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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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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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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4
추천수 :
68
글자수 :
17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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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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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36. 사냥의 시간 (4)

DUMMY

냐기가 입에 열쇠를 문 채 걸었다. 나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그러는 동안 끝도 없이 많은 문이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실린더를 이루는 하얀 공간은 그저 문과 문 사이의 여백일 뿐이다.


냐기는 어느 낡은 문 앞에 이르러 예고 없이 멈춰 서더니 바닥에 열쇠를 내려놨다. 그가 바닥에 내려놓은 열쇠는 총 네 개.


「집어라.」


바닥에 떨어져 있던 열쇠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 조각들이 내 손에 쥐여 있던 열쇠로 빠르게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금빛 열쇠 4를 완성했습니다.

-금빛 열쇠 3을 완성했습니다.

-금빛 열쇠 2를 완성했습니다.

-금빛 열쇠 1을 완성했습니다.


열쇠는 그 어느 때보다 영롱하게 빛났다. 단순히 새로운 금빛 열쇠만 손에 넣은 게 아니었다. 3개의 문을 지나쳐 온 만큼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같은 색의 열쇠여도 숙련도에 따라 그 힘은 현저하게 다르지.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나.」


그래 이젠 분명하게 느껴진다. 열쇠가 하나씩 손에 들어올 때마다 힘이 현격히 달라졌다. 더 단단한 문을 열고 넓은 공간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 파워 업 말고 스킬은 안 줘?”


개의 얼굴에서 진상을 대하는 서비스직원의 표정을 본 것 같았다. 냐기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스킬을 직접 주는 건 처음뿐이다···. 지금부터는 실린더를 헤매며 직접 찾아야 해.」

“그렇다면 옳은 문을 열어주는 것도 지금까지라는 거네.”

「옳은 문이라고 생각해주니 고맙군. 그래, 저 너머에서는 열쇠를 찾는 것도 열 문을 고르는 것도 네가 직접 해야 해.」

“그럼 ‘****’ 스킬 비밀번호라도 알려줘.”


내가 ‘0000’ 하나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하냐.


「그런 것도 떠먹여 줘야 하나?」

“그게 뭐 떠먹여 주는 거야! 다른 위키들은 스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도 해 준다는데 이건 뭐 달랑 던져만 주면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하지.”


게다가 나와 같은 스킬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헤매도 찾을 수 없다고.


「‘****’는 위키들의 봉인기를 빌려오는 스킬이야.」

“업화의 인장이 누군가의 봉인기라는거네?”

「그래. 그 스킬은 대단치는 않지만, 그래도 위키들의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내가 그걸 마치 메뉴얼처럼 읊기라도 하면 다른 위키들이 참지 않을 거다.」


그래. 더러워서 직접 찾는다. 그리고 방금 그 말은 제법 힌트가 됐다. 커뮤니티 실린더와 엘포에는 위키들에 대한 정보도 제법 있었다. 위키에 관한 정보를 찾다 보면 비밀번호를 알 수 있겠지.


「이제 문을 열어라.」


냐기는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래. 이제 문을 열어야지. 전에도 경험했듯이 실린더에서 보낸 시간은 현실에서 찰나에 불과하다. 실린더에 더 오래 머무른다고 더 긴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가 흐르건 내 마음은 조급했다. 흑사자들이 다친 시윤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 금빛 열쇠를 손에 쥐었다.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고 돌리자 눈부신 광채가 쏟아져나왔다. 열린 문틈으로 발을 내딛자 전혀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너른 평원과 숲, 현실에선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발치에 놓인 은빛 열쇠.


그걸 바라보는 순간. 손안에 담긴 열쇠의 색이 변했다.


-‘은빛 열쇠 5’를 획득했습니다.


이제 다시 은빛 열쇠 5를 완성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되겠지. 자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열린 문틈으로 냐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문을 빠져나오자 비로소 문이 닫혔다.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실린더지.」


문 너머에서 작별 인사를 하곤 했던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꾸 불친절하다고 하길래.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려고 따라왔다.」

“오.”

「여기에선 문을 찾는 것도 네 일이다. 열지 말지 선택하는 것도 네 일이야. 어떤 문을 언제 여느냐에 따라 내 열쇠가 품는 힘이 달라질 거다.」

“거기에 대한 정보를 달란 말이야.”

「애석하게도 난 그 정도로 친절하진 않다. 다만 지금부터는 제한적으로나마 원할 때 실린더에 올 수 있으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찾아보도록.」

“뭐? 어떻게!”

「문을 열려면 열쇠를 써야지 멍청아.」


다음 순간 나는 현실의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야말로 집채만 한 아산다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분노한 흑사자들의 포효가 현실감을 더했다. 그때 흑사자들의 울음소리를 지워버릴 만큼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콰콰쾅.’


앨런의 더미들의 코앞에서 일제사격했다. 탄환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 번개같이 몸을 일으킨 시윤이 아산다의 몸통을 내려쳤다. 거대한 몸이 허물어지며 탄환을 대부분 받아냈다.


저 개같은 놈이 진짜. 대검을 뽑아냈을 때 녀석은 이미 흑사자들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고 있었다. 흑사자 중 일부가 녀석의 뒤를 쫓았다.


“앨런을 잡···아악.”


[‘강시윤’에게 ‘끝없는 추적’의 데미지가 누적됩니다.]


나는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져 내리는 시윤의 몸을 떠받쳤다. 품에 안긴 그녀의 몸이 엄청나게 경련하고 있었다. 이 상태론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때 흑사자들의 공격을 뚫고 다나카와 정규원이 다가왔다.


