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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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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595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작성
22.08.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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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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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 20. 잡몹 각성하다 (5)

DUMMY

“너희 단장은 이미 쓰러졌다.”


이 말은 공략 단원들의 발을 묶어놓기에 충분했다. 내용보다 말 자체에 의미가 있는 협박이었다. 게이트 몬스터는 유일 등급부터 급격히 자아가 갖춰져 의사소통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건 잡몹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반 몬스터가 어떻게 말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열쇠도 부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없던 황태우는 내 열쇠를 미처 보지 못했었다. 오우거와 싸우느라 정신없던 공략 단원들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 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거였다.


-잘했다. 기계 오우거가 멈춘 걸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 이제 물러나.


다시 평재 형이 재촉했다. 그는 내 열쇠를 봤을까.


<그 전에 할 말이 더 있어요.>


해야 할 말을 간략하게 전달했다. 평재 형은 내 제안을 마뜩잖아했다.


“우리가 악당인 것 같잖아.”

<어쩌겠어요. 여길 습격하는 순간부터, 아니 게이트 몬스트가 된 순간부터 우린 악역인데.>

“하긴···별수 없지, 준비되면 말해.”


이제 시간이 없다. 나는 곧바로 낮게 울부짖었다.


“크르릉(적, 백, 흑)”


물러나 있던 피그미 늑대들이 달려들자, 공략의 단원들이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목표는 처음부터 그들이 아니었다. 백과 흑이 공략 단원들을 압박하는 사이 적이 기계 오우거의 발치에 쓰러져 있던 왕정태를 입에 물었다.


“아니, 저놈이 부단장을.”


적은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아까 황태우에게 공격당한 게 타격이 컸던 모양이다. 역시 적과 내 상태를고려하면 이대로 물러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호와 함께 평재 형이 나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놈이 너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살리고 싶으면 따라오지 마라.”


인질극이라니. 저들에겐 내가 말을 한다는 사실 못지않게 황당한 일일 것이다. 게이트 몬스터는 대개 좇을지언정 도망가는 일이 없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게이트 몬스터들을 완전히 질리게 한다면 또 모르지만···.


‘그동안은 너무 쉬웠지 요놈들아?’


락스미스는 게이트 몬스터에게 패배해도 목숨만 보전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회복하고 레벨업하고 약점을 분석해서 되돌아오면 전투의 양상은 전과 달라지게 마련이었다. 거꾸로 게이트 몬스터가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골치 좀 아프겠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단원들을 비집고 초로의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10~20대가 주류인 다른 단원들 사이에서 유독 튀는 존재다. 회사의 관리자 같은 느낌이랄까. 그는 성마른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 라이칸스로프, 난 공략의 고문으로 있다. 정말 우리 말을 알아듣나?”


역할도 고문이었군.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자경단을 관리하기 위해 조직 관리에 능한 이들이 섭외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녀석이겠지.


“그럼 내가 여태까지 한 건 말이 아니고 뭐겠냐.”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 한데 말만 섞어봐도 유일 등급 게이트 몬스터처럼 자아가 있는 게 확실하군.”


여기까지는 상황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더 확실한 정보를 넘겨주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나는 괜히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래, 말을 좀 할 줄 알다 보니 나도 타협이라는 걸 할 줄 알아.”

“타협?”

“저놈을 돌려주겠다. 내가 안전히 빠져나간 후에 말이지.”

“그렇게 못하겠다면.”

“죽는 거지 뭐. 우선 저놈부터.”


적이 정신을 잃은 왕정태를 입에 문 채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다음은 너희들이야.”


하지만 공략의 고문이라는 놈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겁이 없다기보다 마치 자신은 전장 밖에 있기라도 한 것 같은 태도였다.


“이 봐, 나도 싸우자는 게 아니야.”

“뭐?”

“그자가 적합한 인질인 것 같나?”


적합한 인질이라니, 이상한 표현을 다 보겠군. 고문이라는 놈은 계속 떠벌였다.


“그놈은 말만 부단장일 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그놈 하나 구하자고 널 놔준다면 여기 단원들 반발이 심할 거야.”

“···그러면 뭘 어쩌란 거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인질은 따로 있지.”


고문은 슬그머니 쓰러져 있는 황태우 쪽을 바라봤다.


