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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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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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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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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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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0. 독 안에 든 쥐 3

DUMMY

7.


새로운 딜(deal)을 하기 위한 은밀한 접선 장소가 아니라 마지막 제거를 위한 살해 장소!


조 팀장의 말은 나름 그럴듯했다.


나라도 역시 그렇게 했을 것이란 생각에 김 경장은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비탈길이 장난이 아니군요.”


경사가 험한 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무전이 또 날아왔다.


폐산장으로 보이는 구조물 앞에서 세 남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인상착의를 설명하는데 그놈들이 틀림없었다.


조 팀장은 오르던 비탈에 몸을 기댄 채로 무전기를 입에 붙였다.


“그대로 스탠바이! 아직 덮치지 마!”


무전이 오가는 것만 듣고 있어도 긴장감이 끌어올랐다.


조 팀장은 다시 비탈을 올랐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김 경장도 입에서 낑낑 소리가 났다.


“있잖아요, 김 경장님!”


지금은 대화를 나눌만한 상황이 아닌 거 같은데, 왜 또 부르는 걸까.


김 경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네?”

“···그 유치장 열어준 막내 순경이요!”


예상 밖의 뜬금없는 화제에 김 경장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막내요? 왜요? 걔가 또 뭐 사고 쳤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김 경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 팀장의 눈이 예전과는 좀 달랐다.


왜 그런 걸까?


“제가 이런 일까지 참견할 건 아니지만요··· 그냥 좀 봐주시죠?”

“···네에?”


자꾸 예상 밖의 말을 던지는 조 팀장 때문에 김 경장의 몸은 계속 부자연스럽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결정적인 역할 한 것도 우리 광수대 신입 막내였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애들이 좀 모자라고 제 멋대로인 거 같아도···.”


조 팀장이 발을 헛디뎌 흙더미가 무너지자 김 경장의 얼굴로 쏟아졌다.


조 팀장이 미안한지 눈이 커졌다.


김 경장은 괜찮다는 표시로 한 손을 흔들었다.


조 팀장이 다시 말을 잇는다.


“···참고 지켜봐 주면 언젠가는 제 몫을 해내더라고요. 이번에 한 번 봐주세요. 우리도 도와드릴 테니까.”

“······.”


김 경장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조 팀장!


규정에 얽매인 채 꽉 막히고 융통성 없는 복지부동의 공무원인 줄 알았건만.


자기 출세만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는 그렇고 그런 속물인 줄 알았건만.


김 경장의 입가에 작은 웃음꽃이 피었다.


흙더미를 뒤집어쓴 후라서 그런지 그 웃음은 더욱 도드라졌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시 두 사람이 비탈을 올랐다.


그런데 잠시 후···.


이번에는 김 경장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런데요···.”


조 팀장이 다시 멈춰서서 김 경장을 내려다 본다.


김 경장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막내는 용서가 가능한데··· 소장은 아무리 봐도 안 되겠는데요!”


그러자 조 팀장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그 사람 좀··· 심하긴 하더라고요, 하하하···.”


두 사람이 평지에 도달한 건 십여 분쯤 후였다.


갑자기 비탈이 사라진 것에 당황한 두 사람.


앞을 두리번거리는데 숨어있는 추적팀이 보였다.


조 팀장과 김 경장은 포복으로 그들이 있는 곳까지 기어갔다.


추적팀의 리더가 조 팀장에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어딘가 나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 의견 충돌이 있습니다. 계속 싸우는 중입니다.”


조 팀장과 김 경장은 수풀 사이를 헤집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8.


황 사장의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다.


손에 감긴 가죽끈은 벌써 축축해져 있었다.


놈들은 어딘가로 갈 듯 말 듯하며 계속 진입로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표정들을 보니 벌겋게 달아 있었다.


싸우는 건가?


가죽끈은 상대가 신경이 다른 곳에 팔려있을 때 뒤에서 다가가 목을 조르는 기습 용도로 제격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다들 저렇게 어수선하면 곤란하다.


황 사장은 손에 감겨있던 가죽끈을 풀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배낭 옆 주머니에서 독극물 주사기를 꺼냈다.


가만히 정지한 상대에게 다가가 잽싸게 찌르고 빠지는 데 제격인 주사기.


하지만 놈들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진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다리 운동을 하고, 또 허공에 주먹 감자까지 날린다.


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왜들 저럴까?


황 사장은 입술을 깨물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다시 주사기를 집어넣는다.


그런데 그때,


“아이, 씨발 몰라··· 그냥 나 혼자 갈래!”


정장 차림의 남자가 상의를 벗더니 황 사장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놀란 황 사장이 당황해서 배낭을 놓쳤고, 그게 미끄러지면서 소리가 났다.


다가오던 남자가 소리를 들었는지 발걸음이 느려졌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황 사장은 얼른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이제 믿을 거라고는 잭나이프!


근접한 상황에서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무기다.


황 사장은 잭나이프의 칼날을 열고서 몸을 일으켰다.


아주 천천히.


소리를 내지 않고서···.


다가오는 상대도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다.


황 사장은 수풀 사이에서 흐물흐물 접근하는 그림자를 보고 그걸 느꼈다.


잭나이프를 쥔 그의 손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다가오는 그림자를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상대 한 걸음.

황 사장 한 걸음.


상대 한 걸음.

황 사장 한 걸음.


상대 한 걸음.

황 사장 한 걸음.


상대 한 걸음.

··· 그리고 황 사장이 한 걸음을 막 내딛는 순간이었다.


황 사장은 신발 뒤꿈치 끝에 뾰족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에 시선이 떨어졌다.


콰앙-!


