나!


잠시 감상에 젖어있을 때였다.


운천과 정철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천라지망을 펼치는 자세가 구름 속에 숨은 자신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후후··· 천라지망의 최고인 철산이 저리 쓰러졌는데, 쉽지는 않을 테다.”


일성은 결이 다르고 색이 다른 구름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면서 두 법사를 기만한다.


또 간간이 파리로도 변신하며 추적을 피했다.


일성의 이런 은폐는 두 법사를 확실히 피곤하게 했다.


변화무쌍하고 변칙적인 은폐가 이어지자 법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다른 차원의 대응을 생각한다.


운천과 정철의 두 손이 다시 꾸물거렸다.


두 법사가 동시에 그린 수인은 누풍술의 수인이었다.


“안 되겠다! 바람을 크게 일으켜 구름을 흩어내야겠다. 그러면 구름 속에 자꾸 숨는 놈을 찾기 수월할 것이다.”


두 법사의 손끝이 떨리면서 대기에 변화가 생겼다.


하늘에서 갑자기 바람이 빨라지더니 구름 덩어리가 헝클어지고 또 비틀렸다.


그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일성도 마구 휘청대면서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구름이 흩어지니까 놈의 영기가 돌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저기··· 저기 있다! 다시 구름 안에 숨지 못하게 놈을 끌어당겨라!”


두 법사의 손바닥이 방향을 바꿨다.


구름을 밀어내느라 태풍처럼 거칠던 바람은 이제 일성을 힘껏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젠장···.”


위치가 탄로 난 일성을 노려보며 두 법사가 떠오르고 있었다.


경공으로 내달리면 금세 도달할 거리.


일성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거친 바람에 휘청휘청 몸이 기우는 걸 겨우 버티면서 맞설 방법을 고민할 때,


“아··· 그래···.”


아직 지상에서 불에 타고 있는 합체한 식신이 눈에 들어왔다.


일성은 그 불덩이를 티 안내고 조용히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솟아오르고 있는 운천과 정철을 향해 던졌다.


불덩이가 거친 바람을 가르면서 날았다.


바람은 오히려 잦아들던 불길을 살아나게 해주었고, 불꽃의 크기를 더욱 키워주었다.


일성은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채로 움직였다.


운천과 정철이 그런 일성을 보더니 다가오던 속력을 천천히 줄였다.


마침내 법사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구름 위에 섰다.


노기 가득한 운천의 얼굴이 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잔뜩 참았던 화를 분출하는 것처럼 그의 입이 막 열리려던 순간이었다.


“후후훗!”


일성의 두 손이 갑자기 하늘로 뻗치면서 서로를 맞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운천과 정철의 뒤에서 큰 폭발이 일었다.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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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9. 사필귀정 2 24.06.11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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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한강 대첩 5 24.06.07 4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5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4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5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8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5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5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6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5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6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7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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