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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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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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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8,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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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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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장 르윈드 - 26

DUMMY

아렐과 메아윌이 함께 세이렌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비록 아렐은 지붕위를 타고다니며 지켜볼 뿐이었지만, 메아윌은 부족한 식재료를 모으기위해 마을에 들려가며 잡화나 정보를 모았고, 밤은 항상 야영이었다.

계속되는 야영으로인해 메아윌의 몸에 무리가 가지않을까 걱정했지만, 수면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었고, 무엇보다 메아윌 본인이 야숙을 할때마다 굉장히 기뻐했다. 결국 아렐은 오늘밤은 여관에서 자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매일밤 집어삼켜가며 걷고 또 걸었다.


주변에서 보이는 제국군들의 수도 많이 줄어들었고, 메아윌은 슬슬 아렐과 함께 마을에 들어가 거리를 걷고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때가 아니라며 용린갑을 벗기 거부하는 아렐에게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못했다. 아렐역시 이를 알고있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려면 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또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몸상태는 괜찮습니까?”

“그러게요. 생각보다 전혀 문제없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튼튼할줄은 몰랐는걸요.”


한달의 반 가까이되는 시간을 야영하면서 대부분 걷기만 하는 생활. 그럼에도 아직 목적지의 반도 도달하지못한 상황에서, 쌓여가는 육체의 피로를 염려한 아렐이 메아윌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혹시나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있는건 아닐까··· 그는 살짝 의심스러워했지만, 이 상황에 놀라고있던건 무엇보다 그녀였다.

여행 초반만 하더라도, 계속해서 걷기만 하는 일정을 자신이 무사히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고, 체력이 버텨줄까 의심스러워 그에게 짐이될까봐 불안했다. 하지만 벌써 2주가 흘렀음에도, 몸상태는 아주 가뿐했다.

그야 하루종일 걷고나서 저녁을 먹을 즈음만 되면 다리가 무거워졌지만, 밥을 잘 챙겨먹은뒤 잠까지 푹자고 일어나면 또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되어있었다.


아렐이 예상한 일정을 상회하며 순조롭게 진행중인 여행은, 그들이 5번째로 들린 마을을 나왔을 때쯤 변화가 생겼다.


아직 세이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서쪽으로 다가가기 때문인지 서부의 대양에서 잡혀온 생선들이 절여진 상태로 시장에서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 생선이 먹고싶었던 메아윌이 생선토막을 약간 구입했다.

마을을 나와 합류한 아렐과 함께 가도를 걸어가며,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나 점심에 먹을 음식들에 대해 한창 얘기하던 도중, 아렐의 눈에 저멀리 한 채의 작은 집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집의 모습이 잘 이해되지않았던 아렐은 눈을 한차례 비비고는 다시한번 쳐다보았고, 그럼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기에 메아윌에게 물었다.


“메아윌, 저기 숲안에 있는 집이 보입니까?”

“음···? 글쎄요. 아직 저한테는 흐릿한데···”


여태까지 가도를 지나면서 서있는 주택들은 여러채 보아왔지만, 아렐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집은 처음이었기에 메아윌도 흥미가 생겼고, 그 정체를 확인하기위해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가도의 진행방향 왼편으로 무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 틈 속에서, 뭔가 흐릿한 물체가 있었다. 아렐은 강화된 시력으로 멀리있던 나무의 윤곽까지 선명하게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옆에있을 그 물체··· 마치 집처럼 보이는 형태의 거대한 물체는 뿌옇게 안개가 낀것처럼 흐려보였던 것이다. 심지어는 가까이 다가갈 수록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한 그 집(?)을 보며, 아렐은 긴장했다.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메아윌의 눈에도 그 이상한 집(?)이 보이기 시작했고, 침을 꼴깍 삼켜가며 더욱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새 가도를 벗어나 숲에 들어온 두 사람은, 점점 시야에서 커지는 집(?)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저만 이상한게 아니죠?”

“저도 이상합니다···”


그들이 집(?)에 가까워질수록 집(?)의 크기가 커지는건 당연하지만, 그 비율이 맞지않았던 것이다. 멀리서 보았을때 이 정도 쯤에 있겠다··· 싶었던 위치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집(?)은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진채였다.

결국 생각보다 비상사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렐이 옆을 돌아보며 일단 돌아가자고 말하려 했을때, 그의 발이 무언가에 걸리면서 앞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우왓!”


재빠르게 앞구르기를 하며 넘어지지않고 바닥에 착지한 그는 바로 몸을 일으켜세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의 주위로 보이는 숲의 전경은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바로 옆에서 그와 함께 걷던 메아윌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이 사실에 크게 당황하면서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 했을때.


“아렐!!!”


그의 바로 코앞에서 들리는 메아윌의 외침소리와 함께, 뜬금없이 공중에서 메아윌이 튀어나왔다. 바로 정면에서 갑자기 나타난 메아윌에게 놀라는 것도 잠시, 바로 몸으로 받아든 아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나요? 메아윌?!”

“네···”


굉장히 안심한듯 편안한 목소리를 내며 아렐의 품안에서 기어나온 메아윌은, 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렐에게 질문했다.


