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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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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588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19 09:36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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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EP 16. 잡몹 각성하다 (1)

DUMMY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우고 달려오는 오우거의 위압감은 매우 생생했다. 이서영이나 신평재와 싸울 때와는 전혀 다른 본능적인 공포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는 성실하게 제 할 일을 했다.


“쏴.”


백 차장의 지시에 따라 여섯 정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일제사격의 효과는 오우거의 전진을 잠시 멈춰놓는 데 그쳤을 뿐이었다. 멈추지 않고 더 달려온 오우거는 고 부장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얼어붙은 듯 서 있다.


“뭘 넋 놓고 있어?”


오우거가 망치를 휘두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던졌다.


-퍼억.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과 함께 몸이 붕 떴다. 평범한 몸이었다면 그대로 바스러졌을 게 뻔했다.


“부장님, 괜찮아요?”

“괜찮아···.”


고 부장은 조금 놀랐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했다. 그때 팀원들이 등 뒤에서 엄호 사격을 해줬다. 그 틈에 고 부장을 품에 안은 채 몸을 굴려 오우거의 커다란 몸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닌데?’


신평재와 짠 시나리오에 오우거는 없다. 저 녀석이 진짜 오우거라면 여긴 대체 왜 나타난 거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녀석이 이번에는 백 차장 쪽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풀쩍 뛰어올라 녀석의 목덜미에 매달렸다.


“멈춰 이 개자식아!”

-그어어엉.


오우거가 날 떼어내기 위해 발광하기 시작했다. 발악하는 녀석에게 매달린 채 뒤통수를 난타했다. 하지만 그 괴물은 까딱 않고 제 머리를 무식하게 내려쳤다.


“우악.”


녀석의 커다란 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동안 고장나 멈춰 있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포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 귀에는 들렸다.


‘선물.’


이서영의 속삭임.


-띵.


5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나는 오우거의 몸에서 내려와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물론 혼자 도망가려는 건 아니었다. 거기엔 단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대검.」

-모든 이에게 걸맞는 대검.


‘이 식칼이 대검?’


검을 쥐자마자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은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더니 그 끝이 내 머리 위까지 솟구쳤다. 그래. 모든 이에게 걸맞다는 건 이런 의미군. 그나저나 이서영은 이 소인족 용사와 무슨 관계인 거지.


“현중 씨, 조심해요!”


어느새 쇄도한 오우거가 등 뒤를 노렸다. 탄환이 거의 떨어진 팀원들은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정수리를 쪼갤 뜻 떨어지는 오우거의 망치를 가까스로 피하고 대검을 횡으로 길게 그었다. 하지만 놈은 덩치에 걸맞지 않은 순발력으로 뒤로 물러났다.


다음 순간 나무 기둥 같은 발이 내 배를 향해 날아왔다.


“우웩.”


결국 토해내고 말았다.


피?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이 통증에 익숙할 리 없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이 싸움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봐야겠는데? 인간을 초월하는 힘과 스피드를 갖췄고, 무기도 손에 넣었지만 그래봤자 나는 목검 한 번 안 잡아본 초짜. 오래 끌면 죽는다.


‘그럼 이쪽도 피지컬로 상대해야지.’


대검을 마치 비도처럼 잡고 놈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예상대로 내 손에서 벗어난 대검은 원래의 주인에게 걸맞은 크기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찰나의 순간. 오우거의 앞으로 쇄도한 나는 허공을 가르는 대검을 가까스로 따라잡았다. 그리고 기적처럼 대검 손잡이를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안 대리!”


팀원들이 본 건 그 짧은 순간에도 주먹을 뻗어 내 정수리를 내려찍은 오우거와 순식간에 커진 대검으로 녀석의 가슴을 꿰뚫은 채 정신을 잃은 내 모습이었다.


*


눈앞에 투박한 문이 보인다. 병원인가. 아니, 어디로 통하는지 문인지 모르겠다. 손에 무언가 쥐여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대검이 이렇게까지 작아졌나. 아니. 이건 열쇠다. 손 안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금속성 물질을 빤히 바라봤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뿌연 안개로 가득한 세상을 헤치고 나타난 건···개였다. 이번엔 늑대도 아니고 정말 개. 대체 왜 자꾸 개가 꼬이는 거지. 잠시 헛웃음이 나왔지만, 지금 이게 그런 우스운 상황이 아니라는 걸 퍼뜩 깨닫고 말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왜 나한테 물어?


“당신은 내 안내역이죠? 이 상황은 당신이 설명해줘야죠.”

「나도 알아. 하지만 지겨운 걸 어째.」


내 추측이 맞는다면 저 개는 이런 안내를 아마 수천수만 번 했을 것이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위키야.」


인간들을 실린더로 안내하고 열쇠를 건네 끝없이 많은 문을 열도록 돕는 존재.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게이트 몬스터와 대척점에 선 초자연적 존재들이라는 거였다.


“그렇다면 여긴 실린더군요. 제가 왜 여기에 온 거죠?”


갑자기 개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그래, 여긴 실린더야. 여기가 뭐하는 곳이지?」

“열쇠를 주는 곳이죠.”