귀를 찢는 폭음에 수풀이 크게 흔들렸다.


나뭇가지가 꺾이고, 나뭇잎이 부서져 날리고, 바닥에 흙이 튀어 올랐다.


주변 산짐승의 날카로운 울음에 사람의 비명이 묻혔다.





광수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세 사람은 모두 바닥에 엎드린 상태였다.


수갑을 채우는데 공포에 질린 얼굴들이 가관이었다.


아마도···.


자신들을 잡으러 온 경찰들이 폭탄까지 사용한 줄 알았나 보다.


그런데···.


현장에서 폭발한 건 지뢰였다.


유실된 지뢰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운이 없게도 뇌관이 살아있었던 것 같았다.


지뢰를 밟은 사람은 즉사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확인 중이다.


체포 작전이 마무리된 후 호송 목적의 헬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주변에 이착륙지로 적합한 곳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는 답변이 왔다.


“뭐야? 그럼 이 길을 다시 기어서 내려가야 한다고?”


차분하던 조 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하산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폭발물처리반이 탄 헬기가 유유히 다가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 현장 근처에 내리는 게 아닌가.


그걸 본 조 팀장은 하늘을 향해 쌍욕을 퍼부었다.





산내파출소가 갑자기 바빠졌다.


파출소가 생긴 이래로 이렇게 부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큰 사건 소식을 들은 건지 지역신문사에서 몰려들었다.


또 지역방송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지만 광수대는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브리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을 닫았다.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때란, 바로 정일도 의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그때일 것이다.


소장은 언제 나타났는지 자리에서 괜히 바쁜 척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김 경장은 조 팀장과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래··· 소장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용서가 안 되는 인간이다.


체포된 세 사람은 즉각 서울로 압송되는 차에 실렸다.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떠나는 조 팀장과 악수를 하는 김 경장.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해서 가시고요.”

“이거··· 여기서 맛있는 거도 못 먹고 그냥 가네요.”

“언제 다시 한번 오세요. 그땐 소주 한잔하죠!”

“하하··· 그럽시다.”


차에 막 오르려던 조 팀장이 돌아서더니 다시 김 경장에게 물었다.


“정말··· 광수대로 올 생각 없어요?”


김 경장은 하늘을 보고 크게 웃은 후 고개를 저었다.


조 팀장도 웃더니 이번엔 진짜로 차에 올랐다.


광수대 차량이 멀어져갔다.


김 경장은 차량의 꽁무니를 보면서 조용히 중얼댔다.


“안빈낙도··· 안빈낙도···.”



9.


다음날, 마포 광수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예스패치 국장의 표정이 어두웠다.


단순히 부인의 신분증 도난이니, 화장품 무단 사용이니, 이런 차원을 넘어···.


그의 부하직원이 이런 엄청난 일에 연루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조사를 마친 그는 신 기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신 기자, 스나이퍼 박, 김 지배인!


입을 굳게 닫은 이 세 사람은 정식으로 국선변호인을 요청했다.


조 팀장은 그런 그들을 보고 입술을 씹었다.


“변호사를 쓴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자신만만한 얼굴을 되찾은 조 팀장은 이제 고지가 얼마 안 남았음을 느낀다.


상황실로 돌아간 그는 벽면 꼭대기에 붙은 사진 하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정일도 의원의 사진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은팔찌 차게 해줄 테니까!”


사진을 보며 손가락 관절을 우드득 꺾는데 뒤에서 팀원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이거 공간이 부족해서 옮겨야 할 것 같은데요.”


팀원은 상황실 한쪽 벽면에 임시로 보관 중인 중거품들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걸리적거리지 않게만 잘 정리하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문제는 현금이었다.


사과박스에 들어있던 현금!


사이즈도 꽤 나가고, 또 지나다니는 외부인들이 그걸 보면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취조실 옆 빈방에 넣어두라고 해야 했다.


팀원은 동료 하나를 부르더니 바로 증거품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추적팀 리더로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던 이가 들어왔다.


“그 지뢰 밟고 폭사한 사람,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그는 글씨가 빽빽한 종이 한 장을 읽으려 하다가 그냥 내밀었다.


“황원식··· 일명 황 사장··· 평안도 출신, 뭐야? 탈북한 사람이네··· 심부름센터···. 어이구 이건 또 뭐야? 가죽끈, 독살용 주사기, 잭나이프··· 38구경 권총까지?”


조 팀장은 현장 감식 보고서의 중간쯤을 읽을 때쯤 고개가 들렸다.


“하아··· 땡초하고도 연결되어 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벽면에 붙은 정 의원의 사진으로 돌아갔다.


놈들과 은밀하게 재협상하려는 게 아니라 조용히 죽이려 했다는 조 팀장의 생각!


그게 이제 제대로 된 증거와 함께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뭐야 이건 또? 드론으로 놈들을 찾았다고?”


리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 사장이 가지고 있던 소형드론의 모델명과 성능을 자세히 설명했다.


“햐아! 놈들이 우리보다 더 낫네···.”


혀를 내두른 조 팀장이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 다시 묻는다.


“수사보고서 빨리 완성하고, 검찰청에다가 정일도 의원 조사 일정 좀 알려달라고 해.”


말을 마친 조 팀장은 상황실을 벗어나 취조실로 향했다.


창문을 통해 놈들이 보였다.


몇 시간째 꼼짝도 안 하고 한마디도 안 하는 놈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수사에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좋으련만.


하지만 거의 다 밝혀진 진실에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팀장은 취조실 문을 힘껏 밀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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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9. 사필귀정 2 24.06.11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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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한강 대첩 5 24.06.07 4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5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4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5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8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4 0 11쪽
»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5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6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6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7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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