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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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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586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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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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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DUMMY

눈을 비비고 다시 기계 고블린을 바라봤다. 잡몹이라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텐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인간형 로봇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현기증과 함께 SFZ-038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게이트몬스터 : S-103920151. 기계 마이스터]


【이름】 SFZ-038

【분류】 잡몹

【등급】 유일

【원한】 [1/5]

【스킬】 가상의 파트너 LV. 6 수리 LV. 14 제작 LV. 14


‘이게 어떻게 어찌 된 일이지?’


그때 기계 고블린이 몸을 일으켰다.


“현중 씨, 기계 고블린이 스킬을!”


이서영의 경고에 바짝 긴장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철커덕 소리가 나더니 인간형 로봇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내 가상의 파트너에게서 권한을 거둔 거야.”


조금 전에 본 스킬 중 ‘가상의 파트너’가 있었지. 단순 더미가 아니라 SFZ-038의 의지를 일부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을 준 존재이기 때문에 마치 본체처럼 보였던 거다.


“젠장, 골이 깨질 것 같네.”


기계 고블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두들겨 맞은 뒤늦게 충격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기계의 틀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생명체인 게이트 몬스터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왜 나를 공격한 거지?”


기계 고블린, 아니 SFZ-038이 따지듯 물었다.


<당신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내 일터를 침범했으니까.”


그는 자신이 육성을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게이트 몬스터의 언어에 대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것 같았다.


<일터?>

“이 건물 말이야. 모르겠어?”

<여기에서 무슨 일을 했는데요.>

“그건···.”


SFZ-038이 대꾸를 멈췄다.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딱딱한 기계의 얼굴이 아니라면 표정이 굳었다고 표현해야 할 상황이었다. SFZ-038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나는 에어컨 수리기사였지. 이 건물의 한 사무실에 수리하러 왔는데···.”

“SF···. 아니 공삼팔 씨. 잘 생각해봐요. 그게 마지막 기억이 아닐 텐데요?”


이서영이 폴짝 뛰며 끼어들었다. 그래 맞아. 잡몹의 기억과 자의식은 게이트키퍼의 장악력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SFZ-038은 다시 제 안으로 침잠해 생각에 빠졌다. 더 참지 못하고 말을 걸려는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가상의 파트너, 젠장. 그날도 파트너가 있었으면 이렇게는 안 됐을 거야.”


SFZ-038의 사연을 정리하자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날 바리 오피스텔의 한 사무실에 실외기를 수리하러 왔다. 건물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을 때 빌어먹을 첫 번째 게이트가 열렸다.


“드론의 습격을 받았어.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랐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 구조대를 불러 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럴 리가. 바리 오피스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갔을 테고, 경찰도 군인도 그날 단숨에 와해해 여전히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그래, 그건 내 착각이었어. 동료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수리를 혼자 다녔어요?”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는데 실제로는 안 그럴 때도 많지 뭐. 나는 가족도 없으니 회사에서도 구태여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더군.”


그래, 가족 말고는 누구도 그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게이트키퍼의 소환은 없었어요?>

“1레벨 게이트키퍼는 디스월드로 귀환했어. 이후 2~3레벨 게이트키퍼가 알짱거리긴 했는데 기계를 다룰 줄 모르니, 뭐···.”


어? 레벨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게이트키퍼가 잡몹을 인수인계하는 거였어?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게이트키퍼를 해치우지 못해도 다음에 역할을 넘겨받는 게이트키퍼를 해치우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여기에서 계속 머물렀다면 원한 수치는 어떻게 쌓았어요?>

“뜨내기들이 왔거든. 아주 많이.”


SFZ-038은 기계 계열 게이트 몬스터 중에서 제작과 수리에 특화된 마이스터였다. 그는 심심풀이 삼아 7층을 개조했다. 물론 말이 개조지, 이곳을 던전 삼아 일확천금이나 건져보려고 했던 얼뜨기 락스미스들에게는 요새화나 마찬가지였다.


“심하게 다치게 만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원한이 쌓이더라고.”

"허약한 락스미스들에게 여긴 보물창고나 마찬가지일테니까요. 그걸 계속 방해했으니 원한이 쌓일만 하죠."


그런 방법도 있었군. SFZ-038은 마치 취조라도 하는 듯한 우리 질문을 인내심 있게 받아낸 후 물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대체 누구야?”


그러고 보니 하루아침에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 2년 동안 구속돼 있던 사람에게, 난데없이 나타나 내 용건만 해결하려 했다니.


“크르릉(아, 실례···아니···.)”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 모든 잡몹에게 이 목걸이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다시 안현중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SFZ-038의 굳은 얼굴 너머로 흐르는 감정은 경이일까, 질투일까.


