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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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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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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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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수 :
17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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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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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DUMMY

“너도 일본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온 거야?"


잔뜩 성이 난 게이트 몬스터 대부대가 옛 주택가를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죽일 생명체는 없었지만, 폐가나 전신주 같은 것들에도 화풀이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기세가 워낙 그악스러워서 경험이 많은 시윤의 팀원들도 잠시 얼어붙을 정도였다.


시윤은 미국의 침투조가 우리를 교란하기 위해 일부러 게이트 몬스터를 자극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게 그녀가 일본에서 하고 온 일이라고 했다. 시윤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니, 우린 이 정도로 생지옥을 만들진 않았어. 만약 도쿄 시민들까지 다 휘말리게 만들었다면 국가 대 국가 간 전쟁이 벌어졌겠지.”

"그럼 이 짓을 한 마친 놈들은 전쟁이 벌어져도 상관없다는 거야?"


군대의 화기는 게이트 몬스터나 일부 락스미스에게는 무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위협이 됐다. 이런 시대에도 전쟁은 여전히 재앙이라는 뜻이다. 아니 미친놈들이 더 많아진 세상이니, 눈감고 핵미사일이라도 날릴지 모르지.


그때 부 팀장 정규원이 시윤을 재촉했다.


“그놈들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빼앗기면 게이트키퍼를 잡을 거예요.”

“도(道) 키워드 사용자는 아직 수배가 안 된 건가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람 찾는 데는 그만큼 좋은 스킬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커서, 제때 현장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정규원이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워낙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벌어져서···구로구 쪽에 파견 간 도(道) 락스미스가 그쪽 일이 끝나면 와준답니다.”

“기대할 수 없겠네요···.”


그즈음 팀원 몇몇은 벌써 대열 선두의 게이트 몬스터와 교전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뚫리면 서울 주택가까지는 금방이었다. 하지만 적 락스미스는 교묘히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죽게 두면 되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답답함이 치밀어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뭐?”

“그놈들이 게이트키퍼를 죽이게 두면 된다고. 그러면 습격도 없을 테니까.”

“그건 안돼.”

“왜?”

“당장은 그렇게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한국의 락스미스가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 게이트 몬스터와 싸우는 거 아냐?”

“응.”


너무 당연한 말을 묻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 나는 시윤이 해결할 생각도 없는 ‘딜레마’에 젖어 자기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좋다. 그녀는 더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우릴 억누를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위협과 싸우는 거야.”


이만 지휘에 집중하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시윤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편의점이랑 휴대전화 대리점 있는 3층 건물 뒤편에 셋.”

“뭐?”

“저기, 카센터 뒤에도 다섯 있는데 만티코어가 가로막고 있어서 좀 까다롭겠네.”

“그걸 어떻게 알아?”

“지금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 그냥 믿어.”


라이칸스로프의 귀에 인간의 숨소리는 듣지 않으려 해도 너무 또렷하게 들린다. 가지런한 들숨과 날숨. 목표를 눈앞에 뒀을 때의 가쁜 숨소리는 경보 벨과 같고, 기척을 죽이려 할 때 잦아드는 숨결마저도 침묵치고는 너무 시끄럽다.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빌라 옥탑에 여섯 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리더인 것 같아.”


그놈이 혼자서 계속 떠들고 있거든. 영어로 떠들어대서 뭐라고 말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충 게이트 몬스터를 어느 방향으로 유인할지 지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지시에 따라 건물 뒤에 숨은 여덟 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놈이 몰이조의 조장일 거야. 앞에 선 놈들은 더미나 공격스킬을 활용해 게이트 몬스터를 자극하고 있을 거고.”


시윤은 순간적으로 계산을 끝내고 작전 계획을 세운 것 같았다. 그녀는 팀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게이트 몬스터를 막아내라고 지시하고는 정규원과 온몸이 근육질인 다나카라는 남자를 가까이 불렀다.


“다나카, 자주 쓰던 포지션으로 갈 거니까 부탁해.”

“알았어.”


교포인가. 그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우리 사이에 섰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직도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사람도 하나 있었다. 시윤이 나를 바라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습격조로 함께 가자.”

“좋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고, 시윤은 오히려 떨떠름한 표정이 됐다. 그럴 거면 왜 물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면 절대로 무리하지는 마.”

“그래.”

“정신차리고 발견하는 녀석들은 모두 적이야. 공격해.”

“알았어.”


일단 대답했지만 정신 차리라니 그게 무슨 뜻인지. 뭐 부닥쳐보면 알겠지. 허리춤에 매어두었던 대검을 손에 쥐었고, 열쇠를 꺼내들었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0000.”


[자물쇠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잠시 ‘업화(業火)의 인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윤은 내 손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광채와 화기가 치솟는 대검을 번갈아 보더니,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한 사람 한 사람 손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면 골드 키 사용자를 습격조에 넣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혹시 모를 추가 매복이나 지원에 대비해 적의 상황을 알려야 하니.


“혹시 적이 너무 강하면···.”

“아 글쎄, 알았다니까.”


시윤이 혼자 구시렁댄다. 저건 지랄만 늘었어.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 정규원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묘하게 통쾌함을 느끼는 것도 같다. 너야말로 일본에 가서 있는 지랄 없는 지랄 다 떨고 온 것 같구만 뭐!


“준비한다.”


