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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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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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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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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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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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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18. 잡몹 각성하다 (3)

DUMMY

팀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 나는 몰래 바리 오피스텔로 다시 돌아왔다. 7층에 들어서자마자 이서영이 경첩을 들썩거리며 맞이했다.


“현중씨!!!! 어서 와요.”


반겨주는 그녀를 보고 어쩐지 집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일단 평재 아저씨가 만들어 준 저것으로 상태를 확인하긴 했는데.”


이서영이 가리킨 건 전자 상황판이었다. 상황판에는 사람의 신체 도안이 보였다.


“저게 나예요?”

“네, 앞으로는 생체 신호 계측기를 더 도입해서 몸 상태를 확실하게 확인할 거래요.”

“게임 같네요···.”


도안의 복부나 허벅지 등에는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내가 여전히 고통을 느끼는 부위였다. 퇴근하자마자 따라붙은 백에게 집중적으로 살펴달라고 부탁한 곳이기도 했다.


신평재가 나서서 기기에 대해 보충설명했다.


“당연하겠지만 몸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 지금은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나 환부에서 나오는 열감 같은 것을 스캔해서 반영하는 정도야.”

“이런 걸 뚝딱 만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7층 곳곳에 신평재의 손길이 느껴졌다. 건물 곳곳을 비추는 폐쇄회로 화면과 게이트 몬스터나 락스미스에 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상황판이 보였다. 무엇보다 유경수가 쓰다 내가 가지고 온 낡은 컴퓨터가 상황실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현중 씨 컴퓨터를 메인 컴퓨터에 동기화해봤어. 이제 엘포나 실린더에 대한 정보가 이 상황실은 물론 자네 휴대전화와도 공유될 거야.”

“와···이런 것도 배우셨어요?”

“아냐. 컴퓨터, 총기에 관한 기술은 마이스터의 수리·제작 스킬 덕분이지 뭐.”


스킬로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한쪽에는 아직 세 명뿐인 우리 조직도도 보였다. 행동대원이자 보스라니 감개무량하군. 신재평은 기술·설비 총괄이라고. 조직도 상단에 적힌 글자를 소리 내어 읽어봤다.


“리젠?”


조직도에 총무이자 상황실장으로 적혀 있는 이서영이 부연했다.


“우리 조직의 가칭이에요. 죽지 말자는 뜻. 아무리 큰 상처를 입더라도 여기에 오면 우리가 살려낼 거거든요. 현중 씨 생각은 어때요.”


그래. 우리뿐 아니라 모든 잡몹에게 부활과 재기의 장소로 만들자. 조직도에는 아직 세 명뿐이지만 각자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찬성입니다.”


리젠의 첫 과제는 오우거의 사체에 담긴 정보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신평재는 사체에서 검출한 시료를 다방면으로 분석하더니, 오우거에게서 키 스킬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결론내렸다.


“실린더와 엘포의 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 오우거는 ‘현질’이라는 키 워드의 영향을 받았어.”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키워드 자체는 우리가 알려야 알 수가 없는 디스월드의 질서이지만, 그로 인한 작용과 현상은 분석해서 데이터화할 수 있거든.”

“그게···.”

“쉽게 말해서 그동안 스킬 사용의 결과물들이 엘포와 실린더에 저장돼 있단 거야. 오우거에 남은 흔적을 살펴서 그간의 결과물들과 대조하는 거지. 말하자면 눈 위에 생긴 발자국을 보고 호랑이가 지나갔는지, 표범이 지나갔는지 유추하는 것과 비슷해.”


신재평은 분석 결과와 로우데이터를 내 휴대전화로 보냈다. 이상한 회로판이 부착된 게이트 몬스터들의 사진이었다. 거기엔 내가 해치운 오우거의 사체도 있었는데, 녀석의 헬멧 아래에도 회로판이 부착돼 있었다.


“누군가 이 녀석에게 ‘유료 펫’ 스킬을 사용했다는 뜻이야. 시전자가 오우거에게 현중 씨의 냄새를 각인해 뒀더라고.”


