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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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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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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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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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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33. 사냥의 시간 (1)

DUMMY

[알파의 자격 : ·잡몹 ‘슬라임’이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알파의 자격 : 홉고블린이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알파의 자격 : ·잡몹 ‘흡혈박쥐’가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알파의 자격 : ‘오우거’가 망설입니다.]

[알파의 자격 : ‘싸이클롭스’가 콧방귀를 뀝니다.]


수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고 있자니 ‘알파의 자격’의 발동 원칙과 한계를 명확히 알 것 같았다. 알파와 베타의 계약은 철저하게 역학 관계를 따른다. 쉽게 말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한 게이트 몬스터에겐 스킬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한 번에 유지할 수 있는 구속력도 한계가 있다. 지금은 삼십 개체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알파의 자격에 응한 평범한 게이트 몬스터들과의 계약을 모두 거절했다.


[알파의 자격 : ·잡몹 ‘트롤’이 당신을 알파로 인정했습니다.]


잡몹 중에 트롤이 있었다. 현재 알파의 자격의 구속력은 트롤에 근접한 수준이고, 오우거에게는 약간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아니, 둘 중 누가 세지.


-평재 형, 이 근처에 트롤과 비슷하거나 강한 게이트 몬스터 목록 좀 부탁해.


아무리 레벨이 올랐다지만 알파의 자격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물론 너무 힘을 쓴 후유증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코에서 주르륵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모든 베타는 남쪽으로 이동해라.]


그러자 곳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게이트 몬스터 무리 사이에서 슬라임과 흡혈박쥐, 고블린, 오크, 트롤 등이 걸어 나왔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얼마 전까지 인간이었던 자들이다. 그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면서도 어딘지 서글퍼보였다.


-잠깐 현중 씨. 무턱대고 움직이면 신호기는 찾을 수 없어요.


이서영이 다급하게 말렸다. 그녀의 말이 옳다. 당장은 이들을 구해낼 수 있어도 신호기를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게이트키퍼의 명령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별수가 없다.


-곧 협회 소속 락스미스들이 들이닥칠 거예요.

-아···.

-다행히 이들의 게이트키퍼는 강북구 쪽으로 향하고 있다니까, 바리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거리가 멀어져서 이성을 되찾을 거예요. 그게 아니어도 게이트키퍼를 해치울 때까지만 리젠 상황실 격납고에 두면 돼요.

-···준비할게요.


뭐 어쨌든 베타에게 대강 지시를 내려뒀으니 나머지는 본부에서 알아서 할 거다.


그때 몬스터 등급표가 전송됐다. 락스미스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임의로 만든 표다. 오우거가 트롤보다 위. 개체마다 차이가 있고, 원한 등급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절대적인 지표는 될 수 없다.


"그래도 대강은 맞겠지."


표와 드론의 영상을 번갈아 보며 주변을 조망하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막힐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침 드론의 영상이 전신주를 홰 삼아 앉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를 가리키고 있다.


알파의 자격이 뒤늦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알파의 자격 : 잡몹 ‘라이트닝 드래곤 해츨링’은 당신의 알파가 되길 원합니다.]


두껍고 단단한 비늘에 둘러싸인 3미터 남짓한 몸뚱이. 머리 뒤쪽을 향해 가지런히 누운 두 개의 뿔. 아무리 봐도 해츨링이 맞다. 상식대로라면 해츨링은 잠재력 면에서 여기 모인 다른 모든 몬스터를 압도한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게이트몬스터 : S-103920921. 라이트닝 드래곤 해츨링]


【이름】 가르고닉

【분류】 잡몹

【등급】 유일

【원한】 [3/5]

【스킬】 라이트닝 볼 LV. 1 블링크 LV. 1 드래고닉 오러(미획득)


유일 등급 라이트닝 드래곤 해츨링 가르고닉. 저게 날 적대하려고 하면 막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아까 락스미스들은 저 큰 놈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친 건가.


그때 가르고닉이 드론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말을 따르는 건 어때.」


다음 순간 후폭풍과 함께 놈의 커다란 몸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해츨링이어서 몸집이 작았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크윽."


나는 서둘러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를 다시 작동했다.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으로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다. 더구나 내가 뭘 위해 알파가 되고자 하는지 설득하려면, 이 '변신'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우리가 사람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나도 돌아갈 수 있나.」

“물론입니다. 제가 도와···.”

「네가 뭔데 날 도와!」


아우 귀 따가워. 나는 거의 뒤로 넘어가버릴 뻔했으나 균형을 잡았다. 가르고닉의 입에 번개의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뭔가 좀 어설퍼 보였다. 노란 물로 가글을 하는 모습 같달까.


‘쩌저저저적.’


가르고닉이 입에서 뇌구(雷球)를 토해냈다. 하지만 ‘라이트닝 볼’은 하품이 날 만큼 느린 속도로 날아왔고, 나는 그것을 여유 있게 피했다.


「‘돕는다.’ ‘조금만 더 해 보자.’ 난 그런 말은 안 믿는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아무래도 잡몹이 되기 전의 이런저런 기억이 뒤섞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대꾸하려는 찰나 그 큰 몸이 순식간에 바닥을 훑으며 날아왔다.


