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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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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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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5
추천수 :
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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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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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DUMMY

아침부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황태우에게 입은 상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가라앉았다. 오히려 원한 등급이 오르면서 가중된 능력치가 인간의 몸으로도 일정량 넘어오면서 몸이 가뿐했다.


“회사까지 뛰어가도 되겠네.”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유일 등급이 된 이서영의 능력이 생각보다 놀라워서, 일이 더 순조로워질 것 같았다. 흑이 이서영에게 건넨 아이템은 오우거 치프턴 액스였다. 제법 강력한 무기였지만, 내가 사용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서영이 그걸 꿀꺽 삼키더니 놀라운 걸 뱉어냈다.


-오리하르콘이라뇨, 그건 또 어디에서 주웠습니까.


장한용은 리액션이 풍부한 걸. 이것도 상술인가.


-동네 고물상에 버려져 있던 걸 주웠습니다.

-그게 사실이면 나는 오늘부터 일 때려 치고 동대문구 순찰이나 다녀야겠네요. 그거 킬로그램 당 천오백만 원에 팔리는 물건이거든요.


맙소사. 이서영은 오우거 치프턴 액스를 삼킨 뒤 그 원재료인 오리하르콘을 순도 깊게 되살려 뱉어냈다. 무려 10킬로그램이나···일억오천만 원. 이서영은 <공평한 교환> 스킬의 레벨이 높아지다 보니 교환비가 좋아졌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와줄 수 있을까요. 전처럼 집에서 교환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시죠,


거금을 손에 넣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조금 들떴다. 그래봐야 이건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를 성공시키기 위한 공금으로 쓰이겠지만.


하지만 나와 달리 고 부장은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안 대리는 우리 부서가 가장 먼저 출근해야 한다는 말 잊었어요?”


평소라면 아니꼽게 들렸을 고 부장의 힐난도 조금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아, 죄송합니다, 수비대장님.”


고 부장은 내 사과에 한참이나 분기탱천해 날뛰었고, 덕분에 오전 업무는 조금 늦어졌다. 구 영업2팀, 그러니까 수비대가 맡은 업무는 당연히 회사 경비였다. 고 부장은 겨우 분을 가라앉히고 새로 맡게 된 업무를 공지했다.


“우리는 바리 오피스텔 순찰업무를 맡습니다.”


고 부장의 일방적인 선언에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회사는 오피스텔 몇 채를 소유하고 있다. 고 대표의 아버지가 가욋일로 한 부동산 사업이 제법 성공을 거두면서 사들인 건물이다. 지금은 이 작은 회사 매출 대부분이 거기에서 나온다. 그런데 게이트가 열리던 날, 오피스텔 건물 한 채가 게이트 몬스터의 습격으로 완전히 못 쓰게 됐다.


백윤태 차장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거기 뭐 지킬 설비랄 게 남았나요.”

“근처에서 게이트 몬스터가 안 나타난 지도 꽤 됐고, 입주자를 다시 들일 수 있게 정리 좀 하라는 거죠.”


어차피 퇴출할 거 써먹을 만큼 써먹겠다는 의도인가. 버려진 건물에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무도 회사의 지시를 거절하지 못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정부가 무력해진 이후로 직장인들은 언제나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거나 나가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부장님도 가시게요?”


백 차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고 부장이 가방을 들고 따라나섰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앞장섰다.


오피스텔은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었다. 게이트 몬스터가 얼마나 깊이 침투했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도심의 흉물처럼 변해버린 오피스텔을 바라보며 황재영 과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정말 들어가도 돼요?”

"뭘 겁먹고 그래요, 여긴 안전구역이라고요."


1레벨 초기에 게이트 몬스터는 거의 모든 지역에 출몰했다. 정부와 락스미스 협회는 차례로 주요 지역을 탈환하고 안전구역을 설정했다. 문제는 안전 구역으로 분류되는 지역 내에도 이런 버려진 건물이 수백 채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물 안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다. 열쇠를 주워서 강해지는 락스미스 입장에서는 이런 건물이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죠, 안 들어가면 뭐 별수 있나요.”


정지희 대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도 몸을 떨고 있었다. 이건 나를 남양주지사로 보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죽지 말고 퇴사하라는 것이지만. 사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죠?”

“서윤지 사원.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런 곳에 혈육을 보내겠어?


가끔 고 부장과 고 대표가 정말 남매일까에 대해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잘생긴 오빠를 닮아 그녀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 말고는 아무것도 닮은 게 없었다. 무엇보다 고 대표는 고 부장에게 온갖 더러운 일을 일임했다.


이번 일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장한용 팀장님, 나 좀 도와줘요.

-넵. 뭐든지.


*


바리 오피스텔은 동관과 서관 두 개 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우리가 들어갈 예정인 동관 건물은 대낮임에도 캄캄해보였다. 건물 앞에 서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고 대표가 우릴 좋은 마음으로 보냈을 리 없다는 확신이 굳어졌다.


