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승플랫폼

잡몹이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환승플랫폼
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41
추천수 :
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19 22:30
조회
42
추천
0
글자
10쪽

EP 32. 맨손의 마녀, 강시윤 (4)

DUMMY

앨런은 한국에 파견되기 전 정보기관으로부터 전달받았던 강시윤의 특징들을 떠올렸다.


‘목표가 어디에 있건 주먹 거리 내로 이동한다. 이때 소수의 인원과 동행할 수 있다.’


보고서에 ‘이동한다’라는 모호한 표현이 쓰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강시윤이 스킬을 사용한 다음 순간 그녀의 주먹은 목표물의 턱에 닿아 있었다. 그사이에 어떤 과정이 벌어졌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순간이동’이었지만,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 알 수 없으니.


이 돌격기술에 놀란 일본인들은 그녀를 맨손의 마녀라고 불렀다고 했다.


하지만 앨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강시윤을 보며 체스의 ‘퀸’을 떠올렸다. 극한의 기동성으로 예상치 못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기물을.


“퀸은 보통 그 기동성 때문에 자멸하지.”


순간적으로 이동했을 때 약점이 생기는 건 강시윤도 마찬가지였다. 적들이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역습당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과녁에 들어온 표적이 조금 많아진 것 뿐이었다.


“브론즈 키 두 명과 골든 키 하나? 어디 한 번 막아보시지.”


다섯 개의 총구가 몰이 조가 있는 빌라를 겨누고 있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건 모두 그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더미들이다.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코프 안에 강시윤을 담고 있을 것이다. 앨런은 방아쇠를 담겼다.


‘타타타타탕.’


찰나의 시차를 두고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앨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날아간 첫 번째 탄환은 강시윤이 내지른 주먹에 소멸했다. 권풍으로 총알을 없애버린 건가. 혀를 내두를 만한 파워와 반응 속도이지만, 모두 계산대로였다.


두 번째 총알이 자세가 무너진 강시윤을 향해 쇄도했다.브론즈키의 남성이 커다란 가시 방패를 꺼내 들었고, 또 다른 근육질 남성이 뒤를 떠받쳤지만, 충격을 못 이기고 날아가 버렸다.


앨런이 기대한 건 세 번째 총알부터였다. 숨 가쁘게 날아간 총알은 그러나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은 강시윤의 펀치에 또 한 번 막혔다. 그녀가 채 주먹을 거둬들이기도 전에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총알이 날아들었다.


“빙고.”


처음부터 기대한 건 네 번째, 다섯 번째 탄환이었다.


*


나는 처음부터 네 번째 탄환에 대비했다. 시윤이 첫 번째 공격을 막아내면, 다나카와 정규원이 연이어 한 발씩은 막아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다나카와 정규원은 고작 한 발에 둘 다 나가떨어졌고, 시윤이 그 짧은 사이에 중심을 되찾고 세 번째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괴, 괴물.’


그 긴박한 상황에도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총을 쏜 놈이나 시윤이나 모두 괴물이었다. 저걸 막아낼 수 있을까. 막강한 힘에 위축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탄환을 향해 검날을 비스듬하게 들이댔다. 탄환이 닿는 순간 검날에 실린 힘을 흘려버렸고, 탄환이 기묘한 각도로 날아갔다.


‘다섯 발?’


그림자처럼 바로 뒤에서 따라온 총알이 한 발 더 있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네 번째 탄환에 떼밀린 기세 그대로 검날을 더 돌려 넓은 면으로 마지막 총알을 받아냈다.


‘윽!’


엄청난 힘이 내 몸을 밀어냈다.


쿠쿠쿵.


다음 순간나는 벽에 처박혀 있었다. 탄환의 속도를 거의 죽이지 못했지만 시윤에게 닿지 않게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다. 입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다음 순간 옥상엔 이미 시윤이 없었다.


“가, 강시윤!”


바람을 가르는 듯한 그녀의 펀치 소리가 총알이 날아온 한 건물 쪽에서 들려왔다. 멍청이 거기도 함정이면 어쩌려고! 하지만 곧 그녀가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미네.”


더미? 시윤은 이어서 세 번 더 도약했다. 그때마다 살벌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다시 우리의 눈앞이었다. 시윤은 무사했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정규원에게 말했다.


“미국 쪽 블랙 키 중에 저격수가 있었지?”

정규원은 공격을 막아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았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고 서둘러 대답했다.


“예. 그게···.”

“그게 뭐? 확실하게 말해 봐.”

“아 네, 앨런. 앨런이었을 겁니다. 트로피헌터.”

“그놈인가 봐. 약삭빠른 놈.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잘 아네.”


눈물겹다. 저런 녀석이랑 적지에서 4개월을 함께 보냈다니. 아까 나한테 까칠하게 대한 걸 순식간에 모두 이해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시윤에게 빌빌 길 마음이 없으므로 더는 참지 않겠다.


“우웨에엑.”


속이 뒤집힐 것 같다. 복싱선수에게 보디블로를 맞으면 이런 기분일까. 그때 뒤이어 토악질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패를 들고 그 무식한 총알을 막아낸 정규원도 속이 뒤집히는 모양이었다.


“웩. 우어억.”


망할. 잡히면 가만 안 둘 거야 저격수. 시윤도 그런 우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지는 않았고, 대뜸 내게 물었다.


