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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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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592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9.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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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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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DUMMY

리젠 상황실에서는 생각보다 심각한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점심 모의 전투에 열중하던 교관 평재 형도 이서영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상황실로 돌아왔다. 영업 2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


“여기에서 500 미터도 안돼요. 락스미스와 게이트 몬스터가 대규모로 맞붙었어요.”


상황판에 한 아파트 단지 전경이 들어왔다. 평재 형이 날린 정찰 드론이 현장의 상황을 실감 나게 전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는 입구와 출구가 한눈에 들여다보일 정도로 좁다. 하지만 주변의 길목이 좁아지는 지형이었다.


“저, 저게 다 게이트 몬스터예요?”


단지 북쪽 출구에 점점이 들어찬 까만 점들. 게이트 몬스터들은 마치 오픈런에 몰려든 손님들처럼 단지로 곧 짓쳐들어갈 기세였다. 반대편 남쪽 출구에는 반대로 락스미스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쪽도 수가 상당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왜 다가서지 않고 서로 멀뚱히 구경만 하는 거죠.”

“겁을 먹고 있는 거예요.”

“게이트 몬스터가요?”

“아뇨, 양쪽 다.”


이서영은 두 세력이 마주 보는 단지 한 가운데를 가리켰다. 거기엔 경비 초소가 하나 있었고, 그 옆에 갑옷 차림의 거구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의 발치에 무수히 놓인 건 게이트 몬스터의 사체인 듯했다.


“여기 이 데스나이트가 단지를 통과하는 모든 것을 막아서고 있어요.”

“조금 전엔 락스미스들도 다가섰다가, 박살 났어.”


과연 자세히 보니 반대편엔 인간들의 모습도 보인다. 열쇠를 파괴당하고 진력이 빠진 모습이다. 저 정도면 더 공격할 의지가 없겠는데? 이서영이 생각도 같았던 것 같다.


“양쪽 다 막혔으니 우리에겐 별일 없지 않을까요.”


내 입장에서 락스미스나 게이트 몬스터나 내 목숨을 노리는 사냥꾼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하물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평재 형이나 이서영은 락스미스를 응원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리젠이 바라는 건 ‘전선의 교착’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요.”

“네?”

“락스미스 협회는 공략이 자리를 비우면서 생긴 공백을 어떻게든 메꾸려 해요.”


고 대표에게 전해 들은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줬다.


“저들은 아마 협회가 게이트 몬스터의 예봉을 꺾기 위해 보낸 팀일 거예요,”


상황판에 모습을 드러낸 락스미스는 이십여 명 남짓. 동원령을 통해 락스미스를 충원할 때까지는 저렇게 박박 긁어모은 인원으로 버텨야겠지.


“그럼 더더군다나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겠네.”

“신경이야 안 쓰겠죠. 그런데 상황이 조금 힘들다고 자리 비우고 떠날 팀도 아니예요.”

“그런데?”

“고 대표가 저 팀더러 우리 여기에 머물면서 전선을 지켜달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

“바리 오피스텔이요. 고 대표 망할 놈이 나를 제 사병처럼 생각하고 있어.”


원래 바리 오피스텔은 고명태의 쓰레기통이다. 그런데 제 경영 성과처럼 생색내고 있으니, 협회 임원으로서 전선에 나선 락스미스의 전초기지쯤으로 내어줄 가능성이 컸다. 역시 락스미스가 됐단 건 숨겨야 했는데···.


“가 봐야겠어요. 이 건물에 게이트 몬스터는 들어와도 되지만 락스미스는 안 돼요.”


우선 상황만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동행이 많았다. 우선 언제나 든든한 흑, 백, 적이 따라붙었다. 평재 형은 락스미스와 맞닥뜨리진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의 백업은 언제나 든든하다. 문제는···.


“부장님. 정말 무리 안 하셔도 되는데요.”

“무리가 아니라 꼭 필요한 거야. 고 대표가 언제 칼 물고 뛰어들라고 할지 모르잖아.”

