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204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6 19:16
조회
57
추천
0
글자
10쪽

2장 세이럼 - 22

DUMMY

“...”


아렐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약까지 사용해가며 간신히 되찾았던 제정신이 다시금 혼란스러워지려 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눈앞에 메아윌이 있었다. 설령 그녀가 모든 일의 원흉임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었다고해도, 잠시동안 움직임을 멈춘채 생각을 하게만들었을뿐, 그의 결심을 뒤흔들만한 말은 아니었다.


“과거로의 이동··· 저는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과거로 왔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겁니까?”


그리고 다시금 원상태로 회복된 아렐은, 그녀의 말에 불안감을 느꼈다. 희망을 느꼈다니··· 마치 과거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면 희망이 없다는 말투였기에, 참지못하고 바로 물어보았다.


“...네. 마법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대가라고나 할까요. 제가 처음 마법을 썼던. 유리잔을 깼던 그날부터 제 몸의 한부분에서 주기적으로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 고통은 해를 거듭해나갈수록 심해지고, 고통이 찾아오는 간격도 점점 짧아지죠. 마법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한동안은 마법을 사용하지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고통은 계속해서 찾아왔어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도 그 부위에 딱히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만 하니··· 결국 단서라고는 마법을 썼던 순간부터 발생한 고통··· 밖에 없는 이상, 저는 고통이 마법에서 온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하지만 그 입문서를 썼던 사람마저 더이상은 살아있지않을테니, 저와 마찬가지로 신비한 힘을 썼다고 전해지는 마왕을 찾아가려 했었죠.”

“그렇군요. 지금 생각해보자면 마왕이 썼던 능력들은 분명히 마법과 닮아있네요. 하지만 마왕은 저희가 살던 시기에는 이미 죽었으니···”

“네, 그래서 과거로의 이동이라는 글귀를 본 순간, 딱 이거다! 라고 생각했어요. 이 지독한 아픔이 계속해서 심해졌다가는··· 더이상 견디기 힘들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아픔이 있다는 말, 저에게는···”


메아윌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후훗 하며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아렐의 이마를 향해 가볍게 자신의 이마를 부딪히고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마를 문지르는 그를 향해 말했다.


“그야 걱정끼치고싶지 않았으니까요.”

“메아윌씨··· 설마···?!”


단호했던 말투는 커녕, 도중에 여러모로 섞이기시작했던 그녀의 말투는, 이미 원래대로 돌아간채였다. 부드러운 말투와 상냥한 음색, 그녀의 말을 들으며 감동한 것도 잠시, 아렐은 눈초리를 험하게 만들면서 그녀에게로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지금도 계속 아픈겁니까?”

“타이밍이 안좋았어요. 마족이 난동을 부리다가 제 다리에 살짝 스쳤거든요. 타박상을 조금 입었을 뿐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배와 옆구리의 사이에 가져다댔다.


“원래부터 고통이 찾아오던 이곳이, 이제는 쉴새없이 아파요. 어째선지 마족에게 맞은 이후로, 평소찾아오는 고통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끊임이 없죠. 이미 멍도 거의 사라지고 다리에는 아픔이 거의 없는데도···”


슬프게 자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현재 해줄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하나 떠오르지않는다는 사실에 극식한 무능함을 느끼고 좌절하는 아렐에게, 그녀가 이야기를 되돌렸다.


“그래도 희망을 발견한 이후로, 저는 일기를 완전히 독파했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죠. 어쩌면 장교이면서 학자였을지도 모를 그 사람의 일기는 저에게 꽤 도움을 주었고, 마침내 모체가 강제적으로 시간이동을 일으킬 법칙에 대한 가설을 세울 수 있었어요.”

“...”

“저는 그 가설대로 행동했고, 아렐씨를 이용했어요. 그 결과 시간이동에 당신을 말려들게 해버렸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장소까지 끌고와 버렸죠. 게다가 저를 구하러와주신 아렐씨를 향해 그런 눈초리까지 보내버리고···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메아윌은 일어나려고했지만, 고통에 지배당한 몸은 하반신이 거의 움직이지않았고, 어쩔 수 없이 상체만을 앞으로 숙이면서 깊게 사죄했다. 하지만 아렐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없었고, 이에 당연한 응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제 아렐과 함께 있을수 없게된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마음속에 스며들고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지금 울 자격은 없다. 절대로 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꾸만 커져가는 상실감은 더이상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냥···’


원래 모체를 만나 과거로 이동할때까지만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에게 정체모를 신뢰는 가지고있었지만, 자신이 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착각이 만들어낸 양심의 방패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과거로 이동해서, 4급마족과 싸우면서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알게되고, 제국군에게 붙잡혀 깜깜한 독방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못한채 혼자서 시간을 보내며, 메아윌은 지독한 상실감을 느꼈다.

