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15 21:10
연재수 :
141 회
조회수 :
3,411
추천수 :
72
글자수 :
728,369

작성
24.05.21 21:10
조회
4
추천
0
글자
11쪽

121. 쫓기는 일성 1

DUMMY

1.


즉시 떠나려고 하던 운천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 철산 앞에 앉았다.


회복술의 수인을 맺는 그의 손이 떨렸다.


일성을 잡느라 소모한 영기가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기운이 잘 오르지 않았다.


“흐으으읍···.”


철산의 머리 주위에 흥건한 핏자국을 보고 있어서인지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삼 분이 지나고···.


오 분이 지났다.


가까스로 회복술을 마친 운천이 식은땀을 흘렸다.


“후우우우···.”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으면서 철산의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언제나 보던 그대로.


회복술의 수인을 거두는 운천은 생각했다.


머리에 난 외상은 대부분 다 치유한 것 같은데, 내상은···.


운천은 자신 없는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회복술이 늦은 건지, 아니면 일성의 공격이 거셌던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껏 자신의 회복술로 일으켜 세우지 않은 법사들이 없었다는 걸 돌아보며 희망을 품어본다.


옆에 서 있던 영일이 불안한 듯 다가와 물었다.


“치유되신 겁니까?”


하지만 운천은 물음에 즉답 대신 보살핌을 당부하는 말을 건넨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잘 돌보고 있어야 한다.”


영일은 불길함을 직감하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운천은 이런 영일의 양 어깨를 힘껏 쥐었다가 놓고는 다시 변신술을 펼쳤다.


휘릭!


하늘로 솟구치는 새의 날개가 힘이 없었다.


운천은 찜찜함을 뒤로 하고 정철과 건우가 기다리는 창공으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앞장서서 날아가는 건우의 날갯짓이 힘찼다.


당장이라도 일성을 단번에 요절내버릴 것만 같은 기세!


운천과 정철은 그런 건우의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저기 저쪽이에요. 저기로 떨어졌어요.”


잠시 선회하는 건우가 부리로 일성이 떨어진 지점을 가리켰다.


도대체 얼마나 작은 미물로 변신한 걸까?


아무리 기를 써도 영기가 느껴지지 않자 운천과 정철은 어쩔 수 없이 건우의 리드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하강하던 건우도 뭔가 이상한지 잠시 멈칫거린다.


“어라··· 이상한데!”

“왜 그러냐? 무슨 일이냐?”

“여기로 떨어진 건 맞는데요··· 그새 또 어디론가 달아난 거 같네요.”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쟁쟁한 법사들이 득달같이 쫓아오는데 가만히 기다리면서 위기를 자초할 일성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몸을 숨겨 피해 본 걸 회복하려 할 것이다.


“아! 저기··· 저쪽 길이네요.”


건우가 놓쳤던 흔적을 다시 찾은 모양이었다.


“그런데요··· 부상이 심한 거 같아요. 움직임이 전과 같지 않아요.”


건우의 말에 운천과 정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제야 청운당의 한을 풀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두 법사의 움직임이 더욱 활기차 보였다.


어느새 건우는 안산의 호수공원 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지점을 향해 하강한다.


뒤따르던 법사들도 속력을 줄이면서 머리를 숙여 착륙을 시도했다.


“건우야, 놈과 마주치면 너는 더 이상 나서지 말고 뒤로 물러나라!”


예기치 못한 기습을 당해 철산과 같은 사고가 날까 두려운 운천이었다.


하지만 건우는 그 말을 들은척 만척하며 머리끝에 바짝 힘을 주었다.


가속도가 붙은 까치는 빠르게 급강하했다.



2.


호수 주변 갈대숲


일성은 변신술을 풀었다.


나방파리의 모습이 사라지자 가벼운 연기와 함께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흐으읔···.”


일성은 심하게 짓무른 왼쪽 옆구리와 팔을 돌아보았다.