유료 펫. 실린더에는 목표한 게이트 몬스터의 이지(理智)를 빼앗아 부릴 수 있는 기술이라고 돼 있다. 제한적인 명령만 수행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오우거 정도를 펫으로 쓰려면 지출이 막대했을 것이다. 이걸 사용할 만한 자는.


“황태우···.”

“그게 누구지?”


신평재에게 황태우에 관해 설명했다. 일찌감치 게이트 몬스터가 됐던 그는 자경단원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소해하면서도 곧바로 핵심을 짚었다.


“적어도 그놈은 자신들이 좇던 라이칸스로프가 잡몹이라는 건 알고 있겠군.”


그래. 황태우는 자신이 본 라이칸스로프가 인간이란 걸 알면서도 이런 짓을 하는 거다. 아니, 인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집요하게 구는 것이다. 일반 게이트 몬스터를 잡았을 때와 달리 더 큰 보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게 아니라면 라이칸스로프 한 마리 잡자고 오우거를 보냈을 리 없다.


“라이칸스로프가 안현중이라는 것도 눈치를 챘겠나?”

“그건 아닐 겁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나를 그대로 뒀을 리가 없다. 당장 라이칸스로프가 아니라 바리 게이트 영업 2팀 안현중을 노려 공격해 왔겠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 오우거의 경우에는 추격과 살해 임무 정도만 맡았을 거예요.”

“보고나 시야 공유는 없을 거라는 뜻이군.”

“그래도 언젠가 숨통을 더 조여올 거예요.”

“하지만 별수가 없지 않나. 자경단원이라면 락스미스가 한둘이 아닐 텐데.”


알고 있다. 하지만 공략을 이대로 두면 언젠가 우리가 당한다. 목숨을 건 싸움을 몇 차례 거치면서 ‘선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황태우에게 자꾸 공격권을 내주면 언젠간 결국 당하고 말 것이다.


“평재 아저씨.”


그를 부르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기계 고블린의 눈 부위의 계기판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ㅡㅡ」


“왜, 왜요?”

“현중 씨랑 서영 씨는 왜 그래.”

“네?”

“나 고작 서른여덟이야.”

“아, 참···.”


그가 너무 어른스러워서일까. 나이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서영의 경첩이 가볍게, 그러나 갑작스럽게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불킥같은 건가. 혀, 형···. 고쳐 부르자 그가 만족한 듯 응, 하고 대답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락스미스들에게 받은 대로 똑같이 돌려줄 거예요.”


*


성동구의 한 버려진 꼬마 빌딩, 자경단 공략이 아지트로 쓰는 곳이다. 주변에는 여전히 게이트 몬스터가 다수 출몰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시시때때로 온갖 기괴하고 참혹한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으아아아아악!”


빌딩 안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은 게이트 몬스터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략 자경단원들은 마치 거대한 괴수라도 나타난 것처럼 몸을 떨었다. 공략의 단장 황태우는 벌써 몇 시간 째 간헐적으로 이렇게 기괴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유료펫이 사망했습니다. 유료펫이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몇 시간 전 갑자기 들려온 알림음은 황태우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지금은 그도 나름대로 화를 삭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피해 규모를 되새길 때마다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오우거 열 마리를 사냥해야 구할 수 있는 돈을 때려 박았는데···.”


그의 키워드인 ‘현질’에는 당연히 재화가 필요하다. 게이트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재화를 얻고, 그걸 다시 스킬에 사용하는 구조다. 돈의 힘은 대단해서 키 스킬만으로 오우거쯤 되는 강력한 게이트 몬스터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과금 가성비가 뭐 이따위야!”


황태우는 기어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려쳤다. 스킬이 강력할수록 지불하는 대가가 강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능력이 강해질수록, 스펙업에 필요한 자금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제길, 이대로라면 지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겠어.”

“단장, 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요.”


사무실 한쪽에 구겨져 앉아 있던 왕정태가 황태우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왕정태의 표정도 침울하긴 마찬가지였다. 공략의 참모인 그는 얼마 전 라이칸스로프에게 습격당해 능력을 모두 잃었다.


