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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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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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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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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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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DUMMY

우리가 리젠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데스나이트를 해치웠다는 소식이 실린더를 통해 퍼져 있었다. 내가 데스나이트의 투구를 들고 있는 모습을 긴급대응팀원들이 모두 목격했기 때문에,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이제 고 대표가 더한 걸 요구할 거야. 매달릴지도 모르고.”


고 부장이 경고했다. 그렇겠지. 자기 회사의 직원이 큰 공을 세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것이다. 그러고나면 더 위험한 일을 하라고 요구할 게 뻔했다. 이렇게 될 것을 염려해서 될 수 있는 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일이 꼬여버렸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각오도 각오지만 이제 아쉬울 것도 없지 않아?”


사실이다. 나는 더이상 퇴출 압박을 참아낼 필요가 없다.


“이제 바리 게이트는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가면 되잖아. 락스미스니까.”

“아직도 저를 자르고 싶어서 그래요?”


고 부장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그게 아닌 걸 알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 그녀가 우리를 동료로 생각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건은 달라진 게 없어요.”

“왜 달라진 게 없어? 이제 현중 씨는 어디든 취업할 수 있어.”


좋은 제안이 들어오겠지. 단순히 락스미스가 됐다는 것 이상으로 많은 능력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내겐 달가운 제안만은 아니다.


“지금도 나는 여길 떠날 수 없어요.”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대기업에 바글바글한 락스미스들로 인해 행동이 제약될 수 있다. 더구나 리젠 상황실로 쓰기에 바리 오피스텔만큼 좋은 장소를 또 찾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내가 잡몹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설득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그때 황 과장이 끼어들었다.


“어려울 게 뭐 있어. 유 차장이 뻔질나게 연락하던 에이전시를 내가 알아.”


황 과장이 그걸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경력 채용을 위한 에이전시를 소개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대화에 팀원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었다. 어떤 대답을 골라야 할지 부담됐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게 내 존엄을 지키는 길이에요.”

“데스나이트한테 머리 맞았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정지희 대리가 황당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묻자, 서윤지 사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황 과장은 기억할 것이다. 이게 퇴사 압박을 받던 수년 간 내가 그에게 수없이 토로했던 문제라는 걸.


“락스미스가 아니었을 때 내가 노골적인 압박 속에서도 떠나지 않은 건 일할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가 아니에요.”


물론 회사를 떠났다면 다른 곳으로 끝내 취업 못 했겠지. 하지만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나는 고 부장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물론 괴롭힘이 부족해서도 아니었고요.”


고 부장의 얼굴이 발개졌다. 망신을 주려는 게 아니라 분명히 해두려는 거다.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아까는 어렵게 말했지만, 나는 그냥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을 뿐입니다."


팀원들을 둘러봤다. 다들 소총을 꼬나들고 있다. 고 부장이 엄포를 좀 놨을 수도 있고, 나를 살리지 못하면 앞으로 고 대표의 압박을 견뎌낼 수 없겠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동료를 돕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 그 모든 계산과 압박 아래 있었다고 믿는다.


“나는 부장님을 도와 여러분들과 존엄을 지키는 직장생활을 할 겁니다.”


팀원들의 표정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


리젠 멤버들은 모두 데스나이트 서 영감님이 방금 뱉은 말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케이트키퍼를 죽일 뻔했다고요?”


실린더에 이런 괴물 같은···아니, 무지막지한 자를 내가 죽였다고 소문나 있다는 게 어처구니없다.


“그래, 게이트키퍼가 나를 동원하려고 찾아왔을 때였어.”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지역 게이트키퍼와 직접 싸워본 적은 없다. 게이트키퍼와 만나 살아남은 락스미스들의 '후기'로 막연히 그들의 강력함을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연들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하다.


“강원도에서는 지역 게이트키퍼 한 놈이 락스미스 오십 명을 쓸어버렸다는데요?”

“유일 등급 게이트 몬스터를 수백 명씩 부린다는 그 게이트키퍼 맞죠, 어르신?”


다들 그동안 열심히 조사한 모양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나만 해도 내 게이트키퍼라는 모놀린에 대해 틈날 때마다 검색해봤다. 가장 최근의 정보는 협회 임원급 락스미스 한명이 모놀린에게 당해 리타이어 했다는 소식이었다.


“영감님.”

“듣고 있네.”

“인간이 되려면 게이트키퍼를 잡아야 할 거예요.”


자신감 없는 표현에 그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웃한다.


“정확한 방법은 모른다는 뜻이지?”

“비슷한 사례가 목격된 적은 있어요.”


나는 게이트키퍼를 죽이자 인간으로 돌아왔던 잡몹의 사례를 이야기해줬다.


“영감님과 함께라면 게이트키퍼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시뮬레이션 중인 걸까. 방해하지 않고 그냥 두자 잠시 후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렵다는 뜻인가요?”

“그래. 그때 놈은 제 발로 내게 걸어들어왔지.”