단지 혼자라서? 절대로 아니었다. 추방당하고 나서 이미 오랜시간을 혼자보냈던 그녀가 이제와서 혼자 쓸쓸한 밤을 보낸다고해서 외로움을 느낄리없다는 사실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있었다.

그리고 잘 알았기때문에 깨달았다.

더이상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렐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 감정을 자각했을 때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없었기에 열심히 자기부정을 해보았다.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남자에게 마음을 줄정도로 가벼운 여자였나··· 자괴감이 들면서도 결국 이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실감을 맛본 다음에는 절망했다.

제대로 사실을 전부 전하게되면, 그를 계속해서 속여왔으며, 멋대로 과거까지 끌고온것을 알게되면, 더이상 그가 자신과 함께 있어줄리가 만무했다. 있는 힘껏 저주를 퍼붇지는 말아주었으면 했지만, 이역시 그녀가 바랄 수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분명 이제부터 살아있는 마왕을 만나러가, 자신의 고통을 해결할 단서라도 얻게된다면. 혹은 결과적으로 얻지못하더라도, 얻을 수있다는 희망을 가진 지금이라면··· 낙관적으로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행복해야했겠지만, 이제 마왕을 만나는 것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깊은 절망감이 그녀를 덮치고 있었다.


‘어차피 욕할거라면··· 내 정신이 망가지고 난 다음에 해줬으면 좋겠네···’


계속해서 말이 없는 아렐을 향해 고개를 들지않고 기다리던 그녀는, 계속해서 그녀를 압박하던 고통에 더해 이제는 뇌까지 뜨겁게 타버릴정도로 묘한 아픔이 덮쳐오는 것을 느끼며,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겠다고 느꼈다.

어차피 죽을 병은 아닐것이다. 이 고통때문에 몸이 움츠러들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긴하지만, 이 고통때문에 몸이 허약해진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정신이 버티지못할 것 같았다.

때문에 자조하며 살짝 쓴웃음을 지었고, 결국 눈에 맺히기 시작한 눈물이 한 두 방울씩 그녀의 얼굴을 따라 흐르기 시작할때,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두릅시다.”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생각에 열중하는 바람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뜬 메아윌을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아렐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를 열심히 고심하고있었는지 턱에 손을 괸채로 먼곳을 보고있던 그는 메아윌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그녀가 계속해서 허리를 접고있었다는 사실에 지금 눈치채서 당황하며 그녀의 상반신을 똑바로 세우는데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보다, 메아윌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향해온 그의 말도,

자신의 몸을 상냥하게 지탱해주며 도와주는 그의 행동도,

어느새 고통도 잊은채 그저 멍한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렐...씨?”

“네?”

“저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음··· 뭐,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알 수있는 점은, 메아윌씨가 저에게 용서를 구하실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담담하게 말해주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마치 딴세상 사람의 말이라도 듣는 듯 계속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되도록 거짓말은 안해주셨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거짓말을 안 할 수는 없는노릇이니까요. 제 개인적인 지각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지각하지않게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괜찮을 겁니다.”


실없는 말을 유쾌한 말투로 하는 아렐을 보며, 그가 일부러 자신의 기분을 돋구기위해, 베베꼬여버린 자신의 마음을 풀어주기위해 해주는 말이라는 사실을 안 그녀는, 더이상 참지못하고 다시한번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메아윌씨의 고통을 해결하는게 먼저··· 메아윌씨?!”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참지못하고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그 울음소리가 구멍이 숭숭뚫린 폐가를 빠져나가 제국군의 귀에 닿을까 아렐은 잠시 조마조마했지만, 무심코 울고있는 메아윌도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린 자신의 뺨을 한번 꼬집어가면서 그녀를 또한번 진정시키기위해 애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장 르윈드 - 30 19.05.07 44 0 10쪽
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4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4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6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7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2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4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62 0 20쪽
» 2장 세이럼 - 22 19.04.26 58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62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9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70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70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3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6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100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81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1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6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4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6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7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7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1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6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2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8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4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6 1 13쪽
2 1장 아레아리스 - 1 19.04.02 90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