“들어갑시다.”


고 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 대표는 정말 동생을 사지로 몰 생각인가. 그녀는 발을 더 떼지 못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백 차장, 뭐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지금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거예요?”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눈빛은 백 차장이 더 살벌했지만, 거기에 담긴 의도는 고 부장이 훨씬 잔혹했다. 싫으면 나가. 결국 백 차장이 앞으로 나섰다.


"거리를 좀 두고···따라와요."


백 차장은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참 믿음직스러웠다. 그가 팀원들에게 말하고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때마침 엘쓰리 기동팀 장한용 팀장이 도착했다.


“안현중 씨!”


엘쓰리 배송 트럭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드는 장 팀장이 보였다. 그는 오피스텔 앞에 멈춰 서더니, 우리의 모습을 보고 끌끌 혀를 찼다.


“설마 했더니, 정말 여길 들어갑니까···. 정신 나간 회사네요.”

“좋소가 다 그렇죠, 뭐.”


영문을 모르고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고 부장은 ‘좋소’라는 단어에 불같이 화를 냈다.


“야, 안현중!”


새된 소리가 텅 빈 오피스텔로 비집고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까불면 내가 이 회사 사 버린다?’라고 할 만큼의 로또는 아니어도, 주머니가 두둑해지니까 말이 편하게 나왔다.


“거참, 틀린 말도 아닌데.”


고 부장이 다시 발작하려는 데 장 팀장이 배송 트럭 짐칸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화물에 실린 틈에 나는 고 부장에게 얼른 사과 아닌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인제 와서 죄송하다고?”


‘이런 걸 공격적인 사과라고 하지.’


생계를 유지하는 데 무리 없을 만큼 돈을 벌었어도 회사에서 갑자기 퇴사할 수는 없다. 그 순간 유경수의 실종과 나의 갑작스러운 자진 퇴사를 연결 지으려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추격을 단념하지 않은 ‘공략’도 변수였다.


그래서 지금부터 하려는 행동은 일종의 알리바이를 확보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현중 씨, 여기 주문하신 K-579 여섯 정과 탄환 1200발입니다.”


K-579. 엘쓰리 총수 일가인 최아인의 키 스킬을 분석한 후 총기 메커니즘에 반영해 만든 총기류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이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초급 락스미스에 준하는 화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문제는 가격이 쓸데없이 비쌌다는 것이다.


“총 1900만 원인데, 오늘 판매하신 오리하르콘 판매 대금에서 제하고, 1억4100만 원 입금하겠습니다.”


돈 얘기가 어지럽게 오가자 황 과장이 입을 떡 벌렸다. 장 팀장은 배송 트럭에 올라타며 말을 맺었다.


“언제나처럼 좋은 거래였습니다.”


역시 그는 언제나 멘트가 깔끔했다. 배송 차량이 떠나가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백 차장이 총대를 메고 물었다.


“안 대리, 사설 헌터야?”


게이트 몬스터와 싸우는 데 특화된 건 당연히 락스미스다. 하지만 게이트 몬스터를 사냥하면 나오는 막대한 보상을 노려, 게이트 몬스터 사냥에 나서는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사냥 수확물’을 사들이는 건 당연히 엘쓰리 같은 기업이다.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부업입니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거기엔 어느 정도의 선망과 부러움부터 경멸과 두려움 같은 것들까지 섞여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모두 필요했다. 흘깃 들여다 본 고 부장의 표정에도 그것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한 정씩 가져가세요. 재래식 소총 기반이니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사용에 무리 없을 거고, 사용법 모르시는 분들은 제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황 과장이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소총을 받아들었다.


“안 대리, 이게 다 뭐야?”


황 과장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장 최근에 군생활을 한 건 황 과장이니까 도움이 되겠지.


“황 과장님, 사용법은 아시죠? 다른 분들한테 좀 알려주세요.”


나는 이어서 한 명씩 직접 소총을 건넸다. 내가 이렇게 연출에 능했나. 마침내 고 부장 차례가 왔을 때 그녀는 실눈을 뜨고 말했다.


“이게 다 뭐야. 이 총 아주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목숨보다 더 비싸겠습니까.”


고 부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동안 자신이 쥐덫에 몰아넣으려고 했던 평범한 인간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고 느끼고 있겠지. 그리고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였다. 고 대표의 말에 이렇다 할 저항도 못 하는 그녀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것.


“왜 나에게도 주는 거지?”


그거야 당신을 흔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속내를 감추고 대꾸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죠. 대표님이 저 안에 뭐가 있을지 전부 말해줬다고 생각해요?”

“뭐?”

“대표님은 부장님을 우리랑 크게 다르게 보지 않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고 부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 그거면 됐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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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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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50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3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6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71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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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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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93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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