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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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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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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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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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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DUMMY

“협정?”


팀원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자세한 내막은 말할 수 없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기계 고블린과 협정을 맺었다는 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내 말을 듣자마자 시윤은 안쓰러운 눈빛을 지었다. 예전에 바리 게이트에서 당하는 일을 살짝 알려줬을 때도 저런 표정이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만하다.


“가자, 그 협정은 오늘로 끝이야.”


그러더니 정말 곧 윗층으로 뛰어올라갈 기세였다. 나는 가까스로 그녀를 붙잡았다. 이 망아지 같은 게.


“내 말 못 알아들어? 여길 완전히 클리어하는 순간 우린 또 다른 현장으로 내몰릴 거라고.”

“안 대리 말 대로예요. 이런 빌딩이 몇 개 더 있고, 우릴 보낼 프로젝트는 많아요.”


고 부장이 거들었다. 시윤은 고 부장을 흘겨봤지만, 괜히 경솔하게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아주 짧은 단도를 꺼냈다. 자세히 보니 한 자루가 아니었다.하나의 사슬에 꿰여 있는 일곱 자루의 단도를 그녀가 바닥에 내려놓자, 허공에서 나타난 작은 기사들이 그 검을 붙잡고 일어났다.


“어?”


순간적으로 저들이 소인족 기사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도 알아보려나. 옷깃을 풀어 헤쳐 갑옷을 드러냈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꾸없이 쪼르르 시윤 앞으로 달려가 삼열 종대로 헤쳐모였다.


“모의 전투라면 덜 위험한 상대도 여기에 있어.”


작은 기사들을 보고 있던 황 과장이 갑자기 말했다.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하자 현중아.”


기계 고블린과의 모의 전투가 어지간히 무서웠던 것 같다. 당장 의견을 밝히진 않았지만 다른 팀원들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황 과장, 너무 그렇게 부담주지 마.”

“하지만 백 차장님. 이건 안 대리 친구가, 아니 락스미스님이 직접 원하신 일이잖아요.”

“황 과장님. 너무 앞서나가셨어요. 아무리 락스미스라도 혼자서 그 많은 고블린과 싸우는 건 부담이실 텐데.”

“흥.”


잠시 침묵이 흘렀다. 팀원들은 시윤의 반응에 놀랐고,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콧방귀를 낀 것에 스스로 놀라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골치 아프게 됐네.’


정지희 대리가 부담 운운한 게 시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시윤은 자신감과 호승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오만한 사람을 끔찍이 싫어하는 탓에 항상 내게 와서 그런 감정을 표출하곤 했다.


“승식이가 내가 아무리 복싱 배워도 남자한텐 안 될 거래. 뚝배기 깨버려도 되겠지?”

“원주가 얼마 전에 입사하더니, 나더러 취업 준비 잘못하고 있다는데. 솔직히 그런데 들어갈 거면 나도 진작에 들어갔지.”


락스미스가 되곤 더했지. 과연 시윤은 지금 흥분한 것 같았다.


“잘 모르시나 본데. 저깟 것들은 눈깜짝할 새 처리하고 올 수 있어요. 현중아, 가자.”


-영감님이 올라오라고 하라는데. 한 판 붙어보자고···.


미치겠네. 흥분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이대로는 기어코 사달이 날 것 같았다.


-평재 형, 일단 영감님 좀 진정시켜줘.

-이미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영감님이 6층을 넘는 순간 끝장을 볼 거라고···.


“아니, 고집은···.”

“응?”

“아냐 혼잣말이었어···.”


그때 마침 시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하는 그녀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귀에는 통화 내용이 다 들렸다. 미국 국적의 락스미스 팀이 근처의 한 게이트를 공략 중이라는 얘기.


“현중아 나···.”

“같이 가자.”

“응?”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강 짐작이 가는데, 이제 나도 락스미스야.”


시윤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영업 2팀원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퇴근하기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죠? 기사들을 여기에 두고 갈 테니 안전해질 때까진 여기 계세요.”