“저는 얼마 전에 잡몹이 됐습니다. 이 목걸이로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건···아무나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겠군.”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벌어진 일을 SFZ-038에게 설명했다. 그가 자아를 잃었던 시간이 길어 설명해줘야 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했다.


“일단 남은 두 달 안에 게이트키퍼를 처리하는 게 목적이라는 뜻이네.”

“네. 쉽진 않겠지만 그렇습니다. 4레벨 게이트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기회가 더 있을 수는 있고요.”


SFZ-038은 대뜸 내 옷-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갑옷- 소매를 붙들고 간절하게 말했다.


“그거 나도 껴주쇼.”


난처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형 로봇과 벽면의 보안 장치를 만들어 낸 솜씨는 우리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그 능력이 탐났다.


“알겠습니다. 우리 한 번 잘 해봐요.”

“이쪽 미믹은 이서영 씨고, 맡은 역할은.”

“총무입니다. 이 총무.”


하긴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네. 그럼 나는 뭐지.


“안현중 씨는 말하자면 히트맨입니다. 보셨죠?”


SFZ-038은 아픈 턱을 문지르며 그래 잘 봤지, 라고 말했다.


“난 신평재. 뭘 만들거나 수리해야 할 게 있으면 전부 나한테 맡기면 돼.”

“그런데 혹시 서른여덟 살이세요?”

“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우리는 다음 계획을 공유했다. 최우선 목표는 최대한 많은 동료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머물고, 아이템을 모아둘 공간을 찾는 것이었다. 신평재는 내 말을 곰곰이 듣더니 건물 내부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여길 쓰면 되잖아.”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건물주가 슬슬 여길 입주할 모양이에요.”

“여길?”

“내일 당장 제가 속한 부서를 이 안으로 입주시킨대요.”

“미친놈들이네.”


그때 이서영이 말했다.


“걱정 마요. 다 방법이 있어요.”


*


영업 2팀은 다음 날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출근했다. 고 부장은 회사의 말도 안 되는 지시에도 일단 출근은 하는 팀원들에게 약간 놀란듯했다. 어쩌겠는가. 직장인이 회사가 까라면 까는 것이고, 게이트가 아니어도 그런 삶을 계속 살아왔는데.


“안 대리님, 어제 부탁한 거는요?”


정지희 대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날 퇴근할 무렵 그녀는 K-570 탄환을 더 구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혹시 몰라서 장 팀장에게 아침 일찍 회사 앞으로 배송해달라고 부탁해놨지만,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다.


“자 여기, 한 줄로 서서 받아 가세요.”

“앗, 고맙습니다.”


그들의 얼굴엔 전쟁에 나서는 군인과도 같은 비장감이 서려 있다. 지금이라도 별일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주고 싶지만, 저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아듣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어제 말한 대로 504호로 가면 됩니다만···. 포기할 사람은 지금이라도 포기해요.”


고 부장의 마지막 설득에 백윤태 차장이 콧방귀를 끼고 앞장서서 건물로 들어섰다. 나머지 팀원들도 뒤를 따랐다. 모두 짐은 간소하게 챙긴 상태. 기자재는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 들이기로 했다. 팀원들의 뒷모습을 본 고 부장이 중얼거렸다.


“다들 미쳤어···.”


하지만 팀원들이 들어서자마자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 고블린들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소리였다. 팀원들의 반응 속도는 하루 사이에 빠르고 정확해져 있었다.


“정 대리, 뒷줄부터 쏴.”

“차장님. 그 새끼 갈겨버려요.”


팀원들은 하루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살아야겠다는, 아니 살면서 월급을 받아야겠다는 직장인들의 집념이 눈물겹게 느껴졌다. 그들의 집요하고 정확한 사격에 기계 고블린 다섯 기가 무력하게 파괴됐다. 만약 저들 중에 락스미스가 있었더라면, 열쇠 조각을 드랍하지 않는다는 데서 의아함을 느꼈겠지.


“그거 봐요. 할 수 있어요. 5층으로 갑시다.”


백 차장은 기세 좋게 소리쳤다. 탄약을 절반 소모한 걸 확인하고는 얼굴에 불안감이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마치 훈련받은 군인들처럼 저도 모르게 사주 경계를 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5층.


이서영과 신평재와 짠 계획은 5층과 7층 사이에 적당한 긴장관계를 만드는 것. 신평재가 남은 재료로 만든 기계 고블린들은 훌륭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어? 저거 뭐죠.”


정지희 대리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마자 복도 끝에서 움츠리고 있던 커다란 그림자가 고개를 들었다.


"저건..."


황태우에게 좇기다가 본 기억이 있다. 층고가 높은 건물 한 층을 가득 채운 모습. 몬스터라기보다는 기둥 같은 그것.


“오우거다!”


아니, 이건 연출이 너무 지나친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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