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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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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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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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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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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DUMMY

자신을 협회 긴급대응팀장이라고 소개한 조강태는 아파트 단지 내 초소 쪽을 연신 살폈다. 데스나이트의 행동이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손에 쥔 은빛 열쇠는 곧 사그라질 듯 빛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저걸 막는다고 했나.”


마침내 입을 연 그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잔뜩 섞여 있었다. 대뜸 말부터 놓는 것을 따지지 못할 만큼 공격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지지 않고 대꾸했다.


“막아야죠. 그럼 저렇게 둘 생각이었어요?”


말 한마디에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선다. 아무래도 데스나이트에게 게이트 몬스터를 맡기고 내뺄 생각이었나 보군. 그 후 바리 오피스텔에 주둔하려 했을 텐데, 와보지 않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


“그, 그럴 리가···. 다만 지금은 저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만한 상황이 아냐.”

“물러나면 뾰족한 수가 생겨요? 안전 구역이 1킬로미터도 채 안 남았는데.”


여기까지는 레벨 3 게이트가 열렸을 때 게이트몬스터의 공격을 감당해내지 못해 이미 폐허가 됐던 지역이다. 그래서 캐슬 아파트는 물론 더 안쪽에 있는 바리 오피스텔까지 평범한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너머부터는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어차피 게이트 몬스터들도 데스나이트에 막혀서 움직이지 못한다.”


이제야 솔직하게 말하는군. 당장 당해내지 못할 거 개죽음은 피하자는 그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리 오피스텔로 돌아와 깽판을 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틀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여기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무슨 수로!”


조강태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어디 말이나 해봐. 같잖은 방법이기만 해라. 가만 안 둘 테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평재 형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가 소환한 기계 고블린이 등 뒤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평소와는 모습이 달랐다. 등 뒤에서 광배(光背)를 뿜어대는 모습에서 위압감이 느껴졌고, 손에는 거대한 쇠망치를 들고 있었다.


“저, 저건 뭐야···이 봐!”


조강태의 열쇠가 순간적으로 빛을 뿜었다. 1레벨 게이트의 잔재니까 놀랄 만도 하지. 나는 서둘러 그를 제지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명령에만 따르는 놈입니다. ‘성(聖)’ 속성이 있어서 얼마간 데스나이트와 대적할 만할 겁니다.”


그건 데스나이트를 발견하자마자 즉흥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지체할 시간 없이 흑을 불러냈다. 문제는 등 뒤에 선 고주경 부장이었다. 데스나이트에게 겁을 집어먹은 그녀가 내게서 눈을 뗄 것 같지 않았다. 흑이 도착했을 때 나는 뒤로 돌아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거머쥐었다.


“뭐야?”

“방금 데스나이트가 끔찍하게 적을 베었어요. 못 봐서 다행이네요.”

“무슨 개수작이야. 지금까진 신경도 안 써줬으면서.”


다행히 고 부장이 나를 밀어내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할 일을 다 끝냈다.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어 흑에게 건네받은 건 ‘떠돌이별의 심장’이었다. 떠돌이별의 심장에 빌려올 수 있는 스킬은 대개 하찮은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스킬 발동 : ‘한 줌의 광휘(光輝)’]


종교의 요체가 되는 신앙들은 키워드가 되지 못했다. 키스킬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독실한 신앙인 중에서는 신앙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키 스킬만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평재 형이 만든 기계 고블린에는 한 줌의 광휘면 충분하다.


-데스나이트에게서 버텨낼 수 있을까.


평재 형은 걱정이 많았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엔지니어인 그의 창작물을 미끼쯤으로 이용하는 게 미안하긴 했다. 그래도 성(聖) 속성 기계 고블린의 등장에 조강태의 눈빛에 이채가 깃든 게 보인다.


“제가 기계 고블린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괜찮아도 전투 중에는 아군을 공격할지도 몰라요.”

“뭐, 그런 걸 여기까지 가지고 온 거야?”

“제가 저 기계 고블린만 데리고 데스나이트를 상대하겠습니다. 그동안 게이트 몬스터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상대해주십시오. 이게 제 계획입니다.”

“혼자서? 그게 말이···.”


말이 길어져선 안 된다. 떠돌이별의 심장이 빌려온 스킬 지속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나는 기계 고블린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정 그러시면 여기에 가만히 서 계세요. 달라질 건 없으니까.”

-평재 형, 지금이야.’


내가 신호를 보내자 기계 고블린이 단지 안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기계 고블린의 등 뒤에 바싹 붙어서 뒤를 따랐다. 조강태가 멀뚱히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저들이 데스나이트와의 싸움에 직접 끼어들지만 못하게 하면 된다.


“거기 서!”


그때 긴급대응팀의 여성 락스미스 한 명이 따라붙었다. 안 돼 멍청아!


‘서걱.’


소름이 끼칠 듯한 소리와 함께 날아온 검기가 우리 쪽을 훑고 지나갔다. 기계 고블린의 몸이 뒤로 힘껏 밀릴 정도로 막강한 힘이었다. 뒤따라붙었던 락스미스는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저 멍청이, 왜 따라···.’