“아까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뭘.”

“날아오는 총알을 검날로 막았잖아.”

“나도 몰라.”


정말 모른다. 그래도 떠 오르는 게 있다면 영감님이 사용한 ‘폴른 립 피어싱’의 궤적이다. 그가 검을 뻗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재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라이칸스로프의 눈썰미와 운동신경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제법 쓸만하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좋은 능력이었다.


“모르면 널 전력으로 어디까지 활용해야 할지 계산이 안 되잖아!”


시윤은 빽 소리를 질렀다. 나도 지지 않았다.


“아, 왜 짜증이야!”


사실 왜 짜증인지는 알고 있었다. 시윤은 지금 리더다. 조금 전에도 내 운동신경이나 스킬을 정확히 알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나은 대응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몰라 예상이 안 되는 게 제일 짜증 나!”


둘이서 툭탁대는 모습이 애처럼 보였나 보다. 친구 앞에선 다 애지 뭐. 그런데 어쩐지 정규원이 통쾌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아무리 내 능력을 드러내는 게 꺼려져도 시윤에게 힌트를 주긴 줘야 할 것 같다. 준비해 둔 핑계도 있다.


“내 키워드는 ‘Lock’이야. 잠시 동안내 몸의 리미트를 해제할 수 있어.”


성장판 리미트가 해제된 소인족 용사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그는 키가 얼마나 컸을까.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일종의 셀프 버프 기능이라는 거구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셀프 버프스킬은 한계가 뚜렷하고, 자신의 스킬이 아니면 관심도 별로 없다.


“응, 청력도 강화할 수 있어. 아까 놈들의 위치를 대강 안 것도 그 때문이야.”

“특이하지만 쓸모 있는 기술이네.”


게이트 몬스터들은 일단 남하를 멈춘 상태였다. 몰이조가 도주한 상황에서 팀원들이 게이트 몬스터의 눈길을 돌리는 데 성공한 거였다. 시윤은 팀원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적들이 도주한 강북구 방향으로 추격하기로 했다.


“게이트키퍼에게 결정타를 날리러 갔겠지.”


시윤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저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인 녀석이. 리더라는 게 힘든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으니. 그녀는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섯 개 조로 나눠서 거리를 두고 샅샅이 수색합시다.”


팀원들이 미리 짜놓은 조대로 나뉘어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道) 능력자가 없어서 가능한 감각이 뛰어난 이들을 조마다 뒤섞여 앞장섰다. 내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윤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조금 후에 다시 합류할게. 먼저 가.”

“그래. 몸조심해.”

“왜 그런진 안 물어?”

“이유는 안 궁금하고···.”


그녀가 팀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귀엣말로 말했다.

“조용히 거점으로 돌아와 있어. 이렇게 위험할 수 있단 걸 내가 미처 생각 못 했네.”


그리고는 조용히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미안해.> 대놓고 말은 안 했어도 아까 적의 총격에 내가 나가떨어졌을 때 놀랐던 것 같았다. 나도 소리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주제넘게 굴지 마.>


아차. 쟤한테 맞으면 그냥 툭탁대는 수준으로는 안 끝나지. 부리나케 꽁무니를 뺀 후 팀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젠으로 연락했다.


-평재 형 아직 보고 있지.

-응.


아까부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서울 북부의 게이트 몬스터 절반 정도가 이 일대에 모여 있을 것이다. 두 나라의 락스미스에게 들소처럼 이리저리 몰리는 동안 적잖은 수가 죽기도 했다.


-이 일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잠시만 기다려봐.


곧 휴대전화 액정에 리젠 상황실의 상황판이 동기화됐다. 여러 대의 드론이 주택가를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 사이사이에 게이트 몬스터들이 가득했고, 그만큼 사체도 많았다.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를 손에 쥐고 장식품을 한쪽으로 돌렸다. 붉은 섬광과 함께 자라나는 털과 이빨이 느껴졌다.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이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아우우우.”


[스킬 발동 : 알파의 자격]

[알파의 자격 : 당신은 ··· 알파의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알파의 자격 : ···이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주변을 가득 메운 게이트 몬스터들이 각자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은 나를 알파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더러는 자격을 인정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베타가 되겠다는 그것들의 응답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수없이 많은 메시지가 한 번에 울려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눈을 번뜩 뜨게 만드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알파의 자격 : ‘잡몹’···이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잡몹이 살아남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EP 36. 사냥의 시간 (4) 22.09.26 23 1 11쪽
35 EP 35. 사냥의 시간 (3) 22.09.25 32 1 11쪽
34 EP 34. 사냥의 시간 (2) 22.09.23 31 0 11쪽
33 EP 33. 사냥의 시간 (1) 22.09.21 36 0 11쪽
» EP 32. 맨손의 마녀, 강시윤 (4) 22.09.19 43 0 10쪽
31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22.09.18 43 0 11쪽
30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42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5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3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5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8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77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4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4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93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101 2 11쪽
12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22.08.15 107 2 11쪽
11 EP 11. 경험치가 될 순 없어 22.08.15 108 2 12쪽
10 EP 10.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4) 22.08.14 110 3 11쪽
9 EP 09.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3) 22.08.13 134 2 11쪽
8 EP 08.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2) 22.08.13 169 3 13쪽
7 EP 07.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1) 22.08.12 187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