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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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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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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2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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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35. 사냥의 시간 (3)

DUMMY

「섣불렀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산다가 조용히 앨런을 노려보며 말했다. 동시에 흑사자들이 일제히 미국 팀을 포위하며 모여들었다. 앨런은 시치미를 떼며 대답했다.


“섣불렀다니, 뭐가?”

「저 인간 없이 너희가 나와 내 아이들을 감당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말이다.」


앨런이 강시윤을 공격한 이유는 명백했다. 강시윤 없이 혼자서 아산다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건 또한 아산다보다 강시윤을 더 경계한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래서 앨런은 윽박지르듯 묻는 아산다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저 여자의 임무가 뭔지 알고 있나.”

「죽이는 것. 언제 죽이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나.」

“이번엔 완전히 틀렸어. 네가 죽지 않게 지키는 거다.”


아산다는 앨런을 지그시 바라봤을 뿐이지만, 그들의 주변에 있던 작은 흑사자들이 주변을 불안하게 배회했다. 아산다의 마음에 큰 동요가 일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니, 그것도 정확하진 않지. 한국인들은 네 게이트만 계속 열어둘 수 있으면 너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그게 문지기의 숙명인 걸 알잖나.”


도발과 기만, 추적. 앨런이 트로피헌팅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백수의 왕인 사자가 아주 단순한 도발과 기만만으로 제 프라이드와 함께 자멸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주 강력한 신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건 게이트키퍼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리라.


「그 말은, 네가 너희 인간들의 씨돼지란 뜻이냐.」


앨런은 아산다가 길길이 날뛸 때 틈을 봐 빠져나가는 게 베스트라는 걸 알았다. 물론 이 기회에 아산다가 강시윤을 끝장내 주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찰나, 아산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너는 게이트키퍼를 직접 만난 적은 없는 것 같구나.」

“뭐?”


말 못하는 사자만 잡다보니 앨런이 착각하고 있던 게 있었다. 그가 사자보다 우월했던 건 타고난 용맹함과 끈기가 아니라 화약과 사륜구동 트럭일 뿐이라는 거였다.


「우리를 한 번 이라도 겪어 봤다면 이렇게 쉽게 속을리 없지.」


아산다의 잔혹한 미소와 함께 인간들의 주변으로 수많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발 구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 정숙함. 바람을 등진 채 나타난 철저한 사냥꾼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암사자 무리는 백 마리가 넘어 보였다. 이들이야말로 사냥의 프로였다.


「너, 사냥감이 되어 본 적도 없구나. 그렇지?」

“이 짐승 놈이!”

「자신이 사냥감이라는 걸 아는 자는 덫에 걸리면 제 상처를 핥지, 엉뚱한 곳에 한눈팔지 않아.」


아산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덫에 걸린 순간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행동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강시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힐끗 그녀를 바라봤지만, 상처가 깊어 보였다. 다 그의 업보다.


“흥, 네가 뭐라든 난 네 놈의 목을 벨 거다. 베어 박제하고 영원히 내 컬랙션에 남겨두지.”

「취미가 조잡한 녀석이군.」

“그게 내가 평생 해 온 일이다, 미련한 짐승아.”


*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시윤 팀의 행방을 쫓아 달려온 나는 한 미국인이 쏜 검은 총탄이 시윤의 가슴을 꿰뚫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다행히 시윤의 열쇠가 그녀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있다.


‘끝없는 추적···저걸 인위적으로 없앨 방법은 하나뿐인데.’


앨런, 저 놈을 속 시원하게 해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윤 말고는 아무도 그를 해치울 수 없다. 다나카와 정규원이 이를 갈면서도 시윤의 주변을 지킬 뿐 달려들지 않는 것도 그걸 알아서겠지. 결국 눈앞에서 막 시작된 무시무시한 싸움을 틈타야 했다.


【KEY-트로피헌팅】

[스킬 ‘컬랙션’을 발동했습니다.]


앨런의 총구에서 구속된 동물의 영혼들이 쏟아져나왔다. 구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뛰쳐나온 코끼리와 기린, 사자 따위의 영혼이 사자들과 뒤섞여 싸움을 벌였다. 싸움은 갈수록 난전이었지만, 미국 팀과 시윤의 팀은 협력하지 못하고 각각 적에게 맞서고 있었다.


‘저러다 다 죽지···.’


이렇게 한가롭게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회는 단 한 번. 아산다와 앨런이 직접 충돌할 때를 노려야 한다. 아산다는 배후에서 부하들을 진두지휘하며 허공에 발톱의 잔상을 날려대고 있었다.


【KEY-돌파】

[스킬 ‘면벽수도’를 발동했습니다.]


미국 팀에서는 그 공격을 앨런의 사격과 보디가드들의 ‘몸빵’으로 막아내고 있었지만, 시윤의 팀에서는 다친 그녀의 공격으로 가까스로 상쇄하고 있었다. 젠장 다친 몸으로 저렇게 무리하면 안 될 텐데.


“곧 결정적인 순간이 온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아산다와 시윤에게는 곧 약속된 15분이 차례로 찾아올 것이다. 데미지가 누적되면 점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 둘 다 움직일 것이다. 당연히 앨런도 거기에 맞춰 받아치기를 준비할 테고.