나도 리젠 상황실로 연락해 만일의 경우 영업 2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현중 씨, 거긴 왜 따라가는 거예요.

-락스미스들이 게이트키퍼를 어떻게 할 작정인지 알아야 해요.

-어떻게 하다뇨. 죽이겠죠.

-그게 아닐 수도 있어서 그래요.


지금까지 들은 대로라면 락스미스들에게 게이트는 목장 같은 곳이다. 그렇다면 게이트키퍼는 씨돼지인 셈이고. 그게 죽도록 그냥 둘리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인간으로 돌아가려면 최악의 경우 시윤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


‘설득해 볼까.’


사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다. 시윤에게 사실을 말하고 인간으로 돌아가도록 협조를 구하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잘만 하면 시윤이 게이트키퍼를 직접 없애줄지도 모른다.


나는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힐끗 그녀를 살폈고, 곧 그녀도 시선을 느꼈다.


“뭘 봐?”


네 얼굴 보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나는 그녀의 몸을 둘러싼 검은 기운에 자꾸 시선을 빼앗겼다. 영감님의 마기와는 다르다. 그녀의 열쇠가 검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게이트 몬스터는 락스미스의 역량을 락스미스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아까 안 말렸으면 영감님은 죽었어.’


그녀는 내가 직접 본 그 어떤 락스미스보다 강하다. 영감님과 검을 맞댔을 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면, 시윤의 기세는 거의 터무니없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솔직히 시윤과 함께라면 게이트키퍼를 없애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도움이 될까.’


게이트키퍼를 쓰러트려 줄지 모른다는 건 말이 잘 통했을 때의 얘기다. 솔직히 그럴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았다. 내가 잡몹이기 때문일까? 시윤이 저렇게 강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잡몹을 알고도 사냥했을까. 그걸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한참 고민에 빠진 채 걷다 보니 먼발치에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적인가? 하지만 시윤이 미리 집결시킨 팀원들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내 어깨를 잡아끌더니 조용히 말했다.


“적은 오십여 명 남짓이야. 우리 팀원들도 사십 명 정도 되고.”

사십 명이라면 팀원 일부는 이미 현장에 배치돼 있다는 건가.


“저쪽 반응을 지켜보려고 했는데, 바로 게이트키퍼 공략에 나섰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미국 락스미스를 쓰러트리는 거야?”


하지만 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중요한 건 게이트키퍼를 지켜내는 일이야.”


역시 짐작이 맞았다. 시윤의 입장은 앞으로도 나와 정확히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락스미스와의 충돌은 될 수 있는 한 피할 거야. 게이트키퍼를 적재적소에 대전사로 배치한다고 생각하면 편해.”

“포켓···.”

“그렇게 아기자기한 일 아니니까 정신 차려.”

“넵.”

“그리고 너는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기회되면 열쇠조각 다 챙기고.”


역시 시윤은 내 성장을 돕기 위해 합류를 허락한 것 같았다. 혹여 마주하게 될 게이트 몬스터에게 결정타를 날리고 열쇠조각과 아이템을 좀 챙기라는 것이었다. 그게 잡몹일 땐 어떨까?


시윤은 팀원들에게 간략하게 나를 소개했다.


“여긴 현지 조력자 안현중 씨예요. 이 근방 거점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를 도울 거예요.”


그 중에는 뜻밖에 나를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현중? 혹시 데스나이트를 잡았다는 그 락스미스예요?”

“콜사인이 잡몹 맞죠.”


그들은 현지에서 충원된 락스미스들이었다. 그런 반응을 보고 시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꽤 유명해졌네, 너. 잡몹?”


망할, 저것 가지고 평생 놀리겠네. 다음 순간 시윤이 뭔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데스나이트를 해치웠다면서 기계 고블린과 무슨 놈의 협정을?.”

“지금 그런 얘기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아, 아참.”


