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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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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581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01 09:13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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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DUMMY

정신을 차렸을 땐 분노한 오크 우두머리가 무기를 채 들어 올리지도 못할 만큼 찰나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뒤늦은 포효.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녀석이 검이 꽂히며 불꽃이 튀었다.


“크르르?”


오크 우두머리는 내 손에 정신이 팔려있다. 그러고 보니 손아귀 가득 힘이 가득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금빛 열쇠가 들려 있었다. 팀원들에게는 조금 더 숨기는 게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이렇게 된 거 열쇠를 사용해 놈을 제거하는 게 낫겠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아니, 이게 또 무슨 개수작이야.’


예상 못 한 상황에 머뭇대는 사이 오크 우두머리가 강렬한 기세로 공격해 왔다. 이번에는 피할 새도 없이 놈의 거대한 몸에 들이 받혔다.


“커억.”


망할. 이놈은 황소야? 피를 토해내며 널브러졌다. 매캐한 먼지가 피와 섞이며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도 이어졌다.


‘정신이 없네, 망할···. 비밀번호라면 내 생일?’


“0926.”


[이 비밀번호에는 준비된 능력이 없습니다. 비밀번호는 앞으로 2번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개새끼, 아니 냐기는 정말이지 쉽게 주는 게 없다. 제약이 뭐 이리 많아? 어쨌든 준비된 능력이 없는 비밀번호라는 건, 아예 틀린 건 아니라는 건데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4212.”


[이 비밀번호에는 준비된 능력이 없습니다. 비밀번호는 앞으로 1번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틀렸어. 그때 마치 퀴즈 문제 오답자에게 뿅망치라도 때리듯 오크의 공격이 이어졌다. 나는 가까스로 몸을 굴려 피했다.


“쿨럭.”


피가 또 한 사발 솟구쳤다. 그때 총성이 시작됐다. 고 부장이 참지 못하고 녀석을 난사하기 시작한 거였다. 하지만 놈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불같이 성을 냈다. 고 부장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해, 정신 차려. 안 대리!”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녀의 목소리에 기운이 났다.


“일단 거기에서 빠져나오라고!”


회사에서 누구도 내 처지를 이해해주지 않을 때 나에게 필요한 건 그저 정신 차리라는 말 한마디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나를 위험구역으로 내몰던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듣는 데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고 부장은 마치 리셋이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리셋?”

“야, 안 대리. 정신 차리라니까!”


고 부장의 악다구니와 총성에 숨어 조용히 중얼거렸다.


“0000.”


[자물쇠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잠시 ‘업화(業火)의 인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 처음엔 0000이 국룰이지.’


손에 쥔 열쇠가 허공에 금빛 둥근 원을 그려냈다. 열쇠가 지나가는 곳을 따라 원 안에 거칠고 날카로운 형상이 그려졌다. 그건 마치 불꽃처럼 보였다.


[스킬 : 인장을 새김으로써 모든 것을 가두고 접근을 불허하는 ‘업화(業火)’의 불티를 잠시 빌려올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후끈하게 끼쳐오는 열기.이걸 빌려올 수 있단 말이지. 대검을 인장 가까이 가져다 대자, 인장이 검날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아로새겨졌다.


‘뭐가 변한 거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다만 마음이 이상하게 들끓었다. 마치 검과 함께 숫제 거대한 불꽃의 잡티가 된 기분이었고, 적을 불살라버리겠다는 거친 마음에 사로잡혔다. 그리고는 복잡한 계산 없이 대검을 내려그었다.


“이얏!”


하지만 허망하게도 내 공격은 단번에 막혔다. 젠장, 중세 기사들과 싸워야 할 놈들을 내가 어떻게 칼로 이겨.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아니, 그 꼬마. 총은 쓸 줄 모르나.


그렇게 속으로 투덜대고 있을 때 눈앞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내 검에서 불꽃이 솟구쳐 나오더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오크의 검을 타고 넘어갔다.


“크아아악.”


불은 이제 우두머리 오크의 몸으로 본격적으로 옮겨붙고 있었다. 녀석은 내 검을 밀어내고 의연하게 불꽃을 털어내···려고 했으나 그게 잘되지 않았다. 불꽃은 녀석의 손을 피해 집요하게 피부를 태우고 있었다.


“크륵?”


녀석이 분주하게 불꽃을 털어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오크는 한 손으로 화기(火氣)를 억누르느라 싸움에 집중하지 못했다. 더구나 또 불꽃이 옮겨붙을까 봐 의식하는 건지 공격을 쳐내거나 아예 피하느라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서걱


기어코 허점을 찾아 들어간 대검이 불꽃을 털어내던 녀석의 한쪽 팔을 베어냈다. 팔꿈치 아래부터 깨끗하게 잘려 나간 상처 단면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녀석이 살아남는다면 당장 소독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징글징글한 불꽃이네.


<잠시라고 했어. 서둘러.>


아, 그렇지. 어느새 건물 아래까지 내려와서 몰래 지켜보던 평재 형이 재촉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저런 것은 ‘자칭 스나이퍼’로써 자부심을 느낄 만한 것 같다.


“이제 죽어라!”


