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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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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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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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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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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DUMMY

검을 휘두를 땐 이런 표정이었구나. 이를 드러낸 서 영감님의 표정은 야차 같았다. 가볍게 한 공격이었지만, 나는 안간힘을 쓰면서 막아내고 있었다.


“이익···영감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손에 쥔 칼에 점점 더 무게가 실렸다. 그의 검과 맞댄 내 대검으로 검은 마기가 넘실거리며 넘어왔다. 그리고 어지럽게 튀는 동전과 볼트, 너트. 아, 하지 말라고 좀!


“난 인간으로 안 돌아가!”


영감님은 잇소리를 내며 말했다. 검과 검이 맞닿아 미끄러지면서 내는 소리가 마치 그가 이를 갈 때 내는 소리 같다. 무서울 정도의 적개심이다.


“사람 취급도 제대로 못 받는 처지로 굳이 왜 돌아가!!”


손에 가해지는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검의 무게를 점점 견뎌내기 어렵다.

그때 이서영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럼 할아버지 마음대로 해요! 그렇지만 우리한테 이럴 것까진 없잖아요?”


영감님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게이트키퍼를 죽일 거라고 했잖아. 그럼 나까지 인간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고.”

“그, 그게···.”


그래서 죽여서 막겠다는 건가. 살벌한 소리를 하시네.


“이제 겨우 내가 당당해질 세상을 찾았는데 이걸 놓으라고?”


커다랗게 부푼 그의 두 눈이 광기로 가득 찼다.

그때 검은 마기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 서(sir) ‘씨’가 스킬 ‘불복종’을 발동했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 그가 최강의 스킬인 불복종을 사용하던 순간이 기억났다. 가뜩이나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정말 끝인가.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오히려 압박감이 점점 줄었다. 나는 있는 힘껏 그의 검을 밀어내고 몸을 뒤로 빼냈다. 곧 그가 검을 내려놓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게 보였다.


그리고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네들을 죽일 뻔했군.”


마치 개미를 밟을 뻔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게 무슨···.”

“데스나이트는 시시때때로 마성에 잠식되지.”

“그 말씀은, 조금 전의 행동이 데스나이트의 마성 때문이었다는 건가요?”

“그래, ‘불복종’스킬이 데스나이트의 마성까지 밀어낼 줄은 나도 미처 몰랐네. 다행이야.”


정신이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 건 진심일까. 이서영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이제 괜찮은 건가요? 그러니까 우리와 함께 하실 건가요?”

“그래. 나도 함께하지. 힘닿는 대로 돕겠네.”


그의 공격적인 행동은 마성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건 순전한 그의 본심일 것이었다. 이거 위험해서 같이 다닐 수 있겠나. 속으로 혀를 차는데 서 영감님이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향했다. 독심술도 쓰나, 뭘 저리 빤히 바라보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네 검이 더 날카로워야 해.”

“네?”


*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달빛 은신의 스킬과 쿨타임을 충분히 활용해가며 영감님과 함께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나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강해지도록 도와주겠다는 말 말고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는 공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검을 익히려면 저놈들만 한 상대가 없을 거야.”


손가락이 가 닿은 곳에는 흑색 갑옷의 기사들이 보였다. 나야 라이칸스로프의 '제법 쓸만한 눈' 스킬 덕분에 이 밤에도 훤히 보이지만, 영감님도 밤눈이 밝은 모양이었다. 방랑 기사들은 음울하게 공터를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놈의 상태 창을 들여다봤다.


[게이트몬스터 : 방랑기사]

【등급】 고급

【원한】 [2/5]

【스킬】 검술 LV. 17


방랑 기사는 말 그대로 방랑하는 놈들이기 때문에 모이는 일도 한곳에 머무르는 일도 드물었다. 그런데 놈들이 최근 여기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실린더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을 잡으려 들진 않았다. 오늘 와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나같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네···.’


이 정도면 저것들의 손을 빌려서 날 죽이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유일 등급이 눈앞인 놈들인데 저걸 어떻게 상대해요.”

“한 놈씩 상대하면 되잖아. 저만한 연습 상대도 없어.”


물론 다른 기술 없이 오로지 검술만 사용하니까 겨뤄보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을 때나 그렇지!


“그냥 영감님이 한 수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네?”

“넌 늑대가 됐다고 울부짖는 법도 머리로 알고 있었냐.”

“아뇨 그건···.”


그러고 보니 라이칸스로프라는 생명체가 가진 본능을 그대로 수행만 하는 것과 같았지. 데스나이트라는 생명체에게 검술은 내재화된 본능에 가깝다는 건가.


“위험하면 개입할 테니 싸워봐.”


말씀은 잠 쉽죠···. 하지만 나는 별수 없이 나는 그중 다른 무리와 떨어져 있던 한 놈을 향해 은밀하게 다가갔다. 지금은 달빛 은신을 쓰진 않았어도 기척을 숨기는 건 몸에 익었단 말이지. 다행히 놈은 내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대로 베어버리면 쉽게 끝날 것도 같았다.


“우왁!”


갑자기 들려온 개 짖는듯한 소리. 황당함에 돌아섰을 때 이 터무니없는 사태의 원흉이 날 바라보고 서 있었다. 서 영감님은 얄미운 말투로 말했다.