“그걸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어? 하지만 차분히 머리를 쓴 결과가 겨우 이거잖아!”

“별수 없잖아요. 오우거를 안전 구역에 들여보낸 게 들통나면 우린 끝장이었다고요.”


왕정태는 유료 펫을 활용하는 걸 반대했었다. 오우거를 안전 구역에 들여보내는 건 적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였다. 결국 공략은 다른 락스미스가 없을 만한 위치에 오우거를 몰래 보내고 거둬들이기를 반복하기로 했다.


“누구라도 따라붙었어야 했어. 오우거를 도와 녀석을 공격했으면···.”

“관둬요. 이제 지난 일이에요!”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우거가 라이칸스로프에게 쓰러졌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칸스로프를 본 적은 없지만 격이 다른 몬스터라고 생각했는데···.


“그놈을 잡아서 손해를 메꿨어야 했어···.”

“3레벨 게이트 닫히려면 시간이 아직 조금 남았어요. 차분히 더 열쇠 조각을 모아서···.”

“길잡이도 없이 어느 세월에!”

“···면목 없습니다.”


락스미스가 열쇠 조각을 모으는 건 실린더의 미로를 뚫고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새로운 문을 열면 강력한 보상을 얻어 강력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길은 갈림길이고, 어떤 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상은 물론 손에 쥘 능력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길을 찾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왕정태와 같은 ‘도’ 키워드 락스미스였다.


“됐다. 내가 누굴 탓하겠냐.”


따지고 보면 일반 게이트 몬스터 따위를 상대하는데 왕정태를 보낸 그의 판단 오류였다. 그도 자신의 실수를 알았기에 평정심을 잃고 라이칸스로프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게 복수심으로만 벌인 일은 아니었다. 인간의 지성을 그대로 간직한 것 같은 잡몹, 그놈을 잡거나 사냥하면 상상 이상의 보상이 올 거라는 직감도 있었다.


-쿵.


“이게 무슨 소리야?”


여전히 건물 밖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소음과는 격이 다른 굉음이었다. 쿵. 커다란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자 공략의 아지트가 소란스러워졌다. 곧 사무실로 자경단원 하나가 뛰어 들어와 황태우에게 보고했다.


“오우거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뭐? 뭐가 돌아와?”


황태우는 유료 펫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펫의 상태는 여전히 ‘사망’ ‘부재’로 기록돼 있다.


“무슨 소리야. 다시 확인해. 내가 보낸 오우거가 맞아?”

“하지만 외형이 비슷···.”

“인마, 오우거가 다 그게 그거지. 니가 그놈들을 어떻게 구분해. 공격해서 펫인지 확인하란 말이야!”

“아, 네···.”


식별코드를 붙여놓은 유료 펫이라면 공략 단원들의 공격을 회피할지언정 반격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말 오우거를 회수할 수 있게 된 거라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때 귀가 먹먹해질 것 같은 소음이 들려왔다.



-콰콰쾅.


동시에 건물 내에 먼지가 흩날렸다. 황태우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했다. 건물의 한쪽 벽이 무너져 있었는데, 그 틈으로 커다란 덩굴 같은 것이 뻗어들어오는 게 보였을 뿐이다. 자세히 보니 그 생김새는 마치,


“···손가락?”


손가락이었다. 뒤이어 어지간한 사람의 몸통만한 손바닥이 건물 안으로 파고들더니 마치 통조림 뚜껑을 따듯 한쪽 벽면을 허물어버렸다.


“우아아악.”

“피해!”


그 너머에서 거대한 머리가 하나 나타났다. 놀란 나머지 반대편 벽까지 뒷걸음질 친 황태우는 벽에 기댄 채 바닥으로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들···. 눈이 없나, 저, 저게 어떻게 내가 보낸 오우거야.”


그 너머에서는 평범한 오우거보다 두 배는 큰 기계 오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이 빠진 것 같은 모습으로 오우거를 바라보던 황태우의 미간에 무언가 날아왔다.


“악.”


황태우의 미간에 정통으로 맞은 볼트와 너트가 바닥을 굴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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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5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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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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