“팀장, 괜찮아요?”


하지만 그들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특히 다나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이대론 안 돼. 그때 덩치가 큰 흑사자 몇 마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열쇠를 불러냈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0000.”


[자물쇠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잠시 ‘업화(業火)의 인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불타올랐다.신체를 활성화하는 인장의 힘도 훨씬 강해졌다는 게 체감됐다. 힘의 근원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듯 맹렬한 힘을 내는 은빛 열쇠였다.


“비켜!”


리미트가 제거된 소인족 용사의 대검은 채찍 같은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맨 앞에서 다가오던 흑사자 한 마리가 마치 파리채에라도 맞은 듯 멀리 나가떨어졌다. 검날로 때렸지만 기절할 만큼 아플거다.


“당신, 실버 키?”


정규원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부풀었다. 잠깐 사이에 열쇠의 색이 바뀌어 있었으니까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다나카, 정규원 씨. 시윤이를 지켜요. 다녀올게요.”


두 사람은 그 말만으로 내 의도를 모두 눈치챈 것 같았다.


“그래, 부탁해!”


정규원은 팀원들을 불러 모으더니 본격적으로 시윤을 지키고 섰다. 자력으로 빠져나가는 대신 일단 공격을 버텨내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정규원은 내가 앨런을 추적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구조대가 오면 팀장을 맡기고 바로 따라갈 테니까 절대 놓치지 마!”


망설일 틈이 없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앨런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렸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자마자, 나는 변덕을 즐기는 이의 가호를 사용했다. 붉은 섬광을 뚫고 나오자마자 훨씬 예민해진 후각과 청각이 앨런의 자취를 훑었다.


“흑, 백, 적!”


기다렸다는 듯 좌우에서 피그미 늑대들이 나타났다. 내가 라이칸스로프로 변한 건 단순히 추격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부턴 사냥의 시간이었다.


*


앨런은 참담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뒤를 따르는 팀원은 십여 명뿐이었다. 이마저도 다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흑사자들이 그들을 추격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사자들을 죽여 박제하기 위해 따라다니는 동안에도, 그들의 사냥솜씨에 감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젠장, 이렇게 오싹한 느낌이었군.”


감상에 젖어 있을 틈이 없었다. 이 상태에서 흑사자들에게 습격당하면 힘이 빠진 앨런도 위험했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달렸다. 게이트 몬스터들에 의해 폐허가 된 주택가를 따라 북쪽으로 삼십여 분 더 가야 미국과 연결된 포털이 나타난다.


‘이런 막대한 피해는 예상 못 했는데.’


게이트키퍼를 사냥한 대가도 결국 한국의 애송이에게 빼앗겼으니 건진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협회에 할 말은 있었다.


‘강시윤을 잡은 건 분명 성과야.’


그녀의 능력은 앞으로 두고두고 미국에 방해될 게 뻔했다. 앨런은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 미국의 락스미스협회가 했던 브리핑을 떠올렸다. 한 마디로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은 3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는 게 골자였다.


“그래···다시 국가 간 경쟁이라는 거지.”


인류의 정예를 소집하면 3레벨 월드게이트키퍼를 해치우는 건 무리가 없다는 게 공통된 계산이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그 싸움에서 누가 더 적은 피해로 큰 보상을 얻느냐는 거였다. 4레벨이 열렸을 때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구상이었다.


3레벨, 4레벨 어쩌면 18, 19레벨이 되도록 영원히 이런 싸움을 반복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하는 게 맞는다고 앨런은 생각했다. 그가 알기로 유럽에서도 벌써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인들도 곧 같은 결론을 내릴 테지.”


그런 대인 전투에 능한 타입을 그냥 두면 손해가 크지. 앨런이 그렇게 계속 자위하고 있을 때 멀리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그는 늑대 울음을 사자의 소리로 착각할 만큼 겁에 질려 있었다. 초원과 밀림을 숱하게 헤맸지만 결국 ‘기획 관광’의 관광객일 뿐이었던 그는 포식자의 호통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금이 저려 주저앉을 만큼 놀랐던 그의 옆에서 짤막한 비명이 들렸다.


“억.”


사라진 건 비명만이 아니었다. 그의 옆에서 달리던 락스미스 한 명이 온데간데없었다. 연이어 또 다른 비명들이 들려왔다. 앨런은 온갖 포식자들에게 사냥 당하는 누우 떼를 구경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땐 왜 협력해서 싸우지 않을까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미련한 생각이었다.


“아아아아악.”


앨런은 공포에 질려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더미를 사방에 소환해 다가오는 모든 것을 난사했다. 그의 공격해 남은 락스미스가 쓰러져나갔다. 홀로 달려가는 그를 향해 거대한 늑대의 그림자가 엄습했다. 그때 늑대의 등 뒤에서 깨진 유리처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어어어엉.”


앨런은 패닉 속에서도 그래. 이게 진짜 사자의 울음소리야, 라고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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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41 1 11쪽
26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1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2 1 11쪽
24 EP 24. 데스나이트 서태상 (1) 22.09.04 45 1 12쪽
23 EP 23. 때론 사냥감도 사냥에 나선다 (3) 22.09.02 4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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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 18. 잡몹 각성하다 (3) 22.08.28 69 2 12쪽
17 EP 17. 잡몹 각성하다 (2) 22.08.22 6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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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 14. 잡몹 아지트 '리젠' (3) 22.08.17 84 2 11쪽
13 EP 13. 잡몹 아지트 '리젠' (2) 22.08.16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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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 08. 잡몹들의 목숨 건 어그로 (2) 22.08.13 15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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