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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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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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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2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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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DUMMY

강시윤은 새로 맡은 임무가 마뜩잖게 느껴졌다.


「서울 북부에 거점을 확보하고 인근 게이트를 예의주시할 것.」


지령은 단순했다. 하지만 한국 땅에 4개월 만에 돌아왔는데 대뜸 이런 지시부터 내리는 협회에 이가 갈렸다.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시윤은 손안의 검은 열쇠를 응시했다.


‘이게 다 뭐라고.’


협회는 4개월 전 ‘블랙 키’를 소지한 락스미스를 소환했다. 시윤을 비롯해 서른두 명이 거기에 불려갔다. 물론 그동안 블랙 키를 손에 넣은 이는 더 있었다. 하지만 협회 영향력 아래 현재 활동하는 락스미스는 그날 모인 이들이 전부였다.


시윤은 도착하자마자 협회 부회장 최아인과 면담했다. 갓 블랙키가 된 이들에게 따로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참여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최아인은 그녀에게 대뜸 반말로 물었다.


“2레벨 월드 게이트를 파괴할 때 거기에 있었나.”


2레벨 월드 게이트키퍼를 해치울 때 전 세계의 정예들이 모여들었고, 그중에서도 최아인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윤은 최아인이 아무리 영웅이라고 해도 쓸데없이 대우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니. 그땐 내 한 몸 지키기도 버거웠어.”


시윤은 2레벨 게이트 후반 들어서 비교적 단기간에 실력을 키웠다. 그래서 당시 결사대에는 뽑히지 못했다. 월드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던 락스미스가 여럿 죽고, 이후 랭커들이 물갈이 되면서 그녀가 자연스럽게 협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 이번엔 당신도 가야 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할 거야.”


시윤은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최아인에게 쏘아붙였다.


“같이 싸운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가 봐?”


이번에도 별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대꾸가 돌아왔다.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기억에 없어. 필요하면 전사자 명단을 확인해볼 수는 있어.”

‘싸움을 못 걸겠네.’


시윤은 그녀의 태도가 특권의식이나 우월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오히려 모든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일본의 주요 게이트를 파괴해. 여의치 않으면 방해를 하는 정도도 괜찮아.”

“방해?”


시윤은 순간 최아인의 말이 정말로 이해가 안 갔다. 한국의 안전 구역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처지에 일본까지 가서 게이트를 파괴하는 것부터 이상했다. 더구나 뭘 위해 누굴 방해하란 말인가.


“그래 방해. 넌 게이트가 뭐라고 생각해.”

“지옥의 문?”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터져 나온 대답이었다. 사람들에게 게이트의 존재는 난데없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현중도 게이트가 열린 후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최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굳이 문이라는 형태를 유지한 채 표현하고 싶다면···.”


최아인은 잠시 말을 고르는 듯 허공을 응시하더니,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기회의 문. 그래. 진부하지만 이 표현이 더 적합하지.”

“사람들을 죽이는 문이 기회의 문이라고?”

“그래. 거긴 원유 매장지 따윈 상대가 안 될 만큼 중요한 자원의 보고니까.”


최아인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락스미스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열쇠 조각을 모으고 아이템을 구하는 것, 그게 게이트의 활용 가치가 된 지 오래라는 거였다.


“지금은 3레벨 게이트 4페이즈에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주요 전장이기도 하지.”

“대체 뭘 위한 주도권?”

“그건 월드 게이트키퍼와 싸울 때 네가 내 옆에 있다면 자연히 알게 될 거야.”


떨떠름했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그녀도 이미 이 세계가 락스미스 간의 각축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파견 지시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열쇠를 얻을 기회를 놓치고, 끝내는 뒤처질 것이 뻔했다.


“그래. 참가하겠어.”


모르긴 몰라도 그날 불려온 블랙키 락스미스들이 모두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일본 말고도 십여 개국에 침투팀을 파견했는데, 모두 블랙키 락스미스가 팀장과 부팀장을 맡았을 정도니까.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강시윤의 팀은 일본의 게이트 두 개를 파괴했다.

방해 공작도 그 이상으로 집요하게 펼쳤다.

일본인들은 특히 한 번 화가나면 물불을 안 가리는 강시윤을 맨손의 마녀라고 부르며 두려워 했다.


하지만 그만큼 출혈도 컸다. 62명이 파견됐는데, 돌아온 건 45명이었다.

대부분은 일본 락스미스에게 구금됐고, 일부는 게이트키퍼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바로 일부터 떠안겨? 안 해!”


화가 치밀던 시윤의 마음은 그러나 지령과 함께 첨부된 주의사항을 보고 180도 바뀌었다.


「바리 오피스텔에 상주하는 락스미스 안현중에게 거점을 안내받을 것.」


“안현중?”