화상이 심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시커멓게 탄 피부밑으로 군데군데 뼈까지 드러나 보였다.


살점과 근육이 녹아 신경과 눌어붙은 곳은 심하게 당기는 통증이 이어졌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지고 무감각해져 버렸다.


“아··· 회복술을···.”


영기를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도무지 기운이 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처를 입은 채로 쫓기면서 소모한 영기가 상당했을 것이다


일성은 회복술의 수인을 그리다가 풀다가를 반복하다 결국,


“흐으으읍···.”


앞으로 풀썩 고꾸라지고 만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검게 탄 왼쪽 팔이 떨어져 굴렀다.





정신을 잃었던 일성이 다시 눈을 떴다.


엎어진 몸을 일으키려 땅을 짚는데 갑자기 기우뚱하며 몸이 도로 고꾸라졌다.


“후흐읍···.”


땅에 한쪽 뺨을 댄 채로 거친 숨을 내뱉자 흙먼지가 일었다.


뿌연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그의 떨어진 팔이었다.


“흐으··· 아아아아···.”


비명인 듯 울음인 듯 알 수 없는 소리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이를 악물고서 그 소리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사박.

사박.


갈대숲을 헤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 영기를 내뿜는 것도 또 그것을 느끼는 것도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일성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다가오는 건···.


법사들이다!


나를 찾았구나!


남은 한쪽 팔을 들어 손목을 물었다.


신음이 터져 나오는 걸 간신히 막으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서 갈대 사이를 살폈다.


귓바퀴를 세우고 귓구멍을 크게 키워 보았다.


발걸음은 셋!


작은 것 하나에, 큰 것 둘!


큰 것은 분명 운천과 정철일 것이다.


그런데 작은 것은 누구의 것일까.


불편한 몸을 낮춘 채 뒷걸음질로 달아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허벅지가 터질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상체가 조금 위로 들렸는데, 그때 앞서 다가오는 작은 발자국의 주인공의 보였다.


“아···!”


건우였다.


일성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저기 있다!”


정철이 일성을 가리키면서 크게 소리쳤고, 나머지 두 사람의 눈도 그리로 모였다.


운천의 한 손이 하늘로 번쩍 올라갔다.


수인을 그리는 모양새가 전정술이었다.


일성은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았다.


바짝 마른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한복판.


이곳에 벼락이 떨어지면 틀림없이 불길이 솟을 테고, 그러면···.


그다음은 생각도 하기 싫은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일성.


부상으로 영기도 바닥이 나 대응도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달아나는 것뿐이었다.


“히이이잌···.”


갑자기 벌떡 일어선 일성이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직선으로 달리는 게 아닌 지그재그를 그리고 있었다.


그건 운천이 전정술을 쓸 때 정통으로 맞는 걸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다행인지 운천이 하늘로 올렸던 손을 거두자 일성은 다시 똑바로 뛰기 시작했다.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일성.


그리고 그 뒤를 사력을 다해 쫓는 세 법사들.


갈대숲이 거칠게 갈라지고 원초적인 숨소리가 끊이지 않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일성과 세 사람의 간격이 좁혀지다가 벌어지기를 반복한다.


쫓는 운천은 당장에 화공으로 일성을 제압하고 싶지만, 근처 아파트가 눈에 걸렸다.


속세에 미치는 피해는 지난번 동물원 동물들을 죽이고, 지하철 안을 피바다로 만들고, 또···.


BW 빌딩 벽을 시커멓게 태우는 것으로 그치고 싶었다.


운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일성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힘껏 달렸다.



3.


갈대숲을 벗어난 일성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쫓던 세 사람은 놀랐는지 주춤하며 속력을 줄인다.


일성이 달려 들어간 곳은 공원 한복판이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산발한 머리.


한 쪽 팔이 잘린 몸통.


핏물을 뒤집어쓴 몰골.


게다가 달려오는 것도 좀비처럼 뒤뚱뒤뚱.


누가 보더라도 비명을 지르고 달아날 만했다.