하지만 곧 단지 입구 쪽에서 그녀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다행히 더미였던 것 같다. 기계 고블린도 막강한 충격을 받았으나 일단 견뎌냈다. 기계 고블린의 동체에 은은하게 깃든 한줌의 광휘가 데스나이트 검기의 충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역시, 이거면 된다.


-형, 달려!


기계 고블린은 평재 형이 조종하는 대로 데스나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그 기세 그대로 온몸의 무게를 실어 데스나이트를 들이받았다. 갑옷과 기계가 충돌하면서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나는 초소 뒤편으로 뛰어들었다.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가 발동했습니다.]


이 붉은 빛이 초소 너머로 보일까. 잿빛 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투명해진다.


[스킬 발동 : 달빛 은신]


-현중아, 이거 오래 못 버텨!


평재 형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데스나이트는 기계 고블린을 거의 걸레로 만들어놨다. 저렇게 만드는데 2초나 걸렸을까. 저 모습을 보면 긴급대응팀에 작전에 호응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히 긴급대응팀은 사각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하지 못하고 작전대로 게이트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보단 데스나이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마구 날뛰기 시작한 게이트 몬스터에게 대응하는 것이겠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라이칸스로프가 됐을 때의 감각은 스스로 놀랄 만큼 예민하다. 누군가의 낌새를 알아채는 데도 유용하지만, 기척을 감추는데도 탁월하다.


‘절대 안 들켜.’


황태우야 내가 사라진 걸 눈앞에서 봤고, 그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었고,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나는 숨소리도 죽인 채 초소 쪽으로 다가갔다.


‘신호기로 쓸 만한 건 저것뿐이다.’


데스나이트가 계속 등진 채 싸우던 것. 텅 빈 경비초소 안에는 손전등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저게 신호기라면 이 지역 게이트키퍼에게 억눌려 있던 이성이 돌아올 것이고, 설득해낼 자신이 있었다.


「누···구냐?」


고개를 돌렸을 때 데스나이트는 똑바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 고블린이 한줌의 광휘가 깃든 탄환으로 데스나이트의 등을 난사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두른 검기가 무형의 막처럼 탄환을 모두 막아냈다.


‘내가 보이는 거야?’


대답처럼 공격이 돌아왔다.


쓱.


가까스로 몸을 날려 자리를 피했지만 단박에 목이 날아갈 뻔했다. 곧바로 번개 같은 찌르기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크륵.”


녀석이 결정타를 날리기 직전, 때맞춰 흑이 나타났다. 대검을 받아 쥔 나는 일단 녀석의 무차별적 공격을 막기 위해 서둘러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여유 있게 공격을 받아냈다.


-혀, 형.


기계 고블린이 데스나이트의 등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와 검날을 맞대고 있던 데스나이트가 그대로 빠르게 몸을 회전시켰다.


「폴른 립 피어싱」


응축된 검기가 기계 고블린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데스나이트는 검기를 쏘아낸 반동을 이용해 다시 반대쪽으로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등 뒤를 노리던 내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


‘괴, 괴물.’


기계 고블린은 그대로 가동 불능상태가 됐다. 조금 전의 속도라면 마음먹고 내 목을 베려고 했어도 막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깨 위가 허전하게 느껴졌고,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싸움은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아직, 더 버텨야 해!’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를 다시 한번 반대로 돌렸다. 푸른 섬광과 함께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데스나이트의 검에 실린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익···.”


가까스로 한 손에 열쇠를 불러냈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0000.”


[자물쇠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잠시 ‘업화(業火)의 인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장은 곧 대검에 내려앉았으나, 오크와 달리 데스나이트는 잘 버텨냈다. 대검에서 피어오른 업화에 휩싸이지 않았고, 오히려 기세가 단단히 오른 불꽃을 조금씩 밀어냈다. 하지만 업화의 인장의 능력은 그것만이 아니지.


“덤벼!”


나는 놈을 향해 연이어 칼을 휘둘렀다.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일 때보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잡몹일 땐 육체적 능력과 감각 면에서 월등했다면, 열쇠의 힘을 사용할 때는 검술 실력이 조금 더 나았다.


「무···모하다.」


아쉽게도 내 공격은 검술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고, 쇠 파이프로 타이어를 때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몇 차례 검을 섞던 데스나이트는 콧방귀를 끼더니 너무 깊이 뻗은 내 검을 교묘하게 제 몸 안쪽으로 흘려냈다. 그대로 녀석의 영역으로 딸려 들어가 몸이 베어지려던 찰나 나는 몸을 앞으로 번개같이 굴렸다.


“으악.”


꼴사나운 소리가 났지만, 공격은 가까스로 피했다. 그때 놈이 내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눈치챘구나.


“적, 백, 흑.”


내가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는 사이 어느새 초소로 달려든 적의 입에 손전등이 물려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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