「크어어엉.」


공기마저 떨리게 하는 사나운 울림. 앨런의 공격을 자세히 관찰하던 아산다가 사납게 울어젖히자 흑사자들이 일제히 멈췄다. 아산다는 나지막이 말했다.


「모조리 뜯어먹어라.」


[게이트키퍼 아산다가 스킬 ‘부족의 식사’를 발동했습니다.]


아산다의 명령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사자들이 앨런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형상을 구분해낼 수도 없는 그것들의 모습은 숫제 검은 탄환이었다. 당연히 제 몸을 돌보지 않은 공격이었다.


‘퍽.’

“으억.”

“아아악.”


탄환처럼 몸을 날린 녀석들은 바닥에 축 늘어졌으나 효과는 엄청났다. 공격이 한 번 적중할 때마다 앨런의 보디가드들이 한 명씩 쓰러졌다. 아산다가 지목하는 개체의 돌격 속도가 비약적으로 오르는 시스템이었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스킬 사용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그때마다 락스미스의 팔이 떨어져 나가고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주변엔 금세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앨런은 흑사자들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산다의 발톱이 함께 날아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앨런을 향해 아산다가 문자 그대로 으르렁대며 말했다.


「사냥꾼치곤 밑천을 너무 많이 보여줬군.」


시윤이 앨런을 보호해주고 있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동안에도 보디가드들은 하나씩 계속 쓰러졌고, 마침내 앨런을 보호해줄 인간방패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개죽음이란 걸 깨달았나.”


하지만 착각이었다. 앨런을 중심으로 강자 몇이 모여들더니 그대로 아산다를 향해 돌파를 시작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은 거였다. ‘부족의 식사’가 그들을 덮쳤으나, 목숨을 건 돌파가 더 빨랐다.


“언젠가 네 빌어먹을 새끼들도 씨를 말릴 거다!”


마침내 아산다의 눈앞까지 도달한 앨런이 괴성을 지르며 산탄총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아산다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피할 작정이었으면 애초에 뒤로 훌쩍 튀어올랐으면 됐을 일. 그는 앨런의 공격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앨런의 공격은 아산다의 검은 갈기에 허무하게 막혔다.


【KEY-돌파】

[스킬 ‘인파이팅’을 발동했습니다.]


아산다가 신경 쓰고 있었던 건 오히려 턱밑을 찌르며 나타난 시윤의 공격이었다. 지친 나머지 예기가 부족했지만 아산다의 복부에 묵직한 충격을 안겨줬다.


「다치지 않았다면 못 이겼겠군, 인간.」


아산다는 처음부터 이 공격을 허용하고, 대신 시윤을 끝장낼 작정이었다. 그의 작전대로 공격의 주도권은 아산다에게 넘어간 상태였으나···.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0000.”


[자물쇠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잠시 ‘업화(業火)의 인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까지 나는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이었다. 뒷다리 근육에서 뿜어져 나온 폭발적인 도약력과 공중에서의 균형 감각, 무엇보다 적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의 예기가 온몸에 실린 게 느껴졌다. 아산다에게 닿기 직전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를 발동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순간 푸른 섬광과 업화의 인장에서 뿜어져나온 불꽃이 내몸을 번갈아 감싸는 게 느껴진다.


‘푸욱.’


아산다의 커다란 두개골을 꿰뚫은 대검 끝이 불타오르고 있다. 아산다의 피와 검은 털이 불타오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눈은 아직 꼿꼿이 뜨고 있었다. 차분하고 깊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난 널 몰라.”

「나도 널 몰라. 오랜만이라는 건 이 죽음을 말하는 거야.」

“겪어 본 적이 있는 것처러 말하는군.”

「끝없는 반복이야. 난 그걸 다시 겪겠군.」


이토록 강력한 몬스터의 사멸은 누구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분명한 궤적을 남기곤 한다. 아산다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힘의 대부분은 내 열쇠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산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디스월드에서 다시 만나자.」


-게이트키퍼 ‘아산다’를 해치웠습니다. ‘금빛 열쇠···’를 완성했습니다. (100/100)


전과는 조금 다른 메시지가 들려왔다. 하루와 하루가 맞닿듯 분별하기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사방이 하얀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정확히는 수백 개의 문이 놓인 하얀 공간.


이곳이 실린더라는 걸 눈치챘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좀 지루한 구간이긴 해.」

“냐기?”


이 보기 싫은 멍멍이. 냐기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주변을 어지럽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떠들었다.


「금빛 열쇠는 다섯 개고, 어제까지 넌 한 개를 얻었을 뿐이지.」


왈. 소리는 내 환청인가. 냐기가 공중으로 풀쩍 뛰어올랐다가 내려왔을 때 그의 입에는 한 무더기의 열쇠가 걸려 있는 열쇠고리가 물려 있었다.


「금빛 열쇠 4, 3, 2, 1을 찾아내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애송이 주제에 게이트키퍼를 쓰러트렸으니 말이지.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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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0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0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1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4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8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48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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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68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8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66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79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82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83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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