시윤은 물론 그녀와 함께 일본에 다녀왔던 팀원들은 이 상황이 낯선 모양이었다. 그들은 지난 4개월간 함께해 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부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 정규원이 시윤에게 물었다.


“팀장님, 일본에서처럼 하면 될까요. 일본 애들이 우리한테 했던 것처럼.”

“그래요. 될 수 있는 한 교전은 피해야겠지만, 게이트키퍼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야 해요.”


의젓한 시윤이 낯설다. 평소엔 정신을 반쯤 내려놓은 것 같은 녀석인데 무게 잡고 말하는 것을 보니 우습기도 했다. 웃음을 참는 것 같은 내 얼굴을 확인한 시윤이 찡그리며 덧붙였다.


“얼빠진 모습 보였다간 일본처럼 게이트 다 빼앗깁니다. 정신 차리고 갑시다.”


*


앨런은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여름이면 긴 휴가를 내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길 즐겼다. 흙먼지와 피, 화약의 매캐한 냄새에 흠뻑 젖은 채 초원을 오갔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겁에 질린 채 절망 속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3년 전 레실을 사냥했을 때가 생각나는군.”


앨런의 눈앞에서 상처 입은 흑사자 한 마리가 건물 사이를 겅중겅중 뛰어다니고 있었다. 서울 북부에 있는 다섯 개의 게이트 중 한 곳을 담당하는 게이트키퍼 ‘아산다’는 강하고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녀석의 어깨에 총알 한 발을 박아넣기 위해 팀원을 다섯 명이나 잃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끝이지.”


3년 전 휴가 때 사냥한 레실은 상처를 입은 몸으로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코 무리에 도움을 청하진 않았다. 무리를 모두 위험에 빠트릴 거란 걸 안 건가. 앨런은 죽음을 눈앞에 둔 짐승들의 감각이 놀라웠다.


하지만 우두머리를 잃은 레실의 프라이드가 결국 다른 프라이드와의 세력 다툼에서 밀려 비참한 죽음을 맞았듯, 아산다를 죽이면 그 휘하 게이트 몬스터도 씨가 마를 것이다.


【KEY-트로피헌팅】

[스킬 : ‘끝없는 추적’ 스킬이 발동 중입니다.]

[‘아산다’에게 15분마다 데미지가 누적됩니다.]


“크아아아악.”


아산다가 울부짖는다. 그의 부하들도 사방에서 호응했다. 잠시 공격을 멈추고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북쪽 게이트의 기세가 일거에 살아났다. 인간들에게 보복을! 앨런에겐 그런 뜻으로 들린다. 그는 죽어가는 맹수들의 울부짖음과 비명이 좋았다.


“하하하하. 피와 살과 가죽과 머리. 그게 곧 수여된다는 팡파르 같은 거지.”


그의 웃음소리가 빌딩 숲 사이에 솟아오른 간이 망루 위를 채운다. 그때 중년 여성 한 명이 망루 위로 올라왔다.


“무슨 일이지, 가이드?”


가이드로 지목된 KD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앨런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KD도 블랙키 소지자. 하지만 앨런은 그녀에게 짐승몰이 따위의 역할을 맡겼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얻는 것들도 쏠쏠했지만.


“남쪽에서 한국의 락스미스들이 나타났어. 말했던 대로 진행할까?”

“멍청아, 나한테 그걸 왜 물어봐.”


앨런은 다시 쌍안경을 눈에 대고 한 손으로는 위스키 잔을 집어 올린다. 독주를 들이켜는 그의 붉은 얼굴이 이제 거의 터질 듯했다. 가늘고 흰 수염 위로 흐르는 독주를 손등으로 닦아낸 앨런은 담담하게 덧붙였다.


“적의 리더를 몰아서 내가 저격할 기회를 만들라고 해. 피 흘리지 않곤 대화가 안 되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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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22.09.18 43 0 11쪽
»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43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5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9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50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3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6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9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78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4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5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93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101 2 11쪽
12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22.08.15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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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 08.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2) 22.08.13 17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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