“으억.”


후폭풍에 휩쓸려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무리 어설퍼도 해츨링. 이대로 계속 싸우면 설령 살아남아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시윤을 도와야 하는데.”


‘드르르르륵.’


그때 허공에서 탄환이 비처럼 쏟아졌다. 총알은 해츨링의 두꺼운 비늘에 맞고 튕겨 나왔다. 혹시나 해서 들여다봤지만 볼트나 너트, 동전 같은 건 아니었다.


'콰콰쾅.'


이번에는 수백 배는 큰 쇳덩어리가 떨어졌다. 아니 이런 무식한. 포탄이라도 쏜 거야? 하지만 곧 먼지를 뚫고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고전하고 있군.”

“영감님?”


하늘에서 떨어진 건 포탄 같은 게 아니라 영감님이었다. 그가 있고 입던 붉은 갑옷은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힐끗 봐도 추진기와 화기 같은 것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냉병기를 다루는 전사의 갑옷이라기보다는 외계 함선과 싸우는 메카닉 같았다.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평재 형이 손본거야?

-영감님이 고집을 피우는 걸 어쩌겠냐.

-형 영감(靈感)이 끊이질 않는 거겠지.

-데스나이트 사이버 스킨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돼서···.


영감님의 전투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그는 해츨링을 향해 검을 들어 올려 거리를 재는 동작을 취하고는 내게 말했다.


“넌 해야 할 일을 해라. 내가 대화해보겠다.”

“대화하겠다는 게 맞아요?”

“응, 그러니까 믿어라.”


「크아아아앙.」


다시 번개의 구체를 토해낸 가르고닉. 영감님이 검을 고쳐잡고 앞으로 내뻗었다.


‘폴른 립 피어싱.’


번뜩이는 검기가 라이트닝볼과 충돌한다. 두 기운은 어느 한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상쇄됐다. 그때 영감님의 검 주변으로 화염이 퍼져나갔다.


「크억.」


온 몸에 불꽃을 뒤집어 쓴 가르고닉이 괴로워하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러나 가르고닉이 날개를 펼치자 불꽃도 곧 사그라졌다. 방수바지에서 물기를 털어내는 모습같군.


“우와.”


파괴력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화려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봤지? 저거 내가 한 거라고. 데스나이트 사이버스킨 위력이다!


가만보면 평재 형도 순간순간 광기를 드러낼 때가 있다.


“봤냐?”


응? 영감님도 닮아가나. 그때 그가 뒤돌아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가라. 대화로 해결하도록 노력해볼 테니.”


-그래. 여차하면 내 기계 오우거 팀을 보내서 강제로라도 데리고 올테니 걱정 마.


지금은 리젠을 믿는 수밖에 없다.


“믿고 갑니다.”


*


시윤은 미국 팀의 퇴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까부터 강북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를 맴돌고 있었다. 길을 헤매는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녀 자신도 일본에 갔을 때 작전지역에 대해 완벽하게 숙지했고, 정부 기관 오퍼레이터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받았다. 하물며 미국의 팀이라면야.


“그럼 게이트키퍼가 정상이 아닌 건가.”


미국팀은 시윤의 팀을 피해 도망간다기보다, 게이트키퍼의 꽁무니를 추격하는 중이었다. 게이트키퍼의 이동 경로에 따라 미국 팀도 원치 않는 길을 가는 중일 수 있었다.


“규원 씨, 다음 흔적은?”

“다시 지하철역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하···.”


이곳 지형이 아파트 단지의 숲과 같다면 지하철역은 숲의 입구인 셈이다. 미국 팀은 벌써 몇 번째 ‘아파트의 숲’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이 쌍놈의 새끼들이 진짜.”


그들은 아까부터 미국 팀의 꽁무니만 따라가고 있었다. 답답해도 더 정밀한 추격은 불가능했다. 국가 단위 침투조에는 현대의 전자 장비나 키 스킬의 추격을 막는 락스미스가 반드시 뒤섞여 있다. 자기 키워드와 상성이 좋지 않아도 추격 방지 스킬 정도는 배우는 락스미스도 많다.


“이럴 때 현중이 있었으면···.”


현중의 청력에도 한계 범위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때 정규원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티, 팀장님.”


그녀의 눈에도 막 한 아파트 단지를 돌아 나오는 미국 팀의 모습이 보였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미국 팀도 시윤의 팀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어느 쪽도 섣불리 공격하거나 돌아설 수 없을 만큼 두 팀의 거리는 가까웠다. 다나카가 소리 낮춰 경고했다.


“적이 저격할 수 있다, 주의해.”


하지만 시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의 한 가운데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 백인이 앨런이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미 해치웠던 더미에선 느낄 수 없었던 블랙 키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저 멍청한 놈. 사냥꾼이라는 놈이.”


시윤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짐작됐다. 저놈은 이제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이 된 것이다. 물론 그건 시윤의 팀도 마찬가지다. 대치한 그들을 굽어보는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분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어어엉.”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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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P 32. 맨손의 마녀, 강시윤 (4) 22.09.19 42 0 10쪽
31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22.09.18 43 0 11쪽
30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42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4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2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5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8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77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3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4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92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101 2 11쪽
12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22.08.15 10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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