팔이 잘린 왼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이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크게 돌렸을 때, 나는 허벅지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오크의 검이 움직이는 반대 반원으로 순식간에 도약한 나는 공중에 떠오른 채로 놈의 목을 베었다.


“키익···끄아아악”


잡몹이 된 후 매 순간 느끼고 있지만, 육체가 따라준다고 기술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 마치 무협지 속 무림인들처럼 공중으로 도약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기에서 목을 벤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괴로워하는 녀석에게 다가가 다시 목을 내려쳤다. 두 번, 세 번.


“헉···헉···.”


어설픈 망나니를 만나 고생한 오크의 숨이 드디어 끊어졌다.


-모래톱 마을 오크 척후조장을 해치웠습니다. ‘금빛 열쇠 4’의 조각을 손에 넣었습니다. (17/100)

-위키 의회가 의뢰한 ‘척후조 섬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의뢰?’


-위키 의뢰에 대한 엘포와 실린더의 정보들을 취합해 보낼게요.

-고마워요. 서영 씨.


긴장이 풀리자 불에 타 그을린 냄새와 피비린내 따위가 뒤섞인 악취가 코안으로 훅 끼쳐 들어왔다. 세상이 평화롭던 시절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던 정체불명의 냄새들과 닮았다.


“흑흑···.”


가장 나이가 어린 서윤지가 기어코 울기 시작했다. 황 과장도 넋이 나간 모습이었고, 다른 팀원들도 붙박인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부장은 여전히 의연했지만 팀원들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모두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출근길이 엉망이네요. 언제나처럼.”


칼 위의 불꽃은 이제 사그라지고 있었다. ****스킬의 지속 시간은 5분 남짓인가. 이제 피와 비명 대신 직장 상사와 업무가 기다리는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어느 쪽이 나은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돌아가야지.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높여 말했다.


“그래도 좋은 아침입니다. 이제 일들 합시다.”


*



평재 형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기계 고블린 여섯이 그를 바라보며 도열해 있었다. 외형은 하나같이 평재 형의 기계 고블린 신체와 똑같이 생겼다. 이번 모델은 직전 모델보다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기계 오우거에 투입했던 자원을 회수하는 김에 여기에 투자했다.


“형, 이게 뭐 하는 거야. 저 사람들 가뜩이나 겁먹었는데!”

“무슨 소리야, 왜 겁을 먹어.”

지금 나는 협의의 7층에 사는 건물주와 5층 세입자 사이에 만든 협의체의 간사다. 팀원들은 내가 7층 간사인 평재 형과 대화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의 결과에 따라 ‘점심시간 모의전투’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저거, 기관총은 대체 언제 달아준거야. 아니 왜···.”

“아, 저거 멋지지 않니?”


말 뿐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는 조금 달떠 있었다.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팀원들을 의식했기에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기계 고블린들에게 다가가 키스라도 할 기세다. 보나 마나 좋다고 흥분해서 앞뒤 잴 것 없이 업그레이드시켰군.


“후···. 어쨌든 미리 얘기했던 대로 일대일 대결이야. 얘들은 더미라고.”

“응 알지. 기관총 말고는 장갑과 기동성 위주로 손 봤어.”

“저건 로켓런쳐 아냐?”

“···봤니?”


평재 형과 조율을 끝내고 팀원들에게 돌아왔다. 팀원들은 말없이 내 지시를 기다렸다. 사실 출근 시간에 벌인 전투 이후 팀원들은 내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왕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인걸.


“모의 전투라는 생각은 버리고, K-579 이동 사격 훈련이라고 생각합시다.”

“안 대리님, 뭐 하나만 물어도 돼요?”

“네, 말씀하세요. 정지희 대리님.”

“락스미스가 된 건가요?”


윽. 역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사람은 정 대리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대답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팀원들이 말 한마디도 걸지 않아서 혹시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잘못된 추측을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네. 최근에 갑자기 그렇게 됐습니다.”

“왜요.”

“네?”

“지난 2년 동안 별 일없다가 어떻게 갑자기 락스미스가 됐냐는 거예요.”


어쩐지 취조받는 기분인데? 기분이 나빠지려던 찰나에 정 대리가 덧붙였다.


“저놈들을 상대로 훈련하고 사설 헌터로 일하다 보면 우리도 락스미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게 저···락스미스가 되는 건 그런 숙련의 개념이 아니고 자격증을 따는 것과도 달라서···.”


백 차장도 거들었다.


“계기가 뭔지는 대충 안다는 거야?”


아무래도 팀원들이 단단히 오해한 것 같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나를 구원해준 건 고 부장이었다. 그녀는 고 대표의 호출을 받아 자리를 비웠었다. 그녀는 혼자 7층에 오자마자 나를 찾았다.


“안 대리.”

“다녀오셨어요, 게이트 몬스터는 없었나요?”

“잘 따돌렸어. 그보다···.”


고 부장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침에 그런 일을 겪고도 마중 나와달라고 연락도 하지 않은 게 참 대단하다.


“고 대표가 안 대리를 보고싶대.”

“갑자기 왜요.”

“오크 척후조를 물리친 걸 치하하고 싶다네.”


치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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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3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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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0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0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1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4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8 1 13쪽
»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49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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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68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67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7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82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84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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