‘아, 단물 다 빠졌으니 황태우를 데려가라?’


공략의 주인은 황태우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듯 단호한 태도였다. 이게 누굴 정말 닭대가리로 아나. 나는 닭이 아니라 개, 아니 적어도 늑대 대가리다. 그 정도 계산은 뻔히 들여다보였다. 락스미스도 싫지만 되도 않는 머리 굴리면서 호가호위하는 녀석들은 정말 질색이다.


나는 평재 형에게 될 수 있는 한 조소를 가득 담아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럼 넌 어때? 인질로 적합한가.”


그리고는 당장 물어뜯어 버릴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었다.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던 녀석은 다시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한심한 놈 같으니.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왕정태가 능력을 잃었을지언정 ‘심연 속 실린더’의 구조에 대해 아는 게 있을 거였다.


‘그러니 이놈 대신 차라리, 황태우를 버리는 카드로 선택한 거겠지.’


그때 평재 형이 통신 장치로 독촉해왔다.


-서둘러! 곧 다른 자경단의 락스미스들도 몰려올 거다.


그래, 상황이 이 지경이면 아마 지원 요청을 했겠지.


“명심해라. 따라오면 죽인다!”


협박은 효과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추격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춤대며 기계 오우거를 경계할 뿐이었다. 우리는 적을 교란하기 위해 ‘리젠’과는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평재 형은 제작[LV. 14] 스킬의 최대 사거리를 넘기 직전, 기계 오우거 소환을 해제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된 거예요?>


기계 오우거는 자경단원의 공략으로 완전히 파손된 부위를 제외하고는 격납고로 전송됐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조금만 수리하면 기계 오우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전처럼 여러 기의 기계 고블린으로 되돌릴 수도 있고.


“놈들은 지금쯤 밤하늘에 별이 참 많구나,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하하하.”


보기 좋게 속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짜릿했다. 평재 형처럼 배가 찢어지게 웃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라이칸스로프의 모습이니 라이칸스로프의 방식으로.


“아우우우.”


*


어둠이 감싼 바리 오피스텔로 돌아왔을 때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긴장한 탓이기도 했지만, 잡몹이 된 이후 거의 매일같이 이런 이중생활을 하느라 피로가 누적되기도 했다. 그래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은신을 풀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역시, 이게 편해···.”


바리 오피스텔을 향하는 시선이나 카메라는 모두 리젠 상황실에서 감시되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 어떤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자유를 누릴 새도 없이 평재 형이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왕정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놈은 어떻게 할 거야?”


그러고 보니 필요가 있어서 데려오긴 했지만, 구체적인 건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평재 형이 말했다.


“기계 고블린 격납고를 조금 개조해서 가둬두면 어떨까?”

<그게 좋겠어요.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는 빨리 결정할게요.>


그가 왕정태를 데리고 격납고로 가버리자 이서영이 나타났다. 흑이 어슬렁어슬렁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경첩은 열리지 않았다. 흑이 풀 죽은 채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향해 말했다.


“현중 씨, 우리한테 할 말이 많죠?”

‘뭔가 알고 있구나.’


그도 그럴 것이 이서영은 공략의 아지트에서 벌어진 상황을 모두 지켜본 터였다. 별일 없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듣고 싶진 않겠지. 그렇다고 락스미스가 됐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가 힘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에게라면.


“미안해요.”

“미안하다니, 뭐가요?”

“진작 말하지 못한 거요.”


내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잠자코 있자, 이서영이 어렵게 입을 뗐다.


“그들처럼 굴지 않을 거죠?”

“그들이라뇨.”

“다른 락스미스요. 그들처럼 열쇠 조각을 얻기 위해 우리를 사냥한다거나···.”


맙소사, 이서영은 저런 것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같은 인간인 유 차장에게 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인간, 아니 락스미스가 된 인간을 믿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게 설령 락스미스가 된 잡몹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일은 없어요. 결코.”


나는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에 손을 얹고, 달 모양 장식품을 반대로 돌렸다. 곧 붉은빛이 스쳐 지나갔고, 어느새 상처 입은 라이칸스로프의 몸이 나타났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기꺼이 게이트 몬스터가 됐다.