유일 등급으로 올라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했다. 서 영감님은 아파트를 침입한 게이트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는데, 그 중이 유일 등급 게이트 몬스터도 몇 있었다고 했다.


“손해가 커지다 보니 직접 나섰군요.”

“그래, 성격이 급하더구나. 그 방랑자 왕 핸드바스타즈 18세인가 하는 놈.”


어? 마침 이서영도 내 쪽을 돌아본다. 두 사람의 게이트키퍼가 동일 인물이었다니.


“마검을 사용하는 기사였는데, 정상적으로는 당해내기 힘들었을 거야. 속도나 힘 모두 나보다 한 수 위였지.”

“그럼 어떻게···.”

“날 찾아온 게 놈의 실수였어. 거긴 내 홈그라운드인데.”


그가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곧 쇠를 긁는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킬 발동 : 리사이클링 스컬]


격납고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평재 형이 가져다 둔 기계 고블린의 부품들이 갑자기 요동쳤다. 서 영감님이 아까 직접 부순 것들이다. 곧 기계 고블린의 부품들 사이에서 철로 된 스켈레톤 병사가 일어섰다.


"와...."


피그미 늑대들과 딱 어울리는 아담한 사이즈다. 해골 모양만 아니면, 아니 해골 모양이어도 상당히 귀엽다.


“단지 분리수거장에는 저런 걸 만들 재료가 많거든. 저래 봬도 꽤 강해.”


생긴 게 귀엽다고 힘도 귀여운 건 아니다. 그건 내가 가장 잘 안다.


서 영감님은 스켈레톤과 함께 놈을 공격해 결국 가까스로 우위를 점했다고 했다. 그 18세라는 놈도 제법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놓쳤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가 도우면 이번에야말로 이길 수 있는 거 아녜요?”


서 영감님은 잠시 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전의 사투로 그는 내 능력을 거의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을 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놈 밑에 유일 등급 게이트 몬스터가 수두룩할 텐데,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끌어내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어.”


하긴 그렇다. 싸움에서는 전투력이 절대적으로 가산되지 않는다. 그와 게이트키퍼의 전투력 차이가 5이고, 내 전투력이 6이라고 치자. 이 상태에서 내가 합세하면 합산 전투력은 우리가 게이트키퍼보다 위겠지만, 실제 결과는 꼭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그때 이서영이 물었다.


“그런데 왜 싸웠던 거예요?”

“왜 싸웠냐니.”

“저는 그놈 밑에 있을 때, 이성이 완전히 마비돼 버렸을 때 절대복종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게이트키퍼의 지휘로 들어가면 신호기가 파괴되기 전까진 게이트키퍼의 절대적인 명령에 따라야 한다.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가 아니었더라면 나도 남양주 어딘가에 있을 신호기에 휘둘렸을 것이다.


서 영감님이 씩 웃었다.


“바로 그게 인간일 때보다 좋은 점이지.”


무슨 뜻이지. 그때 서 영감님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너 내 스킬이 보이지?”

“네 영감님.”


불복종 LV. 9 폴른 립 피어싱 LV. 17 리사이클링 스컬 LV. 17으로 돼 있다. 폴른 립 피어싱이라는 건 아마 그 꿰뚫는 검기를 말하는 것일테고 불복종은 뭐지? 그러고 보니 아까 갑자기 강력해져서 미친 듯이 날뛴 적이 있지.


“그 스킬을 사용하기만 하면 날 옥죄는 모든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억압이요?”

“그래 아파트의 망할 진상들은 물론···게이트키퍼까지도.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아까처럼 특정한 에너지로 투사할 수도 있어.”


말하자면 ‘버서커 모드’라는 말이다. 게이트키퍼에게 복종해야 하는 잡몹들에게는 그야말로 사기적인 스킬이다. 게다가 입주민들에게 오래 시달렸던 모양인지 이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쯧. 말끝마다 서 씨 서 씨 어린놈들이.”


가만 그러고보니, 데스나이트도 나이트지. 잡몹 상태창에 이름이 ‘씨’라고 나와 있는 것이 이상했는데 ‘Sir. 씨.’ 였나.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이름이었구나.


이서영이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


“요컨대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게이트키퍼를 끌어내면 승산이 있다는 거죠?”

“그렇지.”

“그러면 저희와 함께해주실 겁니까.”


딱. 이서영은 경첩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긴장한 것 같았다.


“아니.”


대답을 기다리던 이서영이 놀라서 문을 떡하니 열어버렸다.


“네?”


하지만 서 영감님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지 않나.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어. 지금은 내 인생 2막을 지켜내기 위해 자네들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군.”


딱딱딱딱딱. 이서영은 이제 본격적으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게이트키퍼 ‘···18세’의 생존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이다.


서 영감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죽음의 기사다운 잔혹한 미소.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떻게 할까?”


그때 갑자기 서 영감님이 내뿜은 진득한 살기가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고작 몇 번이었지만 생사를 넘나든 내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망설일 틈이 없다.


“흑!”


회의실 탁자 위로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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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36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39 0 11쪽
»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1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0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1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4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9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49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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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69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6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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