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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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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45
추천수 :
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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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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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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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10.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4)

DUMMY

이서영은 자신이 제안한 계획을 대단히 흡족해했다. 그녀는 이 계획을 ‘잡몹의 목숨 건 어그로’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싸우는 건 나 혼잔데.'


과연 락스미스와 맞설 수 있을까. 게다가 아무리 추악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언정 그들은 인간이다. 인간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심적 부담이 큰지 유경수를 상대하면서 알게 됐다.


<유경수는 잘 있죠?>


마음에 안 걸릴 수가 없다. 그가 얼마나 추악한 인간이었는지를 떠올리려 애쓰면 추악했다는 것만큼이나 인간이라는 사실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건 떼어낼 수 없는 연상과정이다.


<물론이죠.>


그녀는 유경수가 어떤 상태라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캐묻지 않았다. 자세히 알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내가 가장 꺼려지는 건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간들의 영웅을 ‘경험치’ 삼는다는 점이다. 그건 락스미스가 하는 짓과 똑같으니까.


<인간적 고뇌는 최소한 인간이 되고 나서 해요.>


이서영은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몬스터의 모습을 한 채 도축된 잡몹들과 한 철창에 갇혀 있었다. 그저 살아남는 게 목적이었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바람인 그녀에게 이런 망설임을 내비치는 게 위선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는 내 고민을 덜어줄 당근도 내밀었다.


<나도 가만히 있겠다는 건 아니에요. 총무가 될게요.>


요컨대 아이템 지원은 힘닿는 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래,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게다가 나는 생각보다 일찍 첫 번째 ‘사냥감’을 찾아냈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자경단 ‘공략’의 공개수배 영상을 보게 됐다. 공략은 성동구 편의점 앞에서 해치운 놈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상 속에서 자경단장이라는 남자 황태우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라이칸스로프 포획을 도와주면 사례로 ‘심해의 물마개’를 주겠다.”


심해의 물마개라. 정말 욕조 물마개처럼 생겼잖아. 하지만 엘포를 뒤져보니 허술한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강력한 방어 장비였다. 동쪽 마법사의 지팡이도 그렇고 이놈들은 왜 이렇게 오버스펙이지.


“라이칸스로프는 안전 구역인 동대문구 방향으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주의가 필요하다.”


성동구에서 집에 들어올 때까지 한 번도 은신을 풀지 않았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댓글 4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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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 12분 전

물마개 2레벨 지역 게이트키퍼 보상이잖아···이런 놈이 잡았다고?

→ 2레벨 지박령 11분 전

여기 자경단장이 최근에 오우거 쥐어팬 영상은 보고와서 댓글 다냐.

→ 방구 11분 전

@2레벨 지박령 싸구려 공략 자경단원 어서 오시고.

→ @방구 2레벨 지박령 10분 전 지랄 ㅋㅋㅋ. 현피 뜨면 지릴 놈이.

→ 굠뇸뮨 9분 전 여기 댓글 다는 놈 중에 락스미스 없다에 한 표.


kimkim 3분 전 근데 저 늑대 새끼는 왜 안전 구역으로 갔대. 돌았나 ㅋㅋㅋ

→ 포더호드 2분 전 원래 가끔 저런 짓 하는 놈들 있어. 제대로 싸워봤어야 알지 ㅉㅉ


스타벅스죽돌이 9분 전

→ 여기 ‘도를 아십니까’ 쓰는 락스미스 있지 않음? 뭐하러 수배까지 때리누.


역시 이 얼간이들의 리더가 지역 게이트키퍼를 잡았다는 걸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역 게이트키퍼는 모놀린이나 방랑자 왕···아니 그 18세와 동급이라는 건데.


그보다 중요한 건 ‘도를 아십니까’이라는 스킬이다. ‘엘포’를 검색해보니 매우 수준 높은 탐색 스킬로 은신 스킬을 쓴 상대방도 제한적으로나마 추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추격 결과가 다소 제한적인 게 장점이자 흠이었다.


예컨대, 시전자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최공태를 공격한 이의 행방을 찾겠다’라고 원해도 성과는 거둘 수 있었다. 단서와 흔적을 탐색하는 다른 추적 스킬에 비하자면 거의 점술 수준으로 추격할 수 있었다.


다만 결과도 똑같이 추상적으로 도출되는 모양이었다. 예를 들어,


‘롯X리아 끼고 좌회전’ ‘편의점에서 직진’ ‘사거리에서 건널목 건너.’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동대문구로 향한 건 알았지만, 구체적인 추적은 실패했던 거다. 거기엔 또 이런 주의사항도 써 있었다.


“추격을 뿌리치려면 평소와는 다른 경로로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 허나 이건 상대가 인간일 때의 얘기다. 게이트 몬스터는 원래 ‘로밍’하도록 만들어졌으니 매우 유용한 스킬이다.”


그날 밤 달빛 은신의 지속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가며 성동구 일대를 훑었다. 락스미스를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 위험구역에서 돌아다닌 것만으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락스미스가 강할수록 위험한 느낌이 감지됐다.


락스미스로 보이는 이는 열다섯 명이었고, 그중에서 고 대표만큼은 아니어도 위압감을 주는 락스미스가 둘이었다.


‘이것들 확실히 이를 갈았구나.’


하지만 어디를 가나 돌파구는 있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락스미스 한 명이 고립돼 있었다. 먼저 적을 그의 앞으로 보냈다.


“으악, 늑대다.”