“기습하면 훈련이 되냐?”


그 말이 신호라도 되듯 방랑 기사가 덮쳐왔다. 저 영감님이 또 마성이 도졌나! 방랑 기사의 공격은 영감님의 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검을 마구 휘두르며 피하거나 막아내는 데에만 급급했다.


방랑 기사는 검술의 달인답게 피하는 방향을 집요하게 조여왔다. 나를 공교롭게 만드는 건 방랑 기사의 공격만이 아니었다. 바로 끝도 없는 트래쉬토킹이었다.


“에잉, 그건 막지말고 피해야지. 다음 공격 주도권까지 내주잖아.”

“그걸 흘리긴 왜 흘려? ‘제가 어깨가 결려서 여기 말고 옆구리를 좀 때려주시면 어떤가요.’ 하는 거야?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쯧.”


악을 쓰며 가까스로 죽음을 피해 가는 동안, 영감님은 복덕방 앞에서 장기판에 훈수라도 두는 태도로 계속 떠들어댔다.


“모른다며! 검술 모른다며!”


물론 그의 훈수에 체계적인 구석은 없었다. 마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관리 감독하듯 이리 휘둘러라 저리 휘둘러라 무성의한 조언만 이어졌다. 하지만 아예 영양가가 없진 않은 게, 지금 하는 말들은 그가 만약 이 싸움 당사자라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거였다.


‘데스나이트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라는 거겠지.’


다행히 나는 라이칸스로프의 신체적 능력을 절반 정도 가지고 있어서, 그의 조언을 어느 정도 실행에도 옮길 수 있었다. 당장 적을 밀어붙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발놀림이라든가 흘리고 막는 선택의 기준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며 싸웠다.


‘절그럭절그럭.’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또 다른 방랑 기사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딱히 동족 의식이 있는 놈들은 아니지만, 요란스러운 소리가 놈을 자극한 것 같았다. 놈은 곧장 나를 노리고 다가왔다.


“안 돼!”


한 놈도 버거운데, 두 놈은 당해낼 수 없을 게 뻔하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00···.”


비밀번호를 다 외기도 전에 섬광이 번쩍였다. 다음 순간 내게 다가오던 방랑 기사의 투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아니, 투구만이 아니다. 그 안에 부릅뜬 눈이 채 감기지도 않은 채 검은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싹수없는 놈이 끼어들고 있어.”


나도 모르게 목 언저리를 매만졌다. 붙어 있다. 다행히 붙어 있어. 조금 전에 공격을 보고 확신했다. 영감님이 반드시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내 목을 노린다면 잠깐 버티기도 어려울지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기습하는 쪽이 나였기에 망정이지.


“스킬은 사용하지 마라. 수련에 방해되니까.”

“넵.”


그럼요. 방해되면 안 되죠. 나는 다시 싸울 자세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나는 넋을 잃은 것 같은 방랑 기사의 검을 툭 건드렸다. 그 기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를 응시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영감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식, 너도 겁먹었구나.’


싸움은 그로부터 삼십 분이 더 지나서야 끝이 났다. 평범한 인간의 체력이었다면 벌써 진작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게 됐을 것이다. 방랑 기사도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내가 그놈의 무수한 공격을 막고 피하며 악착같이 상처를 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악.”


녀석의 뒤를 잡은 나는 마침내 놈의 오금을 베었다. 그리고 균형을 잃은 놈의 목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방랑기사를 해치웠습니다. ‘금빛 열쇠 4’의 조각을 손에 넣었습니다. (42/100)


참, 열쇠 조각도 얻을 수 있지. 이건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그때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끝까지 싸움을 지켜보던 영감님이 다가왔다.


“발놀림에 대해서는 나도 설명을 잘 못 하겠군. 어쨌건 넌 특히 그게 서툴다.”

“넵, 분발하겠습니다.”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달빛 은신을 썼다고 해도 데스나이트와 함께 출근 시간의 도심을 돌파하는 건 부담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정해진 업무가 없다지만 나도 직장이니만큼 출근 시간엔 맞춰야 했다.


“서두르시죠 영감님.”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이서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중 씨 살아 있는 거 맞죠···?

-맞아요. 별일 없으니 걱정 마요.


그녀는 아직도 영감님이 내게 해코지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하긴 밤늦게 정확한 목적은 말하지도 않고 데리고 나온데다가, 리젠의 관측이 닿기도 어려운 곳까지 갔으니 쥐도 새도 모르게 쓱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생각해보니 오싹하긴 하네.

-살아있는지 확인하려고 연락했어요? ㅎㅎ

-아뇨, 5층에 현중 씨를 찾는 손님이 왔어요.

-누구요?


5층은 바리 게이트 영업 2팀의 사무실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이른 시간에 누가 왔다는 거지. 더군다나 게이트 몬스터가 우글우글거리는 지역의 폐건물까지.


-미인이네요. 키가 크고 말투가 시원시원해요.


상황실에서 영업 2팀을 관측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런 게 아닌데. 그때 이서영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덧붙였다.


-고 부장에게 자신을 강시윤이라고 소개했어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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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42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43 0 10쪽
»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45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4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7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51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62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55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9 1 13쪽
20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8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77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83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73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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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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