과묵한 다나카가 손 위에 적색 열쇠를 불러냈다. 그만 닥치고 가자는 뜻이었다. 붉은빛이 도는 저 열쇠는 공식적으로는 브론즈 키. 나보다 두 등급 위의 능력자다. 열쇠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압도될 것 같았다.


“알았어. 다들 마음 단단히 먹어.”


시윤이 열쇠를 불러냈다. 모든 걸 빨아들일 듯한 칠흑의 물질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블랙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동치는 존재감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내가 잡몹이어서이겠지. 시윤이 키 스킬을 사용했다.



【KEY-돌파】

[스킬 ‘인파이팅’을 발동했습니다.]


다음 순간 습격조는 빌라 옥탑 위에 있었다. 시윤의 주먹은 이미 옥탑에 있던 흑인 남성 한 명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적들은 잘 훈련된 것 같았다. 순간적인 습격에도 바로 키스킬부터 발동했다.


【KEY-헬창】

[스킬 ‘증량 또 증량!’을 발동했습니다.]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싼 적들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둔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속도가 느려진 적들은 가뜩이나 라이칸스로프의 신체 능력을 나누어받은 내 움직임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커다란 망치를 들고 달려드는 히스패닉 중년 여성의 공격을 피하고 그녀의 등 뒤를 잡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황급히 돌아서려는 그녀의 목을 그대로 베었다. 경악하는 눈동자와 함께 열쇠의 정수가 파괴된 그녀가 쓰러졌다.


-···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습니다.

-원한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정규원, 뒤!”


정규원은 눈앞의 상대를 차근차근히 궁지로 몰고 있었다. 다나카도 다른 한 명과 대등하게 겨루고 있었다. 시윤이 습격조로 데려온 무투파다웠다. 시윤 그 자신은 놀랍게도 처음부터 적의 조장과 또 다른 한 명을 완전히 압도했다. 히스패닉 여성까지 총 다섯 명. 그러니까 시작부터 한 명이 싸움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크아악.”


짐승 같은 기합을 외친 한 장년 남성의 손아귀에 빛줄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저 무지막지하고 강력한 기운을 본 적이 있다.최공태가 사용한 ‘존버가 답이다!’ 키워드. 저 거리에서 맞으면 열쇠고 뭐고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정규원의 등 뒤로 달려들며 스킬을 발동했다.


【KEY-LOCK】

[스킬 발동 : 자물쇠]

아슬아슬한 타이밍. ‘수직상승’의 붉은 화살 광선은 뿜어져나오기 직전 소멸했다.


[‘자물쇠’ 스킬이 ‘XX코인 372층 거주자’의 키워드를 2초간 제약합니다.]


이 인간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짠하지. 나는 순간의 망설임을 떨쳐내고 대검을 아래로 내려그었다. 하지만 그의 실버 키는 큼지막한 균열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견뎌냈다. 자물쇠 스킬이 작동을 멈추기 직전 다시 횡으로 길게 대검을 휘둘렀다.


-‘XX코인 372층 거주자’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습니다.

-원한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원한 레벨이 올랐습니다.


[게이트몬스터 : S-103. 라이칸스로프]


【분류】 잡몹 조장

【숙주】 no. 683 안현중

【등급】 중급

【원한】 [4/5]

【스킬】 제법 쓸만한 눈 LV. 9 제법 쓸만한 귀 LV. 9 제법 쓸만한 코 LV. 9 제법 쓸만한 이빨 LV. 9 제법 쓸만한 발톱 LV. 9 알파의 자격 LV. 9 달빛 은신 LV. 6

【착용 아이템】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갑옷,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대검


그때 시윤이 몰이 조장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을 쓰러트렸다. 연이어 고전하는 것처럼 보이던 다나카도 어느새 적을 완전히 제압했다. 그러자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몰이 조원 두 명은 황급히 몸을 내빼 달아났다. 내가 그들을 쫓으려 하자 시윤이 제지했다.


“그냥 둬.”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들의 상태를 살피던 정규원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잔인하군.”


잔인? 아 열쇠를 파괴했다고 이러는 건가. 확실히 잔인할 순 있다. 존버 능력자는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절망적인 표정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적의 열쇠를 파괴하지 않고 무력화시켰다. 우열을 가릴 뿐 그동안의 노력마저 허사로 돌리진 않겠다는 거지.


근데 그건 도축업자들끼리의 의리고. 이들에게 언제라도 사냥당해 죽을 수 있는 ‘잡몹’의 입장에선 통쾌한 일일 뿐이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정규원이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곧 시윤이 으르렁대듯 말했다.


“정규원, 정신 어디다 판 거야. 너 죽을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그걸 살린 게 현중이고. 상황 파악이 안 돼?”


정규원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다나카가 물었다.


“그 키 스킬. 적의 키스킬을 봉쇄한 건가?”

“아, 그러고 보니···.”

“골든 키가 맞아? 육체적 능력도 거의 무투파 브론즈 키 사용자 정도는 될 것 같던데.”


의심할 만하다. 적의 몰이 조에도 실버 키 아래는 한 명도 없었는데, 내가 적을 두 명이나 처리한 셈이니까. 뭐라고 대답하지. 머뭇거리는 찰나 갑자기 섬뜩한 기운이 엄습했다.


“이, 이건···.”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적의로 가득한 탄환이 맹렬한 기세로 시윤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피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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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P 32. 맨손의 마녀, 강시윤 (4) 22.09.19 42 0 10쪽
»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22.09.18 43 0 11쪽
30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42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4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2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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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3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4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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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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