그의 손에 쥐어진 금빛 열쇠. 나는 열쇠가 빛을 발하기 전에 락스미스의 목을 물어버렸다. 그는 악 소리도 못 내고 정신을 잃었다. 일이 너무 쉽게 돌아간다고 느낀 찰나 골목 끝이 요란스러워졌다.


“저기다, 저기 라이칸스로프다.”


골목 끝에서 공략 자경단원으로 보이는 락스미스 세 명이 나타났다. 어떻게 벌써 왔지? 가장 가까운 놈이 한 블록 너머에 있는 걸 확인하고 움직였는데. 궁금해할 틈도 없이 공격이 쏟아졌다.


【KEY-도(道)】

[스킬 발동 : 음평도]


키 스킬의 발동과 함께 스산한 기운이 일며 골목길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저 중에 놈이 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의 손에 은빛 열쇠가 쥐여 있었다. 아까 봐두었던 두 명의 강자 중의 한 명이다.


‘그래, 어차피 네가 목표였다.’


저 뿔테 안경이 탐지 스킬을 쓰는 게 분명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양옆에서 공략 자경단원들이 쇄도해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별로 볼일이 없는 락스미스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맞서 반격하려는 찰나 마음속에 작은 걱정이 일었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여자, 밸런스가 좋은데? 성가실 것 같군.’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듯 달려오는 모습에 자신감이 차 있었고, 몸이 단단해 보였다. 키 스킬도 무투파 계열인 것 같았다. 그건 그야말로 작은 걱정이었는데, 그녀가 내 눈앞으로 다가오자 난데없이 커다란 두려움으로 증폭됐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러다 죽는다.’라고 되뇌고 있었다.


-깨갱.


아, 정말이지 볼품없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나는 여자의 주먹이 내 몸에 닿기도 전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때 그녀와 짝을 이뤘던 장년 남성이 채찍을 날려 내 몸을 호되게 내리치며 말했다.


“어안이벙벙한 것 같군.”


역시, 쫄보가 된 것 같은 이 기분은 저 녀석의 스킬로 인한 일종의 ‘디버프’인 것 같다. 음평 잔도 끝에서 위나라의 지친 군사들을 마주하고도 한껏 겁을 집어먹었던 마막이 저 녀석이 내게 맡긴 역할이었다. 기세등등하던적도 움츠러든 채 붉은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우우우.”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밤하늘을 향해 길게 소리를 질렀다.


“어딜 시끄럽게 울어대 개새끼가.”


장년 남성은 계속 채찍을 휘둘러댔다.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짜증이 치밀었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그래 조금만 더 해라. 마침내 두려움이 짜증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노려 몸을 일으켰다.


발톱을 벽에 박아넣자, 돌의 파편들이 마치 흙더미를 쥔 것처럼 손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있는 힘껏 ‘도쟁이’에게 던졌다. 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 돌팔매를 피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녀석이 흐트러진 사이 스킬의 효과가 사라졌다.


“크어어어엉.”


우선 짜증 나는 채찍부터. 나는 채찍을 낚아채 팔에 감았다. 꽉 잡아요, 아저씨. 상대를 무게추 삼아 카우보이 밧줄 올가미처럼 머리 위로 훼훼 돌렸다.


“으아아악.”


상상한 것처럼 될 줄은 몰랐다. 이러니 각성한 이들이 힘에 취하지.


무투파 여성 단원은 나에게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도쟁이가 열쇠를 손에 쥔 채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림없지. 말머리에 올가미를 걸듯 도쟁이를 향해 손에 쥔 채찍을 놔버렸다. 실제로 날아간 건 올가미가 아니라 거기에 매달려 있던 장년 남성이었지만.


-···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습니다.

-원한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쓰러진 건 누구? 도쟁이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위험하다. 우선 녀석의 손발부터 제거해야 한다.


“크엉(적).”


적은 순식간에 남은 여성 자경단원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나는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그녀를 손쉽게 처리했다.


-···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습니다.

-원한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2/5]

-스킬을 강화하겠습니까. [Y/N]


[게이트몬스터 : S-103. 라이칸스로프]


【분류】 잡몹 조장

【숙주】 no. 683 안현중

【등급】 중급

【원한】 [2/5]

【스킬】 제법 쓸만한 눈 LV. 7 제법 쓸만한 귀 LV. 7 제법 쓸만한 코 LV. 7 제법 쓸만한 이빨 LV. 7 제법 쓸만한 발톱 LV. 7 알파의 자격 LV. 7 달빛 은신 LV. 4

【착용 아이템】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갑옷


원한 등급이 ‘중급’으로 접어든 다음부터는 힘의 상승이 확실히 체감됐다. 한결 강력해진 발톱으로 바닥을 박차고 도쟁이의 뒤를 쫓았다. 순식간에 놈의 하얀 뒷덜미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망설지 않고 이빨을 박아넣었다.


-[길잡이 72] 왕정태를 해치웠습니다. 왕정태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습니다.


역시 이놈이었어. 뒤를 밟던 락스미스를 처리하고 나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넋을 놓고 방심한 건 그 때문이었을까. 잠시 망설인 사이 어느새 등 뒤에 다가와 선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손 위에 열쇠를 소환했다.


열쇠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은색 빛이 적빛과 뒤섞여 있었다. 망할. 나는 속으로 그의 이름을 짓씹듯 되뇌었다.


‘황태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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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5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3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5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8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77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4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4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93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101 2 11쪽
12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22.08.15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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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10.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4) 22.08.14 111 3 11쪽
9 EP 09.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3) 22.08.13 135 2 11쪽
8 EP 08.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2) 22.08.13 16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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