「아냐, 이 멍청아! 여긴 문을 여는 곳이지. 열쇠는 그래서 주는 거고.」


개는 갑자기 짖듯이 격렬하게 말했다. 아니 정말 짖었나.


「그걸 착각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너희들은 저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관심도 없어!」


닫힌 문을 바라보고 지낸 세월이 길었던 것 같다.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현관문을 바라보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짖는 반려견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근데 저게 지금 감히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할 말이 많다.


“그럼 처음부터 선별을 왜 그따위로 했어요?”

「뭐?」

“2년 전 선별의 날, 나는 집도 없이 여관에서 지냈단 말이에요.”

「집이 왜 없어?」


이 개가 사람 빡 치게 하네. 흑, 백, 적이랑 같이 왔으면 버릇 좀 가르쳐놓으라고 할 텐데.


“월세 들어서 살았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보복 발령을 하는 바람에 급하게 여관 달방에 묵고 있었어요.”

「발령···?」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위키들의 선별이 시작됐다. 그들이 인간 중에 락스미스를 선별해 낸 방법은 투박하고 덜떨어졌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자기 소유의 집으로 소환됐다. 곧 집의 크기만 한 문이 만들어졌고, 문을 열면 위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면! 문을 열면 말이죠. 그 단순한 행위를 두려워하는 인간이 생각보다 많아요!”


나처럼 말이다. 게다가 시윤에게 듣기로 처음에 위키들이 마련한 ‘예비의 문’ 너머 공간과 보상은 집의 크기에 비례했다. 망할 고 대표 같은 놈이 강력한 락스미스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 때문이었다.


“이딴 문을 열지 못하면 패배자가 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


기회의 문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니다. 화를 가누지 못한 나머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에 덜렁 혼자 놓인 문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어?”


뜻밖에도 문이 박살났다. 내 발은 문 위에 뚫린 구멍을 뚫고 그 너머의 또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았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껴버렸다는 것만큼이나 개와 얼굴을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


“저기···제가 이 문을 말이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선별방식이 잘못됐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래서 이제 막 자격을 따지기 시작한 참이야.」


개는 내 상태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덕분에 나도 어정쩡한 자세로 대꾸했다.


“자격이라면, 예를 들어 오우거를 쓰러트리는 것 같은 거요?”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


개는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내 바지춤을 입에 물고 문에서 다리를 빼줬다. 혼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빠지지 않던 다리가 거짓말처럼 쑥 빠졌다. 개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문은 열쇠로만 여는 게 아니라는 상식, 그게 꼭 필요해.」

“그럼 이렇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의미였어.」

“···죄송합니다.”


열쇠 없이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지켜보고 결정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잡몹에 대해서도 아는 건가.


“그러면 잡몹들은···.”

「선별에 대해서는 너에게 더 말해줄 것도, 건의받을 것도 없다.」


개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리고 인제 그만 문을 열 시간이라고 재촉했다. 그래 나도 기다리던 참이다. 열쇠를 손에 쥐고 문 앞에 섰다.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개의 음흉한 표정을 뒤로하고 열쇠를 돌렸다. 열쇠구멍에서 노란빛이 솟구치더니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본 건 끝없이 넓은 순백의 공간에 펼쳐진 수백 개의 문. 거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손에 들고 있던 열쇠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다음 열쇠를 찾아봐. 그럼 또 보자고, 잡놈.」


뭐? 다짜고짜 왜 상소리지.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달려온 폭언에 심사가 뒤틀리려는 찰나에 방금 내게 벌어진 일이 어떤 상황인지 새삼 깨달았다.


“앗, 이거 설마.”


하지만 돌아섰을 때는 이미 문이 닫힌 후였다. 뚫려 있던 구멍이 먼저 메워지더니 곧 문의 흔적도 공간 속으로 함께 사라져버렸다.


“잡놈.”


아무리 되뇌어봐도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위키가 락스미스에게 부여한다는 콜사인이 분명했다. 좋건 싫건 나는 앞으로 다른 락스미스나 게이트 몬스터에게 공식적으로 잡놈이 되는 거다.


“아오···역시 내가 잡몹이란 걸 알고 있었구나.”


잡몹에 잡놈이라니. 참 기구한 팔자도 다 있다. 하지만 이 굴욕에는 보상도 뒤따른다.


‘그래, 바로 이거.’


문이 닫힌 자리에 열쇠고리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밋밋한 원형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매우 정교한 무늬와 글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그 글자는 락스미스가 살아온 방식과 철학을 집약한 ‘키워드’라고 부른다.


뭐라고 쓰여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코인’이라고 적혀 있다면 주야장천 상승과 하락을 나타내는 스킬만 찾아다녀야 할지 모른다. 그게 궁합이 맞으니까. 떨리는 가슴으로 열쇠고리를 손에 쥐자 ‘디스월드’의 언어로 적힌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었다.


【KEY-LOCK】

[스킬 : 자물쇠]


망할, 그놈의 강아지 뒤끝이 있는 편이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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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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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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