“칼을 물어요?”

“현중 씨 빼고 나머지는 다 평범한 사람들이잖아. 고 대표라면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나머지 팀원들도 사지로 몰아넣을 거야.”


나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지?


“안 대리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사람이 이런 말 하는 거 가증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가서 살아날 구멍이 있는지 봐야 해.”


맞다, 가증스럽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자기 잘못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아마 ‘팀원들이 살아날 구멍이 있는지 보겠다’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이제 자신도 ‘버려진 패’가 됐기 때문에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고, 함께 살아날 구멍을 찾아 발버둥 치게 됐단 사실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상황에 맞지도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않겠지만 미안해.”

“미안하긴요.”

“아냐, 미안한 게 맞아. 제대로 사과할 방법이 있는지 시간을 두고 오래 고민하고 노력할 거야.”


그녀는 K-579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설마 무력으로 도움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겠지? 얼치기 저격수는 평재 형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속은 홀가분해졌다. 아직 완전히 그녀를 믿진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녀가 고 대표와 영업 2팀 사이의 경계에서 영업 2팀 쪽으로 더 넘어와 있는 것 같았다.


짤막한 대화가 끝나갈 즈음 아파트가 나타났다. 데스나이트와의 싸움이 아무리 현대 포격전과는 다르다고 해도 이 정도면 거의 서울 전역이 시가전에 들어간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락스미스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파트 단지 너머에서는 수많은 게이트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와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때 고 부장이 다급하게 내 옷깃을 붙잡았다.


“안 대리, 나 이상해···.”


온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존재감과 살기. 데스나이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갖 위압감에 평범한 사람들은 한 발을 떼기도 힘든 상황이다. 고 부장은 공포에 질려 숨을 거칠게 쉬고 있다.


“돌아가세요. 여기에서부터는 제가 보고 전해드리겠습니다.”

“아, 안돼. 가야 해.”


하여간 관리직이란 자기 안목과 리더십을 과도하게 믿고 괜한 고집을 부리는 존재들이다. 나는 고 부장에게 말했다.


“그럼 제 뒤에 서서 따라오세요.”


고 부장이 등 뒤로 돌아간다. 그녀의 가쁜 숨이 조금씩 안정되는 게 느껴진다.


-현중아. 게이트 몬스터들이 데스나이트에게 달려든다.


멀리서 상황을 조망하던 평재 형이 다급하게 말했다. 경비 초소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나도 귀로 듣고 있다. 조금 전 여러 몬스터들의 괴성이 뒤섞여 들려왔고, 곧 순식간에 멎었다. 평재 형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다. 그 강력한 몬스터들을 모두 한순간에 베어버렸어.


평재 형은 오우거, 트롤, 바실리스크 등 방금 데스나이트가 해치운 몬스터들을 나열했다. 해치운 이름값만으로도 데스나이트의 파괴력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데 그때 데스나이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음식···여기···목요일···.」


그때 락스미스들이 경비초소 쪽으로 빠르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가 게이트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경계심을 푼 사이에 다가서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엄청난 검풍과 함께 전방에 섰던 락스미스 세 명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살아남은 락스미스들은 부리나케 물러났다.


「접근···마라!」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데스나이트가 노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녀석의 검은 투구 위로 익숙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게이트몬스터 : S-103920829, 데스나이트]


【이름】 씨

【분류】 잡몹

【등급】 유일

【원한】 [4/5]

【스킬】 불복종 LV. 9 폴른 립 피어싱 LV. 17 리사이클링 스컬 LV. 17


이 데스나이트는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


캐슬 아파트 205동. 게이트 몬스터의 진격로에 있는 이 단지에서 락스미스의 긴급대응팀과 게이트 몬스터가 충돌했다. 끔찍하게 살해된 게이트 몬스터의 사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하지만 긴급대응팀장 조강태는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저, 괴물은 뭐야···.’