지령에 첨부된 전화번호는 두 번 돌아볼 것 없이 오랜 친구 현중의 것이었다. 안 그래도 돌아오자마자 현중에게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4개월 전 기밀작전 지시를 받고 몰래 출국하느라 연락도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락스미스가 됐다니···.”


현중은 바보천치 같은 친구였다. 가진 능력을 전부 쏟아부어 경쟁해도 모자랄 험난한 세상에서, 그는 뒷짐 지고 세상에서 물러나 있으려고만 했다. 특히 속 터졌던 건 회사가 안현중을 해고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단을 써도 못 돕게 했다는 거였다.


“대표가 협회 임원이야.”


그런 건 상관없다고 해도 현중은 도움을 거부했다. 시윤은 일본에 있는 4개월 동안 강제로라도 현중의 회사의 본때를 고쳐놓지 못한 걸 후회했다. 게다가 그 사이 현중이 해고됐으리라고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는데 락스미스가 됐다니.


“근데 이 새끼는 왜 전화를 안 받아.”


성질이 난 시윤은 혼자서 빽 소리를 지르고 협회로 전화를 걸었다.


*


미인이라고? 이서영은 시윤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저 익숙한 옆모습에서 누구에게든 바로 쌍욕을 뱉을 것 같은 험악함을 감지했다. 게다가 그의 앞에서 대거리를 하는 건 내가 자주 씹었던 고 부장. 시윤이 좋은 감정일 리가 없다.


“그러니까 안현중 어디 있냐는데 왜 자꾸 딴소리해요? 부장 씩이나 돼서 부하 직원이 어디있는지 몰라요?”


사납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 부장도 잠시 말을 잊은 듯 헛웃음을 흘려댔다. 누구 친구인지 참 장하다. 내가 멍하니 시윤을 바라보는 사이 그녀가 먼저 내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야 인마, 넌 왜 전화를 안 받아!”


뭐? 4개월 동안 말없이 연락을 끊은 게 누군데. 내가 퍼뜩 대꾸하지 못하자 시윤이 작정한 듯 쏟아냈다.


“못 돌아올 뻔했어. 영영 어떻게 될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냐. 나 같으면 걱정이 돼서라도 언제든 전화하면 바로바로 받겠다.”

“오늘은 나도 위험했고···.”

“위험? 너 위험이라고 했어? 나 드래곤 봤다. 너 그런 게 실존하는 거 알았냐? 죽을 뻔했다고!”


망할, 팀원들 다 보는 앞에서 망신살이 뻗쳤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시윤은 그나마 내 영역을 존중해줬다. 물론 회사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던 걸 후회할만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지만, 영업 2팀은 그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이야!


“그걸 따지려고 회사까지 와서 이러는 거야?”


그녀의 폭주는 내가 화가 난 티를 내고 나서야 조금 가라앉았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바리 오피스텔이 왜.”

“여긴 곧 최전선이 될 거야. 그 말을 전할 겸 직접 온 거야.”


저 얄미운 표정. 설마 너 하나 갈구자고 여기까지 왔겠냐, 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착각일까. 어쨌건 그녀의 말에 팀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게이트 몬스터라면 이미 상대했어.”

“그 정도가 아냐.”


시윤이 주머니에서 이상한 단말기를 꺼내 내밀었다. 엘쓰리 로고가 박혀 있었다. 엘쓰리에서 이런 것도 만들었나. 그런 사소한 궁금증은 단말기에 떠오른 문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 이게 말이···.”

“말 돼. 나 일본에 다녀왔다고 했잖아.”


시윤의 표정이 씁쓸했다. 명령문은 국적 불명의 외국인 락스미스 팀이 이 근방에 있는 게이트키퍼를 노리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보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곧 너도 이게 왜 필요한지 알게 될 거야.”


시윤이 묻지도 않은 말에 대꾸했다. 그녀는 지난 4개월 동안 일본에 있었다고 했다. 시윤을 비롯해 수많은 정예 락스미스들이 전선을 비워두고 사라졌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내 눈에서 분노를 읽었기 때문일까. 그녀가 주춤거리며 말했다.


“···미안해. 사실 사과하러 온 거야.”


툭 던진 말 같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서울 시민 안현중에게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 안현중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명령문은 기밀인 듯 다른 팀원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들으라는 듯이 다시 말했다.


“영업 2팀은 당분간 여길 떠나야 합니다. 협회 소속 락스미스들이 깨끗하게 쓰다가 돌려드리겠습니다.”


팀원들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협회의 일이라면 고 대표도 우리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진 않을 것이다. 여기에 숨죽인 듯 숨어서 퇴사 압박을 피하자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락스미스들이 이 건물에 상주하면 리젠 상황실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다.


“시윤아, 얘기 좀 하자.”


어떻게든 설득해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제 입술 위에 가져다댔다. 뭔가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윗층에 게이트 몬스터가 좀 있네. 그냥 두면 안되겠는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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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0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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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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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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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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