일성은 사람들 속을 휘저으며 공원을 가로지르더니 반대편 도로를 넘었다.


뒤쫓던 운천은 멈춰 서서는 손을 들었다.


“그만, 멈춰라!”


시민들이 저렇게 혼비백산 난리인데 세 사람까지 따라붙어 소란을 더 부추길 이유는 없었다.


운천과 정철, 그리고 건우는 공원 구석에 몸을 피한 채로 일성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다.


“잘 찾을 수 있겠지?”


운천이 건우를 보고 묻자 건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다.


한편 일성은 도로변 너머 공중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이 놀라 달아났지만, 다행히 그 외에 사람은 없었다.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고서 수도꼭지를 틀자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졌다.


핏물이 번진 얼굴을 씻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겨우 한숨 돌리고서 고개를 드는데 바로 앞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흉하게 일그러진 모습에 서글픈 감정이 복받쳤다.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간 왼쪽 어깨에선 아직도 피가 멎지 않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쫓기고 있는 입장이란 걸 각성한 일성은 얼른 다시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 건물 뒤로 돌아간 그는 관목이 심어진 작은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조리 잡아들였다.


개미.

거미.

딱정벌레.

사마귀.

나방.

개구리.

산새.


한 손 가득 잡아든 것들을 움켜쥐고 화장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가만히 한 손으로 수인을 그리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우직!


손에 들려있던 것들이 한순간에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일성은 천천히 그 미약하고 잡스러운 기운을 흡수한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의 영기가 조금이나마 차올랐다.


일성은 흐렸던 시야가 겨우 돌아오고 몸을 바로 세울 정도가 되자 가는 숨을 내쉬었다.


남은 한 손으로 팔이 사라진 왼쪽 옆구리부터 어깨까지를 쓰다듬었다.


미약한 영기가 발산되면서 핏덩이로 엉망이던 상처 부위가 서서히 아물어갔다.


“휴우···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여전히 등을 화장실 벽에 기댄 채 하늘을 보고 있던 일성은 숨을 고르다가 다시 한 손을 내밀었다.


피식!


힘에 부친 변신 시도와 함께 그의 몸이 겨우 사라졌다.


그리고 작은 메뚜기 한 마리가 풀숲을 걷기 시작했다.


메뚜기는 낑낑대듯 수풀 사이를 휘저었다.


금세 쓰러질 것 같던 메뚜기는 개미 몇 마리를 잡아먹고, 이끼를 여러 번 마시더니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휙!


하고 짧고 강렬한 바람이 일었다.


순식간에 메뚜기가 사라지면서 지나간 자리에 풀이 길게 누웠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호수공원을 가로지른 세 사람이 화장실 앞에 섰다.


갑자기 건우의 표정이 야릇했다.


“이상한데요. 분명히 여기에 있었는데···.”


운천과 정철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본다.


정철은 화장실 안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아··· 여기에도 흔적이 남았구나.”


예사롭지 않은 핏자국에 눈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 사이 화장실 건물 뒤로 돌아갔던 운천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 곤충과 짐승의 사체가 들려있었다.


“이것도 놈의 흔적이다. 짐승을 죽여서 그 잡기를 취한 것 같다.”


인상을 찡그린 건우가 몸서리치듯 고개를 흔들며 물러서다가 바닥 어느 지점에 섰다.


“아! 여기요···.”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그르 도는 건우.


다시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킨다.


“뭔가, 작은 걸로 몸을 바꾸고 떠났어요. 저쪽으로···.”


운천과 정철은 건우가 가리키는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도사 나가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1 141. 사필귀정 4 NEW 23시간 전 3 0 11쪽
140 140. 사필귀정 3 24.06.12 6 0 11쪽
139 139. 사필귀정 2 24.06.11 6 0 12쪽
138 138. 사필귀정 1 24.06.10 7 0 11쪽
137 137. 한강 대첩 5 24.06.07 4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5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4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5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8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4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5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6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6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7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