아파트 단지 앞에 선 게이트 몬스터. 검은 투구 아래로 안광이 불탔다. 피 칠갑한 갑옷은 원래 어떤 색이었는지 짐작 가지 않을 정도로 붉다. 어두운 기운을 풀풀 내뿜는 검에선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 무겁고 무겁게 그의 입이 열린다.


「꺼져···라.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인간과 게이트 몬스터를 모두 전율케 하는 음성. 조강태는 은빛 열쇠를 꽉 쥐었으나, 차마 앞으로 나서진 못했다. 눈앞에 재기불능이 된 락스미스들이 보인다. 모두 발을 떼자마자 당했다. 조강태는 무력하게 상대를 바라본다.


“데스나이트. 저런 놈이 왜 여기에···.”


락스미스만 볼 수 있는 게이트 몬스터 상태창에는 전율할 만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일반 게이트 몬스터 ‘추방 기사’가 차근차근 원한 수치를 올려 유일 등급 게이트 몬스터 데스나이트로 승급한 것도 놀랍지만, 중요한 정보는 그 뒤에 나왔다.


“하필 저게 잡몹이라니.”


데스나이트는 최강의 검술을 갖추고 있지만, 그 뼈대는 결국 게이트 몬스터다. 뻔한 함정을 향해 제 발로 걸어들어오거나, 기계 장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팀도 과거 데스나이트를 급속냉동장치 안으로 유인해 가까스로 잡아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판단력이 약점을 상쇄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으앗.”


그때 한 여성이 조강태의 앞을 구른다. 아파트 방면에서 거의 투석기에서 쏘아진 듯 맹렬한 속도로 날아온 참이었다. 조강태가 눈길도 주지 않는 사이 여성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곧 사라진 여성과 똑같은 생김새의 여성이 조강태의 옆에서 나타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거 진짜 대단한데요?”


성희연은 자신의 더미와 공유한 시선을 통해 겪은 사실을 보고했다. 다가오는 것은 뭐든 토막을 내고 꿰뚫던 데스나이트는 그녀의 더미를 만나자 검날로 쳐서 성희연의 앞으로 날려버렸다.


“더미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맙소사.”


조강태는 눈살을 찌푸렸다. 피해가 너무 컸다.


“망할, 어떻게든 저기에서 끌어낼 수만 있어도.”


앞서 보낸 락스미스는 데스나이트를 유인해 내기 위해 무리해서 접근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녀석이 버티고 선 성채 주변은 너무 좁았다. 저 안에서 싸우다가는 모두 한 칼에 비명횡사할 게 뻔했다.


“그냥 두고 가죠. 저놈도 저기에서 나올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맞아요. 어차피 게이트 몬스터도 못 움직이긴 마찬가지 아닙니까.”


데스나이트에게 질린 긴급대응팀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사실 캐슬 아파트를 경계선으로 게이트 몬스터와 락스미스 두 세력 모두 틀어막힌 형국이었다. 데스나이트를 무시해도 안전 구역 사수라는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부상자들을 챙겨, 조금 물러나서 지켜보지. 희연아 넌 협회에서 안내했던 거점 찾아봐.”

“넵.”


아쉬웠다. 동원령이 내려지기까지 남은 이틀 동안 게이트 몬스터를 사냥해서 한 몫 단단히 챙기려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후퇴하는 게 맞다. 더 지체했다가는 목숨마저 위태로울지 모른다. 다행히 아직은 부상자들을 챙길 여력이 있다.


“자 모두 돌아···.”


그때 조강태의 눈에 살벌한 현장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들어왔다. 그들은 마치 출근이라도 하는 듯한 복장으로 이 아수라장에 나타났다. 쯧쯧. 여기 상황이 어떤지 척 보면 모르나.


“뭣들 해! 민간인들 못 들어오게 통제해야지.”


그제야 팀원들이 분주히 나서서 두 사람을 제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팀원들에게 뭔가를 묻는 눈치더니 손을 위로 들어올려 조강태를 향해 소리친다.


“저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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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36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39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1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0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2 1 11쪽
»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5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9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49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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