<그런 일은 없어요. 결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자, 이서영이 문을 열었다가 천천히 닫는다. 그러니까 저건 고개를 끄덕이는 거겠지. 내 추측에 확신을 심어주듯 이서영이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축하해요 현중 씨.”

<축하요?>

“현중 씨가 그랬잖아요. 2년 전 락스미스로 선택받지 못해서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다고.”


목숨이 걸린 싸움에 자꾸 내던져지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전이라면 꿈에라도 얻고 싶었을 능력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고마워요, 그런데 ‘LOCK’이라니 어째 좀 삐딱한 키워드네요.>

“그렇게 생각해요?”

<네. 나 혼자선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다른 락스미스의 능력이나 방해한다는 게 어쩐지 천성이 훼방꾼인 것 같아요.>

“어그로에 목숨 건 잡몹에다 훼방꾼이면 레지스탕스네요.”


멋있어요. 이서영이 괜히 추켜올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주책맞게 기분이 좋아졌다. 기껏 주류로 각성하고도 저항 세력이라니. 아무래도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크르르릉.”


내가 난데없이 으르렁대자 이서영이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하품을 한 것뿐인데···. 그런데 늑대가 이렇게 하품을 하나. 아무래도 라이칸스로프의 감정 표현이나 신체 반응은 인간의 것을 늑대와 비슷하게 표현해놓은 것에 불과한 것 같았다.


“졸리죠?”

<네, 이만 퇴근해야겠어요.>

“그러지 말고 여기에서 자요.”

<네?>

“숙직실 만들어놨어요.”


상황실 한쪽에 침대가 있었다. 접이식 야전침대 같은 걸 기대했는데, 척 보기에도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한 장식이 수놓아진 침대가 있었다. 중세 귀족이나 왕이 사용했을 것 같은 침대를 보며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부담갖지 마요.”

<어떻게 부담을···.>


문제는 그 침대가 작다는 거였다. 거의 내 팔뚝 크기 정도.


<혹시 이거?>

“네. 성장판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침대예요.”


또 뭘 먹고 뱉어놨군. 전부터 궁금했지만 소인족 용사와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 리미트를 해제한 것도 아니고 제거됐다니 그건 또 무슨 뜻이지. 궁금한 건 많지만, 너무 피곤했다.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손을 올려놓자, 내 몸에 맞게 사이즈가 변했다. 킹사이즈였다. 이서영은 침대 아래로 쑥 들어가버렸다. 평재 형은 격납고에 있겠지.


“잘 자요, 서영 씨. 평재 형.”

“잘 자요, 현중 씨.”


두 층 아래 일터는 내일도 지옥이겠지만, 오늘 밤만은 포근한 안식처에서.

가족들과 함께.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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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P 36. 사냥의 시간 (4) 22.09.26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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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P 34. 사냥의 시간 (2) 22.09.23 24 0 11쪽
33 EP 33. 사냥의 시간 (1) 22.09.21 27 0 11쪽
32 EP 32. 맨손의 마녀, 강시윤 (4) 22.09.19 36 0 10쪽
31 EP 31. 맨손의 마녀, 강시윤 (3) 22.09.18 35 0 11쪽
30 EP 30. 맨손의 마녀, 강시윤 (2) 22.09.16 34 0 11쪽
29 EP 29. 맨손의 마녀, 강시윤 (1) 22.09.15 36 0 10쪽
28 EP 28. 데스나이트 서태상 (5) 22.09.13 39 0 11쪽
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1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1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2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5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9 1 13쪽
22 EP 22.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2) 22.09.01 49 1 11쪽
21 EP 21.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1) 22.08.31 61 1 13쪽
» EP 20. 잡몹 각성하다 (5) 22.08.30 62 2 12쪽
19 EP 19. 잡몹 각성하다 (4) 22.08.29 69 2 12쪽
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67 2 10쪽
16 EP 16. 잡몹 각성하다 (1) 22.08.19 80 2 11쪽
15 EP 15. 잡몹 아지트 '리젠' (4) 22.08.18 83 2 10쪽
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84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92 2 11쪽
12 EP 12. 잡몹 아지트 '리젠' (1) 22.08.15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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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 09.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3) 22.08.13 128 2 11쪽
8 EP 08.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2) 22.08.13 159 3 13쪽
7 EP 07.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1) 22.08.12 1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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