“갑자기 아렐이 넘어지는가 싶더니,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너무 당황해버려서 아렐이 사라진 곳으로 그냥 뛰어들었는데··· 왠지 분위기가 다른 곳으로 나와버렸네요.”

“저도 발밑은 주의하고있었는데··· 마치 보이지않는 무언가에 발목을 잡힌듯한 감각이었습니다.”


그들은 재차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파악에 힘썼다. 어쩌면 기분탓일지도 몰랐지만, 그들이 방금전까지있던 숲과는 분위기가 살짝 달라보였다. 코로 들어오는 숲의 향기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 햇빛이 내리쬐이며 나뭇잎에 가려져 보이는 그림자의 영역 등, 사람이 미묘하게 알아채기힘든 요소들이 모여서 이질감을 주고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목표로 삼아 걸어왔던 집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이 황당하고도 은근히 공포스러운 상황에 서둘러 원래있던 곳으로 돌아가려했지만, 어째선지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건 도대체···”


마치 투명한 막이 그들 앞을 막고있는 것처럼, 걸어가던 발이나, 앞으로 휘저어본 손이 보이지않는 벽에 부딪혀 막힌 것이다. 아렐은 마치 마임을 하듯 허공에 보이지않는 벽을 더듬어 걸어가보았지만, 그리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같은 낌새에 일단 포기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가 한번 마법으로 공격해볼까요?”

“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걱정되기는 합니다만, 그러도록 하죠. 일단 제가 먼저 공격해 보겠습니다.”


아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뒤로 물러서서 자세를 잡았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향해 뛰쳐나가듯 재빠르게 제자리에서 가속한 아렐은 온몸을 사용해 태클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무거운 일격이 흡수되듯, 마치 푹신한 이불에 감싸인것같은 감각을 느끼면서 아렐은 벽에서 물러났다.


“...몸이 보이지않는 벽에 분명하게 닿은 순간, 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흡수당하는게 아니라, 마치 편안한 침대에 누운것마냥 힘이 빠지네요.”

“어쩌면 마법이 작용하고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렐이 부딪힌 순간 투명한 벽이 흔들리는 모습을 메아윌이 보았다. 그 흐름은 마치 잔잔한 연못에 돌맹이하나를 던져넣을때와 같은 느낌으로 파문을 그리며 퍼져갔고, 이윽고 잠잠해지며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 부분을 살짝 만져본 그녀는 어떤식으로 마법을 쓸지 결정했다.


“아렐, 지금 마법을 써볼게요. 조금 뒤로 물러나줘요.”

“알겠습니다.”


발사할 마법을 머릿속으로 구체화시켰다. 사용할 마법은 여태까지와 같이, 그녀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인 빛의 창이었지만, 관통력을 높이기위해 굵기는 가능한 얇고 끝은 최대한 뾰족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이론으로만 생각해보았던 것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슈웅!


마치 총알이 날아가듯, 얇게 째지는 소리가 그들의 귀를 때렸고, 상상이상으로 끔찍한 소리에 아렐과 메아윌은 동시에 귀를 막았다. 그녀는 상상이상의 굉음에 괴로워했고, 눈가에 눈물한방울을 띄우면서 빠르게 회전시킨 빛의 창에 맞은 벽을 보았다.


“하아···”

“곤란하군요···”


고속으로 회전한 마법은 투명한 벽에 꽂히고나서도 뚫을듯이 그자리에서 계속 회전했지만, 작은 구멍조차 내지못하고 소멸했다.

의기소침해진 두사람은 말없이 흙바닥에 쭈그려앉아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 벽을 뚫을 마땅한 방법이 딱히 생각나지않았기에, 일단 이 벽을 따라 숲을 걷기로 했다.


“여기에 갇혀버린 걸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확인해보자고 한 탓에···”

“아니에요! 저도 호기심이 발동 해버려서···”


가도와는 달리 울퉁불퉁한 숲속에서 신중하게 발을 옮겨가며, 서로 사과하고 있을때 문득, 아렐의 귀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동물들이 가지를 밟아 서로 부딪히는소리와도다르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가며 내는 자글자글한 소리와도 달랐으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도 달랐다.

마치 좁은 계곡을 따라 흐르다가 낮은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물소리와 같은 촉촉한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그의 귓가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음··· 아마도 저쪽에 시냇물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러면 일단 그쪽으로 향하죠.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이상 물은 확보하는게 좋을테니까요.”

“그럽시다.”


잠시 발을 멈추고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인 아렐은, 그의 귓가에 들려온 소리가 물소리임을 확신했다. 애초에 이 이상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작정 믿기도 의심스러웠지만, 메아윌도 그 점을 감안한뒤에 시냇가로 향했다.

벌써부터 물이 부족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두렵고도 답답한 감옥에서 언제 나갈 수 일을지 모르는이상 낙관적으로 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않아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메아윌의 귀에도 명확히 들리기 시작했고,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빛깔을 확인하며 안심한 그들은 성급해 하지않고 천천히 시냇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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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 3장 르윈드 - 26 19.05.01 55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3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8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7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1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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